2013 미국 내셔널 여자 경기가 모두 끝났습니다.

그레이시 골드 Gracie Gold와 애슐리 와그너 Ashley Wagner 의 대결은 

쇼트에서 점수차가 나면서 싱겁게 끝날 수도 있었지만,

왠지 그렇게 될 것 같지는 않았습니다.



2013 미국 여자싱글 챔피언은 누가 되었을까요?


쇼트가 끝난 후 포스팅을 하려 했지만,

사실 제가 경기를 보다 보니 포스팅을 할 시간이 없었어요.


단지 경기 뿐만 아니라, 백스테이지 화면, 인터뷰, 런스루 등

Icenetwork를 통해 중계해주거나 VOD에 올리는 화면들이 너무 많았고,

이 때다 싶었는지 트위터에 미국 피겨팬들이 폭발하듯 멘션을 올려서

아주 풍족한 한 주였습니다.


그리고 운좋게도 이번 시즌과 지난 시즌 미국선수들의 경기를 직관을 할 기회가 많아

출전자들 중 많은 선수들의 경기를

이미 직접 보았기 때문에 더 재미있게 볼 수 있었습니다.


아댄, 페어의 마지막 그룹

그리고 여자 싱글의 마지막 두 그룹은

토요일 전국 공중파 NBC가 생방송으로 중계를 해줬습니다.

여자 싱글 경기는 저녁 8시부터 11시. 프라임 타임이었죠.


이제 페어, 아댄 그리고 여자 싱글의 내셔널 챔피언이 가려진 가운데,

이제 남자 싱글만 앞두고 있습니다.


여자 싱글, 간단하게 (하지만 또 길어질 듯) 영상과 함께 보시죠.


일단 유튜브 유저가 만든 미국 내셔널 프리뷰 입니다.



애슐리 와그너, 크리스티나 가오, 아그네스 자와즈키, 

그레이시 골드, 미라이 나가수의 

영상들입니다.

일단 이들이 포디움 후보인 가운데 

피겨 관계자들은 애슐리 와그너가 다소 이들 중에서 앞선다고 예상하고 있었습니다.


저 역시 비슷한 생각이었는데,

그레이시 골드의 첫 점프가 성공하면 애슐리 와그너와 좋은 대결을 펼칠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했고.

커트니 힉스안젤라 왕도 포디움을 노릴 저력이 있다는 정도를 덧붙이고 싶었습니다.

파워 점퍼인 힉스와 스피드 점퍼인 왕은 언제든 치고 올라올 수 있는 3+3을 가지고 있는 스케이터라는 점에서였습니다.

힉스는 첫 내셔널인 것이 문제였고, 왕은 항상 쇼트를 망치는 패턴을 가지고 있어 역시 각각 약점을 가지고 있기도 했죠.


항상 야망녀, Almost Girl이었던 애슐리 와그너는 

존 닉스 코치를 만난 후 멘탈이 아주 바뀐 것 같습니다.

항상 정상을 향해 갈망하던 선수가 아니라

이제 미국 챔피언으로서의 자신감을 가지고 있는 것처럼 보입니다.




그레이시 골드에 대해서는

이전에도 많이 다룬 바 있고


최근에는 미내셔널 전 "스케이터? 트위터!" 라는 코너에서 다룬 바 있는데요.

관련포스팅: "스케이터? 트위터!" - 그레이시 골드의 특별한 내셔널


그레이시 골드의 내셔널에서의 성공은

첫 점프가 좌우할 것이라고 생각했습니다. 

쇼트든 프리든 첫 점프가 제대로 랜딩하면, 자신감을 얻어 이후는 순조롭게 풀릴 것이고,

첫 점프가 잘 안풀리면 당황하며 점프 타이밍을 빼았길 것이라고 생각했습니다.

그리고 그 첫 점프의 관건 역시 계속 엣지콜을 받고 있는 트리플 플립일 것이라고 생각햇죠.


쇼트 경기 전 연습에서의 골드의 컨디션은 매우 좋아보였습니다.

쇼트 경기 런스루를 보고 싶었지만, 프리 밖에 올라온 것이 없더군요.



자와즈키는 좋은 점프에도 불구하고

왠지 마무리를 잘 못하는 패턴을 프리에서 반복하지 않을까하는 생각이

그리고 나가수는 항상 그렇듯이 프리까지 가봐야 안다고 생각했습니다.


쇼트 경기가 펼쳐졌습니다.


쇼트에 강한 미라이 나가수가 기선을 제압합니다.

3T+3T를 성공시키며 64.39 점의 좋은 점수를 받습니다.


파워 점프가 인상적인 커트니 힉스 59.72를 받으며, 2위로 나섭니다.


유력한 우승 후보 중 하나인

그레이시 골드가 나옵니다. 웜업 대기 때부터

긴장한 표정이 드러납니다. 

이번 시즌 좋지 않은 경기를 보여주었을 때의 그 표정입니다.


미국 방송에서는 그레이시 골드를 주목하며, 이미 플러프를 만들었습니다.

이런 스포트라이트는 지난 주니어 내셔널 때의 관심과는 차원이 다른 것이었으니까요.


그레이시 골드의 플러프입니다.


쇼트가 시작됩니다.



시즌내내 골드의 발목을 잡았던 첫 콤비점프 3F+3T가 다시 문제를 일으킵니다.

골드는 트리플 플립 점프는 랜딩했지만 연결 점프인 트리플 토에서 넘어집니다.

이후 장기인 트리플 럿츠는 쉽게 랜딩하며 만회했지만,

다시 더블 악셀 타이밍을 놓쳐 싱글 처리합니다.

54.08의 저조한 성적입니다.


크리스티나 가오가 나와서

3T+3T를 성공하며 58.74를 받으며,

커트니 힉스를 추격합니다.



애슐리 와그너가 링크에 나섭니다

와그너는 3+3 대신 안정적인 3+2를 시도할 예정입니다.


와그너는 계획대로 클린 경기를 합니다. 

지난 그랑프리 파이널에서의 부상이 영향을 주지 않은 듯

매우 좋은 컨디션입니다.

67.57로 1위로 올라서며

자신감 충전...


마지막으로 아그네스 자와즈키


자와즈키는 트리플 럿츠를 성공시키고,

기세좋게 3T+3T까지 성공시켰지만,

의외로 마지막 더블악셀에서 넘어집니다.

65.31로 애슐리 와그너의 뒤를 바짝 따라 붙습니다.


쇼트 결과



2일 뒤 프리 경기가 시작됩니다.

프리 하루 전, 아이스 네트워크에서 인터넷 중계로 보여준

여자 싱글 프리 런스루에서

골드와 와그너는 모든 점프를 랜딩했고.

나가수는 몇개의 점프에서 스텝 아웃을 하며 부진한 모습을 보여줍니다.


쇼트에서 9위를 기록, 마지막 그룹에 못든 그레이시 골드가 나옵니다.


시니어 데뷔시즌인 이번 시즌,

그레이시 골드는

난이도 높은 점프를 초반에 집중해서 뛰며

기본 점수를 높이는 전략을 들고 나왔습니다.


스케이트 디트로이트 (8월초), 

3Lz + 3T, 3F + 1Lo + 3S, 2A, 3Lo, 2A+2T, 3Lz, 3F

US 인버테이셔널 (9월)

3Lz + 3T, 3F + 1Lo + 3S, 2A, 3Lo, 3Lz, 2A+2T, 3F


문제는 트리플 플립으로 시작하는

두번째 점프와 마지막 플립 점프에서 계속 롱엣지를 

맞았다는 것인데요.


부담을 느낀 골드와 코치진은

그랑프리 시작 전 구성을 바꾸어서,

플립에 붙는 3연속 점프를 2연속으로 쉽게 바꾸며 뒤로 빼고,

3연속 점프를 악셀에 붙입니다.

하지만 트리플 플립과 트리플 럿츠는 계속해서 

시즌 초와 마찬가지로 2번씩 넣어 왔습니다. 


스케이트 캐나다 (10월), 컵 오브 러시아(11월) 

3Lz+3T, 3F, 2A, 3Lo, 3F+2T, 3Lz, 2A+2T+2Lo


그러나 골드의 트리플 플립 점프 컨시는 계속 흔들렸고,

매번 롱엣지도 따라다닙니다.


그래서 이번 내셔널을 앞두고

근본적으로 구성을 바꿉니다.


이번 내셔널 구성 

3Lz+3T, 2A, 3Lo, 2A+3T, 3Lz, 3F+2T+2T, 3S


항상 롱엣지를 받으며 이후 점프 타이밍까지 흔들리게 했던 

트리플 플립을 2회에서 1회로 줄이고,

그녀의 강점 트리플 살코를 넣었을 뿐만 아니라, 

2A+3T를 새로 넣었습니다.

구성 기본 점수는 거의 그대로 가면서 골드의 약점을 줄인 구성이라고 할 수 있죠.


사실 저는 쇼트의 실패를 보면서도

현재의 플랜인 3F+3T, 3Lz, 2A를 바꿔야 하지 않을까 생각했습니다.

골드가 왜 트리플 플립을 고집하는지 이해가 되지 않았는데요.

매번 롱엣지를 받고 실패도 잦은 3F+3T 대신

성공률도 높고 자신 있는 3Lz+3T로 가야 한다고 생각했습니다.

3Lz+3T, 3S, 2A 정도가 골드에게 가장 적합한 쇼트 플랜이 아닐까 합니다.


여하튼 프리 프로그램의 변경은

매우 영리한 결정이었죠. 

자신의 약점인 트리플 플립을 줄이고, 

단 한번 플립도 후반부에 넣음으로 인해

롱엣지도 한번으로 줄이고,

플립으로 인해 이후 점프의 점프 타이밍을 빼았기던 실수도

줄일 수 있을 듯 했으니까요.


"모범생 스케이터" 타입인 골드에게

플립의 롱엣지는 비록 랜딩을 한다 하더라도

항상 신경 쓰이는 약점일 것입니다.


골드의 바뀐 프리 구성의 효과는

프리 전날 있었던 런스루에서 증명되었습니다.

쇼트의 실패로 심리적으로 흔들렸을 텐데도

그레이시 골드는 점프를 모두 랜딩했습니다.



이제 실전에서의 긴장감 극복이 문제였죠.

쇼트 이후의 짧은 인터뷰와 프리 직전의 모습입니다.


이제 프리 경기가 시작됩니다.


그레이시 골드 FS 2013 US Nationals

(NBC 스캇 해밀턴, 산드라 베직 해설)


첫 콤비점프를 랜딩한 후 이후는 보신 것처럼 아주 순조롭게 진행됩니다.

트랜지션과 안무가 여전히 유려하지는 않고,

역시 고질적인 트리플 플립은 롱엣지였지만, 

골드는 모든 점프를 랜딩하며 좋은 경기를 펼칩니다. 

그녀의 장점인 높이 덕에 회전수 역시 다 채운 점프들이었습니다. 


프리 점수 132.49 자신의 퍼스널 베스트를 세우며

총점 188.34로 1위로 나섭니다.


그리고 최소한 포디움은 확정적으로 보입니다.


 (c) Jim Young/Reuters Photo


프리 프로그램 이후 마지막 그룹의 경기를  남겨둔 그레이시 골드의 인터뷰입니다.


이제 마지막 그룹이 나옵니다.


애슐리 와그너, 아그네스 자와즈키, 미라이 나가수가 링크에 설

마지막 그룹을 소개하는 플러프와 웜업이 화면에 비춰집니다.



아그네스 자와즈키가 다소 부담감을 갖은 듯 보입니다.

서서히 링크에 나서는 자와즈키




3T+3T를 성공시키며 순조롭게 경기를 풀어가지만,

그만 그 다음 점프인 트리플 플립을 더블 처리합니다.

그리고 후반부에서 트리플 럿츠에서 넘어지며 연결 점프를 날려버립니다.

이후 당황한 듯 3연속 점프의 후속 점프들의 착지가 좋지 않습니다.


총점 179.63 그레이시 골드의 점수를 넘어서지 못합니다.


와그너와 나가수가 남은 상황.

여전히 골드가 1위를 지킵니다.


애슐리 와그너가 두번째 연속 미국 챔피언에 도전하며

프리 경기에 나섭니다.


미셸  콴의 은퇴후 

지금까지 미국 내셔널 여자 시니어를 2연속으로

우승한 선수는 한명도 없습니다.

일명 "미셸 콴의 저주"


과연 와그너가 그 저주를 풀수 있을까요?


애슐리 와그너 FS 2013 미국 내셔널


3+3은 없지만, 경기 중간까지 노련하게 점프를 랜딩하며

우승을 굳혀가는 듯 합니다.

하지만 5번째 점프인 트리플 럿츠에서 넘어지고 맙니다. 이후 당황한 듯

트리플 룹 점프에서도 넘어지며 연결 점프를 날려 먹습니다.



(cAP Photo/Charlie Neibergall


골드의 구성점수가 3+3과 2A+3T등으로 

와그너에 앞서는 것을 감안한다면

PCS에서 앞서더라도 쇼프에서 벌여 놓은 점수 차이는 

이제 거의 없습니다.


마지막 트리플 플립 점프도 불안정했으나 랜딩에 성공합니다.


애슐리 와그너의 점수가 발표되고,

총점에서 그레이시 골드에 2.27점을 앞서며, 

1등을 지킵니다.



마지막으로 미라이 나가수가 나옵니다.


미라이 나가수는 

역시 프리에서 부진한 경기를 보여줍니다.

그리고 랜딩한 점프들도 3개의 언더와 1개의 다운그레이드를 당하며 총점 7위로 떨어집니다.


최종결과


왼쪽부터 그레이시 골드 (2위), 애슐리 와그너 (1위), 아그네스 자와즈키 (3위), 커트니 힉스 (4위) (출처: US Figure Skating


와그너가 골드를 제치고 우승한 것에 대해서도

해외포럼에서 논의가 활발한데요.


골드가 우승했어야 한다는 의견도 있고,

실제로 와그너가 골드를 총점에서 앞섰을 때 관중석의 반응도 좋지 않았지만,

반대로 와그너가 우승할만하다는 의견도  많습니다.


사실 쇼트에서의 13점의 점수차이는 프리에서 한번에 역전하기는 힘듭니다.

와그너가 두번이나 넘어지면서 그 중 한번은 연속 점프를 날려버리는

부진한 경기를 보였기 때문에 박빙의 결과가 나왔던 것이죠.


골드의 프리가 점수가 짠가 하면 또 그것은 아닙니다.

프리 PCS를 보면 역시 많이 받았습니다.

골드가 국제 경기에서 이런 PCS를 받기는 힘들 것 같습니다.


하지만 골드로서는 아쉬운 경기임에는 틀림없습니다.

쇼트의 부진을 딛고 프리에서 클린 경기를 보여주며

대역전 직전까지 갔지만,

챔피언이 되지 못한 경험이

독이 될지 약이 될지는 월드를 지켜보면 알 수 있을 듯 합니다.


(c) Icenetwork


하지만 골드가 커다란 산을 하나 넘은 것만은 확실한 듯 보입니다.

미국 내셔널의 압박은 월드 못지 않으니까요.

사실 미국 선수들은 내셔널에서 컨디션의 최고점을 보여주고 월드에서 오히려 좀 떨어진 모습을 보여주는데

대표적인 예로 제레미 애봇과 알리사 시즈니가 있죠...


골드와 와그너에게 이번 불꽃튀었던 내셔널의 경험이 

이번 시즌의 4대륙, 세계선수권 그리고 다음 시즌에 어떻게 작용할지 기대가 됩니다.

골드는 이번 세계선수권이 첫 출전입니다.

그리고 비록 2연속 미국 내셔널 챔피언이 되면서

미셸콴의 저주까지 깼지만,

세계선수권에 관한한 와그너는 아직도 야망녀/almost girl 입니다.

최고 성적은 지난 대회의 4위, 아직 포디움에 들지 못했습니다.


그리고 내년 미국 내셔널이 사실상의 본게임입니다.

올림픽 출전권이 걸려 있으니까요...

와그너는 밴쿠버 올림픽이 열리기 전의 미국 내셔널에서도

3위를 기록 2위까지 주어지는 올림픽 티켓을 잡지 못했습니다.


(cAP Photo/Charlie Neibergall


여하튼, 3월 캐나다 런던, 세계선수권 

더욱더 볼만해졌습니다.

올림픽 직전 시즌의 세계선수권이기 때문에 더욱더...


ps.


1. 3월에 열리는 세계선수권 대회 출전자로

미국은 내셔널 1위인 애슐리 와그너, 2위인 그레이시 골드를 확정했습니다.


한편 4대륙 선수권에는 애슐리 와그너는 출전하지 않고,

그레이시 골드(2위), 아그네스 자와즈키(3위), 크리스니타 가오(5위)가 참가


주니어 세계선수권에는

커트니 힉스(4위), 야스민 시라지(6위), 사만다 세자리오(8위)가 참가합니다.


2. 예상하기는 했지만 벌써 일부 기사에서 라이벌 드립이 또 나오는데요.


라이벌의 사전적 의미를 찾아봤습니다.

"라이벌: 이기거나 앞서려고 서로 겨루는 맞수"


무슨 다른 나라 내셔널이 한번씩 끝날 때 마다 매번 라이벌이 나오나요?

맞서본 적도 없고, 져본적도 없는 데 무슨 라이벌?

기자들, 기사 쓰기 전에 라이벌 드립하는 선수들 이전 경기들이나 봤는지 참으로 궁금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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