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부에서 계속

카르멘 part 1: 카르멘의 전쟁 혹은 카타리나 비트


2부는 

카타리나 비트 이후의 여자싱글 스케이터들이 시도한 

사골곡으로의 카르멘의 의미와

남싱, 페어, 아댄에서의 카르멘을 살펴보려 합니다.


1988년 캘거리 올림픽에서 전세계를 매혹시킨

카타리나 비트의 "그 카르멘" 이후,

많은 여자 싱글 선수들은 카르멘을 프로그램 음악으로 사용했고,

언젠가는 비트를 넘어서려 했습니다.

비트 이후의 탑싱들도 예외는 아니었죠.


카르멘은 여싱이면 누구나 언젠가는 겪어야 할 

통과 의례였습니다.


다양한 음악 톤과 다이나믹한 내러티브를 가지고 있고,

피겨 관계자와 피겨팬이라면 누구나 아는 곡이 되어 버린 카르멘은 

새롭게 변신하고자 하는

스케이터들이 애용하는 레파토리가 되었습니다.


여자 싱글들이 가장 많이 사용하는 사골곡 베스트 3를 꼽자면

우아하고 청순한 여성적 아름다움을 강조한 백조의 호수

귀여움을 돋보이게 하는 호두까기 인형

그리고 

매혹적인 팜므 파탈의 성숙한 여인을 표현하는 카르멘을 들수 있게 되었습니다.


우아함 혹은 귀여움으로 거의 80여년을 버텨오던 여자 싱글 프로그램에

팜프파탈이라 불리우는 치명적 아름다움 혹은 섹시함이라는

레파토리가 들어온 것은  

헐리우드 배우와 미모와 빙판위의 연기로

전세계 피겨팬을 사로잡았던 카타리나 비트의 충격적인 '카르멘" 프리 프로그램의

영향이 컸습니다.


발레를 바탕으로 한 

백조의 호수와 호두까기 인형 프로그램을 섭렵한

주니어 여자 싱글들은 

시니어로 발돋움하거나 자신의 이미지를 성숙한 스케이터로 변신하고자 할 때

카르멘을 선택했습니다.


이것은 지금도 이어져

시니어 데뷔 혹은 2년차 때 카르멘은 가장 애용되는 프로그램입니다.

카르멘이 다른 사골곡과 다른 점은 바로

캐릭터에로의 몰입과 연기가 필요하다는 것입니다.

또한 차이코프스크의 발레곡들과는 달리

오페라이기 때문에 항상 기악곡으로의 편곡과 

새로운 안무의 창조가 관건이 됩니다.


그래서 

그래도 기본은 하는, 

믿고 쓰는 발레곡 "백조의 호수"와 "호두까기 인형"과는 달리


"카르멘"은 사실

많이 사용됨에도 불구하고 

그 때마다 스케이터에게 디테일한 표현이 많이 요구되어지고

안무가의 창의력이 발휘될 공간이 여전히 많은 

스케이팅 프로그램으로는 수행하기가 꽤 어려운 곡입니다.

그리고 그에 따라 수준의 차이가 확연하게 드러나죠.


하지만 그러함에도 

주니어에서 시니어로 그리고

탑싱에서 포디움 혹은 레전드로 도약하고자 하는 스케이터들이 

항상 시도하고자 하는

잘못 끊이거나 조금만 보관을 잘못하면 바로 상하는 

"저온 살균 사골국"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그래도 후에 레전드가 된 여싱들은 

"카르멘"에 꿋꿋히 도전을 해왔고, 

그 자취를 남겼습니다.

우승이 유력했던 1998년 올림픽에서 타라 리핀스키의 선전에 밀려

금메달을 놓친 미셸콴이 올림픽 이후에 복귀한 쇼트 프로그램도

바로 카르멘이었습니다.


로리니콜에 의해 안무된 이 프로그램은

비제의 카르멘을 직접 사용하기 보다는

비제의 카르멘을 주제로 각기 다른 작곡가들에 의해 편곡된 

발레곡 "카르멘 suite", 바이올린과 오케스트라를 위한 "카르멘 판타지"

그리고 영화 카르멘(1983)의 OST를 사용했습니다.


아직 레전드가 되기전 첫 올림픽에서 좌절한 

(그리고 한번의 올림픽에서 더 좌절하게 되고 오히려 그로 인해 레전드가 된)

미셸 콴이 분위기를 전환하기 위해 새로운 헤어스타일과 함께

새로운 각오로 택한 컴백 음악이었던 것입니다.


미셸 콴 Michelle Kwan "The Fate of Carmen" 1998 Keri Figure Skating Classic 


하지만 카르멘은 콴을 대표하는 프로그램이 되지 못합니다.

그리고 콴은 또 한번의 올림픽에서 좌절한 후

아랑훼즈 협주곡 (02-03) 과 토스카(03-04)라는 

잊지못할 시그니처 프로그램을 남기게 됩니다.


사샤 코헨의 경우

첫 올림픽과 세계선수권의 프리 프로그램이 

그녀의 성격답게 야심차게 "카르멘"이었습니다. 

그리고 역시 사샤 코헨에게는 

시그니처 프로그램이 되지 못합니다.

말라가냐(02~04)로 성공을 거두고

팜므 파탈과 캐릭터를 표현하는 변신을 포기하고

유연성이 강점인 자신의 장점을 살려 

발레 음악 백조의 호수(03~04) 와 호두까기 인형(04~05)으로 전성기를 구가하죠.


사샤 코헨 Sasha Cohen FS 2002 US Nationals FS



남자 싱글의 경우는 

음악은 카르멘이지만, 사실 "카르멘"을 놓고 대결하게 되는

돈 호세 혹은 에스카미요 라고 하는것이 맞을 듯 합니다.

고향에 약혼녀를 놓고온 진지하고 보수적인 스페인 하사관, 돈 호세

용맹하고 열정적인 투우사, 에스카미요 

이 둘의 캐릭가 교차로 나타나거나 혹은 하나를 택하게 됩니다.

관건은 사랑에 빠진 돈 호세보다는 분노하는 돈호세와

남성미가 강조된 투우사 에스카미요를 박력있게 연기하는 것이

포인트인 것 같습니다..


역시 박력 스케이팅의 선두주자 

러시아 남싱들이 호쾌한 점프와 함께 괜찮은 프로그램들을 남겼습니다.


빅토르 페트렌코 Victor Petrenko "Carmen" 1991 Worlds SP 


예브게니 플루센코 Evgeni Plushenko "Carmen" FS 2002 Olympics 


이번 시즌 "진짜" 마지막 시즌 프리 프로그램으로 자신의 여러 프로그램들을 조금씩 보여주는

"플루센코에의 헌정"을 한다고 하니 조금 볼 수 있을지도 모르겠네요.

피겨 역사에 길이 남을 야구딘의 올림픽 시즌 프로그램들에 밀려

많은 조명을 못받은 플르센코의 비운의 프리 프로그램입니다.

하지만 갈라에서는 플루센코의 "Sex Bomb"이 3대 금지 프로그램 중의 하나인 야구딘의 "바나나"보다 선호되고 있으니...


생각난 김에 17세 야구딘의 시니어 월드 데뷔 프로그램 "카르멘"도 보죠.


알렉세이 야구딘 Alexei Yagudin "Carmen" FS 1997 Worlds 


1988년 캘거리에는 카타리나 비트와 데비 토마스의 카르멘만 있었던 것이 아닙니다.

페어 금메달에 빛나는 

페어의 전설 예카테리나 고르디예바/세르게이 그린코프의

카르멘도 있었습니다.


예카테리나 고르디예바 / 세르게이 그린코프 Ekaterian Gordeeva / Sergei Grinkov 

"Carmen" SP1988 올림픽


비록 카타리나 비트의 카르멘에 밀렸지만,

이들의 카르멘 역시 만만치 않습니다. 

우선 의상만 봐도 하얀색입니다. 세상에....

이들은 이 프로그램으로 금메달을 차지했지만 

아직 최고의 순간은 오지 않았습니다. (The Best is yet to come)


G&G는 94년 다시 복귀한 릴리함메르 올림픽에서의

프리 프로그램, 베토벤의 비창과 월광 메들리를 시그니처로 남기며 페어의 절대 레전드가 되죠.


그리고 이듬해 세르게이 그린코프는 레이크 플레시드에서 심장마비로 세상을 떠납니다.



그린코프가 숨을 거둔 레이크 플레시드의 링크에 걸린 세르게이 그린코프 추모 액자


이후 고르디예바는 솔로로 아이스쇼에 서게 됩니다.



올해 홀로 공연한 고르디예바의 카르멘입니다.


예카테리나 고르디예바 Ekaterina Gordeeva "Carmen" 2013 



역시 열정적인 내러티브와 이번 시즌 "진짜" 마지막 시즌 프리 프로그램으로 자신의 여러 프로그램들을 조금씩 보여주는

3각 관계의 캐릭터를 제대로 보여줄 수 있는

장르는 아이스 댄싱입니다.

1977년에 공연한 모이세바/미넨코프의 카르멘을 보시죠.

영상의 마지막 부분에 이들의 코치였던 젊은시절의 타티아나 타라소바 코치를 볼 수 있습니다.


이리나 모이세바 / 안드레이 미넨코프 Irina MOISEEVA / Andrei MINENKOV 

"Carmen" Ex 1977 Worlds


안젤리카 크릴로바 / 올렉 오브시아니코프 Anjelika Krylova / Oleg Ovsyannikov 

"Carmen" FD1998 Olympic

일본 방송 (롱샷 위주)

미국 CBS (미디엄 샷, 클로즈업 위주)


연기와 캐릭터면에서

사실 크릴로바의 모습은 거의 카르멘에 빙의된 경지입니다.




음악이 시작되기 전부터 시작해서

프리가 끝났음에도 그 여진이 계속되는 듯한 모습이죠.



그 크릴로바냐구요? 

그렇습니다. 바로 부부 코치로 카메렝고와 함께 디트로이트 클럽을 이끌고 있는

그 안젤리카 크릴로바입니다. 

(주니어 그랑프리 레이크 플레시드 링크 사이드에서 봤을 때도 여전히 빛나던 왠지 서늘한 미모의 카리스마...

감히 싸인받을 생각조차 못하게하는...)


크릴로바의 캐릭터 연기가 성공적인 경우 

위의 영상처럼 캐릭터에 완전히 몰입되는 모습으로 나타납니다..


하지만 몰입된 캐릭터 연기와 포인트가 강조된 안무는

자칫 삐끗하면 너무 과장되어 보이거나 기술적 요소를 흘려버리는 위험도 있죠.

디트로이트 클럽의 페살라/부르자 그리고 위버/포제 등이 가지고 있는 장점과 단점도

이러한 점들입니다.

크릴보바/오브시나이코프는 결국 열정적인 카르멘 프리에도 불구하고,

은메달에 머무릅니다.


타티아나 나브카 / 로만 코스토마로프 Tatiana Navka / Roman Kostomarov

"Carmen" FD 2006 Olympics 


나브카 / 코스토라로프의 카르멘은

조금더 계산적이고 치밀합니다. 

그것은 신체점제의 도입과도 관련이 있는데요.

첫 신체점제 올림픽이었던 2006년 토리노 올림픽에서

1998년 올림픽의 크릴로바/오브시아니코프의 자유분방하고

내러티브와 캐릭터를 강조한 프로그램을 하다가는

사실 세부적인 기술사항을 충족시키기가 매우 힘들 것입니다.


피치도 상대적으로 강약을 조절하고,

내러티브를 잃어버리지 않지만 댄서들이 캐릭터에 완전히 몰입되기 보다는 

조절하면서 기술적인 면도 세심하게 신경쓰는 것이 보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역설적으로 오히려 더 보기 편한 느낌도 드네요.

드라마 같이 몰아치는 극적인 아이스 댄싱의 시대는 이제 구체점제와 함께 사라진 것이죠.

결국 이들은 올림픽 챔피언이 됩니다.


그렇다면 신체점제에서 새로운 카르멘의 탄생은 영영 물건너 간 것일까요?

구체점제에 대한 반복되는 옛사랑의 노래를

일시에 잠재운 스케이터가 여자 싱글에서

그것도 현역 시니어 스케이터가 10명도 안되는 변방에서 탄생한 것처럼

아이스 댄싱 역시 러시아가 아닌 새로운 곳에서 변화를 기다리고 있었습니다.


2012-13 시즌 사골곡 카르멘은 

아이스 댄싱에서 부터 다시 핫하게 타오릅니다.

새로운 카르멘의 전쟁이 시작되었고,


2011년 여름부터 직관을 시작한 저는 

이제 영상이 아닌 링크장으로 "카르멘"을 찾아갑니다.


곧 3부에서 계속

카르멘 Part 3: 신 카르멘의 전쟁 혹은 새로운 카르멘의 탄생


2년여전 피겨 스케이팅 음악에 대한 개인적 추억과 생각들을 엮어 

"피겨 쥬크박스"라는 포스팅을 시작했습니다.

첫 음악이 라흐마니노프의 "파가니니 주제에 의한 광시곡 18번"이었죠.

오늘 이 음악을 이렇게 여러번 듣게 될줄은...포스팅을 할 때는 몰랐습니다.

- 2014년 3월 29일, 세계선수권 여자 프리경기가 있던 날 -


김해진 선수 팬카페(http://cafe.daum.net/starhjk)에서 "감귤"님의 제안으로

오프 시즌 동안 시간도 보낼 겸 팬들끼리 

다음시즌에 김해진 선수가 썼으면 하는 곡들을 

재미로 게시판에 추천한 적이 있습니다.


저는 3곡 정도를 추천했는데요.

그 때 올린 추천곡 말고도

몇 곡 더 개인적 사연과 함께

쥬크박스 라는 이름으로 

오프 시즌 동안 주말 마다 포스팅할까 합니다.


프리는 물론 갈라도 추천할 생각입니다....

물론 이 중에는 사골곡

(몇번씩 끓여도 계속 국물이 고아져 나오는 사골처럼 

이미 프로그램으로 자주 쓰였어도 또 계속 쓰이는 음악들을 의미하는 피겨팬들끼리 쓰는 용어)

들도 있는데요.

사골곡은 이미 그 음악을 사용한 

피겨 프로그램들도 같이 링크 할 생각입니다.


쥬크박스의 첫번째 곡은 프리 프로그램용입니다.

라흐마니노프의 파가니니 주제에 의한 광시곡 18번 입니다.

Rachmaninoff"s
Rhapsody On A Theme of Paganini In A Minor, Op. 43 - Variation #18




이게 무슨 곡인가 이야기하기 전에 일단 들어보시죠.



아래 영상은 보너스...

Somewhere in Time이라는 크리스토퍼 리브가 주연한 멜로 영화의 OST로 쓰였습니다.


# 18은 1:35 부터


"파가니니 주제에 의한 광시곡" (Rhapsody on a Theme of Paganini)은 

이탈리아의 바이올린니스트이면서 작곡가인 니콜로 파가니니 (Niccolò Paganini)의 Caprice 바이올린곡 중 

24번곡에 영감을 받아 라흐마니노프가 다시 24개의 변주선율을 만들어 작곡한 곡입니다.

(맞나요..? .저는 그닥 클래식 매니아는 아닙니다.ㅋㅋㅋ 틀리면 고쳐주세요...)


18번은..앗 어감이 좀 이상하다...일단 #18이라고 쓰겠습니다.

#18은 그중에 18번째 선율입니다.


일단 파가니니원곡Caprice No.24 한번 들어보세요.

하이페츠의 연주입니다.



그 다음에 이를 변주한 라흐마니노프의 "파가니니 주제에 의한 광시곡" 들어보세요. 

한 24분 정도됩니다.

미하일 플레트네프 (Mikhail Pletnev) 의 연주입니다.


이번에는 유자 왕 (Yuja Wang)의 연주입니다.


전체 이 곡 중에서 제가 사실 마음에 드는 부분들이 있고 편곡을 하고 싶으나.

사운드 편집 프로그램을 못다루는지라

...


영상 임베디드 하는 것고도 피겨에 대한 포스팅 하면서 배우고,

html 도 복습하고, 간단한 사진 프로그램도 다시 배웠는데..

설마 사운드  까지...

모를 일이죠...

피겨 스케이팅 포스팅 덕분에 많이도 배우네요...^^


특히 18번 선율은 제가 아주 어릴적 초등학교 때

EBS 라디오의 클래식 소개 프로그램의 시그널 뮤직이었습니다.

방학 때 클래식 음악방송 듣고 소감문 쓰는 것이 숙제여서

탐구생활이라고...(초등학교 방학숙제죠...아 오랜만에 이야기하네..)

그거 교육방송에서 들은 후...그 다음이 바로 오전 11시 정도

목소리 부드러운 음악교수가 나와서 해설해주던 프로그램이었습니다.


난해한 교향곡 얻어걸리면...어휴..이러면서..어머니가 끓여준 국수 먹으며

(방학 점심은 당연 국수죠...8월에는 비빔국수, 7월 장마철과 12월 에는 멸치국수

가끔 별미로 여름에는 감자와 옥수수...겨울에는 만두나 호빵..음....쯔,...업...그만해야지....배고프다)

언제 끝나지 하고 버티고는 했는데,


항상 또 재미없는 곡이 나올지 알면서도...

바로 첫 시그널, 이 음악을 들으면 기분이 좋아지고는 했습니다.

무언가 알수없는 새로운 세계가 열릴 것 같다고나 할까요...

(뭐 시그널이 사라진 지 얼마 지나지 않아 교향곡들에 지쳐갔지만서도...하지만 가끔가다

제가 좋아했던 쇼팽이 나오기도 했어요...소나기가 내릴 때 듣는 빗방울전주곡 같이....)


앗....제 추억은 제 추억이고...


일단 바네사 램의 프로그램 한번 보시죠...



이 프로그램의 편곡에 대한 제 의견은

바네사 램의 곡은 초반부와 후반부의 메인테마를 배치한 템포가

과도하게 빠르다는 것입니다.


그래서 스텝과 활주가 그 리듬을 이끌어가는 것이 아니라

그 리듬을 쫓아가기 바빴습니다.

스케이터는 리듬을 쫓아가는 것이 아니라

리듬을 아주 미세하게 앞서나가야.

관객들로 하여금 스케이터가 음악을 이끌어간다는

느낌을 주면서 몰입을 시킬 수 있습니다.


음악이 선수의 안무를 통제하는 것이 아니라

스케이터가 음악을 마치 지휘하는 것처럼 (실제로는 그럴 수 없지만)

가지고 논다는 느낌을 줘야 됩니다.

그것이 시그니처 프로그램으로 통하는 피겨 프로그램들의 공통점인 것 같습니다.


사실 바네사 램 프로그램을 주니어 그랑프리(JGP)에서 보고

아 저 좋은 곡을 저렇게 쓰다니 하고 안타까워서 나름 간직하고 있던 곡입니다.

개인적인 사연도 있는 곡이라서 더욱....

24개의 변주선율이 있는데,

그 중 메인선율을 강조하며 편곡해서

그 빛나는 18번 변주선율까지 묻혀버린 프로그램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런데 제 생각과 비슷하게 편곡된 곡이 지난 시즌 이미 프로그램으로 쓰였습니다.

바로 신시아 파뉴프가 지난 시즌 이곡을 프리 프로그램으로 썼습니다.

스케이트 캐나다의 프리 프로그램을 링크합니다.



스케이트 캐나다에서 직관을 했음에도

워낙 프로그램이 평이해서 기억이 안났을지도 모릅니다.

그런데 이 평이한 프리는 놀랍게도 깨알같은 안무로 유명한 데이비드 윌슨의 안무입니다.

원래 데이비드 윌슨이 의도했던

세세한 표현까지 소화하기 힘들어 중간에 생략했을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여하간 대략 타협하고, 세세한 안무가 없는 윌슨의 프로그램은

사실 다른 안무가와 그다지 다르지 않을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는 프로그램입니다.

역시 안무도 안무지만 스케이터의 역량이 중요한 것이니까요.


처음에 영상을 다시 돌려볼 때에는 음악의 편곡도 아쉬운점이 있었습니다.

중간의 #18의 메인선율 부분도 크레센도로 더 동적으로 편곡할 수 있었을텐데 그러지 못했고,

리듬감을 살리는 선율을 후반부에 넣어줬어야 하지 않나 싶었어요.

바네사 램의 편곡이 너무 스케이터를 서둘르게 만들며 도입부에 리듬에 갇혀버리게 했다면.

파뉴프의 프로그램 편곡은 방점을 찍어주는 데가 없어 관중을 지치게 했다고 생각했습니다...


하지만, 다시 영상을 2번정도 돌려본 결과...


편곡은 꽤 괜찮네요....

문제는 텅빈 안무와 파누프의 기술수행 능력 이었습니다.

음악은 적절한 극적효과도 있고, 강약 조절도 잘 되어있네요.

그러나, 프로그램은 중간에 점프와 스핀의 사이에 트랜지션 안무들이 거의 없습니다....


결국 프로그램이 음악을 깎아 먹고 있는...결과가 되었네요...그게 문제였던것 같습니다.


하지만, 파뉴프의 직관에서의 느낌은 사실 영상에서보다는 훨씬 좋았습니다.

캐나다 팬들의 열광적인 응원도 한 몫했구요.

그리고, 자그마한 여싱보다는 좀더 체격이 있거나 더나아가 바디라인이 예쁜 여싱들이

동작이 큼직큼직해서 현장 직관시 더 좋은 인상을 받는 것 같습니다.


 

그리고 North Atlantic Regional Novice 부문에서

지금은 주니어 부문에 올라간 한국계 미국 피겨 선수,

Simone Kim (김산하) 선수도 바네사 램과 비슷한 편곡으로 프리 경기를 한 적이 있습니다.

 (관련 포스팅: 미국 피겨 지역예선 아시아계 스케이터 & 전체리뷰)

 

그런데 이번 7급 승급 심사에 송여진 선수가 새로운

프리프로그램으로 이곡을 가지고 나왔습니다.

바네사 램의 편곡과 비슷하지만 좀더 비트가 강화된 편곡입니다.

(영상: 알로에주스)


여하튼 이번 시즌에도 보고 싶었는데,

또 보게 되네요...


바네사 램 처럼 메인주제와 18번을 믹스했네요.


그래도 마음에 드는 프로그램이 나왔습니다.

7급에 붙어서 이제 시니어에 출전하게 된

송여진 선수의 이번 시즌 올클린 프로그램을 기원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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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래 쓴 글은 여기까지였는데요...

디씨 피겨갤에 포스팅을 했더니,

"투풋플룹츠"님께서 댓글로 

베스테미아노바 / 부킨 Bestemianova / Bukin 팀의 86년 프리 댄스를 추천해주셨어요.


좋더군요...^^ 86년 월드에서의 경기를 링크합니다.

초반에 경기전 인터뷰가 있어서

FD는 2:00 에 시작합니다.

경기가 끝나고 86월드 정리 해주는 영상도 볼만 한데요...

데비 토마스, 카타니라 비트, 브라이언 오서, 브라이언 보이타노 등이 등장...깨알 같네요..


그리고 다시 나중에 발견한 

타티아나 토트미아니나 / 막심 마리닌 Tatiana Totmianina / Maxim Marinin 페어 팀의 

1999/2000 Russian Nationals, FS 입니다. 


1994년 릴리함메르 올림픽의 페어경기에서도 

캐나다의 브라세어 / 아이슬러 팀이 라흐마니노프의 파가니니 주제에 의한 광시곡 18번을

프리 프로그램 중간에 부분적으로 사용하였습니다.

이들은 오랫동안 빛나던 릴리함메르 올림픽 페어 경기의 한축을 담당하며 동메달을 따냅니다.

제가 20여년전 비디오로 녹화한 영상을 업로드한 유튜브 영상을 링크합니다.

이사벨 브라세어 / 로이드 아이슬러 Isabelle Brasseur / Maxim Marinin FS 1994 올림픽

12-13 시즌에도 라흐마니노프 파가니니 주제에 의한 광시곡

그리고 원곡인 파가니니의 카프리스 24번은

송여진 선수 이외에도 여러 한국 스케이터들이 선택했는데요.

추가로 김태경, 변지현, 이민영 선수의 프로그램을 링크합니다.


김태경 SP 라흐마니노프 "파가니니 주제에 의한 광시곡 18번" 2013 종합선수권


이민영 FS 라흐마니노프 "파가니니 주제에 의한 광시곡"


변지현 Ji-hyun BYUN SP 파가니니 랩소디, 카프리스 24번 (played by David Garrett)

 

미국의 로스 마니어 선수도 "파가니니 주제에 의한 광시곡"을 선택했습니다.

로스 마이너 Ross Miner SP 라흐마니노프 "파가니니 주제에 의한 광시곡"

2013 US Nationals

 

러시아 Paradise, FS 라흐마니노프 "파가니니 주제에 의한 광시곡" 2014 Worlds

추가로 링크하는 음악들


앤드류 로이드 웨버, "파가니니 주제에 의한 변주곡"




반야 프로덕션 (아케이드 댄스오락 Pump it Up 음악), Caprice of Otada


데이비드 가렛, 파가니니 카프리스 24번, 바이올린 독주


데이비드 가렛, 라흐마니노프 파가니니 주제에 의한 광시곡 18번


2013년 12월 19일 업데이트) 


13-14 시즌이 절반이 지나가고 있는 지금

파가니니 주제에 의한 광시곡을 사용한 새로운 프로그램이 나왔습니다.

바로 박소연 선수의 프리 프로그램인데요. 그것도 18번을 사용했더군요.


어제 목동링크에서 박소연 선수의

새로운 프리 프로그램을 직관으로 봤습니다.


박소연 FS 라흐마니노프 "파가니니 주제에 의한 광시곡" (2013.12/18)

(영상: 라수님)


개인적인 생각을 이야기하자면

음악 편곡이 잘 되어있고,

소연선수에게 잘 어울리는 프로그램이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중간중간 안무 포인트가 강조 되어있고,

메인 선율과 18번 선율이 자연스럽게 잘 연결되어 있더군요.


아직 소연선수가 완전히 익숙해지지는 않았지만,

일단 익숙해지면 지난 프로그램보다 훨씬 큰 잠재력이 있는

오히려 더 좋은 프로그램이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사실 짧은 기간동안 

안무를 고려해 새로운 음악을 편곡한 안무가의 능력과 

새로운 곡에 벌써 많이 익숙해진 소연선수의 모습에 

많이 놀랐습니다.


소연 선수가 종합선수권 그리고 올림픽에서 

어떻게 발전시켜갈지 기대가 많이 됩니다.


소연선수의 올림픽 시즌에 행운이 함께하기를 기원합니다.



2014년 3월 29일 업데이트) 


목동 링크에서 처음 봤을 때

짧은 안무 준비 기간에 비해 우아하고 멋진 프로그램이라,

앞으로 어떻게 발전시킬지 기대되는 프로그램이라고 했는데,


역시 행운을 불러오는 프로그램이었습니다.


오늘 박소연 선수는

세계선수권 대회 프리 경기에서 이 프로그램을 클린 하면서

한국 여싱 중 김연아 선수 이외에 

최초로 170점 대를 돌파하고, 

최종 9위로 세계선수권  Top10 안에 들었습니다.


다음 시즌 그랑프리 시리즈에 2번의 참가자격을 얻게 된

박소연 선수가 파가니니 주제에 의한 광시곡을

또 어떻게 발전시켜나갈지 기대가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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