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부에서 계속

카르멘 part 1: 카르멘의 전쟁 혹은 카타리나 비트


2부는 

카타리나 비트 이후의 여자싱글 스케이터들이 시도한 

사골곡으로의 카르멘의 의미와

남싱, 페어, 아댄에서의 카르멘을 살펴보려 합니다.


1988년 캘거리 올림픽에서 전세계를 매혹시킨

카타리나 비트의 "그 카르멘" 이후,

많은 여자 싱글 선수들은 카르멘을 프로그램 음악으로 사용했고,

언젠가는 비트를 넘어서려 했습니다.

비트 이후의 탑싱들도 예외는 아니었죠.


카르멘은 여싱이면 누구나 언젠가는 겪어야 할 

통과 의례였습니다.


다양한 음악 톤과 다이나믹한 내러티브를 가지고 있고,

피겨 관계자와 피겨팬이라면 누구나 아는 곡이 되어 버린 카르멘은 

새롭게 변신하고자 하는

스케이터들이 애용하는 레파토리가 되었습니다.


여자 싱글들이 가장 많이 사용하는 사골곡 베스트 3를 꼽자면

우아하고 청순한 여성적 아름다움을 강조한 백조의 호수

귀여움을 돋보이게 하는 호두까기 인형

그리고 

매혹적인 팜므 파탈의 성숙한 여인을 표현하는 카르멘을 들수 있게 되었습니다.


우아함 혹은 귀여움으로 거의 80여년을 버텨오던 여자 싱글 프로그램에

팜프파탈이라 불리우는 치명적 아름다움 혹은 섹시함이라는

레파토리가 들어온 것은  

헐리우드 배우와 미모와 빙판위의 연기로

전세계 피겨팬을 사로잡았던 카타리나 비트의 충격적인 '카르멘" 프리 프로그램의

영향이 컸습니다.


발레를 바탕으로 한 

백조의 호수와 호두까기 인형 프로그램을 섭렵한

주니어 여자 싱글들은 

시니어로 발돋움하거나 자신의 이미지를 성숙한 스케이터로 변신하고자 할 때

카르멘을 선택했습니다.


이것은 지금도 이어져

시니어 데뷔 혹은 2년차 때 카르멘은 가장 애용되는 프로그램입니다.

카르멘이 다른 사골곡과 다른 점은 바로

캐릭터에로의 몰입과 연기가 필요하다는 것입니다.

또한 차이코프스크의 발레곡들과는 달리

오페라이기 때문에 항상 기악곡으로의 편곡과 

새로운 안무의 창조가 관건이 됩니다.


그래서 

그래도 기본은 하는, 

믿고 쓰는 발레곡 "백조의 호수"와 "호두까기 인형"과는 달리


"카르멘"은 사실

많이 사용됨에도 불구하고 

그 때마다 스케이터에게 디테일한 표현이 많이 요구되어지고

안무가의 창의력이 발휘될 공간이 여전히 많은 

스케이팅 프로그램으로는 수행하기가 꽤 어려운 곡입니다.

그리고 그에 따라 수준의 차이가 확연하게 드러나죠.


하지만 그러함에도 

주니어에서 시니어로 그리고

탑싱에서 포디움 혹은 레전드로 도약하고자 하는 스케이터들이 

항상 시도하고자 하는

잘못 끊이거나 조금만 보관을 잘못하면 바로 상하는 

"저온 살균 사골국"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그래도 후에 레전드가 된 여싱들은 

"카르멘"에 꿋꿋히 도전을 해왔고, 

그 자취를 남겼습니다.

우승이 유력했던 1998년 올림픽에서 타라 리핀스키의 선전에 밀려

금메달을 놓친 미셸콴이 올림픽 이후에 복귀한 쇼트 프로그램도

바로 카르멘이었습니다.


로리니콜에 의해 안무된 이 프로그램은

비제의 카르멘을 직접 사용하기 보다는

비제의 카르멘을 주제로 각기 다른 작곡가들에 의해 편곡된 

발레곡 "카르멘 suite", 바이올린과 오케스트라를 위한 "카르멘 판타지"

그리고 영화 카르멘(1983)의 OST를 사용했습니다.


아직 레전드가 되기전 첫 올림픽에서 좌절한 

(그리고 한번의 올림픽에서 더 좌절하게 되고 오히려 그로 인해 레전드가 된)

미셸 콴이 분위기를 전환하기 위해 새로운 헤어스타일과 함께

새로운 각오로 택한 컴백 음악이었던 것입니다.


미셸 콴 Michelle Kwan "The Fate of Carmen" 1998 Keri Figure Skating Classic 


하지만 카르멘은 콴을 대표하는 프로그램이 되지 못합니다.

그리고 콴은 또 한번의 올림픽에서 좌절한 후

아랑훼즈 협주곡 (02-03) 과 토스카(03-04)라는 

잊지못할 시그니처 프로그램을 남기게 됩니다.


사샤 코헨의 경우

첫 올림픽과 세계선수권의 프리 프로그램이 

그녀의 성격답게 야심차게 "카르멘"이었습니다. 

그리고 역시 사샤 코헨에게는 

시그니처 프로그램이 되지 못합니다.

말라가냐(02~04)로 성공을 거두고

팜므 파탈과 캐릭터를 표현하는 변신을 포기하고

유연성이 강점인 자신의 장점을 살려 

발레 음악 백조의 호수(03~04) 와 호두까기 인형(04~05)으로 전성기를 구가하죠.


사샤 코헨 Sasha Cohen FS 2002 US Nationals FS



남자 싱글의 경우는 

음악은 카르멘이지만, 사실 "카르멘"을 놓고 대결하게 되는

돈 호세 혹은 에스카미요 라고 하는것이 맞을 듯 합니다.

고향에 약혼녀를 놓고온 진지하고 보수적인 스페인 하사관, 돈 호세

용맹하고 열정적인 투우사, 에스카미요 

이 둘의 캐릭가 교차로 나타나거나 혹은 하나를 택하게 됩니다.

관건은 사랑에 빠진 돈 호세보다는 분노하는 돈호세와

남성미가 강조된 투우사 에스카미요를 박력있게 연기하는 것이

포인트인 것 같습니다..


역시 박력 스케이팅의 선두주자 

러시아 남싱들이 호쾌한 점프와 함께 괜찮은 프로그램들을 남겼습니다.


빅토르 페트렌코 Victor Petrenko "Carmen" 1991 Worlds SP 


예브게니 플루센코 Evgeni Plushenko "Carmen" FS 2002 Olympics 


이번 시즌 "진짜" 마지막 시즌 프리 프로그램으로 자신의 여러 프로그램들을 조금씩 보여주는

"플루센코에의 헌정"을 한다고 하니 조금 볼 수 있을지도 모르겠네요.

피겨 역사에 길이 남을 야구딘의 올림픽 시즌 프로그램들에 밀려

많은 조명을 못받은 플르센코의 비운의 프리 프로그램입니다.

하지만 갈라에서는 플루센코의 "Sex Bomb"이 3대 금지 프로그램 중의 하나인 야구딘의 "바나나"보다 선호되고 있으니...


생각난 김에 17세 야구딘의 시니어 월드 데뷔 프로그램 "카르멘"도 보죠.


알렉세이 야구딘 Alexei Yagudin "Carmen" FS 1997 Worlds 


1988년 캘거리에는 카타리나 비트와 데비 토마스의 카르멘만 있었던 것이 아닙니다.

페어 금메달에 빛나는 

페어의 전설 예카테리나 고르디예바/세르게이 그린코프의

카르멘도 있었습니다.


예카테리나 고르디예바 / 세르게이 그린코프 Ekaterian Gordeeva / Sergei Grinkov 

"Carmen" SP1988 올림픽


비록 카타리나 비트의 카르멘에 밀렸지만,

이들의 카르멘 역시 만만치 않습니다. 

우선 의상만 봐도 하얀색입니다. 세상에....

이들은 이 프로그램으로 금메달을 차지했지만 

아직 최고의 순간은 오지 않았습니다. (The Best is yet to come)


G&G는 94년 다시 복귀한 릴리함메르 올림픽에서의

프리 프로그램, 베토벤의 비창과 월광 메들리를 시그니처로 남기며 페어의 절대 레전드가 되죠.


그리고 이듬해 세르게이 그린코프는 레이크 플레시드에서 심장마비로 세상을 떠납니다.



그린코프가 숨을 거둔 레이크 플레시드의 링크에 걸린 세르게이 그린코프 추모 액자


이후 고르디예바는 솔로로 아이스쇼에 서게 됩니다.



올해 홀로 공연한 고르디예바의 카르멘입니다.


예카테리나 고르디예바 Ekaterina Gordeeva "Carmen" 2013 



역시 열정적인 내러티브와 이번 시즌 "진짜" 마지막 시즌 프리 프로그램으로 자신의 여러 프로그램들을 조금씩 보여주는

3각 관계의 캐릭터를 제대로 보여줄 수 있는

장르는 아이스 댄싱입니다.

1977년에 공연한 모이세바/미넨코프의 카르멘을 보시죠.

영상의 마지막 부분에 이들의 코치였던 젊은시절의 타티아나 타라소바 코치를 볼 수 있습니다.


이리나 모이세바 / 안드레이 미넨코프 Irina MOISEEVA / Andrei MINENKOV 

"Carmen" Ex 1977 Worlds


안젤리카 크릴로바 / 올렉 오브시아니코프 Anjelika Krylova / Oleg Ovsyannikov 

"Carmen" FD1998 Olympic

일본 방송 (롱샷 위주)

미국 CBS (미디엄 샷, 클로즈업 위주)


연기와 캐릭터면에서

사실 크릴로바의 모습은 거의 카르멘에 빙의된 경지입니다.




음악이 시작되기 전부터 시작해서

프리가 끝났음에도 그 여진이 계속되는 듯한 모습이죠.



그 크릴로바냐구요? 

그렇습니다. 바로 부부 코치로 카메렝고와 함께 디트로이트 클럽을 이끌고 있는

그 안젤리카 크릴로바입니다. 

(주니어 그랑프리 레이크 플레시드 링크 사이드에서 봤을 때도 여전히 빛나던 왠지 서늘한 미모의 카리스마...

감히 싸인받을 생각조차 못하게하는...)


크릴로바의 캐릭터 연기가 성공적인 경우 

위의 영상처럼 캐릭터에 완전히 몰입되는 모습으로 나타납니다..


하지만 몰입된 캐릭터 연기와 포인트가 강조된 안무는

자칫 삐끗하면 너무 과장되어 보이거나 기술적 요소를 흘려버리는 위험도 있죠.

디트로이트 클럽의 페살라/부르자 그리고 위버/포제 등이 가지고 있는 장점과 단점도

이러한 점들입니다.

크릴보바/오브시나이코프는 결국 열정적인 카르멘 프리에도 불구하고,

은메달에 머무릅니다.


타티아나 나브카 / 로만 코스토마로프 Tatiana Navka / Roman Kostomarov

"Carmen" FD 2006 Olympics 


나브카 / 코스토라로프의 카르멘은

조금더 계산적이고 치밀합니다. 

그것은 신체점제의 도입과도 관련이 있는데요.

첫 신체점제 올림픽이었던 2006년 토리노 올림픽에서

1998년 올림픽의 크릴로바/오브시아니코프의 자유분방하고

내러티브와 캐릭터를 강조한 프로그램을 하다가는

사실 세부적인 기술사항을 충족시키기가 매우 힘들 것입니다.


피치도 상대적으로 강약을 조절하고,

내러티브를 잃어버리지 않지만 댄서들이 캐릭터에 완전히 몰입되기 보다는 

조절하면서 기술적인 면도 세심하게 신경쓰는 것이 보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역설적으로 오히려 더 보기 편한 느낌도 드네요.

드라마 같이 몰아치는 극적인 아이스 댄싱의 시대는 이제 구체점제와 함께 사라진 것이죠.

결국 이들은 올림픽 챔피언이 됩니다.


그렇다면 신체점제에서 새로운 카르멘의 탄생은 영영 물건너 간 것일까요?

구체점제에 대한 반복되는 옛사랑의 노래를

일시에 잠재운 스케이터가 여자 싱글에서

그것도 현역 시니어 스케이터가 10명도 안되는 변방에서 탄생한 것처럼

아이스 댄싱 역시 러시아가 아닌 새로운 곳에서 변화를 기다리고 있었습니다.


2012-13 시즌 사골곡 카르멘은 

아이스 댄싱에서 부터 다시 핫하게 타오릅니다.

새로운 카르멘의 전쟁이 시작되었고,


2011년 여름부터 직관을 시작한 저는 

이제 영상이 아닌 링크장으로 "카르멘"을 찾아갑니다.


곧 3부에서 계속

카르멘 Part 3: 신 카르멘의 전쟁 혹은 새로운 카르멘의 탄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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