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년전 미국에 온지 1달도 안되었을 때

쇼핑몰에 중국 음식을 사 먹으러 갔었어요.

미국의 중국음식은 정말 느끼하고 너무 달아요.

그리고 먹고 나면 항상 졸립니다.

인공조미료를 너무 많이 써서 그렇다고들 하더군요.


짜장면 짬뽕은 당연히 없고,

가끔 한국 음식점에서 짜장면과 짬뽕을 팝니다.


오렌지 치킨을 먹고

(오렌지 치킨은 오렌지 소스에 프라이드 치킨을 버무린 미국화 된 중국 음식(Americanized Chinese Food)입니다.)

콜라를 마시고 있었죠.


당시 차가 없어서 외출이 자유롭지 않았던 터라

이왕 걸어 간 김에

사람들 구경도 하고 여기저기 돌아다니기 시작했습니다.


그런데, 어디서 익숙한 목소리와 멜로디가 들렸습니다.


뭐지 싶어서 찾아간 곳은

여자 초등학생들 옷을 파는 가게 였어요

(Justice라는 가게였습니다. http://www.shopjustice.com/)

그리고 매장의 모니터에서 노래를 부르고 있는 이들은

바로 원더 걸스였습니다.


Endless Tape으로 계속 나오고 있는 

원더걸스의 Nobody를 보고 있었습니다.

한국에서 볼 때에는 깜찍하기만 했던 원더걸스의 "노바디"



하지만 미국 땅에서 원더걸스의 "Nobody"를 영어버젼으로 보고 있으니,

뭐랄까요...비현실적이었다고 할까요...


제가 덩그라니 미국의 쇼핑몰에서 아메리칸 차이니즈 푸드를 먹고 있는 것처럼,

원더걸스가 미국의 초등학생 옷가게의 모니터에서 60년대의 흑인 여자그룹 The Supremes를

차용한 의상을 입고 영어 Nobody를 부르는 것도 그랬습니다.


한국을 떠난지 1달만에,

저도 갑자기 아무도 모르고 어디에도 속해있지 않은

Nobody가 되어 있듯이,

당시 한국의 최고 인기 걸그룹이었던 그들도 그랬습니다.


모니터를 보고 있는데

몇몇 미국 아이들이 모여서 이야기 하고 있더군요.


"Who's that girl?"

"Maybe Asian girls?"

     "Nobody, nobody~~~ ♬♩♪♩"

"Where are they from?"

"Who knows? Japan? "

                "Nobody, nobody but you~~~ ♬"


괜히 멋쩍어서 서서히 발걸을을 떼었습니다.

그것이 미국 땅에서 제가 처음 접한 K-Pop이었습니다.


오늘 소개할 피겨 쥬크박스 다섯번째 곡은

원더걸스 Like This 입니다.



원더걸스 (Wonder Girls)의 새로운 곡이 6월 3일 릴리싱 되었습니다.


방학때 한국에 가면 친구들이나 후배들에게서

K-Pop이 미국에서도 정말 그렇게 인기 있냐는 질문을 많이 받는데요.


사실 저도 잘 모릅니다.

K-Pop을 좋아할만한 세대와 제가 접할 일이 없고,

미국의 고등학생과 이야기를 나누어 본적도 없으니까요.


쇼핑몰에서 접하는 잠간의 관찰 정도?

일단 k-pop에 관심을 보이는 연령대는

low teen을 중심으로 high teen까지 확산되는 것 같습니다.

Justin Bieber, Carly Rae Jepsen의 팬 층과 거의 겹친다고 하면 될까요?


하지만 놀랍게도 그동안에

K-Pop의 미국 진출은 하나씩 하나씩

진행되고 있었습니다.


그 중에서도 소녀시대의

데이비드 레터만 쇼의 진출은

처음으로 미국 주류 방송에 소개되었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전국 공중파 방송 (Network Television)을 통해 미국 전역에 방송되었다는 것이니까요.


뉴욕 양키스의 일본인 선수가 그러더군요.

일본에서도 데이비드 레터만 쇼가 인기 있냐는 질문에

"데이비드 레터만 쇼가 도대체 뭐야?"

(자막: "What is the David Letterman show?")

그만큼 데이비드 레터만쇼는 가장 미국적인 것을 의미합니다.



그리고 아침 시간에 방송되는 켈리 토크쇼


처음이니까 상징적인 의미가 있었습니다.

하지만 이러한 전략이 적합한지에 대해서는 의문이 들고는 했습니다.


이것은 비슷한 시기

하이틴과 로우틴이 주 시청자층인 TeenNick 이라는 케이블 채널에

TV영화로 진출한 원더 걸스와 대조적인 접근법이었습니다.



몇년전 곧바로 미국으로 떠난 원더걸스와 

일본을 거쳐 미국으로 간 소녀시대의 행보만큼이나 상반된

접근법이었죠.


하지만, 제가 주목하고 있었던 것은

제3의 접근법이었습니다.

그것은 바로 인터넷을 통한 cover song과 Flash Mob을 통한

세계 곳곳의 자발적인 k-pop 바람이었습니다.


K Pop은 미국의 음반매장과 주류 미디어에서는

Nobody였지만,

이미 유튜브와 온라인에서는

"내가 제일 잘 나가" (I am the best) 라고 소리치며

커다란 회오리를 일으키고 있었습니다.




이런 점에서 이번 Like This는

그전보다는 그 방향을 제대로 잡았다고 하고 싶습니다.

미국 팝문화에 주눅들어, 오리지널의 그림자를 따라하려고

노력한 것이 아닌,

어느 정도 자신감이 느껴지고 있으니까요.


Nobody에서의 The Supremes의 흉내내기

그리고 Be My Baby에서의 Beyonce의 그림자가

Flash Mob의 참여 속에서 사라져가는 듯한 모습이 더 보기 좋았습니다.




Like This의 메이킹 비디오(behind scene footage) 입니다.

(촬영장소는 여주 프리미엄 아울렛인데요...

명품을 판매하는 곳에서 촬영된 플래시 몹이라는 것이 아이러니하게 느껴지기는 했어요.)



플래시 몹은 어느새

통신수단, 모바일과 영상장비의 발달과 함께

가장 핫한 퍼포먼스와 이벤트가 되었습니다.

유튜브에서 Viral Video중 많은 것들이 플래시 몹이기도 하죠.


벨기에 트워프 중앙역의 그 유명한 Sound of Music 플래시 몹입니다. (2009년 3월 23일 오전 8시)



마이클잭슨을 추모 하는 스웨덴 스톡홀름의 Flash Mob (209년 7월 8일 오후 5:30분)



이에 화답하여 세계 각지에서 마이클 잭슨을 추모하기 위한 flash mob이 시작됩니다.


미국 덴버 공항의 플래시 몹 (2011년 11월 22일)



그리고 미국의 통신회사 AT&T가 플래시 몹을 패러디한 광고를 내놓기도 합니다.


한국도 플래시 몹의 열풍에 동참합니다.




사실 플래쉬 몹의 원형은 인터넷과 함께 갑자기 생겨난 것은 아닙니다.


컬트 무비와 각종 공연에서 플래시 몹의 원형을 엿볼수 있습니다.

컬트 무비 "로키호러 픽쳐쇼"에서 더욱 확연하게 이러한 요소를 찾아볼 수 있습니다.

관객에게 영화속 댄스 동작을 가르치고 따라하게 끔 하는 이 영화는

스크린의 경계를 허물고

미국의 재상영관 영화관들을 자발적인 퍼포먼스 무대로 만들어 갑니다.


로키호러 픽쳐쇼 Time Warp (1975년)

(0:51과   2:36을 보시면 댄스 동작을 가르치는 것이 보입니다.)


플래시 몹의 원조 록키 호러 픽쳐쇼를 위한 트리뷰트



미국 Denver



Stevenson University


Northampton


그리고 헤드윅 Wig in a Box 2001년 (from Hedwig and the Angry Inch)

(가사를 가르쳐주는 4:07~4:21 을 유심히 보세요.)


이러한 장면이 어디선가 본 듯 하지요.

저는 곧바로 이제 10년도 더 된 4,000만 국민을 대상으로 한 월드컵 응원 광고가 생각났습니다.

SK 텔레콤 2002년 월드컵 붉은악마 광고


사실 월드컵 거리 응원은 플래시 몹의 한국적인 원형을 보여줬다고 생각합니다.

(한석규의 붉은악마 박수 cf를 유튜브에서 찾다가 왜없지 하다가 깨달았습니다.

이 때는 유튜브 자체가 없었던 때죠...

youtube는 2005년 Paypal에 근무했던 3명의 직원에 의해 만들어졌습니다.)


Like This의 춤 가르치기 가사도 그리 새로운 것은 아닙니다.

한국 인디계에 나름 매니아를 거느리고 있는 그룹, "눈뜨고 코베인"의 라이브를 보시죠.


눈 뜨고 코베인 (당신 발 밑) 2011년

이른바 "왼발 오른발 댄스"



플래시 몹의 가장 큰 특징은 바로

참여와 자발성 그리고 일상으로부터의 자유입니다.

퍼포먼스를 펼치는 공연자와 그것을 지켜보는 관객이 따로 있는 것이 아닌

공연과 관람의 경계라는 공간이 허물어지고,

기존에 닫혀있던 공간을 점령한 후,

공연의 시간 역시 일상의 시간 속으로 홀연히 사라지는 그것이 플래시 몹의

매력인 거죠.

(그리고 그러한 점들이 전체주의의 매스게임 혹은 집단체조를 볼 때 느끼는 답답함 및 거북함과 대조적으로

플래시 몹을 볼 때 흐뭇한 웃음이 지어지는 이유입니다.)


인터액션과 참여는

사실 피겨에서도 관중의 유도를 불러일으키는 중요한 요소입니다.

궁극적으로 관중과 함께 호흡하지 못하는 스케이터는 감동을 주지 못합니다.


최근에 본 프로그램 중에 이러한 관객의 호응과 참여를 불러일으키는 프로그램이

갈라도 아닌 컴피에서 보여졌습니다.

바로 제레미 애봇의 쇼트입니다.



영상의 2:46초 정도에서 박수를 유도하는 제레미의 저 동작

그리고 3:14 에서 관중들을 향해 댄스를 선보이는 안무야말로

이 프로그램을 제가 좋아하는 이유입니다.


올댓 스케이트 쇼의 프로모션은 이미 이런 트렌드를 꽤뚫고 있었습니다.


2011 올댓 스케이트와 함께 춤을




작년 올댓쇼의 댄스 동작이 사실 조금 어려웠다면

올해 올댓쇼는 좀더 간단한 동작을 선보입니다.

(올댓스케이트 2012 스프링 관련 포스팅 링크)


김연아 선수의 낙원댄스 강습 2012년



곽민정, 김진서, 김해진의 낙원댄스 2012년


막공 공연의 김연아 다음카페 회원들의 플래시 몹 (2012년 5월)


그리고 피날레에서 출연진과 함께 하는 낙원 댄스 (2012년 5월)



아직 K Pop은 온라인 밖에서는

플래시 몹과 같이 갑자기 나타났다 온라인과 팬덤 속으로 사라지는

온라인 찻잔 속의 태풍입니다.



하지만, 중요한 것은

이미 음반산업의 무게 중심은 오프라인에서 온라인으로 옮겨온지

오래라는 점입니다.

찻잔은 계속해서 커지고 있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대형 슈퍼마켓 (Grocery Store)에서 Like This 앨범을 발견하기 보다는

Itunes USA 차트에서 발견하기를 기다리는 것도 그 때문입니다.


저가 상품, 전쟁과 냉전의 이미지를 떠올리게 하던 한국은

김연아의 밴쿠버 우승, 그리고 K Pop 및 한국영화 드라마의 약진과 함께

cool 하고 세련된 이미지의 국가로 조금씩 바뀌고 있습니다.

그리고 그 중심에 온라인/모바일 세대가 있습니다.


스케이트 쇼 이야기를 해보자면,

이미 30년이 된 "스타즈 온 아이스" 같은 스케이팅 쇼가 있고,

비용이 많이 들어 진입하기 어렵다는 북미의 스케이트 쇼 시장이

어쩌면 김연아 선수는 물론 넥스트 김연아 세대의 성장

그리고 K Pop의 성장과 함께 더 쉽게 이루어질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K Pop의 걸그룹과 우리의 스케이터들이 상호 상승 작용을 일으키는 것을 생각해보세요.

이번 올댓 스케이트 2012의 김진서 선수의

Fantastic Baby는 빅뱅 해외팬들에게도 꽤 잘알려지면서

한국 남자 스케이터가 "있다"는 것을 알려주는 신호탄이 되었습니다.

실제로 해외의 빅뱅 팬들이 유튜브에서 검색어를 타고 들어와 한국 피겨를 접하게 된 것이죠.


Wow, he is fantastic. He's hot, picked a freaking awesome song, run on ice, && he sure can skate! That dude knows how to work a crowd ;D I was cheering and I didn't even know him.

(와 진짜 판타스틱한데요...스케이터 진짜 죽여주네요. 그리고 완전 신나는 곡을 골라 얼음위를 달리며, 스케이팅이 뭔지 보여주고 있여요. 정말 관중을 어떻게 움직여야 할지 알고 있구요. 이제 그를 응원하고 있어요. 그가 누군지도 알지 못하지만...)


WOW he is really awesome <333 Everyone in Korea have swag? They have it in blood? They definitely born with it.

(와 진짜 대단하네요....한국에 있는 모든 사람들은 다 이렇게 춤을 출수 있나보죠? 피 속에 에 그런게 있나요? 타고나는 것임에 틀림없어요.)


15만이 넘는 무시무시한 조회수와 K Pop 팬들의 댓글이 이를 보여주고 있습니다.



게다가 제가 직관한 "스타즈 온 아이스" 캐나다에서 본 바로는

북미 아이스 쇼의 주 타겟은 젊은 층이 아니라

중장년 층입니다.

이른바 올드 피겨 스케이팅 팬들이고

관객 또한 그 연령대가 상대적으로 많습니다.

스타즈 온 아이스 캐나다 직관 포스팅 링크


젊은 북미의 스케이팅 관객들 혹은 K Pop 팬들에게

한국의 Hot 한 스케이팅 쇼를 보여준다면

저는 충분히 승산이 있다고 생각합니다.

실제로 단체로 왔던 High Teen들은 기회만 있으면 좀더

신나게 즐기고 싶어하는데, 다소 조용해서 아쉬워하더군요.


그런점에서 최근의 K Pop의

이른바 스마트 폰  세대 속에서의 인기는 

큰 기회임에 틀림없습니다.


물론 어느정도의 시행착오는 있겠지요...

하지만 그 속에서 배우는 것이 있을 것입니다.


원더걸스가

더이상 Nobody가 아니라

바로 이렇게 (Like This) 돌아왔듯이...

 
한국의 피겨스케이팅도 그동안 그렇게 성장해 왔으니까요.

+ Recent post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