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1년 가을, 학기 시작을 위해 한국에서 돌아오면서 

역시 늦은나이에 저처럼 직장을 그만두고 유학을 온 친구도 볼겸

중간체류를 하게된 뉴욕시에서

저는 여전히 브로드웨이 뮤지컬을 보고 싶었어요.


하지만, 티켓 박스의 

만만치 않은 티켓값과 긴 줄을 보고 

발길을 돌렸습니다.

그리고 어느 공원을 찾아가게 되었습니다.


그날 그 공원에서 

여러 사람들을 만나게 되었죠.


Occupy Wall Street의 포스터 http://en.wikipedia.org/wiki/Occupy_Wall_Street

 

그들을 우리는

Occupy Wall Street "월스트리트를 점령하라" 라고 부릅니다.



"우리는 99% 입니다."

Paul Stein/Flickr http://www.mnn.com/lifestyle/responsible-living/blogs/occupy-wall-street-embraces-environmentalists


"도서관 사서도 시위에 나서기 시작한다는 것은 세상이 심하게 잘못되었다는 것입니다."

http://blog.ounodesign.com/2011/10/05/occupy-wall-street/


"당신의 집을 잃게 되었나요? 월스트리트가 훔쳐간 것입니다. -_-"

http://www.streetartutopia.com/?p=4334


자원봉사 나온 사람들이 나누어준 

세계각지의 음식을 먹고,

부의 불균형과 이윤창출을 위해 

브레이크 없이 치닫고 있는 탐욕의 세계에 대한

자유로운 토론과 연설을 들으며, 

http://commons.wikimedia.org/wiki/File:Occupy_Wall_Street_Group_Discussion_2011_Shankbone.JPG


세계각지에서 온 사람들의 공연도 보고 음악도 들었던

http://www.journographica.com/2012/03/19/occupy-wall-street-marks-its-spring/20120317_occupy_wall_street-12/

http://commons.wikimedia.org/wiki/File:Day_14_Occupy_Wall_Street_September_30_2011_Shankbone_11.JPG


주코티 파크에서 보낸 하루의 기억은 

오랫동안 잊혀지지 않았어요.


"아큐파이 월스트리트에 온것을 환영합니다. 이곳은 지구상에서 가장 행복한 곳입니다."

http://msmagazine.com/blog/2011/11/30/from-may-68-to-occupy-wall-street-vive-le-feminisme/


"오랜동안 느끼지 못했던 희망이란 것을 지금 이순간 처음으로 느꼈습니다."

http://blog.ounodesign.com/2011/10/05/occupy-wall-street/


공원을 떠나기전 어느 분이 들고 있는 배너를 보았습니다.

"나는 2개의 석사와 1개의 박사 학위를 가지고 있고,

그리고...비정규직이다. 나는 99%다."

배너를 읽다가 눈이 마주쳤어요.

그리고 말했죠.

"대학원에 있는 유학생이에요.

이번학기부터 장학금이 끊길거 같아요."

우리는 오랫동안 악수를 나누었습니다.


"대학 졸업장은 곧 실업을 의미합니다."

http://www.classesandcareers.com/education/2011/10/19/occupy-wall-street/


주코티 파크를 떠나 

대출을 받아 유학온 친구의 기숙사로 향하다가

문득 기억하게 되었죠.

10 여년전 처음 갔던 런던의 배낭여행에서

대영박물관의 로제타 스톤보다도 기억에 남았던 

웨스트엔드의 뮤지컬 레미제라블을 볼수 있었던 것은

더 싼 티켓을 동료들에게 여러번 물어보며 찾아 주었던

반값 티켓 창구의 어느 직원 덕분이었다는 것을.

그리고 정장을 입은 사람들 틈에서 허름한 파카를 입은 유일한 관객이었다는 것도...


그것이 제가 기억하는 뉴욕의 가을, 런던의 겨울입니다.


http://blog.ounodesign.com/2011/10/05/occupy-wall-street/


오늘의 피겨 쥬크박스는 레미라블 Les Misérables 입니다.


"레 미제라블"은

프랑스의 빅토르 위고 Victor Hugo 가 

프랑스 혁명을 배경으로

빵 도둑으로 죄수가 되어, 자신의 과거를 숨기고 시장이 되는 

쟝 발장파란만장한 일생을 중심으로

쟈베르 경감, 팡틴, 마리우스, 코제트, 에포닌 등의 캐릭터들을 통해 

인간에 대한 믿음과 신뢰를 그려낸 소설입니다.


1861년 출간이후 수많은 독자들이 읽어왔던

고전 "레미제라블"은 120년 가까이 흐른 후

1980년, 프랑스 파리에서 뮤지컬로 재탄생합니다.



처음 프랑스 파리에서 초연했을 당시에는 그다지 호응을 받지 못했습니다.

아무래도 뮤지컬이라는 장르가 프랑스에서 받아들여지기는 쉽지 않았을 테니까요.

하지만, 캐츠를 프로듀싱한 웨스트엔드의 마법사 카메론 맥킨토시의 손을 거치면서

뮤지컬 "레미제라블"은 길이 남을 뮤지컬로 재탄생되었습니다.


뮤지컬 레미제라블에는 사랑받는 많은 곡들이 있는데요.

물론 이 곡들은 피겨 스케이팅의 음악으로도 자주 사용되고 있습니다. 


레미제라블 메들리


I Dreamed a Dream


Master of the House


 A Heart Full of Love


On My Own


A Little Fall of Rain


Do You Hear the People Sing?


Bring Him Home


피겨 스케이팅에도 기억될만한 프로그램들이 많이 나왔습니다.

특히 감성적인 멜로디 때문인지 주로 예술성과 안무에서 좋은 평가를 받는 

스케이터들이 레미제라블에 도전해왔죠.


토드 엘드리지 1998


미셸 콴 1998



커트 브라우닝 2000


제 기억에 남는 프로그램 중의 하나는

바로 페샬라/부르쟈의 레미제라블이었습니다.

다소 과도한 시도로 무리수를 두기도 하는 프랑스의 아댄팀은

자신들의 정체성을 살릴 수 있는

이 프로그램에서는 빛나는 퍼포먼스를 보여줍니다.


이 프로그램이 기억에 남는 것은

프랑스어 가사 때문이기도 한데요.

영어가사에 익숙해져서 그렇지,

오리지널 가사는 사실 프랑스어였습니다.

앞에서 이야기했듯이 뮤지컬 레미제라블의 초연은 파리에서였습니다.


페살라 / 부르자의 파리 초연도 그리 성공적이지는 않았습니다.

나탈리 부르쟈/ 파비앙 페샬라 트로피 에릭 봉파르드 2005


하지만, 이들은 좀더 성숙된 프로그램을 토리노 올림픽에서 보여줍니다.

나탈리 페샬라 / 파비앙 부르쟈 2006 토리노 올림픽


갈라 프로그램으로는 캐롤라인 장의 프로그램도 있었습니다.

캐롤라인 장 2009 "On My Own"


페어 프로그램에서도 빛나는 프로그램이 있었죠.

커스틴 무어-타워스 / 딜란 모스코비치 2010


곽민정 선수는 밴쿠버 올림픽에서 레미제라블 프리 프로그램으로

첫 올림픽 출전에 13위라는 좋은 성적을 기록합니다.

 

이후에도 레미제라블은 여전히 스케이터들의 단골 프로그램입니다.

에밀리아 니콜로시 2011 


그리고 이번 시즌 레미제라블은 여러 선수들에 의해 다시 선보입니다.


시즌을 여는 북미의 섬머 컴피티션 스케이트 디트로이트에서 

캐나다의 케이트 샤보네 선수가 레미제라블의

Bring Him Home을 선보였습니다.


그리고 한국에서도 주니어 임아현 선수 2012년 5월 시즌 시작전에 열린 승급심사에서 레미제라블을 선보입니다.


제레미 애봇 역시 Bring Him Home을 선보였습니다.

(지난 시즌과 마찬가지로 클린 프로그램을 바라는 팬들을 안타깝게 했지만...) 


그리고 보스톤 스케이팅 클럽의 세계에서 가장 오래된 

클럽 아이스 쇼에서도 미국 내셔널 노비스부문에서 9위를 차지했던

 메간 웨센버그가 레미제라블을 선보였습니다.

 

하지만, 역시 이번 시즌을 레미제라블의 시간으로 만든 것은

바로 다시 컴피에 돌아온 한명의 한국의 스케이터 때문이었습니다.


마치 김연아 선수의 레미제라블을 기다렸다는 듯이

2012년 하반기 문화계는 레미제라블의 시간이었습니다.


뮤지컬 레미제라블의 한국어 정식 초연이

시작되었구요... 



12월말 전세계 개봉이 확정된 뮤지컬 영화 "레미제라블"이 

11월초 부터 예고편을 공개합니다.




그리고 장발장 역할의 휴 잭맨은

11월 말, 한국에서 열린 프로모션 행사에서

다음과 같이 이야기합니다.



"김연아 선수에게 말하고 싶은 메시지가 있습니다.

이미 금메달을 땄지만, 

레 미제라블을 선곡했기 때문에,

이번에도 확실히 금메달을 딸 것입니다. 김연아 짱!!!

10년 뒤에 레미제라블 아이스 쇼에서 김연아 선수와 같이 하기를 바랍니다."

 

이제 세계 피겨 팬들은 시선은 12월초 독일의 도르트문트로 향합니다.

NRW트로피 에서 컴피에 복귀한 김연아 선수가 드디어 새로운 프로그램을 선보이기 때문이었죠.




그리고 1월 종합선수권에서 한국의 4천 관중들 앞에서

김연아 선수는 더욱 아름다워진 레미제라블을 선보입니다.



크린 프로그램...그 곳에 있었지만, 

왠지 느껴졌습니다. 

"최고는 아직 오지 않았다"는 것을


그리고 영국의 런던에서 처음 만났던 레미제라블을

저는 농담처럼 캐나다의 런던에서 다시 만났습니다.

제 가방에는 10 여년전 샀던 레미제라블 티셔츠가 들어 있었습니다.



. . . . .


제가 미국에서 레미제라블의 음악을 처음 들었던 것은, 

2011년 2월이었습니다.


미국의 위스콘신 주의회의사당에는

공공부문 노조를 와해하는 법안을 반대하는

사람들이 하나둘씩 모여들었습니다.

그리고 주회의사당을 가득 채운 사람들은

노래를 부르기 시작했습니다.

  


미국 위스콘신주의 공공부문 노조 정리는

80년대초 영국에서부터 시작된 신보수주의의 연장선상에 있습니다.


80년대 초 영국의 보수당 대처 수상은 영국의 노조를 와해시켰고,

수백년의 싸움을 통해 쟁취한 노조를 잃은 영국의 노동자들은 

기계부품과 같이 감가상각의 대상이 되어 정리 해고 되었습니다.

대부분의 영국 노동계급이 실업자로 전락하는 동안

런던은 그들의 눈물을 자양분 삼아 투기자본가들의 화려한 천국으로 변모하였죠.

그것이 식료품 가게 주인의 딸 대처 수상이 부르짓던 "영국병의 치료"였습니다.



이러한 신보수주의는 신자유주의라는 이름으로 더욱더 세련되게 다듬어져

국제 투기 자본은 개별 국가의 금융시스템을 먹어치우기 시작했습니다.

그것이 한국의 IMF였고,

이후 한국 사회 역시 노동유연화라는 이름아래 88만원 세대의 "알바천국"이 되었죠...


2011년 2월, 수많은 저항에도 불구하고

공무원 노조를 와해시키려는 미국 위스콘신주의 법률은 결국 통과되었고,

이를 통과시킨데 결정적 공헌을 한 주지사를 퇴임시키려는 주민 소환투표에서도

노조지지자들은 다시 패배하였습니다.



그리고 그해 가을

투기 금융의 천국 뉴욕의 월스트리트에서는

"Occupy Wall Street" 운동이 시작되었습니다.



월스트리트 앞에 위치한 주코티 파크를 점령했던

시위대는 추운 도시의 겨울도, 경찰의 탄압도 이겨냈지만, 

조직화되지 못하고 점차 시간에 밀려 사라져갔습니다.


1년 뒤 위스콘신 주는 자신의 주에서 부통령 후보가 나온 공화당 대신 

민주당에 표를 던지며, 오바마의 재선에 힘을 보태었지만,

많은 것이 변하지는 않았어요.



역사는 참 아이러니컬 합니다.

80년대 공공부문을 사유화 하는 정책을 펼쳤던,

영국 대처 전수상의 장례식은

영국정부의 국비로 진행되었습니다.


노동자 계급 출신으로 대처와 마찬가지로 옥스포드 대학을 졸업했으나, 대처와 달리 영국 노동계급의 삻을 진실하게 담아온 영화 감독 켄로치는 다음과 같이 말했습니다.

 "대처의 장례식을 민영화하자. 입찰을 시켜, 가장 싼 가격의 업체에게 주도록 하자. 그것이 바로 그녀가 그로톡 원해왔던 것들이다."

출처: http://movies.yahoo.com/blogs/movie-talk/angel-share-director-ken-loach-slams-margaret-thatcher-233352271.html


그리고, 금융자본의 천국 런던의 

웨스트엔드 최장기 공연 뮤지컬은 

바로 레미제라블입니다.


레미제라블은 웨스트 엔드에 처음으로 선보인 1985년 10월 이후 

지금까지도 무대에 오르며,

런던 웨스트엔드의 최장기 공연 기록을 계속해서 늘려가고 있습니다.


소설로 출간된지 151 년

뮤지컬로 공연된지 33 년


스크린에서



은반위에서 


레미제라블이 계속하여 전세계의 사람들에게 사랑을 받 이유는 무엇일까요?


그것은 바로

비싼 티켓값을 지불해야하는 웨스트엔드와 브로드웨이의 뮤지컬 무대가 아니더라도

일상의 상상력이 답답한 격식과 끝없는 소비의 무덤에서 

언제라도 우리를 즐겁게 해방시켜주기를 기원하는...


 



 



마치, 세계 곳곳을 점령하였던 (Occupy) 유쾌한 시위대들 처럼


http://www.huffingtonpost.com/2011/10/13/occupy-wall-street-liberals_n_1008808.html

Occupy Toronto 의 물총 시위 http://thefec.org/node/2579

월스트리트를 "청소하는" 시위대 http://thefec.org/node/2579


그리고 국적과 언어를 초월한 유대감이 

좀더 좋은 세상을 위한 우리의 의지로 나타나기를 기원하는...


 



너는 듣고 있는가? 분노한 민중의 노래

다시는 노예처럼 살수 없다 외치는 소리

심장 박동 요동처 북소리 되어 울릴 때

내일이 열려 밝은 아침이 오리라.


뉴욕의 월스트리트 앞 주코티 파크에서 시작하여,

미국의 샌프란시스코, 호주의 시드니 , 필리핀의 마닐라, 한국의 서울은 물론

알래스카와 남극에서  외치는

샌프란시스코를 점령하라 Occupy San Francisco


시드니를 점령하라 Occupy Sydney


필리핀 마닐라의 Occupy Manila


서울을 점령하라 "Occupy Seoul"

남극에서 보내온 Occupy Wall Street 지지 사진 http://monkeyfister.blogspot.com/2011_10_16_archive.html


알래스카 http://thefec.org/node/2579


우리, 99%의 내일에 대한 희망 때문이 아닐까요?


"당신은 말하겠죠. 내가 몽상가라고. 하지만 저 혼자만은 아니랍니다. " (From John Lennon "Imagine")

2011년 10월 17일 전세계 행동의 날, 스웨덴 스톡홀름


에필로그)

포스팅을 준비 하고 있는 동안,

"무한도전" 멤버들이 정리해고를 주제로 레미제라블 노래를 불렀더군요.

포스팅을 하고 보니, 곧 5월 1일이네요.

5월 1일은 전세계 노동자의 날, "메이데이" 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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