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니스 텐 Denis Ten의 이번 시즌 프로그램 음악이 공개되었습니다.


쇼트 음은 상의 "죽음의 무도" Danse Macabre 

프리 음악 쇼스타코비치의 발레 음악 "The Lady and the Hooligan"입니다.


아이스 네트워크와의 인터뷰를 통해서 

데니스 텐은 지난 시즌 세계선수권에서의 깜짝 우승과

이번 시즌 프로그램에 대해서 이야기했습니다.

http://web.icenetwork.com/news/2013/08/28/58761898/world-silver-medalist-ten-will-be-a-hooligan


2013 세계선수권 그런데 쇼트? or 프리?


쇼트 음악 SP music

생상 Saint-Saens의 "죽음의 무도" Danse Macabre 


조윤범의 파워클래식에 소개된 

생상의 "죽음의 무도" 설명인데요. 

성악곡, 교향시 등으로 편곡된 여러 버젼 중

피겨 팬들에게 가장 잘 알려진 버젼(^^;)으로 들려줍니다.


일단 죽음의 무도는 단지 클래식 음악에서 나온 것은 아닌데요.

중세의 회화, 시(발라드), 연극(도덕극)에서도 많이 쓰이는 소재입니다.

생상 역시 시에서 영감을 받아 작곡을 했다고 합니다.

잘 소개된 포스팅이 있어서 소개합니다.

관련 포스팅 링크: 아트 Talk! Talk! - 죽음의 무도


죽음의 소재가 자주 등장한 것은 바로 회화였습니다.

그리고 그 회화 안에서 죽음은 다시 음악과 연결됩니다.


한스 홀바인 Hans Holbein (the Younger) "대사들" The Ambassadors, 

그림 하단의 해골위에 "류트"라는 악기가 있습니다. 자세히 보면 줄이 하나 끊어져 있죠.


아놀드 뵈클린 arnold böcklin "자화상" (Self Portait) http://pictify.com/370603/arnold-bcklin

해골이 연주하는 바이올린을 보면 가장 낮은 음역인 G선 하나만 남겨져 있고, 나머지 줄들은 모두 끊어져 있습니다.


두 그림에서 볼 수 있듯이

팽팽하게 잡아당겨진 현악기의 남아 있는 줄과 끊어진 줄이 

죽음과 삶 사이의 팽팽한 긴장이라는 메타포와 연결되어 있습니다.

한국어에도 "마지막 끈을 놓는다"라는 표현이 있죠.


과학이 발전함에 따라 낫을 든 죽음의 사자는 이제 메스를 든 의사로 바뀌고, 

죽음의 음악은 이제 바이탈 사인으로 바뀝니다.

현대 의학에서는 "플랫 라인" (Flatline)으로 통하는...


출처http://www.coolchaser.com/graphics/tag/flatline


영화 "유혹의 선" Flatliners 포스터, (치명적인 선을 유혹의 선으로 번역한 타이틀 작명은 실패!!!)

스페인어 제목은 "Linea Mortal" (죽음의 선) 이다.


다른 영화에서는 "죽음의 춤"은 이런 분위기로 표현되죠.

잉그마르 베르히만 감독의 "제 7의 봉인"  The Seventh Seal

그 유명한 죽음의 춤 장면입니다.

죽음의 춤, 현장 스틸 사진 인듯. 원래 영화는 흑백입니다.

자신의 죽음을 걸고 대결하는 체스 한판.


그리고 팀 버튼의 영화 스타일까지


아이스 네트워크의 인터뷰에 따르면 이번 "죽음의 무도"의 선곡은

데니스 텐의 의견이라고 합니다.

안무 동작은 현대무용으로 이루어질 것이라고 하는데요.

이런 분위기일까요?



데니트 텐의 코치인 프랭크 캐롤과 팀을 이뤄

프로그램을 안무해온 로리 니콜은 

2002년 올림픽 시즌에도 역시 프랭크 캐롤이 지도하던

티모시 게블의 쇼트 프로그램으로 "죽음의 무도"를 안무한 적이 있습니다.

티모시 게블은 솔트레이크 시티에서 이 프로그램을 클린하며 올림픽 동메달을 따냅니다.


티모시 게블 Timothy Goebel SP 2002 Olympics


프로그램 재활용으로 피겨팬들의 비판을 받기도 하는

로리 니콜이 이번에는 데니스 텐의 안무를 

티코시 게블의 프로그램과 

얼마나 다르게 구성할지 궁금해집니다.


이런 스케이팅 군무도 있습니다.

http://youtu.be/KvcwLxACfwY


마지막으로 죽음의 무도 프로그램으로 누구나 기억하는 

"그 시그니처 프로그램"을 링크해 봅니다.


김연아 Yuna Kim SP 2009 World Chamionsips


지금 다시보니 한동작 한동작의 카리스마로 전율이 느껴지는데,

만약 저에게 김연아 선수의 프로그램 중에

피겨 스케이팅 트렌드에 가장 큰 영향을 끼친 프로그램을 뽑으라면 저는 주저없이

"죽음의 무도"를 뽑겠습니다.


위의 티모시 게블의 쇼트를 보니 더욱 그런 생각이 드네요.

아릅답거나 귀엽거나 혹은 유혹하는 표현에 갖혀있던 여자 싱글이

남자 싱글에 못지 않게 아니 그 이상으로 압도적으로 

카리스마가 가득찬 스케이팅을 펼칠 수 있다는 

새로운 패러다임을 만든 프로그램이라고 생각합니다.


이것은 우아한 비련의 여주인공(백조의 호수), 귀여운 소녀 (호두까기 인형) 

그리고 팜프파탈(카르멘) 사이에서 오가던

100년간 이어져온 여자 싱글의 레파토리에 혁명과도 같은 것이었습니다.  


저는 북미의 젊은 여성들에게 최근 피겨 스케이팅이 인기가 없는 이유도 

몇년간 북미의 여자 챔피언이 없었던 이유도 있지만, 

여자 피겨 스케이팅의 상투적인 레파토리 때문이 아닐까 생각합니다


"김연아의 죽음의 무도"는 시간이 지날수록 더욱더 

여자 싱글 스케이터의 새로운 위상을 만든 프로그램으로 평가 받을 것입니다.

달라진 여성의 위치와 그러한 시대가 요구했던 바로 "그 프로그램"이었던 것이죠.


프리 음악 FS music

쇼스타코비치(Shostakovich)의 발레 음악 "The Lady and the Hooligan"


번역하자면 "숙녀와 건달" 정도 되겠는데요.

거친 건달이 곱게큰 소녀를 사랑하는 이야기는 사실 무한 반복 변주되는 레파토리입니다.


에밀리 브론테의 소설, 히스클리프와 캐서린의 사랑과 애증이 가득한 "폭풍의 언덕"



사기꾼 도박사와 독실한 구세군 아가씨의 사랑을 그린 브로드웨이 뮤지컬 "아가씨와 건달들" Guys and Dolls


항구 노동자 마론 브란도와 여대생 에바 마리 세인트가 만나는 "워터 프런트" On the Waterfront


껄렁한 고등학생 존 트라볼타와 얌전한 전학생 올리비아 뉴튼존의 청춘 뮤지컬 "그리스" Grease


권투선수 (부탁해요~~) 덕화형과 모범생 (Imagine) 예진아씨가 나오는 한국 청춘영화 "진짜진짜 미안해"


댄서 패트릭 스웨이지와 소녀 제니퍼 그레이의 여름날의 첫사랑을 그린 "더티댄싱" Dirty Dancing


한국 공연에서는 "비보이를 사랑한 발레리나" 


최근 영화에서는 B Boy와 발레리나의 사랑을 그린 "Step Up" 



그리고 그 후속편들....


등등...휴~~~~


피겨에서는 피겨 스케이터를 사랑한 하키선수의 컨셉으로 갈라가 있었죠.

테사 버츄 / 스캇 모이어 Tessa Virtue / Scott Moir EX 2010 Olympics


거꾸로 성역할을 바꿔서 노동계급 톰보이와 화이트 칼라 초식남의 사랑을 그린 

영화 및 드라마도 80년대 부터 나오고 있습니다.

관련 포스팅: 캐논 - B Girl을 사랑한 발레리노


대표적인 영화로

제철소에서 일하는 여성 노동자와 그녀의 엘리트 상사의 사랑을 그린 "플래시 댄스" Flashdance



카메라 앵글과 편집을 보면, 춤 연습이 아니라 마치 록키가 복싱 연습을 하는 것 같습니다.

이 영화에는 피겨 스케이팅도 중요한 모티브로 등장합니다.


걸그룹 캐릭터로 보면 2NE1?


다시 데니스 텐의 프리 프로그램 이야기로 돌아와서...

단막 발레극인 쇼스타코비치의 "The Lady and the Hooligan" 역시

건달인 한 청년이 상류층 소녀를 사랑하게 되는 이야기를 그리고 있습니다.

이 프로그램이 위에서 열거한 각종 영화, 뮤지컬과 다른 점은

바로 건달의 캐릭터를 "혼자서" 그것도 "고전 발레"로 표현해야 된다는 것입니다.


위의 변주된 내러티브들의 사례를 보면 알겠지만, 

껄렁한 역할의 남/여 주인공은 대부분

껌을 씹거나 샌드백을 치거나

더티댄싱, 트위스트, B Boy 의 춤을 춥니다.

즉 당대 대표적으로 반항적 트렌드로 반항적 주인공을 표현하는 것이죠.

그리고 그것이 바로 그 주인공이 매력적인 이유가 됩니다.


 

이러한 캐릭터들은

고전적인 발레와는 거리가 멉니다...

정확히 말하면 발레는 이들 건달 캐릭터와 대척점에 있습니다.


앞에서 링크했던 "The Lady and the Hooligan" 유튜브 영상은 

러시아 세인트 페테르스부르크의 마린스키 발레단의 공연영상입니다.

로리 니콜은 발레와 현대무용에서 안무를 빌려와

피겨 스케이팅에 접목시키는데 일가견을 가지고 있는데요.

(카롤리나 코스트너의 11-12 시즌 프로그램에 대해서도 유명한 현대무용의 동작과 비교하는 포스팅들이 꽤 있었죠.)


아이스 네트워크의 인터뷰에 따르면

이번 데니스 텐의 프리 프로그램도

고전적인 러시아 풍의 안무가 될것이고

실제로 쇼스타코비치의 발레에서 안무동작을 가져올 것이라고 합니다.

(위의 영상을 보고, 나중에 데니트 텐의 프로그램이 공개되었을 때

안무 동작을 발견하는 재미도 쏠쏠할 듯 합니다.)


문제는 데니스 텐이 이러한 발레 동작을 통해 

캐릭터를 어떻게 표현할 수 있을 것인가입니다.

발레를 보러 온 관객이 발레 동작 속에서 건달의 캐릭터를 느끼는 것과

피겨 관중이 발레 안무를 보며 건달의 캐릭터를 느끼는 것은 

매우 다른 반응이 될 것입니다.


물론 피겨 스케이팅에 처음 쓰이는 것은 아닙니다.

같은 음악을 사용한 페어 프로그램을 링크해 보겠습니다.

엘레나 베흐케 / 데니스 페트로프 Elena Bechke / Denis Petrov 1996 Professional Worlds


만약 이 프로그램이 남자 싱글이라면 어떠했을까요?


인터뷰에서 밝혔듯이 데니스 텐이 이번 프리 프로그램을 어려워 하는 것도

당연합니다.


지난 시즌 데니스 텐은

쇼트, 프리를 연작으로 구성한 "The Artist" 프로그램으로

시즌 내내 부진하다가 막판에 월드에서 대박을 날렸는데요.


시상식에서 금메달 리스트의 국가를 라이브로 부른 캐나다 아마빌레 합창단은 

과연 카자흐스탄 국가를 연습했을까요? 영원한 미스테리로 남을 듯...

새로운 국기가 시상식에 올라가는 것은 언제나 지켜볼 때 즐겁습니다.


2013 세계선수권 남자 싱글 시상식 후 기념 촬영

카자흐스탄의 피겨 역사를 새로 쓰는 것 뿐만 아니라

일약 카자흐스탄의 민간 외교관이 된 (카타리나 비트가 동독의 얼굴이었듯이)

데니스 텐이

올림픽 시즌에는 어떤 결과를 남기게 될까요?

일단 선곡은 완료되었습니다.


2013 세계선수권 갈라에서의 데니스 텐 "Singin' in the Rain"


ps.1.

일단 이야기가 나온김에 쇼스타코비치에 대해서 이야기해보죠

쇼스타코비치는 소련의 작곡가로 예술에 대한 검열로 어려움을 겪었지만,

이를 이겨내고 많은 명작들을 남겼습니다.

고전음악에서 부터 표현주의와 현대음악의 스타일을 아우르는 작곡가라고 하는데요.


피겨 스케이팅에서는 쇼스타코비치의 음악 중 Allegretto from Trio No. 2가

2011-12 시즌 카롤리나 코스트너의 쇼트로 사용된바 있습니다.

역시 로리니콜의 안무였습니다.




ps. 2

사실 제가 쇼스타코비치의 음악이 기억에 남았던 것은

이제는 볼수 없는 배우가 나오는 이 영화의 바로 이 장면 때문입니다.

쇼스타코비치의 Waltz 2 from Jazz Suites 입니다.



아이스 댄스에서 쓰면 좋지 않을까 생각했는데,

사실 이들의 음악을 사용한 아댄 팀이 있습니다.



90년대 미국 아이스 댄스의 개척자였던 나오미 랑 / 피터 체르니셰브는

2002-2003 시즌 오리지널 댄스로 쇼스타코비치의 왈츠를 사용했습니다.

아쉽게도 전체 영상은 없고, 이들의 팬이 편집한 몽타쥬만 있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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