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0년대 올림픽 피겨 스케이팅에서 연속으로 금메달을 딴 

카타리나 비트에 대한 ESPN의 다큐멘터리가 방송되었다. 

카타리나 비트와 피겨스케이팅을 

냉전체제의 시각에서 재조명할 듯 싶었는데, 역시 그랬다.



"The Diplomat," Documentary film about Katarina Witt just began at ESPN. (ET 8pm~9pm) 

"외교관" 카타리나 비트에 대한 다큐멘터리가 동부시간 저녁 8시부터 ESPN 채널에서 방금전 시작되었다.


이렇게 트윗을 날리고 다큐멘터리를 보았다.



카타리나 비트의 다큐멘터리는 잊고 있었던 

지구촌 영상음악과 미군방송 AFKN에서 보여주던 듀란듀란의 뮤직비디오의 색감과 

87년 봄 어느날 갑자기 난데 없이 방학이라며 서울에 올라와서는 

매일 어디론가 나갔다가 밤 늦게야 돌아오던

대학생 사촌형의 몸에서 나던 매운냄새를 되살려 주었다.


인터넷 곡괭이질로 찾은 1987년 지구촌 영상음악의 박혜성과 엘비스 프레슬리 영상

80년대 하면 떠오르는 바로 이런 색감인거지. 듀란 듀란 뮤직비디오 New Moon on Monday


다큐는 대략 피겨 스케이팅 버전 "백야"와 "타인의 삶" 사이에서 줄타기를 한다. 

카타리나 비트는 말한다. 

그 많은 모순과 동독 경찰의 자신의 대한 감시에 분노하면서도, 

자신이 동독에 없었다면 아마도 피겨를 배우는 비용을 감당할 수 없었을 것이라고.



사진 출처: http://www.imdb.com/title/tt2788620/


베를린 장벽이 무너진 후, 동독의 엘리트 운동선수들이 수당을 받았다는 것이 밝혀지고, 

온국민의 영웅이던 비트 역시 가난에 고통받는 국민들을 외면한 파렴치한으로 비난받는다. 

비트는 동독이 처음으로 인정한 공식적인 프로 운동선수였다.


비트는 20년동안 아이스쇼에서 활동하였다. 

한편으로는 중요한 것은 개인이 새로운 인생을 열어가는 것이라는 이야기를 하면서도, 

독일 통일 후 비트는 올림픽에 다시 참가했고,

2018 뮌헨 동계올림픽 유치위원장이 되었다.



동독 비밀 경찰에 협박당해 비트를 감시하는 역할을 했던 

페어 스케이터 잉고 스토이어는 

가장 어두운 과거이고 후회하지만, 선택의 여지가 없었다고 말한다. 

만약 협조하지 않았다면 자신의 스케이터로서의 커리어는 끝났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동독 비밀 경찰에 협력한 것은 제 인생의 오점입니다. 하지만 지울수는 없어요.

제가 누군가에게 상처를 줄 것이라고 생각하지는 않았습니다.

그 당시 비밀경찰이 내민 협조 동의서에 싸인하지 않았다면, 

나는 세계챔피언이 될 수도 없었을 것이고, 코치도 못하고 있을 거에요."


베를린 장벽이 무너지기 전 80년대 동독 비밀경찰의 민간인 감시를 그린 영화 "타인의 삶"의 예고편,

음반 프로듀싱을 하는게 아니라 도청중. 뭐 동독에서만 있었던 일은 아니다...



(동독 비밀 경찰 자료 보관소에서) 카타리나 비트에 관한, 27개의 박스 안에 3,500 페이지에 달하는 감시 문서가 발견되었다. 

그 중 오직 181 페이지만이 일반에게 공개되었다.






자신의 커리어를 위해 동료를 배신했던 잉고 스토이어는 

비밀경찰에 협력한 과거 때문에 국가대표 코치직을 물러났다.

하지만, 그가 지도한 알레오나 사브첸코/ 로빈 졸코비는 다른 코치를 찾을 수도 있었지만

졸코비가 자신이 몸담았던 독일군의 후원을 잃으면서까지,

코치의 곁을 지키고 결국 이들은 법원에 항소해 

밴쿠버올림픽에서 스토이어는 독일 대표팀의 코치로 참가할 수 있게 된다.



다시 비트의 이야기로 돌아와서,


비트는 1984년 사라예보 올림픽에서 강력한 경쟁자 미국의 로잘린 섬너스를

간발의 차이로 제치고 금메달을  딴다.


비트는 사라예보 올림픽 우승 후 세계선수권 마저 우승하고, 

은반의 여제가 된다.

하지만 비트는 다음 올림픽까지 은퇴할 수 없었다.

아마츄어 은퇴는 프로가 금지된 동독에서 은반을 떠나는 것을 의미했기 때문


비트의 코치 유타 뮬러가

직접 피겨를 가르친 딸 가브리엘 자이페르트는

2회 월드챔피언(69.70)이 되었고 올림픽(68)에서 은메달까지 땄지만,

아마츄어 은퇴후 프로 활동을 금지한 동독정부의 정책 때문에, 

결국 은반을 떠나야 했다.


유타 뮬러 Jutta Müller 코치와 그녀의 딸 1968 올림픽 은메달리스트 가브리엘 자이페르트 Gabriele Seyfert


딸의 좌절을 곁에서 지켜볼 수 밖에 없었던 유타 뮬러는 

캘거리 올림픽 전 

비트의 꿈을 위해 동독정부와 협상을 한다. 


뮬러 코치 그리고 카타리나 비트



동독정부는 조건을 건다. 

바로 비트의 올림픽 2연속 금메달


자유로의 티켓을 위해 비트는 

캘거리 올림픽 링크에 선다.


(소냐 헤니 이후) 52년동안 어떤 여자 싱글 스케이터도 2연속으로 올림픽 챔피언이 된 적이 없었다. 





사진 출처: http://www.imdb.com/title/tt2788620/  © Verwendung weltweit


http://www.thedailybeast.com/witw/articles/2013/08/06/the-diplomat-on-espn-katarina-witt-the-most-beautiful-face-of-east-german-socialism.html  (c) Daniel Janin/AFP/Getty



올림픽 공식 기록 영화 (카타리나 비트 경기 영상 부분 및 시상식)


결국 소냐 헤니 이후 처음으로 이룬 여자싱글의 2연속 금메달은 냉전의 산물이었던 것. 

그리고 비트에게 있어서는 자유로의 티켓이었던 것. 


미국에 망명했다가 다시 소련에 의해 억류된 소련 발레리노와 소련으로 망명한 미국 댄서의 우정을 그린 

영화 "백야" (1985) White Nights. 주제가 Say You Say Me로 더 유명한 영화였다.

그나저나 미하일 바리시니코프, 그레고리 하인즈, 이자벨 로셀리니 젊은 거 봐라...


카타니라 비트는 냉전체제에서 동독과 공산권의 

"가장 아름다운 얼굴"의 역할을 떠맡은 

체제 선전을 위한 외교관 "The Diplomat" 이었던 것이다.








다큐의 마지막에 비트가 뮬러 코치가 가르치는 링크를 찾아 이렇게 말한다. "링크에 가면 항상 좋다"

비트와 뮬러 코치는 가장 친한 친구로 지금까지 남아있다. 

링크에서 두사람이 팔을 걸치고 나란히 서서 

뮬러의 현재 제자들을 지켜보는 것을 보여준후, 




사진 출처: http://www.imdb.com/title/tt2788620/


카메라는 빙상장의 하늘을 비추고, 

그 위에 비트, 뮬러 코치, 스토이어, 슈타지 관계자의 현재를 알리는 자막이 흐르며 다큐는 끝난다.


비트가 연습하던 켐니츠 링크의 현재


카타리나 비트는 프로 스케이터로 20년 동안 국제무대에서 활약했다.


유타 뮬러는 피겨 역사상 가장 성공적인 코치중 한명으로 남아 있다.


피겨 스케이팅에서 은퇴한 후 잉고 스토이어는 켐니츠 아이스 링크에서 세계챔피언들을 길러냈다.


에곤 크렌즈 (동독 비밀경찰 슈타지 멤버)는 냉전시대 범죄 혐의로 6년 6개월 복역을 선고받았다.


분단 45년만에, 동독과 서독은 1990년 10월 3일 통일되었다.


카타리나 비트는 통일된 독일을 대표하여 1994년 그녀의 세번째 올림픽에 참가하였다.

그리고

그녀는 2018 뮌헨 동계 올림픽 유치위원장으로 선출되었다.


ps.1 서울올림픽, 사촌형 그리고 베를린 장벽


다큐에 등장하는 80년대의 서독과 동독, 무너진 베를린 장벽을 보면서 

오래전의 기억들이 떠올랐다. 






사촌형은 대학신입생 때 학교 앞 음악감상실에서 DJ를 하다가 학사 경고를 맞고 대학을 잘린 후

서울에 올라와 우리집에서 노량진의 재수단과반을 다니며 대학입시를 다시 준비하고 있었다.

F.R. David의 "Words"를 기타를 치며, 

팝송은 미국에만 있는게 아니라고 이야기한 후

알제리 출신 프랑스 가수의 노래를 서툰 영어로 나에게 불러주고는 했다..



워즈 돈컴이지 투미 하우캔 아이 파인드 어 웨이

투 매이크유 시 아이러뷰 워즈 돈컴 이지


형 한테는 이야기하지 않았지만, 사실 나는 듀란듀란 보다는 아하의 팬이었다. 



두번째 대학생이 되어 다시 찾아온 형은 팝송이 아닌 다른 노래를 불러주었다.

하지만, 87년 봄, 형의 매캐한 냄새가 어쩌면 담배가 아니었을지도 모른다는 것을 

나중에 내가 형의 나이가 되서야 알았다.


서울 올림픽에서 싸인을 받았던 

동독 여자 수영선수들의 금메달과 신기록들이 

체제 선전을 위해 엘리트 체육을 육성하며

기록 갱신을 위해 약물을 주사했던 냉전의 어두운 진실이라는 것도





"스포츠는 국가를 선전하기 때문이죠."


그리고 서울 올림픽 대회 유치 자체도 그다지 다르지 않았다는 것도

내가 그 선수들의 나이가 되서야 알았다.



20년이나 흘러 "라면 먹고 뛰었다"는 건 임춘애 선수가 한 말이 아니라는 것도 알게 되었다.

국가대표에게 금지 약물을 주사했던 동독에 비하면, 

영웅을 만들기 위한 "라면소녀" 과장보도는 그래도 귀엽다고 해야할까나..

관련포스팅 링크: http://dunpil.tistory.com/75


"서울은 세계로, 세계는 서울로"....


사진 출처 및 추천포스팅: 내가 기억하는 1988년 88올림픽의 추억 10가지


결국 미래가 자신들의 편이라던 공산주의 동독은 5년도 지나지 않아 몰락했고 

동독의 엘리트 선수들은 약물의 부작용으로 지금까지 고생하고 있다.

한편, 88올림픽을 유치하고 서울의 판자촌을 절단냈던 독재자는 

아직도 벌금을 안내고 88대고 있다.


카타리나 비트의 인터뷰를 보며 누군가가 계속 오버랩 되었다는 것은 말할 필요도 없을 것이다. 

같은해의 올림픽 유치를 신청했던 뮌헨과 평창의 평행선 처럼...

수십년간 분단되어 서로 왕래할 수 없었던 베를린 장벽과 DMZ처럼... 

국가와 엘리트 스포츠 선수의 그 애증의 관계 역시...


그럴 수만은 없겠지만,

그래서 더욱더 이번만은 그녀가 그녀 자신을 위해 스케이팅 하기를 

마음속 깊이 기원한다.


ps. 2 피겨 스케이팅


피겨 스케이팅 장면이 생각만큼 많이 나오지는 않지만

그래도 쏠쏠한 장면들이 꽤 있다.


카타리나 비트의 진솔한 인터뷰는 기본이고,


어린시절 연습 영상은 물론,




잉고 슈토이어 코치의 현재를 보여주면서 사졸네 연습장면이 등장할 때는

유심히 보면서 무슨 프로그램일까 생각하고 있는데...컷트 -_-




그리고 유타 뮬러 코치와 브라이언 보이타노가 나와서 인터뷰도 하고,


유타 뮬러 코치는 이렇게 말한다. 

"피겨 스케이팅은 제 인생입니다. 제 인생이었고, 앞으로도 그럴거에요."


"카르멘 온 아이스 촬영은 환상적인 경험이었어요. 

영화 세트가 만들어졌고, 집시마을에 가서 로케이션 촬영을 하기도 했죠."


캘거리 올림픽 이후에 베를린 장벽이 무너질 때

스페인에서 "Carmen on Ice"를 찍는 메이킹 필름도 조금 보여주기도 했다.

카르멘으로 분한 카타리나 비트를 두고 브라이언 보이타노와 브라이언 오서가 제2의 

브라이언의 전투 (Battle of Brians)을 벌이는, 전체 장면이 모두 피겨 스케이팅으로 촬영된 영화



냉전체제의 시각에서 바라본 피겨 스케이팅 스타 카타리나 비트의 다큐멘터리

"The Diplomat" 

나중에 한국에 방영하거나 인터넷에서 볼 수 있으면 

꼭 보라고 추천하고 싶다. 반드시 피겨 스케이팅 팬이 아니더라도...


사진 출처: http://sportsillustrated.cnn.com/more/news/20130426/katarina-witt-the-diplomat/


http://www.girlsofsportsblog.com/2013/08/katarina-witt-figure-skating.html



ps. 3 활자

1985년 3월 27일 동아일보


1985년 3월 30일 동아일보


1988년 2월 29일 동아일보


1988년 11월 5일 매일경제


1989년 11월 22일 동아일보


1989년 12월 23일 경향신문



1993년 11월 26일 경향신문


1993년 12월 15일 한겨레


1994년 1월 11일 경향신문



1994년 4월 4일 동아일보


1996년 7월 3일 경향신문




ps. 4 Words


사실 트위터에 간략하게 쓰기 시작한 것이 이 포스팅의 시작이었다.

역시 트위터는 다큐 리뷰 따위를 쓰는데 맞지 않는다는 사실을

제법 많은 문장을 잘라서 트위터에 쓴 다음에야 다시금 알게 되었다...쓰업...

어쩌면 내가 트위터에 원래 맞지 않았을 수도 있지...

그리고 이제 이글은 피겨 블로그에도 맞지 않는 글이 되어 가고 있다.


더 많은 시간이 흐르고, 

생활에 지쳐가다 연락이 끊겼던 사촌 형이 

몇년동안 행방불명 된 후 다시 연락이 되었을 때

형은 이제 어떤 노래도 부르지 않는다는 것도 

그제서야 알게 되었다.

그리고 어느새 지구촌 영상음악도 이미 사라졌다는 것을 

그 때서야 알게 되었다.



무슨 말을 해야 할까요?


어떻게 해야 내가 당신을 사랑한다는 것을 

당신이 알 수 있을까요?


단어가 생각나지 않아요.


이것이 내가 당신을 사랑한다고 말할 수 있는 유일한 길이에요.

당신을 위해 내가 만든

소박한 노래에요.

사랑한다고 말할 때

숨겨진 의미 따위는 없죠.


하지만 쉽지 않아요.

나에게 단어가 떠오르지 않아요.

이제 1달 후 7월 1일에 새로운 시즌이 시작됩니다.

이번 시즌은 매년 있는 그런 시즌은 아닙니다.

바로 4년마다 한번씩 돌아오는 

하지만 선수로 뛸 수 있는 기간이 짧은 피겨 선수에게는

일생에 단한번 일수도 있는

바로 올림픽 시즌이기 때문이죠.


어린 나이부터 빙판에서 부딪히는 모든 어려움을 이기고

꿋꿋이 피겨 스케이터의 길을 가는 

모든 선수들의 꿈은 바로

올림픽 출전일 것입니다.


내부 경쟁이 치열한 미국의 운동선수들은 

올림픽 출전자를 "올림피안"이라고 부르며

참가만으로도 평생 커다란 명예로 생각하는데요.

동계 스포츠의 경우 전통적으로 강국이었던

미국 여자 싱글의 경우 "올림피안"이 되기 위한

경쟁은 정말로 치열합니다.


아이스 다이어리 Ice Diaries 는 올림픽을 향한 

미국 피겨 스케이터들의 꿈과 노력을 담은 다큐멘터리 시리즈입니다.

배경은 2005-2006 시즌.

바로 2006 토리노 올림픽이 이들의 목표입니다.


2006 토리노 올림픽은 처음으로 신체점제가 도입된 올림픽이었는데요.

구체점제의 여싱 절대 강자였던 미국은 토리노 올림픽을 앞두고

피겨 스케이팅 금메달의 꿈을 계속 키워나가고 있었습니다.

타라 리핀스키, 사라 휴즈가 각각 

지난 두 번의 올림픽에서 연이어 금메달을 안겨준 미국은

여전히 가장 강력한 우승 후보 두 명을 가지고 있었기 때문이죠.


5번이나 세계선수권을 제패하면서도 

유독 올림픽 금메달과는 인연이 없던 미셸 콴,

그리고 역시 지난 올림픽에서 4위로 포디움에 들지 못하고 2연속 월드 은메달리스트에 머무른

원조 야망녀 사샤 코헨

두 선수는 올림픽 시즌, 그랑프리에 출전하지는 않지만,

부상을 회복하고 컨디션을 조절하며 올림픽 출전을 준비하고 있었습니다.

이들이 월드 챔피언 러시아의 이리나 슬루츠카야와 올림픽 우승을 놓고 대결할 예정이었습니다.

(결국 금메달은 의외의 스케이터에게 돌아갔지만...)


3명의 올림픽 출전권을 가지고 있는 미국의 또다른 관심은

바로 3번째 대표선수였습니다.

이변이 많은 피겨 스케이팅의 속성상 3번째 출전자가 우승을 하지 말하는 법도 없으니까요.

솔트 레이크 올림픽에서

인생경기를 펼치며 올림픽 챔피언이 된 사라 휴즈도

미셸 콴, 사샤 코헨에 이은 3번째 출전자였습니다.


2006년 1월 열리는 미국 내셔널의 3위 이내를 차지하면

올림픽 출전을 할수 있습니다.


미국 케이블 방송인 TLC는

아이스 다이어리 Ice Diaries 라는 다큐멘터리 시리즈를 통해

4명의 스케이터들이 올림픽 시즌 

올림픽 출전을 위한 꿈에 도전하는 모습을 담아갑니다.




그래서 1명의 "Ice Diary" 가 아니라 

4명의 이야기를 담은 "Ice Diaries" 입니다.


이 다큐에 출연하는 4명의 스케이터입니다.


알리사 시즈니 Alissa Czisny

1987년 6월 생, 2005 내셔널 시니어 7위

훈련지: 디트로이트 스케이팅 클럽 (미시간)

코치: 줄리안 베를린


베아트리사(비비) 리앙 Beatrisa "Bebe" Liang

1988년 3월 생, 2005 내셔널 시니어 5위

훈련지: All Year FSC (캘리포니아)

코치: 프랭크 캐롤


다니엘 케일리 Danielle Kahle

1989년 4월 생, 2005 내셔널 시니어 5위

훈련지: All Year FSC (캘리포니아)

코치: 프랭크 캐롤


산드라(샌디) 러커 Sandra Rucker

1987년 10월 생, 2005 내셔널 주니어 1위

훈련지: Broadmoor SC (콜로라도 스프링스)

코치: 톰 자크라섹


출연진은 전년도 내셔널 상위권 선수 위주로 섭외되었는데요.


바로 직전 시즌인 2005 미국 내셔널 여자 싱글 결과

출처: http://en.wikipedia.org/wiki/2005_United_States_Figure_Skating_Championships


제니퍼 커크 Jennifer Kirk 는 올림픽 시즌 직전에 은퇴하였고,

출연진들은 키미 마이스너에밀리 휴즈 이외에 3위를 노릴수 있는 유력한 후보들이었습니다.

게다가 다니엘 칼리와 산드라 러커는 

제 블로그에서도 소개한 바 있는 "아이스 프린세스"라는 영화에서

관련 포스팅: 낭중지추 응원합니다: 김지영   

이미 스케이터 대역을 한 경험도 있었기 때문에 제작진의 입장에서는 섭외하기 편했을 듯 합니다.


아이스 다이어리는 케이블 채널 TLC에서

미국 내셔널을 앞둔 2006년 1월초부터 시작해 2월까지 매주 한번씩

각 60분씩 총 6편으로 나누어 방영되었습니다.


1편 첫번째 파트

Ice Diaries - TLC from mark freeman on Vimeo.



1~3 편은 유튜브에 올라와서 볼수 있었지만,

아쉽게도 4~6편은 찾아볼 수가 없습니다.

제목과 방송 일자만 적어봅니다.

4편 On the Edge (2006/1/27) 

5편 The Nationals Spotlight (2006/2/03) 

6편  Going for the Gold  (2006/2/10)


시즌의 시작 전부터 시작하여 올림픽 시즌 동안의

4명의 미국 스케이터들의 온/오프 링크에서의 

일상생활을 보여주는 아이스 다이어리는 7년전에 방영되어 그런지

최근의 독하고 과장된 미국 리얼리티쇼와 달리

다소 진지하게 현실을 반영하여 제작되었는데요.

비록 7년전에 제작되었지만

현재도 그다지 다르지 않을

미국 스케이터들의 일상 생활과 모습을 볼 수 있는 꽤 괜찮은 시리즈입니다.


부상을 이기고 다시 올림픽 시즌을 준비하고 있는

알리사 시즈니의 7년전의 "떠오르는 스타" 시절의 모습도 볼 수 있고,

부상에도 불구하고 커리어에 단 한번일지 모르는 올림픽 시즌을 포기하지 않으려는

스케이터들의 분투도 볼수 있습니다.

또한 신체점제가 도입된 첫 올림픽에 적응하려 노력하는 선수, 코치들의 

고민과 노력도 볼 수 있죠.

비록 2004년부터 ISU 주최의 국제 대회에는 신체점제가 적용되었지만,

미국 국내 대회는 아직 6.0 시스템이었습니다.

2005-2006시즌에도 지역(Regional), 지부 예선(Sectional)은 예전의 6.0 채점제를 적용했는데요.

2006 미국 내셔널에서 최초로 신체점제가 적용됩니다.


아래부터 스포일링 주의...


특히 05-06시즌의 알리사 시즈니

이번 시즌의 케이틀린 오스몬드를 떠올리게 하는데요.

시즈니는 사샤 코헨이 기권하여 대신 스케이트 아메리카에 출전하게 됩니다.



프리에서는 트리플 럿츠 + 트리플 토를 성공시키고,

스케이트 아메리카에서 깜짝 은메달을 따며 

커리어 최초로 그랑프리 포디움에 오릅니다.


이후 높아진 기대를 받으며 스케이트 캐나다 출전하게 되는데요.

5시간 밖에 못자고 참가한 쇼트에서 퍼스널 베스트를 세우며 1위에 오릅니다.

그리고 프리 경기에서 크린 경기를 펼치며 스케이트 캐나다 우승을 차지합니다.

시즈니는 이 경기로 인해

그랑프리에서 부진한 모습을 보여준 키미 마이스너를 제치고 

일약 3번째 올림픽 대표로 가장 유력한 신예(rising star)로 떠오릅니다.


비비 리앙은 스케이트 아메리카에서 부진하며,

시즈니에게 뒤쳐지며 4위를 기록합니다.


다니엘 칼리는 1위로 지역예선을 통과한 후

최종 예선격인 지부예선(sectional)도 통과하며

내셔널에 진출합니다.


부상으로 스케이팅 커리어를 그만둘 위험에 처한

산드라 러커는 무리하여 지역예선에 참가하지만,

결국 10위를 기록하며 섹셔널 진출에 실패합니다.


여기까지가 3부까지의 이야기이구요.

제가 보지 못한 4부 이후에는

탈락한 러커 대신 

2005 미국 내셔널에서 3위에 오른 후

가장 중요한 시즌인 올림픽 시즌 전 갑작스레 은퇴를 발표한

제니퍼 커크의 이야기가 기존의 3명의 이야기와 함께 소개된다고 합니다.

(제니퍼 커크는 최근 유튜브 채널인 The Skating Lesson http://www.youtube.com/user/TheSkatingLesson

채널을 통해 피겨팬과 만나고 있습니다.)


아이스 다이어리 주인공들의 올림픽에의 꿈은 성공을 거두었을까요?

2006년 토리노 올림픽에 결국 어떤 선수들이 나가게 되었을까요?

비록 4~6부는 보지 못했지만,

결과는 다음과 같습니다.


미셸 콴이 부상으로 내셔널에 불참한 가운데

올림픽 출전을 위한 미국 내셔널이 열립니다.

콴은 부상 예외를 적용받을 것이 유력했기 때문에

실제로 2위 안에 들어야 올림픽 출전이 가능했죠.

1차 지역예선에서 부상으로 탈락한 산드라 러커를 제외한

시즈니, 리앙, 칼리 3명이 모두 내셔널에 참가했습니다. 


아이스 다이어리의 주인공들은

리앙은 5위, 시즈니는 7위 그리고 칼리는 12위를 기록합니다.


올림픽 출전자의 후보인 미국 내셔널 포디움은

1. 사샤 코헨

2. 키미 마이스너

3. 에밀리 휴즈

4. 케이티 테일러 

순이었습니다.


출처: http://en.wikipedia.org/wiki/2006_United_States_Figure_Skating_Championships


콴은 예상대로 부상 예외를 적용받아

미국 피겨 연맹에 의해 올림픽 출전자로 결정되어 결국

콴, 코헨, 마이스너가 토리노로 갈 예정이었습니다.

하지만 부상이 완전히 회복되지 않은 

미셸 콴은 올림픽 직전 참가를 포기하고,

이에 따라 3위였던 에밀리 휴즈가 올림픽 멤버가 됩니다.

아이러니 하게도 에밀리 휴즈는

지난 솔트 레이크 올림픽에서 미셸콴의 금메달 꿈을 좌절시키고

깜짝 우승을 차지한 사라 휴즈의 동생이기도 합니다.


결국 토리노의 올림픽 링크에는

사샤 코헨 Sasha Cohen, 키미 마이스너 Kimmie Meissner, 에밀리 휴즈 Emily Hughes가 

미국 대표로 서게 되었습니다.


그리고 올림픽에서는 결국 난이도 낮은 프로그램을 클린한 아라카와 시즈카

난이도 높은 프로그램으로 실수를 한 사샤 코헨과 이리나 슬루츠카야를 제치고 금메달을 가져갔죠.

출처http://sports.espn.go.com/oly/winter06/figure/


아이스 다이어리의 원래 계획은 출연자들이 올림픽에 진출했으면,

시즌 2의 형식으로 이들의 과정을 보여줄 예정이었던 듯 합니다.

하지만 아무도 진출하지 못하게 되어 결국 시즌 1으로 막을 내리게 됩니다.


아이스 다이어리는 시청률이 높지는 않았지만,

미국 피겨 스케이팅과 내셔널의 프로모션을 위한

성공사례로 기억되고 있습니다.


하지만 출연했던 스케이터들에게는

아무래도 미디어를 통해 많은 관심을 받는 것이 부담이 되었던 듯 합니다.

결국 아무도 올림픽 출전권을 따내지 못했으니까요.


참고로 이 시리즈에 출연했던 4명의 스케이터들 중

현재 알리사 시즈니 선수만이 컴피에 참가하고 있습니다.

이들의 이후의 이야기를 정리해봤습니다.


산드라 러커

결국 부상을 이겨내지 못하고, 이 시즌 이후 컴피에 돌아오지 못했습니다.

러커는 2007년 디즈니가 제작한 하이스쿨 뮤지컬 아이스 쇼인 "아이스 투어"에 캐스팅되었습니다.


베아트리스(비비) 리앙

2006년 올림픽에는 나가지 못했지만, 그 시즌 4대륙에서 동메달을 따냈습니다.


처음 시니어로 내셔널에 참가한 2001년부터 2010년까지 10 시즌 연속으로 미내셔널에 참가했고,

단 한번을 제외하고 매번 탑 10에 들었을 뿐 아니라,

2007 미국 내셔널에서는 4위로 포디움에 올랐습니다.



2010년 컴피에서 은퇴하고

캘리포니아 스테이트 대학을 체육학 전공으로 졸업합니다.

2006년, 피겨 스케이팅에 대한 리앙의 인터뷰 영상입니다.


다니엘 케일리

처음으로 시니어에 참가한 2004년 시즌부터 2012 시즌까지 9년 연속으로

한번도 거르지 않고 내셔널 예선에 참가하였습니다.

2004년 부터 2008년까지 5연속으로 내셔널에 진출했고. 

2007년에는 최고 순위인 6위를 기록한 바 있습니다.




2008년 처음으로 내셔널 진출에 실패했는데요.

이후 코치와 대학공부를 병행하며 컴피에 참가,

20011년 다시 내셔널에 진출한 바 있습니다.


알리사 시즈니

시즈니는 피겨 선수로 컴피에 참가하면서 

동시에 국제학, 러시아어, 프랑스어를 전공, 

우등으로 자신의 고향인 오하이오에 있는 보울링 그린 스테이트 대학을 졸업했습니다.

비록 커리어 내내 부진과 재기를 반복하였지만,

여전히 미국의 탑싱으로 이번 시즌에도 올림픽을 향해 나가고 있습니다.

시즈니는 기대를 모았던 2006 시즌, 올림픽 출전이 좌절된 후

점프 컨시의 문제등으로 한동안 슬럼프를 겪었지만 

다시 재기하며 2009년 미국 챔피언이 되었는데요. 



정작 두번째 맞이한 올림픽 시즌인 2010 미국 내셔널에서는

점프 컨시가 흔들리며 10위를 기록

올림픽 출전에 또 다시 실패합니다.

하지만 2010-11시즌 재기하며 그랑프리파이널에서 우승을 차지하는

커리어 최고 시즌을 보냅니다.


그리고 2년만에 내셔널에서 우승하며 다시 미국 챔피언이 되죠.

물론 아쉽게도 시즌 마지막 대회인 세계선수권에서는 5위에 머무르면서 중요한 대회에 약한 모습을 보여주었습니다.


시즈니는 2011-12 시즌, 미국 내셔널에서 2위를 하고 월드 포디움에 도전하지만, 

고관절 부상을 당한지도 모른채 참가, 커리어 최악의 경기로 22위에 머무릅니다.


이후 시즈니는 수술을 받고 12-13 시즌 그랑프리에 참가하지 않은 채 2013 내셔널에 맞추어 기나긴 재활을 합니다.

영화 "바람과 함께 사라지다의 OST"로 새로운 프리 프로그램도 준비하죠.

커리어 동안 스케이트 캐나다에서 특히 좋은 성적을 내왔던 시즈니로서는 

캐나다에서 열리는 세계선수권이 누구보다도 기다려졌을 것입니다.

그리고 미국 내셔널을 1주일 앞둔 2013년 1월 중순, 시즈니는 시범 경기에 초청되어 

부상후 처음으로 관중들 앞에 섭니다.

쇼트를 성공적으로 마치고 이제 프리 프로그램 차례,

새 프리 프로그램을 선보입니다.

하지만, 시즈니는 복귀 경기에서 심하게 넘어지며, 다리가 탈구 되는 큰 부상을 당하고,

경기를 끝까지 마치지 못한 채로 결국 시즌을 접게 됩니다. 

안타깝게도 시즈니가 당한 부상은 이미 한차례 수술을 했던 곳이었습니다. 

시즈니는 다시 수술을 받고 또다시 재활을 시작 하였고,

드디어 지난 4월부터 다시 링크에 서며, 연습을 시작했다고 합니다.

제니퍼 커크가 진행하는 스케이팅 유튜브 채널 The Skating Lesson과의 인터뷰입니다.

가장 어려운 시기였던 두 시즌, 시즈니의 쇼트 프로그램은 에디트 피아프의 "장밋빛 인생"La Vie en Rose였습니다.

커리어 마지막 기회가 될지 모르는 13-14 시즌

시즈니는 부상을 이겨내며 

지난 시즌 끝까지 보여주지 못하고 접었던 바람과 함께 사라지다의 OST 프로그램으로

다시 자신의 꿈인 올림픽 출전을 향한 도전에 나섭니다.

알리사 시즈니는 이제 다시 용감하게 링크에 첫발을 내디뎠습니다.

항상 스케이터의 나날이 "장밋빛 인생"은 아닐지라도

"내일은 내일의 해"가 뜰테니까요. 


ps. 1

최근 미국 피겨 스케이터 코치들의 모습을 담은 

Jersey on Ice 라는 리얼리티 프로그램이 

지난 겨울 역시 같은 채널인 TLC에서 파일럿으로 방송되었는데요.

피겨 맘이면서 동시에 코치인 3명의 주인공을 중심으로 

뉴저지 아이스 링크를 배경으로 한 프로그램입니다. 

최근 미국의 리얼리티 쇼의 경향대로 

스케이터, 피겨코치/피겨 맘 들의 서로간의 대결과 경쟁을

좀더 적나라하고 독하게 보여주었는데요.

방송후 많은 비판을 받으며 결국 본방송 제작이 좌절된 바 있습니다.

유튜브에서 처음 2분은 무료이지만, 전체를 보려면 1.99 $를 내야하는데요.... 

보고난 소감으로는 나름 재미는 있었지만...

굳이 돈을 지불하고서는...안보셔도...될 듯 합니다.^^;


이외에도 상업방송은 아니고 유튜브 용으로 제작한

6.0이라는 다큐멘터리 시리즈가 있는데요.

꽤 재미있습니다.

캐나다 Ryerson 대학 싱크로나이즈드 팀의 

두 시즌 (2008/09, 2009/10)에 걸친 일상생활과 컴피 도전을 담고 있습니다.

전체 플레이 리스트

http://www.youtube.com/user/SixPointOhRams/videos


PS.2

이번 소치 올림픽의 미국 대표 선발 역시

지난 밴쿠버 올림픽의 2장에서 1장이 더 늘어난 3장이 되어

조금 더 여유가 있는 것은 사실이나

역시 아니 더욱더 치열할 것으로 보입니다.

2014년 1월 보스톤에서 열리는 미국 내셔널에서 결정될 예정인데요.

지난 세계선수권에서 나란히 5위와 6위를 기록한 

애슐리 와그너그레이시 골드가 다소 앞서있는 상황에서

부상에서 복귀하는 알리사 시즈니

점프가 포텐셜의 원천이자 걱정의 근원인 아그네스 자와즈키

파워 점프의 커트니 힉스

휴학을 하고 올림픽 시즌에 올인하기로 한 크리스티나 가오

음악을 느끼는 감각이 좋은 시계방향 스케이터 야스민 시라지

지난 올림픽 때의 기억을 되살리려는 미라이 나가수

스피드 점프가 강점인 프리 역전의 명수 안젤라 왕

안정된 경기 운영과 표현력이 장점인 사만다 세자리오

이들 중 내셔널 당일 컨디션에 따라 누구든 3위 이내를 노릴 수 있습니다.

2013 미국 내셔널에서 3위와 10위의 점수차이는 단 15점에 불과했습니다.


ps.3

개최국임에도 지난 월드의 부진한 성적으로 출전권이 2장인 러시

아델리나 소트니코바, 엘리자베타 뚝따미셰바, 율리아 리프니츠카야 신동 3인방 

그리고 다시 부활을 노리는 엘레나 레오노바

이중 누가 올림픽에 나갈지 궁금해집니다.

3장의 출전권을 가진 일본은 안도 미키의 복귀와 98년 3월생으로 시니어에 데뷔하는 미야하라 사토코의 가세로 

이번 월드에 출전한 아사다 마오, 스즈키 아키코, 무라카미 카나코 이외에 이미 인원이 초과되어 

올림픽 출전자 경쟁이 더욱 복잡했졌습니다.


한국 역시 김연아 선수가 가져온 3장의 출전권

세계선수권 우승자 자격으로 이미 1장을 확보한 김연아 선수 이외에,

2장을 놓고 치열한 경쟁이 벌여질 듯 합니다.

지난 주니어 월드 출전자 이른바 주니어 2탑,

김해진, 박소연 선수가 유력하다고는 하나

부상에서 복귀하며 두번째 올림픽 출전을 노리는 곽민정

지난 시즌부터 급상승세 중인 최휘

그리고 서서히 컨디션을 올리고 있는 박연준 선수가

바싹 그 뒤를 뒤쫓아 오고 있습니다.

2명의 올림픽 출전자는 11월 있을 랭킹전에서 결정됩니다.

지난 시즌이 컴피에서는 블랙스완, 갈라에서는 아델이 대세였다면,

이번 시즌의 인기 소재는 카르멘과 빅토르 위고입니다.


아이스 댄싱에서의 버츄 / 모이어 vs. 카펠리니/라노테의 new 멘의 전투에,

네벨혼 트로피의 신데렐라/캐나다의 희망 케이틀린 오스몬드의 카르멘이 가세했죠.


빅토르 위고의 소설을 원작으로 한 뮤지컬들도 각광을 받고 있는데요.

김연아 선수가 뮤지컬 "레미제라블" 프리 프로그램으로 복귀를 할 예정이고,

제레미 애봇과 캐나다의 또다른 희망 케이트 샤보네 역시 Bring Him Home이라는 뮤지컬 레미제라블의 음악을 택했습니다.

또한 메릴 데이비스/찰리 화이트 팀과 하뉴 유주르가 "노틀담의 꼽추"를 뮤지컬화한 "노틀담 드 파리"를

프리 프로그램으로 선택했습니다.


하지만,

이번 시즌 제가 개인적으로 주목하고 있는 레파토리는 따로 있습니다.

작년에 본 어떤 영화의 OST 인데요.


이 영화가 인상 깊은 것은 영화도 영화이지만,

영화를 본 환경과 장소 때문이었습니다.

지난 가을 제가 이 영화를 처음 본 곳은 뉴욕시의 링컨 센터였습니다.

마침 학회 발표가 있어 뉴욕시 쪽으로 갔다가

그 곳에서 학교를 다니는 친구집에서 며칠 머물게 되었는데요.



http://www.bridgeandtunnelclub.com/bigmap/manhattan/uws/lincolncenter/plaza/index.htm


링컨 센터 분수대 사진 출처: http://nyportraits.blogspot.com/2010/01/making-splash-in-lincoln-square.html


http://www.bridgeandtunnelclub.com/bigmap/manhattan/uws/lincolncenter/plaza/index.htm


지난 봄방학때 봤던 링컨 센터 분수를 다시 보고 싶어서 들렸는데,

가는 날이 장날이라고 마침 뉴욕 영화제를 하고 있더군요.

마지막 날이었는데, 영화를 전공하고 있다는 자원봉사자 분께 상영작을 추천해달라고 했어요.

알고보니 제가 살고 있는 지역에서 뉴욕영화제에 자원봉사를 온 학생이었어요.



2012년 10월에 열린 50회 뉴욕영화제 풍경, 사진 Devon O’Kane

http://www.filmlinc.com/daily/entry/nyff-new-york-film-festival-nicole-kidman-lee-daniels-paperboy-macy-gray


지금 막 시작하는 영화가 있는데, 좋을 거라고 하더군요.

그래서 무작정 추천을 믿고

표를 끊어 들어갔습니다.


영화가 이미 시작 된 다음에 들어갔는데,

처음에는 조금 당황했어요. 

틀림없이 아직 개봉안 한 영화의 프리미어라고 했는데,

흑백영화인데다가,

...

대사가 없었습니다...

뭐지...?~~~~


그 영화가 바로 아티스트 "The Artist" 였습니다.



영화가 상영된 앨리스 튤리홀(Alice Tuly Hall)은 링컨센터 건물 중의 하나인

쥴리아드 음대 건물에 위치해 있었는데요.

원래 클래식 음악 및 공연을 위한 극장이라,

발코니도 있고, 2층 좌석도 있어

구조자체가 멀티플렉스 극장보다는 

이제 한국에서도 거의 사라진

고전적인 단관 영화관과 비슷했어요.



내가 아티스트를 봤던 링컨 센터의 Alice Tuly Hall, 사진은 2012년 10월에 열린 50회 뉴욕영화제 관객들, 사진 Devon O’Kane

http://www.filmlinc.com/daily/entry/nyff-new-york-film-festival-nicole-kidman-lee-daniels-paperboy-macy-gray


그리고 아직 개봉 전에 영화제에서 상영되는 것이라

프리미어 상영의 흥분도 느낄 수 있었습니다.


무엇보다도 대사가 없다보니,

미묘하게 시차를 만드는 언어의 장벽이 없이

다른 관객들과 제가 같은 호흡으로 반응하고 있더군요.


놀라운 경험이었습니다.


영화가 관객의 시각을 압도적으로 장악해가는 3D가 상영되는 대형 스크린이거나,

사용자가 영화의 런닝타임을 마음대로 통제하는 DVD나 동영상이 상영되는 모니터에 익숙해져 가던

어느새 21세기 관객이 되어 버린 저에게


"같이 보며 공감하는 매체"라는

20세기의 수많은 관객들과 함께한 

영화가 가지고 있던 본질적인 매력을

되새기게 해주었으니까요.


잠시 대학시절 가을밤 캠퍼스 잔디밭에서

야외 상영하는 영화를 보던 때가 떠올랐습니다.





영화가 끝나고 극장을 나오다 영화를 추천해주었던

자원봉사자를 우연히 다시 만났어요.

포스터를 한손에 들고 영화 어땠냐고 물어봐서

엄지를 들어보였죠.


무성영화 스타의 이야기를 다룬 프랑스 영화

"아티스트" (The Artist)

3D 디지털 아이맥스가 판을 치는 지금의 영화시장에서

무성영화의 흥망성쇠를 흑백 무성영화로 만든 독특하면서도 재기발랄한 영화로,

올해 초 아카데미 작품상, 감독상, 남자주연상 등 5개 부문을 수상했습니다.



무성영화는 대사가 없기 때문에,

배우들의 동작에서 관객들이 더 많은 것들을 읽어내야 합니다.

그리고 배우들의 연기도 그만큼 더 디테일하고 미묘합니다.

대사가 자막 카드로 영상 중간중간에 나온다고 해도,

유성영화가 들려주는 대사만큼을 계속 보여줄 수는 없기 때문이죠.






하지만 음악은 무성영화에도 빠지지 않았습니다.

오케스트라가 직접 극장에서 스크린의 화면을 보며 연주를 하거나,

전축으로 들려주고는 했지요.


저는 그동안 피겨 스케이팅을 볼 때

피겨 스케이팅이 일종의 무성영화라고 생각해왔습니다. (보컬 음악이 허용되지 않는 2014년 소치 올림픽 까지만...)

그렇기 때문에 언어를 초월해서 관중들이 같이 공감하고 아름다운 피겨 프로그램에 감동할 수 있는 것이라고 생각했죠.


아티스트는 그 소재와 OST에 맞추어 재미있고 다채로운 안무를 넣을 수 있는 영화입니다.

아티스트를 본 후

왠지 다음 시즌에 Artist의 음악이 프로그램에 많이 쓰일 것 같은 느낌이 들었어요.

역시 이번 시즌 곳곳에 The Artist OST를 프로그램 음악으로 쓰는 선수와 팀들이 하나둘씩 눈에 띄더군요.


가장 먼저 본 것은 여름 클럽 컴피티션 영상에 나온 미국의 바네사 램 Vanessa Lam 의 프로그램이었습니다.

지난번 바네사 램의 프리 프로그램을 소개하면서 잠시 이야기한 적이 있는데요.

피겨 새 프로그램 - 캐롤라인 장, 바네사 램, 미라이 나가수


다시한번 제가 좋아하는 음악을 사용했으나 아쉽게 사용했다고 쓴적이 있습니다.

(바네사 램의 지난 시즌 프로그램은 피겨 쥬크박스에서 소개했듯이 라흐마니노프의 파가니니 주제에 의한 광시곡이었습니다.)

피겨 쥬크박스 (1) - 라흐마니노프 파가니니 주제에 의한 광시곡 18번 (시그널 음악의 기억)


그 이유는 무성영화의 분위기를 살리는 특색있는 안무를 기대했기 때문이었어요.


바네사 램 Vanessa Lam FS 2012 Hidden Valley Open, The Artist OST


바네사 램 Vanessa Lam FS 2012 Junior Grand Prix Courchevel, The Artist OST


바네사 램의 프리를 보면서 아쉬우면서도,

사실 아티스트의 무성영화적인 요소는

페어, 아이스 댄싱, 싱크로나이즈 등의 팀경기에 더 맞지 않을까라는 생각을 했습니다.


무성영화의 연기는

디테일한 배우들의 액션과 리액션에 바탕을 두고 있습니다.






당시의 영화는 비록 스튜디오 시스템에 의해

뻔한 장르의 규칙 안에서 만들어지기는 했어도

편집과 특수효과에 짓눌린 단선적인 매체가 아닌

배우들이 프레임 안에서 서로간의 연기를 통해 만들어가고,

관객들이 그 의미를 짐작하는 여운이 있는 매체였던 것이죠.

그래서 찰리 채플린, 버스터 키튼, 더글라스 페어뱅크스, 루돌프 발렌티노, 그레타 가르보 같은

당시의 배우들은 그야말로 영화를 이끌어 가는 스타였습니다.




배우들이 영화를 만들어가 듯이

두 명의 남녀가 빙판위에서 무언가 드라마를 만들어가는 것을 볼 수 있지 않을까 했어요.


그리고 8월의 마지막에 드디어 두번째 아티스트 프로그램을 볼 수 있었어요.


작년 스케이트 캐나다 직관에서 케이틀린 위버 / 앤드류 포제를 발견했다면,

이번 레이크 플레시드 주니어 그랑프리 직관에서는

마가렛 퍼디 / 마이클 마리나로 Margaret Purdy / Michael Marinaro 페어팀을 발견했는데요.


유려한 쇼트 프로그램으로 저를 이미 반하게 했던

이들이 준비한

이번 시즌 프리 프로그램은 바로

아티스트 OST 였습니다.


마가렛 퍼디 / 마이클 마리나로 Margaret Purdy / Michael Marinaro FS 2012 JGP Lake Placid


마가렛 퍼디/ 마이클 마리나로 팀은 이 프로그램으로

프리에서 역전을 하며, 국제대회에서 커리어 최초로 금메달을 땁니다.


세번째로 아티스트를 만난 건

핀란디아 트로피 영상에서였습니다.

아이스 댄스 프로그램이었는데요.


정작 프로그램은 보지 못하고 코치들을 보게 되었습니다.



이고르 슈필반트바바라 푸사르-폴리 코치의 표정과 반응을 보면서 안무를 떠올려봤어요.

마치 그림자 놀이 같다고나 할까요?

이들이 지도한 아이스 댄스 팀의 한끝이 연결되어 

코치들의 몸이 같이 움직이는 듯한 느낌이랄까요?


이 유튜브 영상을 보면서,

슈필반트와 푸사르-폴리 코치가 얼마나 아이스 댄스,

그리고 자신들이 코치하는 댄서들에게

애정을 가지고 있는 지 알 수 있을 것 같았습니다.


오프 시즌 자신이 일구었던 칸톤을

쫓기듯 떠나야 했던

슈필반트가

유성영화 (토키무비)에 의해 쓸쓸히 밀려났던

아티스트의 주인공이

결국에는 재기에 성공했듯이,

이번 시즌 새로운 팀들과 주니어들을 키워나가며

멋지게 재기에 성공하는 것을 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아이스 댄스라는 공통점으로

각각 러시아와 이탈리아에서 태어나고 아이스 댄서가 된 두 코치가

캐나다에서 태어난 선수와 폴란드에서 태어난 선수가 만난 아이스 댄싱팀과 함께

미국과 폴란드에서 훈련하는

언어를 초월한 (무성영화 시대 같은) 이들을 보면서

가사 있는 그 어떤 프로그램보다 더 많은 것을 기대하게 되었으니까요.


두 코치가 따라서 몸을 움직였던

폴란드를 대표하는 아이스 댄싱팀

지스티나 플루토스카 / 피터 거버 Jystyna Plutowska Peter Gerber

아티스트 프로그램입니다.


지스티나 플루토스카 / 피터 거버 Jystyna Plutowska Peter Gerber FS 2012 Finlandia Trophy


ps.

그리고, 슈필반트 코치와 함께 꿈을 꾸고 있는 아이스 댄서들 중에는

언젠가 한국을 대표하게 될지도 모르는

민유라 선수도 있습니다.


포스팅 후 아티스트를

스케이트 캐나다에서 데니스 텐 Dennis Ten 이 쇼트와 프리가 연결되는 연작으로

스케이트 아메리카에서 발렌티나 마르케이 Valentina Marchei 가 프리로,

아이스 댄스팀 로렌자 산드리니 / 시몬 바투리 Lorenza Alessandrini / Simone Vaturi가 프리댄스로 

선보였습니다.


데니스 텐은 쇼트와 프리를 모두 "아티스트" OST로 사용했는데요.

로리 니콜이 안무한 이번 데니스 텐의 쇼트와 프리는 

연작으로 1부, 2부의 느낌으로 구성했다고 합니다.


데니스 텐 Denis Ten SP 2012 Skate Canada


데니스 텐 Denis Ten FS 2012 Skate Canada


발렌티나 마르케이 Valentina Marchei FS 2012 Skate America


로렌자 산드리니 / 시몬 바투리 Lorenza Alessandrini / Simone Vaturi


2013년 8월 8일 추가)

그리고 드디어 한국 스케이터도 "The Artist" OST를 13/14 시즌의 새 프로그램으로 사용했습니다.

김규은 선수의 쇼트 프로그램입니다. 

지난 주 주니어 그랑프리 선발전에 선보여 관중들의 많은 호응을 얻었습니다.


김규은 Kyu-Eun KIM SP 2013 주니어 그랑프리 선발전


그리고 임은수 선수가 15/16 시즌, "The Artist" 프로그램을 선보였습니다~


임은수 Eun-Soo LIM FS 2016 동계체전



+ Recent post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