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1년 3월말 일본 지진으로 피겨 세계선수권 대회가 연기되던 날 썼던 글입니다.

2011년 슈퍼볼 광고에서 본 피겨 스케이팅의 한장면이 생각나 간략하게 포스팅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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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래는 오늘 월챔인데
월챔 앞두고 여러 일들이 생겨서, 더 기다리게 되었네.
어쨌든 4월말이나 5월초 정도에 다른 곳에서 열렸으면 좋겠다.

일주일전에 유니버설 스포츠 2011 피겨 월드 챔피언쉽 광고 보다가

떠오른 영상이 있어서 소개해 주려고
글을 썼다가 영상도 안 올라가고, 월챔도 어떻게 될지 몰라서 지웠어.
그 후로 여행을 떠나게 되서 컴퓨터를 못 쓰다가
오늘에야 다시 올리네.

미국에서는 매년 슈퍼볼이라는 스포츠 이벤트가 열려.

슈퍼볼은 미식축구 결승전 같은 거야. 대략 1월 마지막주 혹은 2월 첫째주
일요일에 열리는데,
미국에서는 이날은 명절 같은 날이지.
친한 친구들끼리 혹은 온가족이 둘러 앉아서 같이 tv 중계를 보더라고.

경기 중간중간에 새롭고 기발한 광고들이 많이 선보이거든.

광고 단가도 1년 중에 제일 비싸다고 하더라고.
광고 보려고 슈퍼볼 본다는 말이 있을 정도야.
나도 중간중간 딴짓하다가 광고 시작하면 재미있게 봤으니까...

그 중에 크라이슬러 자동차 광고가 있었어.

에미넴 좋아하는 횽들은 처음부터 다 봐도 되고...
바쁜 횽들은 54초에서 58초만 보면 될 듯 싶어.



피겨 팬들에게 익숙한 얼굴과 낯익은 스핀이 얼핏 지나가지?

이제는 몰락한 자동차 도시 디트로이트가 나오면서

스케이팅 선수가 나온 것이 상징적이더라고...


바로 알리사 시즈니



미국에서도 피겨 스케이팅은 왠지 조금 옛시대의 스포츠처럼 인식되는 것 같아.

마치 미국산 자동차의 현재처럼.

(생각해봐...현대 자동차 공장의 생산 라인들이 사라진 울산, 포항제철의 용광로가 식어가는 포항)



내가 지금 사는 미국 도시도 다소 비슷한 운명이라 좀 마음이 짠하더라고.

하지만, 북동부 지방은 시내에 자그마한 옥외 아이스 링크가 하나씩은 있어.

내가 사는 도시도 그런 링크가 있는데, 가끔 주말에 지나가다 보면 참 보기 좋아.
추운 도시가 좋은 몇개 안되는 점 중에 하나일거야.

피겨 스케이팅 컴피티션의 인기는 좀 떨어졌지만,

아직도 피겨스케이팅은 생활 속에 녹아 있는 것 같아.



이 곳 러스트 벨트 (녹슨 지역, 미국 동북부 지역 중공업의 몰락을 은유적으로 표현하는 말, 디트로이트, 피츠버그, 버팔로) 에
사는 이들은 자기들이 사는 도시와 전통에 대한 자부심은 엄청나거든.
물론 이런 이들의 자부심을 이민자에 대한 배척이나 국수주의로 이용하려는 사람들도 있지만...
다행히도 내가 만난 대부분의 사람들은 배타적이지 않은 자부심을 가진 사람들이었어.

아마도 에미넴, 알리사 시즈니도 그런 자랑중의 하나일거야.


그런게 예술과 스포츠의 힘이 아닐까 싶어.

힘들어도 큰 힘이 되는 그리고 한번도 만난적이 없는 사람들과

무언가를 공감하게 만들어주는 어느 순/간/
횽들의 밴쿠버 피겨 간증을 보면 알 수 있듯이...


한국 피겨 스케이팅이 요즘 떠오르는 스포츠로 자리매김하고 있쟎아.

마치 한국산 자동차의 현재처럼.

경제야 일어 섰다가도 언젠가 불황을 겪을 수 있겠지만,

예술과 스포츠는 감동의 기억으로 계속 남을 수 있겠지.
그런 전통은 쉽게 사라지는 것이 아니니까.


ps.
한가지 덧붙이자면 슈퍼볼이 끝난 후에
광고들을 유튜브에 올려서 인기 투표를 했는데
크라이슬러 광고가 가장 많은 표를 얻었어.
아쉽게도 현대 자동차와 기아자동차는 10위 안에 못들었다고 하더군.


관련기사 링크

http://www.examiner.com/commercials-in-national/youtube-voters-eminem-chrysler-commercial-is-no-1-super-bowl-spot


기아자동차 광고는 꽤 재미있었는데 아쉽더라고,
궁금해하는 횽들을 위해


기아자동차 광고 링크



이건 현대자동차 광고




그리고 보너스로 귀여운 폭스바겐 광고




내가 마음에 들어했던 브리지스톤 광고



어제 극장에서 "Rise"라는 미국 피겨대표팀에 관한 다큐를 봤어.


1961년에 미국 피겨 대표팀이 탄 비행기가
체코슬로바키아 프라하에서 열리는 세계선수권 대회에 가다가
벨기에에서 추락해서.
탑승자 전원이 사망했는데,
미국 피겨계는 선수는 물론 레전드 코치들을 잃었다.
(그 중에는 캐럴 옹의 코치도 있었어...)


사건의 50주년을 추모하는 행사였는데,
미국 피겨스케이팅 협회가 주최하고,
미국전역의 200 개가 넘는 극장에서 저녁 8시에 단 한번 동시에 상영하는 이벤트였어.

여기 사이트 링크
http://www.rise1961.com/

다큐상영은 물론
뉴욕에 있는 아스토리아 호텔에 피겨 레전드들 초청해서
레드카펫도 하고
같이 다큐멘터리를 본 후에,
상영후에 토크도 나누는 행사를 같이 중계해줬어.

티켓값은 15$로 비쌌지만,
이런 행사를 한다는 것 자체가 부럽기도 하고, 관심도 생겨서 극장에 갔지.

내가 사는 지역은 경제가 안 좋아서
평일 저녁에 극장에 가면 주차장이 많이 비어있는데,
어제는 꽤 많은 차들이 주차해있더라고.

한 장에 15 $ 니까 꽤 비싼편이거든, 3D IMAX 영화 값이지 (일반영화가 8 $, 일반 3D가 11.5$ 정도)
그런데도 극장에 들어갔더니 자리가 거의 다 차있었어.

어제 극장에는 온통 백인들 뿐이었는데,
피겨맘들과  피겨 선수들도 많이 왔었어.
극장에 들어서는데 사람들의 시선이 죽 꽂히더라고....
유일한 아시안이었거든.

미국에 와보니 피겨, 아이스하키, 스키 등 겨울 스포츠는 비용이 많이 들어서인지

여전히 백인들의 스포츠라는 느낌이 오더군.
지난 번 아이스하키 경기장에 갔을 때도 어찌나 사람들이 신기하게 보던지...

(사실 "4대륙"이 뭐야...아무리 피겨가 유로-백인 중심 종목이라고 해도...무슨 "그 나머지" 이런 것도 아니고...)

지금이야 아시안 어메리칸과 아시안들이 피겨계에 많이 진출했지만,
크리스티 야마구치가 올림픽 금메달을 땄음에도 불구하고,

미셸콴이 등장할 때도 여전히, 아시안, 아시안 어메리칸들은 피겨계에서 변방이었지.

그들이 얼마나 힘들었고, 대단한지 새삼 느끼겠더라.

극장에서 피겨 관련 다큐 보는데도 시선이 죽 꽂히는데, (그다지 호의적이지 않은? 쟨 뭐야 싶은..그런?)
선수로 뛸 때는 얼마나 보이지 않는 어려움들이 있었을까 하는 생각이 들더라고.

어떻든 다큐는 좀 폄범했었는데,


여기 티져 링크

1) short version

2) long version


다큐보다는 행사 자체에서 미국 피겨 커뮤니티의 힘과 의지 같은 것을 많이 느낄 수 있었어.

브라이언 보이타노, 스캇 해밀턴, 페기 플레밍, 도로시 해밀, 미셸 콴 등의 레전드들이
상영 후 토크쇼에 참석했고,
에반 라이사첵과 2011 미국 내셔널 우승자들 (노비스, 쥬니어, 시니어 모두) 이 모여서 추모공연도 하고,
이걸 중계해줬지


모든 수익금들은 1961사건을 추모하는 펀드기금이 되고,
그 펀드는 피겨 유망주들의 지원을 위해 사용되더라고.

사고 8일 이후부터 펀드가 만들어져서 지금까지 50년간 운영되었는데,
스콧 해밀턴, 페기 플레밍 등의 레전드들이
이 펀드가 없었으면 평범한 가정에서 자란 자신들이

절대로 피겨 스케이팅을 계속해서 올림픽 챔피언이 될 수 없었을 것이라고
다큐 & 상영 후 토크에서 이야기하더군.

내 생각에는 언젠가 팬들과 몇몇 선수들이 모여서 한국에도 이런 펀드를 만들면 좋지 않을까 생각해.
(한국 빙연은 시간이 지나도 별로 바뀔 것 같지는 않고....)
노비스 정도에서 가능성을 보이는 꼬꼬마 꿈나무들에게

스케이트나 해외 대회 참여비등을 지원해 준다면
큰 도움이 될거야.

한국의 올림픽 피겨 첫 금메달을 기념하는 의미에서
이름은 "2010 피겨 펀드" 정도면 될 것 같고.
하여간 그런 생각이 들더라고...


"Rise"는 어제 호응이 좋아서, 3월 7일에 앙코르 상영을 한다고 하더군.
역시 모든 수익금들은 미국 피겨 꿈나무들을 위해 사용되겠지.

캐나다 같은 경우도 동계종목 캐나다팀을 위한 벙어리 장갑을 판매하는데
캐나다 사람들은 이 장갑을 끼고 경기장을 찾더라고.

집으로 오면서 새삼
이런 거대한 피겨 커뮤니티를 상대로
홀로 분투하며 피겨 금메달을 딴 연아가 대단해보이더라고.
첫발을 내디딘 사람들에 대해 더 많은 인정과 평가를 해줘야할 것 같아.

박찬호, 박세리, 박태환, 김연아...

나중에 이 사람들이 또 다음 세대를 위한 튼튼한 버팀목이 되어주겠지.
페기 플레밍의 모습을 보면서
연아가 나중에 30대, 40대가 되어서도 피겨 후배들과 함께 어깨동무하면서
20년전 경기장면을 흐뭇하게 돌아보는 장면을 생각해봤어.

긴글 읽어줘서 고맙고,
다들 감기 걸리지 말고 건강하게 3월까지 잘 버텨.
미 동북부인 여기는 이제 눈이 녹아가고 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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