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시즌 숨겨진 프로그램들을 찾아 소개하는
포스팅 두번째 순서입니다.
첫번째 순서로 한국 스케이터들의 프로그램을 소개했는데요.
관련포스팅: 2012-13 시즌 숨겨진 프로그램 즐겨찾기 (한국 스케이터편)
이번에는 외국 선수들의 프로그램들을 모아 봤어요.
모으다 보니 길어져서 여싱, 남싱, 페어/아댄으로 나누어보려고 합니다.
기준은 전적으로 개인적인 취향인데요.
아무래도 직관으로 본 프로그램은 더 기억에 남기도 하구요.
음악 때문인 경우도 있고, 안무가 마음에 들어서 인 경우도 있고...
기술의 난이도 그리고 성적과 상관 없이 뽑아 보았습니다.
지난 포스팅에서도 이야기했지만,
피겨 스케이팅이 다른 스포츠와 다른 점은
성적과 등수만 남는 것이 아니라
어떠한 스케이터든 프로그램 자체가
영상으로 그리고 무엇보다도 팬들의 기억 속에
남는다는 점이겠죠.
역시, 이 포스팅의 목적이
이번 시즌 묻혀질수 있는 프로그램을 소개하는 것이기 때문에,
2013 세계선수권 포디움 스케이터들의 프로그램은
다루지 않았습니다.
그럼 여자 싱글 부터 시작해보겠습니다.
니콜 고스비아니 Nikol Gosviyani SP Nocturne (by 히사이시 조) 러시아 내셔널
이번 유로선수권에 출전한 러시아의 3번째 여자 싱글 선수는
다소 의외의 선수였습니다.
최근 몇시즌 연속으로 주니어 월드 우승자를 배출하며
여자 점프 신동의 나라로 부상하고 있는 러시아의
유로 대표선수는 3장의 출전권 중에
2장은 거의 아델리나 소트니코바, 엘리자베타 뚝따미셰바가 가져갈 것이라고 예상되었습니다.
율리아나 리프니츠카야, 엘레나 라디오노바, 사라피마 사하노비치 등의
후속 점프 신동들은 나이 제한에 걸려서 결과와 상관없이 유로 출전이 불가능했는데요.
결국 남은 1장을 놓고, 엘레나 레오노바, 크세니아 마카로바가 경쟁을 벌일 것으로 예상했습니다.
하지만 결과는 그동안 잘알려지지 않았던 니콜 고스비아니라는 선수가
레오노바, 마카로바를 제치고 시니어 6위를 기록하며
유로에 출전하게 되었습니다.
처음 러시아 내셔널 결과가 나왔을 때 이 선수의 경기가 궁금했는데요.
여자 피겨 스케이팅 특유의 우아하면서도 감성적인 프로그램이었어요.
고난이도 점프를 하는 주니어 위주의 러시아 여자싱글 중에
폴리나 코로베니코바처럼 우아한 스케이터가 나오는 경우가 있는데,
니콜 고스비아니의 쇼트가 그런 느낌, 아니 그 보다 더 좋은 느낌이었어요.
이른 아침, 이슬을 밟으며 호숫가에 서 있는 느낌이랄까...
피겨팬들 생각하는 것이 그렇게 다르지 않은 지
어느 트위터리안이 이 프로그램에 대해 이런 표현을 썼더군요.
"마지막 엔딩은,
고요한 호수에 눈물 한방울을 떨어뜨리는 것 같다."
고스비아니는 유로선수권에서
쇼트에서 마지막 플립 점프를 더블로 처리하며 12위로 쳐졌습니다.
이 쇼트는 피겨 스케이팅에서 점프 실수를 해서는 이길수 없지만,
왜 점프가 다가 아닌지를 보여주는 프로그램이었습니다.
마지막 점프를 망친 경기에서도 쇼트의 안무들은 더욱 빛이 났습니다.
다른 이른바 러시아 신동들의 표현력과는 비교가 안되는 성숙한 안무였죠.
참고로 고스비아니는 소트니코바, 뚝따미셰바와 나이가 같은 1996년 생입니다.
하지만, 심판들은 ISU 챔피언쉽 대회에 처음 출전한 고스비아니에게
소트니코바보다 무려 7점이나 낮은 PCS를 주었습니다.
고스비아니는 프리에서 5위로 만회하며 결국 유로선수권 6위를 기록했습니다.
이후 세계선수권에 출전할 3번째 선수를 결정하는 대회가 된
러시아 국내 컵 대회 파이널에서 알레나 레오노바에게 작은 점수차이로 지면서
세계선수권 출전을 못하게 되었는데요.
니콜 고스비아니 선수는 1998 올림픽 금메달리스트 알렉세이 우마로프 코치에게 지도를 받고 있습니다.
아직 점프를 자주 스킵하는 등 컨시가 떨어지지만,
유로에서는 쇼트에서는 3T-3T를, 프리에서는 3F-3T를 성공시키며,
표현력뿐만 아니라 점프에서도 뒤지지 않는 모습을 보여주었습니다.
유로 선수권에서의 키스앤 크라이 팬캠을 링크합니다.
다음 시즌 어떤 프로그램을 들고 나올지 기대가 많이 됩니다.
폴리나 코로베니코바 Polina Korobeynikova SP "Romeo and Juliette" OST 러시아 내셔널
제가 러시아에도 이런 주니어 스케이터가 있구나 하고 관심을 가지게 된 바로 그 선수입니다.
이른바 Polina A, S, K 중에서 가장 눈에 띄었던
폴리나 코로베이니코바 Polina Korobeynikova 선수인데요.
코로베이니코바 선수는 해외포럼에서 이른바 "러시아의 알리사 시즈니"로 불리는데요.
좋은 의미로든 나쁜 의미로든 스타일이 상당히 닯았습니다.
가끔 이해할 수 없을 정도로 무너지는 점프 컨시와 그리고 그에 반하는 우아하고 성숙한 아름다움이
그런 별명을 붙여주었죠.
지난 시즌 주니어 그랑프리에서 동메달을 땄고, 유럽선수권에서 4위를 차지하였지만,
이번 시즌 시즌 전에 당한 발부상을 극복하지 못하고,
지난 시즌과 같은 활약을 보여주지는 못했습니다. 결국 내셔널에서 부진하면서
챔피언쉽 대회에 나가지 못했죠.
하지만 이번 시즌 쇼트 "로미오와 줄리엣"과 프리 "백조의 호수"는
코로베이니코바 선수의 장점을 잘 살린 프로그램들이었습니다.
코로베이니코바 역시 소트니코바, 뚝따미셰바, 고스비아니, 아가포노바와 같이 1996년생입니다.
지난 시즌의 경우 생일이 상반기라 나이가 안 넘은 이들을 제치고 챔피언쉽에 나갈 수 있었지만,
안타깝게도 앞으로는 챔피언쉽에 나가기가 계속 쉽지 않을 듯 싶습니다.
95년생인 폴리나 쉘레펜이 이스라엘로 국적을 바꾸는 것이 어느정도 수긍이 가면서,
미국에서 훈련하다 러시아 국적을 택한 크세니아 마카로바의 선택은 부메랑이 되어 돌아오는 듯 하네요.
지난 8월말 미국에서 열려 직관을 갔던 주니어 그랑프리 레이크 플레시드에서는
한국의 박소연, 변지현 선수 이외에
3명의 여자 싱글 스케이터가 눈에 들어왔어요.
바로 캐나다의 엘라인 샤트랑, 미국의 커트니 힉스 그리고 러시아의 예브게니아 게라시모바 선수였습니다.
이 선수들은 공식연습과 지상연습에서부터 눈에 띄었는데요.
앨라인 샤트랑 Alaine Chartrand "First Dance" SP 2013 주니어 세계선수권
레이크 플레시드에서 엘라인 샤트랑 선수는 침착하면서도 진지하게
링크 뒤 트랙을 런닝하는 모습과 공식연습에서의 점프가 인상적이었습니다.
프리에서도 좋은 경기를 보여주었죠. 하지만 아직 조금 서두르는 느낌이었어요.
그도 그럴것이 JGP 레이크 플레시드는 샤트랑 선수의 첫 국제 경기였기 때문이죠.
이후 4개월이 지난 캐나다 내셔널에서 다시 보았을 때
표현력이 눈에 띄게 늘어서 많이 놀랐습니다.
좀더 여유있게 경기를 운영하면서
숨겨져 있던 표현력이 빛을 발하기 시작한다는 느낌이 들었어요.
결국 시니어 부문에서 동메달을 차지했고, 갈라에서도 신나고 재미있는 퍼포먼스를 보여줬습니다.
그리고 3월에 열린 주니어 월드에서 더욱 발전된 모습으로 8위를 기록했습니다.
다음 시즌에 어떻게 성장해올지 주목하고 있는 선수입니다.
커트니 힉스 Courteny Hicks 아랑페즈 협주곡 FS 2012 JGP 레이크 플레시드
2011년 미국 내셔널 주니어챔피언이 되고,
그해 가을 첫 주니어 그랑프리인 JGP 오스트리아에서 우승할 때만 해도
커트니 힉스 선수의 시즌은 거칠 것이 없었습니다.
하지만 시즌 두번째 주니어 그랑프리인 JGP 밀라노에서
프리 경기 도중 다리가 부러지는 중상을 당하며 힉스 선수의 시즌은 그렇게 끝났습니다.
그리고 기나긴 재활이 시작되었죠.
다음 시즌 여름 클럽 대회로 컴백한 힉스는
드디어 레이크 플레시드에서 주니어 그랑프리에 다시 나오게 됩니다.
그렇게 큰 부상을 당한 후에 복귀한 링크에서
공식연습에서도 파워점프를 구사하며 얼음위로 몸을 던지는
힉스 선수를 보며 그 용기가 대단하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쇼트 경기가 시작됩니다.
쇼트를 4위로 마친 커트니 힉스.
프리에서 역전으로 포디움을 노립니다. 프로그램은 아랑페즈 협주곡.
홈 링크의 미국 관중들과 동료 선수들이 응원을 합니다.
숨은 그림 찾기 - 안젤라 왕, 크리스 크랄 코치, 키리 바가
다소 아쉽지만, 프리에서 한번도 넘어지지 않으면서,
다시 복귀한 주니어 그랑프리를 마칩니다.
153.77의 점수로 다시 돌아온 주니어 그랑프리에서 은메달을 따내며
포디움에 듭니다.
예브게니아 게라시모바 Evgenia Gerasimova
셰빌랴의 이발사 + 경기병 서곡 SP 2013 러시아 내셔널
왼쪽부터 예브게니아 게라시모바, 변지현, 지현정 코치
여자 싱글 선수의 프로그램으로 보니 또 다른 느낌이었습니다.
사진 한 장 보여드릴게요.
프리 프로그램도 개성있었습니다.
베토벤의 "운명"을 락버젼으로 리믹스하고, 준비 동작이 매우 독특했어요.
크리스티나 자세바 Kristina Zaseeva "The Umbrellas of Cherbourg" FS 2012 JGP 크로아티아
주니어 그랑프리에 출전한 많은 러시아 여싱 주니어들 중에
눈에 띄는 선수가 또 있었는데요.
바로 크리스티나 자세바 선수였습니다.
직관을 하지 못하고, 영상으로만 보았는데요.
"장밋빛 인생"을 사용한 쇼트도 좋았지만,
특히 프리 프로그램인 "쉘브루의 우산"이 좋았습니다
사만다 세자리오 Samantha Cesario 카르멘 판타지 SP 2013 US Nationals
사만다 세자리오의 이번 미국 시니어 내셔널은 그녀의 4번째 내셔널이었습니다.
하지만 두번째 내셔널이기도 합니다.
세자리오 선수는 4년 연속 미국 시니어 내셔널에 진출했지만,
지난 두번의 내셔널에서는 대회 직전 부상을 당해 두번다 기권을 해야만 했기 때문입니다.
2011년 11월 이스턴 섹셔널 경기 전, 사만다 세자리오 선수의 모습
2011년 11월 이스턴 섹셔널 쇼트
이번 시즌 나이제한으로 마지막 출전이 될 주니어 그랑프리에서 좋은성적을 거두며
두번째 주니어 그랑프리의 성적에 따라 주니어 그랑프리 파이널을 노리던
세자리오 선수는 쇼트경기에서 햄스트링 부상을 당하며 프리를 기권합니다.
번번히 중요한 경기 전에 발목을 잡던 부상의 기억이 되살아나는 순간이었죠.
하지만, 세자리오 선수는 결국 재활에 성공 11월 열린 내셔널 예선인
이스턴 섹셔널에서 1위를 차지, 4년 연속 미국 내셔널에 진출합니다.
그리고 이번에는 미국 내셔널 무대에 섭니다. 위 영상이 바로 그 쇼트 경기입니다.
지난 시즌의 프로그램을 발전시켜 나온 이번 쇼트는
카르멘의 시즌이라고 불려도 될 이번 시즌에
또 하나의 기억될만한 카르멘입니다.
3-3의 고난이도 점프는 없지만, 열정적이고 포인트가 있는 안무로 세자리오 선수의 장점을 잘 살리는 프로그램입니다.
세자리오 선수는 내셔널에서 8위를 기록, 주니어 세계선수권 미국 대표가 되는데요.
이 대회에서도 세자리오 선수의 쇼트는 빛을 발하며 중간순위 1위를 차지합니다.
"블랙스완"을 연기한 프리에서 러시아 점프 신동들에 밀려 결국 종합 4위를 기록
아쉽게 포디움에 들지 못했습니다.
점프의 회전수 부족이 문제였습니다.
하지만, 서두르는 퍼포먼스를 보여준 러시아 신동들에게도 밀리는 PCS에 대해서
관중들은 심판들에게 야유를 퍼부었습니다.
그렇게 세자리오 선수의 잊지못할 마지막 주니어 시즌은 막을 내렸습니다.
리지준 Zijun Li "잠자는 숲속의 미녀" FS 2013 세계선수권
리지준 선수는 세계선수권 공식연습에서 꾸준하게 좋은 모습을 보여주었습니다.
점프 컨시도 매우 좋았구요.
하지만 역시 첫 시니어 월드라 그런지 쇼트에서 그만 점프에서 넘어지며, 12위를 기록합니다.
리지준 선수는 프리에서 좋은 경기를 펼치며 4위를 기록
합계 7위를 기록합니다.
리지준 선수의 프리 경기는
시니어 세계 선수권에 처음으로 선을 보인 주니어 강자들 중에
가장 시니어스러운 프로그램이었습니다.
이번 시즌 갈라 역시 뮤지컬 "빌리 엘리어트"의 "Expressing Yourself" 음악을 사용한 인상적인 프로그램이었습니다.
스즈키 아키코 Akiko Suzuki "Kill Bill" OST SP 2013 4대륙 선수권
이번 시즌 스즈키 아키코 선수의 쇼트는 "Kill Bill" OST의 특성을 잘 살린 프로그램이었습니다.
조용하고 부드러운 안무를 선호하던 스즈키 아키코로서는
꽤 새로운 시도였는데, 성공적이었습니다.
지난 세계선수권에서 동메달을 차지하며,
늦은 나이에 전성기를 누리고 있는 스즈키 아키코 선수는
이번 시즌 그랑프리에서 선전하며 꾸준한 모습을 보여주었지만,
논란많은 판정의 희생자가 되며 우승에 실패합니다.
그리고 안타깝게도 이번 월드에서는
연습에서의 좋은 컨디션을 살리지 못하고,
12위의 부진한 성적을 기록했습니다.
1985년생인 스즈키 아키코는 만 28세,
이번 세계선수권에 참가한 선수중 최연장자였습니다.
스즈키 아키코는 두번째 올림픽 출전을 위해 다음 시즌을 준비하고 있습니다.
소냐 라퓨엔테 Sonia Lafuente 뮤지컬 "로미오와 줄리엣" SP 2013 유로선수권
스페인 피겨에서 처음으로 ISU 주최 대회에서 포디움에 든 스케이터는 누구일까요?
하비에르 페르난데즈?
그러면 문제를 내지 않았겠죠. 답은 바로 위 영상의 주인공 소냐 라퓨엔테입니다.
소냐 라퓨엔테는 2006년 주니어 그랑프리 멕시코에서 은메달을 따내며
스페인을 피겨 스케이팅계의 지도 위에 올려놓습니다.
그리고 2007년 주니어 그랑프리 영국에서도 동메달을 차지하며 다시한번 포디움에 듭니다.
스페인은 이후 2011년 스케이트 캐나다에서 하비에르 페르난데즈가 은메달을 차지하며
시니어 그랑프리에서도 첫 포디움 선수를 배출하게 되죠.
1991년생인 라퓨엔테 선수의 올해 쇼트 프로그램은 유럽선수권에서 빛을 발했고,
라퓨엔테는 종합 7위를 기록합니다.
시니어에 와서 다소 부진했던 라퓨엔테가 거둔 7위의 성적은
페르난데즈의 유럽선수권 우승에 못지 않은 중요한 성과였습니다.
* 표현력에 대한 생각 잠간...
가끔 (저를 비롯한) 피겨팬들은 주니어들의 표현력은
시니어가 되고 시간이 지나면 자연스럽게 길러질 것이라고 생각하고는 하는데요.
내면에 열정과 깊이를 가지고 있지만,
아직 자신의 껍질을 깨고 나오지 않아
주니어 때 표현력이 별로 인 것 같은 선수들도 있고,
이들이 자신의 껍질을 깨고 나올 경우
어디까지 자신의 능력을 보여줄 지는 아무도 알수 없는 경우도 있습니다.
시니어가 되고 경험이 쌓이면
표현력이 이전보다 나아지는 것은 사실이나,
이것이 누구나 그런 것은 아니고
또한 어느정도 한계가 있는 것 같습니다.
잘못된 점프 습관을 고치는 것이 어려운 것처럼
표현력을 단시간에 기른다는 것 역시 정말 어려운 일인 듯 싶은데요.
그 한계는 점프를 잘 뛰는 것처럼
표현력에도 소질이 따로 있는것도 사실이고,
좀더 복잡한 것이
본인 이외에도 어떤 안무가를 만나 어떤 음악을 선택하느냐도 중요합니다.
그리고 어느 스포츠 그리고 예술이나
기계적인 기술을 넘어서는 그 순간 감동을 주는 것처럼,
피겨 스케이팅 역시 결국에는 본인이 걸어온 길과 인성이 자신의 퍼포먼스에 고스란히
반영되기 때문이 아닌가 합니다.
연습에 의해 어느정도 동작을 따라할 수는 있지만,
그들이 가진 독특한 개성과 내면까지는 모방할 수 없는 것도 그 이유 때문이겠죠.
여러 스케이터들을 보며 드는 생각은 피겨 스케이터의 표현력은
타고난 감각에 더하여
자신의 인생에 대한 고민, 스케이트에 대한 진지함,
그리고 더 나아가 다른 사람과 다른 문화에 대한 관심이 어우러져
만개하는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듭니다.
특히 다양한 문화에서 비롯된 음악과 안무를 소화해내야 하는 피겨 스케이팅의 성격상
다른 이들과 그들의 문화에 대한 존중이 없이는 그 문화를 흉내를 낼수는 있지만,
감동을 줄수 있을 정도로 내면화 하여 표현할 수는 없기 때문이죠.
하지만 자신이 마이너리티로 어려움을 겪지 않으면
낯선이들의 조건과 문화를 이해한다는 것은 매우 어려운 일입니다.
그리고 타인에 대한 이해 없이는 자기 자신에 대한 올바른 이해와 성찰에도 도달할 수 없겠죠.
그런 점에서 주니어 때부터 아무런 어려움 없이
최고의 환경에서 주변의 칭찬과 찬사를 받으며 승승장구한 선수들이
정작 시니어가 되서는 발전하지 못하고, 명성있는 안무가와 코치의 도움에도 불구하고,
작은 실패에도 투정부리며,
기계적인 안무를 반복하는 선수로 머무르는 것은
우연은 아닌 듯 싶습니다.
이번 여자 싱글의 숨겨진 프로그램을 포스팅하며,
주니어 선수들을 보며 그런 생각이 더 많이 들었는데요.
이들이 시니어무대에서 어떻게 발전할지는 (아직은 혹은 누구도) 알수 없지만,
주니어 선수들 답지 않은 표현력을 가진 것은
각각 스케이터들이 걸어온 길과 무관하지는 않다는 생각을 해보았습니다.
이번에 소개한 선수들은 스페인의 소냐 라퓨엔테 선수를 제외하고는
이른바 피겨 강국 출신 선수들입니다.
피겨 변방국에서 어렵게 피겨를 하는 스케이터들에 비해
이들의 환경이 좋은 것은 사실입니다.
하지만 그 안에서 보자면 화려한 스포트라이트와는 거리가 먼 길을 걸어온 스케이터들이죠.
이른바 핀업 조명이 비추는 곳이 아닌
오히려 핀업 조명에 의해 더 어두어진 그 주변의 공간을
묵묵히 피겨에 대한 애정으로 지켜왔던 선수들입니다.
니콜 고스비아니는 동갑내기인
소트니코바, 뚝따미셰바에 밀려 국제대회 참가도 거의 해보지 못했고,
최고의 모습을 보여준 이번 시즌 역시 러시아 연맹의 신뢰를 얻지 못하며,
세계선수권 전 마지막 대회에서 레오노바에 작은 점수 차이로 밀려 출전을 하지 못했습니다.
엘라인 샤트랑의 경우는
캐나다 변경지역에 사는 관계로
연습할 시간과 공간을 찾아 심지어 국경을 넘으면서까지
여러 링크를 찾아 다니며 연습해왔다고 합니다.
사만다 세자리오는
주베니엘 시절 내셔널에 단 한번 진출한 이후
노비스 시절 내셔널 진출에 번번히 실패합니다.
주니어에 진출한 후 내셔널에 진출하지만,
정작 시니어에 와서는 연속으로 미국 내셔널에 진출하고도,
대회 직전 큰 부상을 당해 두번이나 기권을 해야만 했습니다.
결국 그 때문에 주니어 연령에 마지막으로 해당되는 올해
만19세가 되서야 처음이자 마지막으로
주니어 세계선수권에 나갈 수 있었습니다.
포스팅에서 소개한 선수들 중
직관을 할 수 있었던 선수들의 경우에는
지상 연습과 키스앤 크라이 등,
오프 아이스에서의 모습도 볼수 있었는데요.
그들의 피겨 스케이팅에 대한 무한한 애정과 노력을
고스란히 느낄 수 있었습니다.
그래서 그런지 이들의 스케이팅에서는
주니어 선수들 답지 않은
숨을 잠시 멈추게 하는 "한 순간"이 있었습니다.
음악, 안무 등등은 어쩌면 그 한순간을 설명하기 위한
필요없는 근거에 불과할 수도 있겠죠.
그 "한 순간"이 이른바 신동들의 스케이팅에서 찾아볼 수 없는
어쩌면 팬들로 하여금 피겨 스케이팅을 보게 하는 이유가 아닐까라는 생각을 해보았습니다.
다음에는 해외 남자 싱글들의 숨겨진 프로그램들을 소개해보고자 합니다.
이후에 아이스 댄싱과 페어도 다뤄보겠습니다.
즐거운 일요일 보내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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