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즌을 마감하며 다시 보고 싶은 

숨겨진 프로그램을 한국 선수들 위주로 

포스팅하고 있었는데...

하다 보니 지난 11월 랭킹전 직캠 영상들을 보고 쓴 포스팅과 거의 겹치더군요.

그래서 그 때는 지나쳤던 몇몇 선수들을 업데이트 하고

다시 블로그 탑 화면에 올려보기로 했습니다.

즐감하세요...피겨는 점수와 순위가 다가 아닙니다...

- 2014년 4월 9일, 길~~~었던 시즌을 보내며...


2013 랭킹전은 한국시간으로

지난 일요일에 끝났지만,

저의 랭킹전은 이제부터 시작되었습니다.


다음 동영상이 지역제한이 걸려있는 덕분에...

직캠 횽들의 영상을 계속 기다리고 있었거든요.


오늘 드디어 3일차 경기영상이 올라오면서,

저 역시 업로드를 따라가며 보고 있습니다.

마침 이번주는 미국은 추수감사절 휴일이라

랭킹대회 영상을 보기에도 아주 좋은 시기입니다.


전에도 포스팅에서 이야기했듯이

피겨 스케이팅이 좋은 점은 순위를 떠나서

프로그램이 남는 다는 것입니다.

두고두고 다시 돌려봐도 좋은 프로그램들이

대회가 거듭될 수록 더 많이 나온다는 것은

한국 피겨 스케이팅이

제대로 된 방향으로 나가고 있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오늘 소개해드릴 영상은

순위과 관계없이 랭킹전에 출전한 선수들의

프로그램을 처음부터 차례로 보다가

눈에 확 뜨인 프로그램들을 골라 봤습니다.


점프의 성공여부나, 순위는 전혀 상관 없습니다.

개인적으로 마음에 든 "프로그램" 위주로 골라봤습니다.


자칫 아쉽게도 지나칠 수도 있는 프로그램들을 소개하는 것에

포스팅의 의미를 두고 있기 때문에,


이번 랭킹전에서 1그룹 포디움에 든 선수들의 프로그램,

지난 시즌에 이미 선보인 프로그램,

그리고 제가 이미 다른 포스팅에서 추천했던 프로그램들은 "가능한" (왜 가능한인지는 조금 있다 아시게 된다는...)

포함시키지 않았습니다.

그 프로그램들은 대부분 아래의 링크된 포스팅을 보시면 있을 거에요.


2012/13 시즌 숨겨진 프로그램 찾기 (한국 스케이터 편) - 최휘, 박경원, 남수빈, 조경아, 김환진

주니어 그랑프리/네벨혼 선발전 추천 프로그램 - 김해진, 박소연, 김규은, 최휘, 김민석, 이준형, 김진서, 감강찬

(승급심사) 임소연, 변세종, 채송주, 윤은수

피겨 2차 승급심사 - 박성훈, 권예나, 이시형, 이서영, 최민지, 전세희, 안소현


2013 랭킹 대회 추천 프로그램 시작합니다.


당신을 반하게 할 은반 위의 형제


감강찬 SP 망명자의 탱고


제가 이미 추천한 프로그램들은 뺀다고 말씀 드렸죠..

하지만 이 프로그램은 예외로 해주세요...

일단 이번 직캠의 앵글이 기가 막힙니다.

마치 심판진이 아닌 촬영자에게 호소하는 듯한 저 손동작.


지난 주니어 선발전에서 거의 베스트를 보여줬다고 생각한

감강찬 선수의 망명자의 탱고는 또다시 더 좋은 퍼포먼스로 돌아왔습니다.

영상의 앵글은 촬영자의 마음을 반영합니다.

"일단 점프컨시만 잡히면 나 이런 남자야" 라고 이야기하듯

(여성) 직캠 촬영자를 사로잡는 감강찬 선수의 망명자의 탱고입니다.


2013 주니어 그랑프리 선발전 (사진 구라마제님, http://blog.naver.com/leaninseeker )


감강찬 FS


한 선수는 하나의 프로그램만 추천하려고 했는데,

이번에도 예외로 해주세요.


제가 즐겨찾는 피겨 블로그를 운영하는 트위터리안이 있는데요.

트위터에 강감찬 선수의 새로운 프리 프로그램을 링크한 후

이런 트윗을 날렸죠.


"강찬이는 이런 것도 잘하는구나

널 좋아해...너의 동생도"


일본 순정만화에 나올 듯한 이 멘션을 보고서

이번에는 마침 때맞춰 업로드된

감강인 선수의 프리 프로그램을 보게 되었습니다.


감강인 FS


음악이 우연히도 한때 20 여년전 여고생들을 사정없이 폭풍 몰입시킨

엑스재팬의 "엔들리스 레인"이었습니다.


이 영상을 보면서

다시 그 트윗이 떠오르더군요...


"널 좋아해...너의 동생도.."


강강찬 선수와 또다른 매력의 소유자 동생 감강인 선수의 프로그램입니다.

이 선수 역시 점프 컨시만 잡히면...무시무시하게 멋진 프로그램을 보여줄 듯.


그 트친분은 저의 추궁에 이렇게 답하셨습니다.

"전 단지 그들의 스케이팅을 사랑할 뿐...?!"


이번 시즌 조심하세요.

은반 위의 형제가 매끄러운 스케이팅으로

당신을 반하게 할 것입니다.


누가 시니어 프로그램이 뭐냐고 묻거든...


누군가 랭킹전에서 1그룹 경기가 2그룹과 어떻게 달랐냐고 물어본다면

저는 이 프로그램들과 스케이터들을 소개할 것입니다.


박연준 SP

부상으로 고생하고 한 때 링크를 떠날 생각까지 했다는 박연준 선수

다시 부활의 몸짓을 시작했습니다.

박연준 선수의 강점은 무엇보다도 본인만의 강한 개성이 담긴 프로그램과

"뮤지컬리티"라고도 하는 음악을 느끼면서 타는 감각입니다.

아직 어려움을 겪는 점프 컨시에 안타까워할 시간 따위는 없습니다.

박연준 선수의 이번 쇼트 프로그램만큼

이런 그루브를 링크에서 발산하는 스케이터는 최근에는 더욱더 찾아보기 힘듭니다.

이것이 바로 점핑빈의 반대편에 서 있는 시니어 스케이터의 저력이 아닐까요?



이호정 FS


부상으로 두시즌 동안 어려운 시기를 겪었던 이호정 선수는

우아한 안무와 성숙한 프로그램이 무엇인지

비록 점프가 무너지더라도 항상 증명합니다.

주니어 시절부터 안무 표현력으로 유명했던 이호정 선수는

부상을 겪은 후 오히려 더욱 풍부한 안무 해석력과 섬세한 움직임을 보여줍니다.


랭킹전이 끝난 후 이호정 선수는 아쉬운 마음을 토로하는 트윗을 날렸습니다.

종합선수권에서 좀더 굳세게 일어선 모습으로 만날 것이라고 확신합니다.



이해인 SP

최근 우아한 프로그램을 보여주는 한국 스케이터가 누구냐고 물어본다면 

꼭 이야기 하고 싶은 선수입니다.

지난 시즌 쇼트 Winter Lullaby (by David Garrett) 프로그램도 좋았었는데,

이번 시즌 쇼트 역시 좋습니다.

이호정 선수와 마찬가지로 오랜 부상을 겪어 역시 점프 타이밍과 컨시에 아직도 어려움을 겪고 있지만

해인 선수의 안무 표현력과 군더더기 없는 스케이팅을 보면,

이해인 선수가 그 어려움을 이기고 돌아온 것이 얼마나 다행인가 느끼게 해줍니다.

손동작 하나하나를 따라가다 보면 어느새 쇼트 프로그램이 휙하니 끝나 있습니다.


변지현 FS

청량한 스케이팅을 자랑하는 변지현 선수의 프리 프로그램입니다.

강점이었던 우아한 팔과 상체의 움직임 역시 더욱 부드러워 졌습니다.

지난 시즌 초반의 부상에서 벗어나 이번 시즌이 거듭될수록 점프 컨시도 올려가고 있어

시즌이 지나갈수록 더욱 좋은 프로그램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김규은 SP

주니어 그랑프리 선발전에서 많은 이들을 사로잡은 김규은 선수의

The Artist OST 프로그램은 랭킹전에서도 돋보였습니다.

The Artist OST는 지난 시즌 따로 포스팅하면서 다룬 적이 있는데요.

관련 포스팅 링크: "아티스트" (The Artist) - 피겨는 감동적인 무성영화

개인적으로 한국 스케이터의 The Artist 프로그램을 기다렸습니다.

이번 시즌, 안무 표현력이 좋은 김규은 선수가

싱크가 잘 맞는 유려한 안무의 프로그램을 가지고 나왔습니다.


김나현 FS

지난 시즌까지 점프 능력에 비해 다소 프로그램이 개성이 없다는 평가를 받았던

김나현 선수는 이번 시즌 완전히 다른 선수가 되어 나타났습니다.

우아한 안무가 돋보이는 사브리나 OST 프리 프로그램은

이번 시즌 자신만의 색깔을 다져가고 있는 김나현 선수를

주니어의 분위기를 탈피하여 부쩍 크게 만든 프로그램이 되었습니다.

우리는 가끔 잊어버립니다.

능력이 기회를 만들기도 하지만, 사실은 기회가 능력을  만든다는 것을...

주니어 그랑프리의 소중한 경험 이후, 김나현 선수는 한단계 도약한 스케이터가 되었습니다.


임아현 SP

지난 시즌 우연히 오마쥬하게 된 "레미제라블" 프리 프로그램으로 주목받았던

임아현 선수는 이번 시즌 프리를 간직한 대신 쇼트를 새로 선보였습니다.

라틴 리듬에 맞추어 신나는 댄스를 선보이는 특색있는 쇼트로

한국 여싱들이 잘 시도하지 않는 장르를 경쾌하게 잘 소화해냈습니다.

깨알같은 트렌지션과 스텝의 디테일을 발견해보세요.


김태경 SP

이번 시즌 타이페이 오픈과 니스컵 등에 참가하며 부지런히 움직인

김태경 선수는 마침내 이번 랭킹대회에서 그 결실을 보게 되었습니다.

시니어 참가 나이 선수 중 3위를 차지하며,

니스컵에서 기술 최저점을 넘긴 4대륙 선수권 대표로 나가게 될 예정입니다.


김민석 SP

김민석 선수의 이번 시즌 쇼트는

The Piano Guys가 스타워즈 OST를 편곡한 Cello Wars 입니다.

역시 맏형 답게 특색있는 쇼트를 보여줍니다.

중간에 광선검을 휘두르는 장면을 놓치지 마세요.

제다이 김민석 선수에게 포스가 함께 하기를...


표현력은 나이순이 아니쟎아요


여자 2그룹에서도 역시

기억에 남는 "프로그램"을 보여준 스케이터들이 있었습니다.


박고은 SP

꿈나무 대회때 부터 시선을 확 붙잡았던 프로그램입니다. 

제 트위터에서는 이미 강조해서 소개했는데,

블로그에서는 피겨 쥬크 박스 "The Piano Guys" 편에서 스쳐가듯 업데이트로 올린 적이 있어서,

관련포스팅: 피겨쥬크박스 - The Piano Guys (클래식과 팝, 라이브와 유튜브의 유쾌한 만남)

언젠가는 꼭 다시 소개하고 싶었습니다.

음악은 역시 (크로스오버 음악 덕후인) 제가 좋아하는 The Piano Guys의 음악을 썼습니다.

그것도 아델의 "Rolling in the Deep".

필수 요소간의 트랜지션이 뛰어나고, 음악의 타이밍을 맞춘 안무의 요소들이

차곡차곡 잘 짜여진 프로그램입니다.

역시 The Piano Guys 만큼이나 피겨 프로그램 음악으로 사랑받는

바이올리니스트 David Garret이 연주한 "Walk This Way"로 음악이 바뀌는데요.

이에  따른 중반 이후의 빠른 비트로의 반전과 템포의 변화 역시 이 프로그램을 생동감 있게 만듭니다.


장현수 FS

남싱에 제이슨 브라운의 리버댄스가 있다면

한국 여싱에는 장현수의 리버댄스가 있습니다.

아이리시 댄스에 맞추어 구성한 스텝과 깨알 같은 안무를 보세요.


임은수 FS

노비스 답지 않은 표현력으로 지난 종합선수권에서 저를 깜짝 놀라게 했던

임은수 선수는 어느새 6급까지 통과하며

이미 주니어 선수가 되었습니다.

"핑크 팬더" OST 를 사용한 이번 시즌 새 프리프로그램에서도

역시 임은수 선수의 트레이드 마크인 표정연기와

경쾌한 상체의 움직임을 보여줍니다.

 

김지수 SP

그렇습니다. 저는 "월광" 덕후입니다.

하지만 그렇기 때문에 이 프로그램을 추천하는 것은 아닙니다.

최근 한국의 주니어 선수들 중에서는

우아한 상체 동작을 보여주는 선수들이 많아졌습니다.

그 중에서도 김지수 선수는 

특히 팔과 손끝의 사용이 뛰어납니다.

점프컨시가 아쉬웠지만,

그러한 아쉬움을 채우고도 남는 

부드러운 스케이팅과 도드라진 표현력을 발견할 수 있습니다.

김해진 선수의 "월광" 이후, 오랜만에 여싱에서 발견하는 인상적인 "월광"입니다.

점프의 실수로 프리컷 라인에 걸려 

프리 경기를 못한 것이 너무 아쉽네요.


안소현 SP

특색있게 재치 있는 의상이 프로그램 컨셉을 전달하는데

얼마나 중요한가를 보여주고 있습니다.

음악을 듣지 않아도 의상을 보면 프로그램을 짐작할 수 있습니다.

그렇습니다. "테트리스"입니다.

의상 만큼 프로그램도 깜찍하고 귀엽습니다.


이서영 SP

프리 프로그램으로 레미제라블을 연기하는

이서영 선수의 쇼트 프로그램은 우연히도 탱고입니다.

이서영 선수의 이번 시즌은 김연아 선수의 두 시즌 프리 프로그램 쟝르를

쇼트와 프리로 연기하는 오마쥬투연아 시즌이 되었네요.

탱고는 절도있는 안무와 카리스마가 필요한 장르라

주니어들이 제대로 소화하기 힘든 장르의 프로그램 음악입니다..

하지만, 이서영 선수는 파워 있는 상체와 팔의 움직임

그리고 쉴새 없이 몰아치는 스텝을 통해 탱고를 멋있게 소화합니다.

김연아, 위버/포제로 대표되는 탱고의 시즌, 이서영 선수가 자신만의 탱고를 만들어 가고 있습니다.


청년이 되가는 아역들의 베토벤 바이러스


베토벤의 음악을 프로그램으로 사용한

두 남싱의 프로그램을 소개합니다.

지난 시즌까지 주니어에 있었던 두 선수는

나이로 그룹을 나눈 랭킹전에서는 다른 그룹에 있었지만,

이제 이번 시즌 종합선수권에서는 같은 시니어로 링크에 서게 됩니다.

이들은 피겨 스케이터가 되기전, 한명은 아역배우, 다른 한명은 뮤지컬 배우 오디션에 참가하기도 했습니다.

청년이 되어가는 이들은 베토벤을 어떻게 연기할까요?


차준환 SP

지난 시즌 쇼팽의 즉흥환상곡을 쇼트 프로그램으로 들고 나왔던

차준환 선수는 이번 시즌에는 베토벤의 "월광 소나타"를 쇼트 음악으로 선곡했습니다.

굳이 이번 랭킹대회에서 총점 170이 넘었다는 이야기를 하지 않더라도

이미 차준환 선수의 프로그램은 초등학생의 경기가 아닙니다.

표현력 만큼이나 부쩍 자란 차준환 선수는 어느새 달빛을 나르는 청년이 되어가고 있네요.


변세종 SP

지난 시즌 역시 범상치 않은 프로그램을 선보였던 변세종 선수는

초등학교 시절 뮤지컬 오디션에도 참가했던 "연기파 스케이터" 답게 

이번 시즌 역시 특색있는 프로그램을 가지고 나왔습니다.

이번에는 베토벤 메들리에 도전합니다.


어쩌다 보니 오마쥬

변세종 FS

변세종 선수의 실험적 프로그램은 쇼트는 그저 오프닝이었습니다.

프리에서 비발디와 피아졸라의 "사계"를 몽타쥬로 교차 편집한 음악을 사용합니다.

패트릭 챈이 이번 시즌 프리를 비발디의 "사계"로 선택해서,

같은 시즌, 같은 음악을 선택하여 어쩌다 보니 오마쥬 처럼 보이지만,

변세종 선수가 자신만의 색깔을 가진 프로그램로 어떻게 만들어갈지 지켜보는 것도 관전 포인트.

아직은 몽타쥬로 교차되는 안무의 톤에 적응하지 못한 듯 하지만, 시즌 후반까지 어떻게 완성시키느냐에 따라

깜짝 놀랄만한 프로그램이 될수도 있지 않을까 하는 기대를 해봅니다.


노틀담 드 서울

민유라 / 티모시 콜레토 FD


이제 한국에도 아이스 댄스 팀이 두팀이나 있습니다.

그리고 공교롭게도 두팀이

현 세계챔피언 메릴 데이비스/찰리 화이트 팀의

지난 시즌과 이번 시즌 프리 프로그램 음악을

이번 시즌 프리로 사이좋게 나누어 사용했습니다.


김레베카/ 키릴 미노프 팀은 "세헤라자데"를 택했고,

민유라/티모시 콜레토 팀은 "노틀담 드 파리"를 선정했습니다.


에스메랄다를 연기한 민유라 선수의 표정연기가

"라수"횽이 측면에서 찍은 위의 직캠에 생생하게 잘 잡혔습니다.

이제 고작 7개월 된 아댄팀이 프리 경기에서 보여준 놀라운 케미는

민유라/티모시 콜레토 팀의 앞날을 기대하게 만듭니다.


"새로운 시대가 시작되었다. 대성당의 시대가" 아니 시니어 아이스 댄스의 시대가!

관련포스팅: 한국 아이스 댄서, 민유라/티모시 콜레토의 "두근두근" 데뷰!


민유라, 티모시 콜레토의 프리 댄스 리프트 (사진 구라마제님, http://blog.naver.com/leaninseeker )


이 포스팅에 임베디드 된 영상중

감강찬 선수 쇼트는 알로에주스님이

다른 모든 영상은 라수님이 촬영한 영상입니다.

감사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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