레베카 / 키릴 선수가 주니어 선발전을 위해 전날에 와서

롯데월드 링크에서 연습한다는 이야기를 듣고

지난 겨울 한국에 갔을 때 찍었던 롯데월드 링크 사진이 보고 싶어졌어요.


피겨팬들이라면 다들 알겠지만, 

롯데월드 링크는 한국 피겨 팬들에게는 특별한 장소입니다.

분노와 기쁨이 함께 교차하는 장소라고 할까요.


그리고 어린시절 한국에 흔하지 않던 실내 스케이팅장에

"스케이트를 타러" 갔던 사람들에게도 특별한 장소입니다.


예전에 롯데월드 링크에 대해 썼던 포스팅이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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클라우디아 뮬러와 장원일 선수가 나오는

윤일상의 뮤직비디오 "애상 + I'm Missing You" 뮤직 비디오를 보다가

 

갑자기 롯데월드 아이스 링크장과

내가 마지막으로 스케이트를 탔던 날이 떠올랐다.





피겨팬들에게

롯데월드 아이스 링크는 


전용링크 하나 없어 놀이공원에서 새벽에 연습해야 했던

김연아 선수가 처해있던 어려운 연습환경과


아이스 쇼 직전 일어난 목동 아이스링크 화재 이후, 

어른들은 숨어 버리고, 아무런 잘못이 없는 이 자그마한 소녀가 사과하고,

대체 공연을 해야했던


김연아 선수가 겪어 왔던 역경과

그것을 이겨낸 가슴아프지만 자랑스런 공간으로 기억될 것이다.




 





나에게도 롯데월드는 피겨에 관한 개인적인 여러가지 기억들이 있는 곳이다.

롯데월드 아이스 링크에서 나는 처음으로 피겨 스케이트를 신어봤다.

보통 논밭을 얼린 야외 링크장에서는 스피드 스케이트를 빌려탔었지만,

당시 흔하지 않던 실내 링크장인 롯데월드 링크 장은 언제나 사람으로 붐비었고,

링크에서는 속도가 덜나와 나름 안전하다고 생각한 피겨 스케이트만을 빌려줬다.


초등학교 때 부터 사생대회나 소풍이 끝나면 롯데월드에 갔고,

그 때마다 친구들과 피겨 스케이트를 빌려 스케이트를 타고는 했다.


 

정말 신기했던 것은, 링크장에 가면 말괄량이 여자애들도, 멋대가리 없는 남자애들도

다들 얼굴이 하얗게 빛나며 그렇게 멋있을 수가 없었다.

 

그래서, 아이스 링크에 가면 항상 사람들의 가장 아름다운 모습을 볼 수 있다는 생각을 하고는 했다.


그 곳에서 마지막으로 스케이트를 탔던 것은 내가 고등학교 3학년 마지막 소풍을 갔던 날이었다.

 

나의 마지막 활주는

희비극으로 끝났다.

신기하게도 갑자기 얼음이 믿을 수 없는 속도로 나한테 다가왔고,

정신을 차려보니, 링크에 피가 흩뿌려져 있었다.

 

내 주위에 사람들이 몰려들었다.

 

친구들이 뭉개진 안경테를 들고 나를 링크 응급실로 데려다 줬다.

다행히 얼굴의 상처는 흩뿌려진 피에 비해서는 크지 않아서,

봉합을 할 필요는 없었다.

 

집에 도착하니 상처를 보고 놀란 어머니에게

위로랍시고 나는 그렇게 말했다.

 

"스케이트를 타는데 갑자기 얼음이 다가왔어..."

 

많이 놀랐던 어머니는 어이없어 피식 웃음을 터뜨렸던 것 같다.

 




그 후 대학에 와서 허리가 나빠지면서

더이상 스케이트를 못타게 되었다.

 

하지만 나는 그 때부터 동계올림픽이나 되어야 해주던

피겨 중계를 더 열심히 챙겨 보기 시작했던 것 같다.

 

이제는 그 때의 상처는

다행히도 사라져 찾아볼 수 없지만,

 

그 곳에서 연습하던 어린 선수들의 모습과

 

스케이트를 처음 신고, 얼음을 지치던

사람들의 환하게 빛나던 미소는 여전히 기억속에 살아있다.

 

.....

 

언젠가는 그 링크에서 꼭 다시한번 스케이트를 타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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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겨울 한국에 잠시 들어갔을 때 

종합선수권을 보았습니다.





그리고 며칠 후 출국하기 1주일전 무작정 롯데월드 링크에 갔어요.

그곳에서 한참 동안 스케이팅 하는 사람들을 바라봤습니다.





그러다가 정빙 시간이 되었습니다.











정빙을 마친 빙판은 마치 호수와 같이 느껴졌어요.

한참 링크를 바라보다가

이제는 스케이트를 타봐도 괜찮지 않을까 라는 생각이 들더군요.





그리고, 며칠 뒤 과천 링크장에 

제 짝과 그리고 조카들과 함께 스케이트를 타러 갔어요.


쌩쌩 달리는 조카들 때문에 몇번 넘어질뻔 했지만,

완전히 잊어버리지는 않았더군요.

그래도 조카들 한테는 못당하겠더군요. 원래도 잘 타는 편은 아니었으니까요...


그날, 고3때 넘어진 이후 처음으로 링크에 서 보았습니다.




 


과천에서는 하키 스케이트를 빌려주더군요.

다음에 한국에 들어오면 꼭 롯데 월드 링크에서 피겨 스케이트를 신고 

타보려고 합니다.


다음주에는 제가 있는 동네 링크에도 스케이트 타러 가보려고 해요.

지역예선과 클럽 경기를 보러 갔었는데, 이곳 링크는 붐비지도 않고 매우 따뜻하더라구요...


레베카와 키릴 선수에게 롯데월드 링크는 어떻게 기억되게 될지 궁금해지네요.

몇년이 지난 후에는

시차 적응으로 힘든 지금의 시간과는 분명이 다르게 기억될 것 입니다.


롯데월드 링크와 레베카 선수의 인연도 그렇게 시작되었네요.


베키 / 키릴 팀의 멋진 경기를 기원합니다.

이제 본격적인 시즌 시작이네요..


응원할 한국 아이스 댄스팀도 있고, 

그 이야기를 함께 나눌 피겨 스케이팅팬들이 있어서 참 좋습니다.


- 주니어 선발전이 열리기 하루 전 스파이럴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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