홈스테잉 하고 있는 숙소에 돌아와서

사진 정리하고 자려다가

체력적 한계가 왔는지 조금만 누워 있어야지 하고

일어나 보니 지금이네요...

 

체력적으로 힘든 것도 힘든것이지만...

심리적 데미지 때문인 듯.

 

여자 싱글 끝나고 생각해보니

아침, 점심 다 굶었더라구요.

스코어 나오고 어이가 없어서

분노가 배고픔을 삼켜버렸던 거죠.

 

여싱 프로토콜을 파기 시작하면 잠 못잘것 같아...

김연아 선수와 카롤리나 코스트너의 프로토콜만 보고 닫았습니다.

 

일단 기술적 분석은 나중에 기회 있을 때 다시 해보고

우선 경기장 제 주변 관중들의 반응을 이야기해볼게요.

 

피겨 스케이팅이 말도 안되는 판정에도 불구하고

사라지지 않고 존재해야할 이유는 

바로 피겨팬들의 '진정한 팬심'이라고  생각하니까요.

 

제가 앉은 곳은 저 말고 사방이 모두 캐나다 관중들이었는데요.

대부분 전체경기 티켓 패키지를 구매한 분들이라

대회내내 같은 분들하고 이웃하게 되었어요.

처음에는 그래서 조금 어색했지만,

옆에 분들하고는 친해져서 이야기도 하고 그랬어요.

 

조금 지나서 앞뒤 분들하고도 이야기를 하기 시작했는데,,

오늘 여자 싱글경기 부터였어요.

 

제 트윗에도 썼지만

오늘 보내주신 김연아 선수 카페의 손배너들을 가지고 갔는데요.

저는 조금 컨셉을 바꾸어서 한국분들보다 외국 승냥이 분들에게 나누어 줄까 생각했어요.

트위터에서 멘션된 분에게 전달하기로 했는데, 경기장 wifi가 연결이 안되어

전달을 못해서 난감해 하고 있었죠...쇼트는 손배너 못나누나보다 라고 생각하고,

 

혼자서라도 들어야지 하고

3그룹 시작전 휴식시간에 한장을 꺼내자마자.

주변에서 "와~~~이거 뭐냐?" "진짜 예쁘다" "너가 만든거니" 등등

관심이 폭발했습니다.

다른 디자인도 있는데 하니까

"보여줘 보여줘"

 

그러자 앞뒤 사방에서

배너 더 있냐고 물어보면서

여기 저기서 "같이 들고 싶어." "김연아 응원 섹션 만들어 버리자"고해서

나머지 4개도 꺼내서 나누어 줬어요.

4개 열이 앞뒤로 김연아 선수 배너를 들게 되었죠,

 

배너를 못받은 분들이 국기도 가져왔냐고 해서

마침 준비한 태극기 2개도 꺼냈습니다.

그래서  제 옆의 멋진 열혈 노부부 피겨팬들하고

앞열의 이모님 피겨팬 분이 하나씩 맡으셨어요.

오늘은 명예 한국인이라고 이야기하시면서

 

휴식시간 끝나기 전에 같이 태극기와 배너를 들고 

기념촬영을 같이 했습니다.

이미 제가 앉은 곳은 응원준비 완료.

 

그리고 이제 드디어 김연아 선수 웜업 등장.

CBC 라이브 스트림 쇼트 웜업

유튜HYUNWOO KIM 님의 쇼트 웜업 직캠



 

 

김연아 선수 경기 차례가 되자

 

다같이 배너와 국기를 흔들었어요.

다들 경기 때에는 숨을 죽이며 봤고,




팬캠 (youtube: tlstjdrb)

 

직캠 - 부분

 

일단 김연아 선수의 쇼트에 대한 관중들의 반응은 폭발적이었습니다.

끝나고는 스탠딩 오베이션...

클린 프로그램이었고, 대부분 70점 이상을 기대하고 있었죠.

 



 

그랬기 때문에 점수에 대해서는 어? 하는 반응들이 즉각 나왔습니다.

 

나중에 알고보니 제 앞줄과 옆에 앉으신 분들은

캐나다 열혈 피겨팬들이라 기슬에 대한 이해도와 선수들에 대한 정보가

놀라울 정도로 정확했는데요. 

이번 대회에 나온 상위권 선수들을 대부분 적어도 2-3번 이상 직관한,

캐나다 중동부지역에서 열린 거의 모든 국제 대회와 내셔널에 가시는 분들이었어요.

 

제 옆에 있었던 캐나다 팬도 72점 이상을 예상했다고 하더군요.

 

점수 나오고도 오늘 엄하게 하나보다라고 좀더 지켜보자라고

위로해주시더라구요....

 

경기가 끝나갈때쯤

상위권 점수가 예상보다 2점에서 4점 정도 낮다고 하더군요.

전체적으로 같이 박하게 주는 듯 하고.

순서가 초반부인 것도 있고. 니가 이해해라 이런 분위기였는데

막판 코스트너 점수 뜨자

???

이건 뭐지 싶은 반응으로 바뀌었어요.

 

그런거죠....

 

국경을 떠나 피겨를 사랑하는

피겨팬들의 마음은 이런거겠죠....


 

ps.1.

제 뒤에 꼬마가 피겨 프리 쥬베니일에서 뛰고 있는

스케이트 디트로이트에도 출전했던 선수였어요.

 

배너를 보고 너무 좋아해서 가지라고 했어요.

나보다 너가 더 필요할 것 같다고 이야기하고...

이번에 세계선수권 대회에 오신 승냥이 횽이

선물로 준 E1 달력 중에서 하나 꺼내서 주면서,

계속 스케이팅 재미있게 타라고 이야기했어요.

 

경기 끝날 때까지 보물처럼 달력과 배너를 꼭 껴안고 있는 아이를 보니

주기를 잘했다 싶더군요.

 

연아 선수의 올림픽 금메달 이후

주니어 선수들의 아이돌은 단연 김연아 선수더군요.

김연아 선수가 미셸콴 선수를 보고 꿈을 키웠듯이

이들은 김연아 선수를 보고 꿈을 키우고 있습니다

 

아무리 심판들이 장난 질 해도...

피겨팬들과 후배 스케이터들의 마음에까지

잘못된 롱엣지 콜을 매길수는 없습니다.

 

ps. 2

연아 선수덕에

정말 잊을 수 없는 경험을 했습니다.

연아 선수 그룹 경기가 끝나자

아직도 멘붕에 빠져 있는 저를 대신해서

앞의 분들이 배너와 국기를 정성스럽게 접어서

다시 주셨어요...

프리 때 꼭 다시 가져오라고

같이 응원하자고...

한번 응원했으니 더 응원 잘 할 수 있을거라고..

 

오늘 아이스 댄스가 끝나고 집으로 갈 때

내일 보자고 인사를 나누었습니다.

제 이름을 기억하고 있더군요...

정확하게 발음하면서...

제 이름은 특히 외국인들이 발음하기가 힘듭니다.

 

미국에 온지 이제 만 3년 반,

제 이름을 정확하게 발음한 북미인은

제 지도교수님 이후

처음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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