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랜만에 세계선수권 이야기를 다시 씁니다.

 

어쩌면 피겨 스케이팅 자체 보다도 캐나다의 피겨팬들을 좀더 알게 되면서 나누었던 대화들이

더 오래 기억에 남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마치 우리가 야구를 보듯이 

캐나다에서 즐기는 피겨 스케이팅 문화라는 것을

접할 수 있었습니다.

맥주도 마시고, 쉬는 시간에 간식도 사먹으며

무엇보다도 대회 자체를 즐기는 것이 보기 좋았어요.




사실 그랑프리 스케이트 캐나다나 캐나다 내셔널에 가면,

친절한 올드팬들 옆에 앉게 될 경우,

같이 피겨 스케이팅 이야기를 하는 것도

큰 즐거움이었죠.

 

제가 처음 갔던 2011 스케이트 캐나다에서도

제 오른쪽에 앉았던 마이라 이모님(호칭이 좀 어색?)과

왼쪽에 앉았던 메리 할머님이 아직도 기억납니다.

2011 스케이트 캐나다는 토론토와 붙어 있는 미시사가라는 도시에서 열렸는데요.

처음 갔던 국제 대회였지만, 그 곳에 사시는 두분 덕분에 아주 즐겁게 경기를 봤습니다.

 

마이라 이모님은 5년간 저축을 해서 밴쿠버 올림픽에 가셨던 열혈 피겨팬이셨는데,

지갑에서 밴쿠버 올림픽 피겨 스케이팅 표를 꺼내서 보여주셨어요.

김연아 선수의 "그 경기"를 봤다고 하시면서...


 

메리 할머님 역시 2009년 LA에서 열렸던

세계선수권 대회에 다녀온 열혈 피겨팬이였습니다.

LA 월드때 한국사람들이 정말 많이 왔었다고 하시면서

김연아 선수 프로그램이 정말 좋았다고 하시더군요.

한국에서 왔냐고 해서 그렇다고 하고,

제 이름을 알려 드렸더니, 발음해 보시고,

한국어를 할줄 몰라서 정확히 발음 못해 미안하다고 하셨습니다.

원래 제이름은 발음이 좀 어렵다고 대답해드렸죠.


2011년 가을에 이 두 분은 벌써

2013 런던 세계선수권 이야기를 하셨는데요. 

세계선수권 예매를 빨리 해야된다고

경기장이 작아서 빨리 매진될 거라고 충고 해주셨어요.

토론토에 사는 사람들이 다 노리고 있을 거라고...

참고로 온타리오주 런던은 토론토에서

자동차로 2시간 거리에 있습니다.


이번 대회에도 두분다 관중석 어딘가에 계셨을거라고 생각합니다.

 





캐나다 런던에서 열린 이번 세계선수권에서도 

운좋게도 제 주변의 관중들 덕에

즐거운 경험을 많이 할 수 있었어요.


저는 대회 직전에 올이벤트 티켓을 

토론토에 사는 캐나다 피겨팬으로부터 사게 되었는데요.

티켓 오픈 초반에 올이벤트 티켓으로 판매한 자리들이라 그런지,

제 주변 관중들은 대부분 캐나다 현지의 열성 피겨팬들이었고,

지정석이라 5일 연속으로 같이 앉게 되었습니다. 

그래서 같은 관중들을 계속 보게 되었고, 

특히 여자 쇼트 경기에서 김연아 선수 배너를 들고 

같이 응원하게 되면서 부터 이들과

쉬는 시간에 이야기를 더 많이 할수 있었어요.



제가 공식연습을 보느라 1그룹 경기들을 빼먹고 도착하면,

모두 이미 도착해서 경기를 보고 있었습니다.

 

"너 어디갔었어?" "왜 지금 오니?" "너 OOO 경기 놓쳤어...죽였는데..."

등등의 싫지 않은 핀잔을 들어야 했습니다. 

그리고는 다음 정빙 시간동안 이들에게 공식 연습 리포팅을 간략하게 했죠.


쇼트 다음날,

지난 여자 쇼트 경기에서 배너를 같이 든 것이

한국 뉴스에 나왔다고 하니 많이들 좋아해주셨어요.

관련포스팅: 세계선수권 김연아 선수 쇼트 직관기 - 관중들은 알고 있다.



차츰 더 친해지면서 알게 된 제 구역 캐나다 관중들의 

피겨 스케이팅에 대한 열정과 식견은 대단했습니다.

 


제 앞에서 플랭카드를 흔들었던 

열혈 젊은 피겨팬은 알고보니 스카티시 하이랜드 댄스 컴피티션에 출전하는 

전직 댄스 선수들이었습니다.

어쩐지 인터미션 시간에 강남 스타일이 나올 때 move 가 심상치 않더라니...

저도 스카티시 하이랜드 댄스를 이들을 통해서 알게되었는데요.

스코트랜드의 민속 댄스로 매년 스코틀랜드에서 세계대회가 열리는 컴피티션 댄스로

발레와 댄스가 혼합된 댄스로 고도의 훈련과 노력이 필요한 댄스 컴피티션이더군요.

그래서 그런지 대회에서 점프와 안무에 대한 이들의 식견은 놀라왔습니다.

직관적으로 느끼는 것 같았어요.

이들은 몇년전 캐나다를 대표해서 월드 챔피언쉽에 참석했구요.

관련해서 다큐멘터리와 세계선수권 장면을 담은 영상을 링크해봅니다.

 

 

특히 같이 찍은 사진을 이메일로 저에게 보내준 

애슐리는 현재 하이랜드 댄스 코치를 하고 있고, 

국제심판으로도 활동하고 있다고 했어요.

그리고 선수로 활동할 때 월드 챔피언쉽에서 찍었던 사진을 보여주었습니다.


이들은 캐나다 서부 캘거리에 살고 있었는데,

두 친구와 이들의 어머니들이 

4년마다 피겨 세계선수권을 보러가기로 하고,

지난 2009년 LA 세계선수권 때부터 그 약속을 실행에 옮겼다고 합니다.

김연아 선수에게 이들이 열광했던 이유도 

바로 4년전 월드에서 죽음의 무도와 세헤라자데를 직관한 관중들이었기 때문이죠.

이들은 4년이 지난 2013년 이번 세계선수권에 다시 온타리오주 런던에 오게 된 것이었어요.

말이 같은 캐나다지 사실 3시간 정도 비행기를 타고 온 것이죠.

이번에는 안타깝게도 애슐리의 어머니는 몸이 안 좋아서 3명만 왔다고 합니다.



태극기를 흔들어 주셨던 제 앞열 왼쪽의

폴리와 친구분은 알고보니 몇년전 

아마츄어 싱크로나이즈드스케이팅 선수로 대회에 나갔던 분들이었습니다.

역시 사진을 보여주셨는데요.

내셔널 지역 예선에 출전한 기념사진의 16명의 선수들 중 

어떤 분인지 찍어야 해서 조금 어려웠지만...

(백인들이 아시안들을 쉽게 구분하지 못하는 것처럼.

저도 몇년전에 찍은 사진에서 백인들을 구분하는 것은 쉽지 않은 일이니까요.

옆에 있던 애슐리가 여기있쟎아 하고 도와주어서

결국은 찾아내었습니다.)


이 분들도 정말 열정적으로 응원을 하셨어요.

특히 아이스 댄스 경기가 있는 날은 

노란색의  Believe라는 단어가 써져있는 티셔츠를 입었는데요.

이 티셔츠는 2010년 테사 버츄 & 스캇 모이어의 밴쿠버 올림픽 금메달을 기원하며

캐나다 팬들이 입었던 티셔츠라고 하더군요.

테사 & 스캇의 경기가 다가오면서 관중들이 노란색 티셔츠를 입기 시작했습니다..









그리고 제 뒷줄에 앉았던 가족은

제가 지난 번 쇼트 관람기에서 이야기했듯이

딸이 프리 쥬베니엘 레벨의 꼬마 스케이터 였는데

스케이트 디트로이트에도 참가했다고 하더군요.

김연아 선수가 아이돌이라고 해서,

김연아 선수 응원 손 배너를 드렸습니다.

이후에 답례로 패트릭 챈, 오스몬드, 테사버츄, 스캇 모이어의 얼굴을

출력한 응원 도구를 저에게 나눠주셨어요.


캐나다 관중에게 받은 스케이터 얼굴 응원도구와 캐나다 국기를 한 컷




할머니, 어머니, 아버지, 딸  온 가족이 

2시간 거리인 윈저에서부터 경기를 보러 왔고,

어머니는 딸의 친구들인 화동들이 가까이 올 때마다 

화동들의 이름을 부르며 응원을 하셨습니다.




저희 섹션 앞 쪽에 앉았던 8명의 관객은

Canadian Spec-Skaters라는 모임 분들이었어요.

분홍색 스웨터를 입고 다녀서 

일명 The Pink People 이라고도 불리는 분들입니다.

캐나다 선수들을 정말 열심히 응원 했는데요,

나중에 알고보니 1982년 스케이트 캐나다서부터 

캐나다에서 열린 그랑프리, 세계선수권 그리고 내셔널에 같이 응원을 다닌 모임이었어요.

지금까지 6개의 세계선수권을 포함한 31개의 대회를 관람했다고 합니다. 

관련기사 링크

http://www.cbc.ca/sports/figureskating/opinion/2013/03/figure-skating-superfans-span-the-globe.html

http://stubstory.com/world-figure-skating-championships-ottawa-1984/



출처 http://www.cbc.ca/sports/figureskating/opinion/2013/03/figure-skating-superfans-span-the-globe.html


작은 태극기를 흔들던 2줄 앞의 할머님은 미국에서 오신 피겨 스케이팅 팬이셨는데,

미국 국기는 물론 태극기 뿐만 아니라, 캐나다, 중국, 일본 등의 여러나라 국기를

인터넷에서 주문해서 미리 준비하셨다고 하더군요. 




 한편, 제 왼쪽 끝에 앉으셨던 할머님은 미국 대표를 역임한 피겨 스케이터였습니다.

은퇴후에는 심판으로 수십년 활동하셨구요.

남편분은 페어 올림픽 메달리스트로 캐나다에서 코치를 한 후 Hall of Fame에 들어간 분이셨구요. 

자리에 돌아오면 항상 여자 싱글 공식연습 런스루 상황을 물어보셨습니다.

제가 산 표는 이 할머니의 친구분에게 산 것이었더군요.


가장 인상에 남는 관객은 다름 아닌 제 오른쪽에 앉으셨던

노부부 피겨팬, 쟈넷레이 부부였습니다.

이들은 온타리오주의 끝에서 6시간 30분을 차를 몰고 오셨다고 했어요.

캐나다에서 열린 세계선수권과 그리고 중동부에서 열린 

거의 대부분의 그랑프리와 내셔널을 같이 직관한 부부였어요.

두 부부는 대회내내 모든 참가선수의 점수를

엔트리가 안내된 daily spin이라는 대회 소식지에 성실하게 받아적으셨어요.

그리고 항상 제가 오면

이전 경기의 리포팅을 해주셨고,

저는 제가 본 공식연습을 리포팅 해드렸죠. 


자넷 이모님은 정말 대단한 피겨 스케이팅 팬이셨는데요.

상위권 거의 모든 선수들의 그랑프리 경기 결과와 시그니처 프로그램

그리고 이번 시즌 프로그램들을 알고 계셨어요.

또한 이번 대회에서도 4종목의 쇼트, 프리를

1그룹부터 한 선수도 빼놓지 않고 봐서

저를 놀라게 했죠.


중국의 송난이 나왔을 때 혼자말로 "송난"하고 말했더니, 

쟈넷 이모님이 그러시더군요.

Yup, in east Asia not Nan Song but Song Nan..right? Like Kim Yuna.

     Yup you are right!

맞아!!! 동아시아에서는 난송이라고 안 하고 송난이라고 하지? 그렇지? 김연아처럼?

   예...맞아요^^:


이후 제 한국 이름을 물어보신 후에는

저를 부를때 항상 또박또박 발음하며 이름을 불러주셨어요.


캐나다 관중들에게서 놀랐던 것은

스케이터들에 대한 따뜻한 성원과 애정이었습니다.

물론 자국 선수들에 대한 응원이 어디나 그렇듯 제일 중요했지만,

국적에 상관없이 좋은 경기를 한 선수들에게는 아낌 없이 기립박수를 보내었고,

점수가 마음에 안들면 심판들에게 야유를 퍼붓고는 했어요.


캐나다 팬들의 스케이팅 열정을 느낄 수 있었던 것은

역시 열렬한 아이스 댄스 팬들 답게

아이스 댄싱 쇼트 경기였습니다.


터키의 알리사 아가포노바/알퍼 우카르팀이 매력적인 경기에도 

낮은 점수를 받자 오랫동안 야유가 작렬했습니다.

키스앤 크라이에서 댄서들이 일어나서 관중들을 향해 손을 흔들자 

더 힘찬 박수가 쏟아졌죠.


벨라루시의 빅토리아 카발리오바/유리 비엘리아예프 팀의 경기에서도 

경기가 끝난 후 장내 아나운서가 

이들이 비행기를 갈아타다 스케이트를 잃어버려 빌려서 탔다고 하자 

관중석에 파도와 같은 박수가 쏟아져 나왔어요.

낮은점수가 나오자 다시 심판들에게 야유를 퍼부었죠.


두팀은 비록 마지막 등수를 나눠가지며 프리컷을 통과하지 못했지만,

관중들의 박수를 기억하게 되지 않을까 합니다.


관중들은 난이도와 상관없이 

최선을 다해 경기를 한 선수들에게는 

어김없이 커다란 박수로 화답했습니다.

김진서 선수처럼 세계선수권에 처음 출전한 

선수들은 이들의 박수를 더 오래 기억할 것 같습니다.

토마스 베르너의 경우처럼 아쉽게도 점프에서 실패했지만, 

최선을 다한 노장들에게도

올드팬들은 중간중간 따뜻한 격려의 박수를 보내주었습니다.


특히 인생 최고의 경기를 보여준 데니스 텐의 프리 경기에는,

그 경기 결과에 따라 패트릭 챈의 우승이 날아갈 수 있음에도

전혀 아랑곳하지 않고,

제 구역의 관중들은 모두 일어나 기립박수를 보내주었어요.



그리고....

김연아 선수의 쇼트 경기와 프리 경기 때의 이들의 열광적인 반응은

이미 두번의 포스팅을 통해 소개해드렸던 것처럼,

말할나위 없이 최고였습니다...

관련포스팅: 세계선수권 김연아 선수 프리 직관기 - 언젠가 말하겠지, 그곳에 있었다고.



이들과 함께 5일을 보내고 나니

어느새 쏜살 같이 세계선수권이 끝나버렸습니다.

마지막날 갈라 공연이 끝나고 

며칠동안 축제를 같이 즐겼던 

저희 섹션의 관중들과 허그를 하면서 작별인사를 했습니다. 


링크에서 다시 보자고...


5일의 월드를 같이 보낸 캐나다 피겨팬들에게 보낸 

저의 이메일은 이렇게 끝을 맺었어요.

You made my days in London.

런던에서의 즐거운 추억은 당신들 덕분입니다.




에필로그)


갈라가 끝나고, 이메일 주소를 주고 받았는데요.

대회가 끝나고 2주 정도 뒤에

세계선수권에서 배너를 들고 같이 찍은 사진과

한국 뉴스에 나온 저희 섹션 영상을 캡쳐해서

보내드렸어요.

 

김연아 선수가 오면 디트로이트에서 열리는

스케이트 아메리카에 갈수도 있다고 했더니,

쟈넷 이모님은

이번에도 TV에서 김연아 배너를 따라가면 너를 볼 수 있는거니?

라고 답장을 주시면서, 디트로이트에는 못가지만

남편인 레이와 함께 내년 오타와에서 열리는 캐나다 내셔널 표를 예매할 예정이라고 했어요.

 

디트로이트에 가까운 곳에 사는 전직 싱크로나이즈드 스케이터

폴리는 스케이트 아메리카 티켓 오픈을 기다리고 있다고 합니다.

 

캐나다 피겨팬들에게서 부러웠던 점은

스케이팅에 대한 열정은 물론

자신의 선호에 대한 자신감이었습니다.

특히 독특한 시도에 대한 과감한 환호와

냉소적 시선의 거부가 부러웠습니다.


미샤 지의 경기에서 특히 두드러졌는데요.

한동작 한동작 최선을 다해 관중들과 호흡하는 그의 프리 프로그램을 좋아했는데요. 

가사 있는 음악을 디덕션을 감수하고 일부러 사용하자, 

그때부터 모두 crazy 모드로 열광했습니다.

그리고 점수가 발표될  때 전광판에 뜬 디덕션을 보며, 

미샤 지와 함께 박장대소를 하며 즐거워했죠.

중간 휴식시간에 마이크를 잡은 제프리 버틀은 

미샤지의 프로그램을 언급하며 이러한 시도들이 

"피겨스케이팅을 피겨스케이팅 답게 만드는 것"이라고 강조했고,

캐나다 관중들은 다시 화답하며 박수를 보내었습니다.


캐나다 팬들의 이러한 자신감은 스케이터로서 몸으로 익힌 

피겨 스케이팅에 대한 감각과

팬으로서의 오랜 세월동안의 직관 경험에서 비롯된 것 같습니다.

물론 제가 있던 섹션이 좀 특수한 경우일 수 있겠지만,

이들의 스케이터들에 대한 정보와 신체점에 대한 이해는 매우 정교했습니다.


제 앞열의 관중들은 엔트리가 나온 소식지 뿐만 아니라 모든 출전선수의 기록이 담긴 ISU Bio 책자를 사서 참고하고 있었습니다.


물론 국제경기에서 부당한 판정으로 인해

자신의 예상을 어이없이 빗나가는 점수에

분노를 느낄 일이 많지 않았던 것도 

이들의 자신감의 이유이겠죠.


그래서 좀더 열린 마음으로 대회를 마음껏 즐길 수 있는 듯 합니다.


제가 직관했던 이번 세계선수권과 캐나다 내셔널 등은

생활체육으로 스케이팅 커뮤니티의 일원이 된 

두터운 피겨스케이팅 팬들의 한바탕 잔치였습니다.


테사 버츄/ 스캇 모이어가 연습하는 아이스 댄스 공식연습에는 보조링크장에도 관중들이 들어찼습니다. 올이벤트 티켓과 당일 첫 경기 입장권 소지자를 제외하고는 유료입장이었습니다. 1일 입장료가 15$ (18,000원)정도였던 듯.


캐나다 관중들은 여자들은 피겨 스케이팅, 그리고 남자들은 하키로 인해

어린시절 모두 링크장에 오랫동안 다녔던 분들이었어요.


연습 링크 였던 웨스턴 페어 링크장에는 링크가 총 4면이 있었습니다. 메인 링크에서 세계선수권 참가자들의 연습이 있는 동안 나머지 링크에서는 아이스 하키와 피겨 스케이팅 강습이 이렇게 넉넉하게 링크를 사용하며 진행되고 있었죠. 


곳곳에 선수들과 코치들도 

관중석에 같이 앉아서 경기를 봤구요.



관중석에서 정빙시간에 만담을 주고 받는 제프리 버틀과 조애니 로셰트


아이스 댄싱 프리 공식연습을 구경온 토마스 베르너와 온드레이 호타렉이 바로 옆자리에 앉아서 한 컷 부탁. 

이태리 페어 선수인 호타렉도 원래 체코출신이라 베르너와 함께 놀러온 듯. 

두선수 모두 아쉬운 성적이었지만, 밝은 표정으로 응원을 와서 보기 좋았습니다. 

베르통/호타렉 팀의 이번 시즌 갈라 "더티댄싱"이 참 좋은데요...아쉽게도 갈라권에 못들어 볼수가 없었어요. 링크합니다.


김연아 선수의 공식연습을 응원하기 위해 보조 경기장에 찾아온 김진서 선수 한컷. 

아쉽게 프리컷에서 탈락햇지만 역시 밝아보여서 좋았습니다. 

쇼트 경기가 끝나고 제 옆 자리에 않은 자넷에게 지금 경기한 한국 남자 스케이터가 16살이라고 이야기하자, 

놀라면서 "He has a bright future" (창창한 미래가 있네) 라고 말했습니다.


링크 복도와 링크 밖 곳곳에서도 

엘리자베스 맨리, 커트 브라우닝 등 캐나다의 전설적인 스케이터들이 

라디오 방송을 진행하고 스케이터들을 인터뷰 했습니다.

피겨팬들도 이들과 이야기를 나누고 사진을 찍고 사인을 받았죠.


링크 복도에서 라디오 생방송을 진행중인 세계선수권 4회 우승자 커트 브라우닝


제일왼쪽 1988년 캘거리 올림픽 은메달 리스트 엘리자베스 맨리


이러한 광경을 흐뭇하게 지켜보듯이 

전설적인 캐나다 스케이터와 코치를 기념하는 Hall of Fame도 복도에 있었습니다.



링크에서 뿐만 아니라 공식 연습이 있었던 보조 경기장과 런던의 거리에서도

스케이터들을 볼수 있었죠.


저녁을 먹으러 나갔다가 우연히 제 바로 앞에서 신호를 기다리던 카롤리나 코스트너의 뒷모습 한 컷.


보조 경기장에서 공식연습을 마치고 나가는 그레이시 골드. 

역시 엘리트 스케이터인 쌍동이 자매 칼리와 같이 어딘가 바쁘게 가는 듯해서 미안했어요. 

원래 스케이트 디트로이트 때처럼 칼리와 같이 찍고 싶었는데...


그리고 런던 시내 곳곳의 거리와 상점은

피겨 스케이팅과 관련된 조각과 깃발 그리고 서적으로 단장되었습니다.


P-T Campbell의 중고서점에 전시된 피겨 스케이팅 관련 책들과 마스코트 인형








세계선수권 꽃다발 공식 공급꽃집 이었던 Bloomers의 안내문


꽃집 Bloomers에 있는 스파이더맨 스케이트


그리고 오랫동안 거의 모든 참가선수의 국가를 연습하여,

모든 시상식에서 라이브로 정성스럽게 금메달리스트의 국가를 불러준 런던의 아마빌레 합창단



링크에서 처음 만나는 사람들도 

도시의 거리에서 만나는 사람들도

피겨 스케이팅을 매개로

서로 즐겁게 웃고 떠들며, 즐기는 하나의 피겨 스케이팅 커뮤니티










한국도 5년후, 10년후에는 그런 커뮤니티가 만들어져 있을까요?

가족들과 함께 따뜻한 링크의 관중석에서 맥주를 마시며,

복도의 방송 부스에서는 김연아 선수가 후배들을 인터뷰 하고,

팬들은 그 때의 그 장면을 회상하면서 옆자리 팬들과 즐겁게 이야기를 나누면서,

우리 선수들과 각국에서 온 선수들의 스케이팅을 

심판 판정이 어떻게 나올까 마음쓰지 않고 마음껏 즐기는 날을

경기가 끝난 후 해외 게시판의 반응을 체크하기 보다는

자기 주변의 피겨팬들의 느낌을 믿고 이야기하는 

그런 날들을...


기다려 봅니다.



지난 종합선수권에서의 사진들...처음에는 가득찬 관중석이 믿겨지지 않았어요. 

목동 링크가 그나마 덜 추웠던 이유는 난방뿐만 아니라 4,000명의 관중들 때문이었을 것입니다.


* Special Thanks to 한인 교포 in London

 

링크 옆 마켓 안에 있는 아시아 식당에는 한국분이 사장님인 듯 대회기간내내 태극기가 걸려 있었습니다. 

한국음식들을 한국팬들에게는 항상 웃으시면서 듬뿍 듬뿍 담아주셨습니다.


대회 기간 중 런던에 계신 한인 교포분들의 도움과 응원은 감동적이었습니다.


대회가 열리는 링크는 물론 연습장에도 가족단위로 찾아와 응원한 것은 물론, 

다음 연아카페 배너 소포를 배송지로 맡아주시고 (코리아 레스토랑), 주차 편의까지 봐주셨습니다. (한인세탁소)

그리고, 숙소를 못구하는 한국 피겨팬들을 위해 

교포분들이 각자 자신의 집에 방을 내어서, 저렴한 가격에 민박을 마련해주셨다고 합니다.

캐나다 런던의 한인 교포분들에게 다시 한번 감사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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