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주머니 낭
: 가운데 중
: 갈 지
: 송곳 추

주머니 속에 있는 송곳이 가만히 있어도 그 끝이 언젠가는 주머니를 뚫고 비어져 나오는 것처럼

재능과 인격이 아주 빼어난 사람은 숨어 있어도 저절로 남의 눈에 드러난다


많이 알려지지 않아, 스포트라이트를 받지 못했지만

그들의 스케이트에 대한 열정이나 새로운 가능성 때문에

이번 시즌에 개인적으로 주목하고 있는 선수들을

"낭중지추 응원합니다" 라는 주제로 시즌 전에 포스팅하고 있습니다.


1편 링크: 메간 두하멜 / 에릭 래드포드

2편 링크: 조엘 포르테


자루 속의 송곳이 언젠가는 삐져나오 듯

갈고닦은 실력을 가진 사람은 언젠가는 빛을 발하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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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년에 열린 미국 내셔널 동부 지부예선 Eastern Sectional)에서

제시카 후 (Jessica Hu) 선수를 눈여겨 보게 된 것은

공식연습과 쇼트 경기전 웜업에서의 호쾌한 점프 때문이었는데요,

피겨 선수치고 상대적으로 큰 키에

미국 주니어 답지 않은 깔끔한 점프 도입이 인상적이었습니다.

 

동부 지부 예선 주니어 부문 참가 선수 중

제시카 후 선수는 지역예선에서

137.37로 가장 높은 점수를 기록한 선수이기도 했는데요.

아직 안무와 표현력에서는 다듬어질 부분이 많았지만,

점프의 경우 지역예선 경기 영상을 보고 기대했던 만큼의

좋은 높이와 비거리를 가지고 있었습니다.


우선 제시카 후 선수의 경기 영상 한편 보시죠.


2011 9월 Challen
ge Cup SP 죽음의 무도


피겨가 상대적으로 약한 지역인 남부 대서양 지역 (South Atlantic)에서

중국계 미국인으로 피겨를 한다는 것은 쉬운 일은 아니였겠지요.

사실 제시카 후의 클럽인 North Carolina Skating Club에서 지부예선에 올라온 선수는

노비스 남자 선수와  제시카 단 2명 뿐이었습니다.

 

 

 


 

노비스 시절 동부지부예선에서 2시즌 연속 5위를 기록

내셔널 진출에 실패했던 제시카 후 선수는

주니어로 출전한 지난 시즌

치열했던 동부지부 예선에서 3위를 기록


그토록 그리던 내셔널에 진출합니다.


저는 우연히도 이스턴 섹셔널 프리 경기전

제시카 선수와 제시카 어머님을 만나서

사진을 찍게 되었고,

그 이후로 지금까지 종종 연락을 해오고 있는데요.

관련포스팅 : 어버이날, 피겨 맘 그리고 올림픽 광고 3) 가슴속에 퍼덕이는 나비 (Butterflies in Her Stomach)



그동안 피상적으로 알고 있었던,

미국 주니어 피겨 선수들의 생활을

제시카 어머님과의 이메일을 통해서 조금씩 알게 되었습니다.


그리고 주니어 선수들이

학업과 부상 그리고 스케이팅을 동시에 진행하기 위해

얼마나 많은 희생과 용기가 필요한지도 알게 되었죠.


제시카는 1월 산호세에서 열린 미국 내셔널에서 아쉽게도

제 실력을 발휘하지 못하고,

지역예선보다 27점이나 뒤진 110.12를 기록

참가 선수 12명 중 11위를 기록합니다.


나중에 제시카 어머니께서 보내주신 이메일에 의하면,

첫 내셔널이라 긴장 한 것은 물론

대회 직전 스케이트 날에 문제가 있었던 것을 알지 못하고 출전해서,

점프 컨시에 더욱 문제가 생겼었다고 합니다.


제시카 선수는 내셔널에서의

아쉬움을 뒤로하고 차츰 성장해 나갔습니다.


제시카 어머님이 제시카의 점프 영상을 유튜브에 올릴 때 저에게 알려주시고는 했는데요,

이번 겨울, 제시카는 드디어 트리플 5종 점퍼가 됩니다.


트리플 룹


트리플 룹 + 더블 룹 콤비네이션


트리플 토


트리플 살코 + 더블 룹


프리플 플립



트리플 럿츠


그리고, 이제 트리플 룹 + 트리플 룹 컴비네이션과 더블악셀 + 트리플 토 점프를

연습에서 랜딩하기 시작합니다.

제시카의 새로운 시즌에 대한 기대는 이렇게 영글어 갔습니다.


겨울 동안 스케이팅에서의 발전을 이룬

제시카는 봄에는 학업에 몰두해야 했습니다.

AP 테스트라는 고등학교에서 대학교 과목을 미리 듣는 수업에 대한

시험이 있었던 것이죠.

대학 입학전형시 큰 도움이되는 시험이라고 합니다.

제시카는 이 시험에서 좋은 점수를 기록했다고 합니다.

하지만 그러는 동안 스케이팅 연습을 많이 못했고,

겨우 익혀왔던 점프에 대한 감각이 다소 무뎌졌습니다.


시험이 끝난 후 제시카는 다시 스케이팅에 매진합니다.

하지만, 너무 열심히 한 탓에

모든 스케이터들의 적, 부상에 시달리게 됩니다.

오른발 부상을 당한 제시카는

지난 6월말에 열린 이번 시즌 첫 경기

체사피크 오픈에서 거의 모든 트리플 점프에서 다운 그레이드와 언더 로테이션을 받습니다.


얼마전 받은 메일에서 이제는 다행히도 부상이 거의다 나았다는 소식을 들었습니다.

그러나, 새로 스케이터를 바꾼지 얼마 되지 않아, 적응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하더군요.

리버티 오픈을 대비하여 올림픽 은메달리스트 폴 와일리에게 시즌 오픈 전 지도를 받으며,

워싱턴 DC와 노스 캐롤라이나를 오가고 있다고 합니다.


지난 3월 "Americanized Chinese" 레스토랑에서 받은 포츈 쿠키 속의 쪽지에

It's all right to have butterflies in your stomach, Just get them to fly in formation.

가슴속에 나비를 가지는 것은 괜찮다. 단지 형태를 지어 날려버리면 된다.

라는 말이 써있었습니다.


이 구절을 보고 내셔널 전 제가 제시카와 제시카 어머니에게 보냈던 이메일이 생각나서 씩 웃었는데요.

그 때 저는 제시카 선수가 이스턴 섹셔널에서 긴장하던 모습이 떠올라

김연아 선수의 YOG 홍보 영상인 시합에 준비하는 법 링크와 함께

"Don't try to kill your butterflies in your stomach, instead, make them fly over the ice rink."

(가슴속의 나비를 죽이려 노력하지 말고, 아이스 링크위에 날려보내세요.)

라고 메일을 보냈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놀랍게도 포춘 쿠키 쪽지의 뒷면에는 이런 문구가 써 있었습니다.


LEARN CHINESE - Skating

溜 氷  (liu bing)


제시카는 이번 시즌 시니어로 첫 시즌을 맞이합니다.

그녀의 새로운 도전이 이번 주말 (7월 20일~21일)

미국 섬머 대회 중의 하나인 필라델피아 리버티 오픈에서 펼쳐집니다.

관련포스팅: 미국 피겨 주니어들의 쇼케이스 - 여름 시즌 대회


제시카의 이번 시즌 프로그램은 지난 시즌과 마찬가지로

그녀의 아이돌인 김연아 선수의

죽음의 무도와 세헤라자데입니다.


제시카 후 선수의 행운을 빕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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