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주머니 낭
: 가운데 중
: 갈 지
: 송곳 추

주머니 속에 있는 송곳이 가만히 있어도 그 끝이 언젠가는 주머니를 뚫고 비어져 나오는 것처럼

재능과 인격이 아주 빼어난 사람은 숨어 있어도 저절로 남의 눈에 드러난다


많이 알려지지 않아, 스포트라이트를 받지 못했지만

그들의 스케이트에 대한 열정이나 새로운 가능성 때문에

이번 시즌에 개인적으로 주목하고 있는 선수들을

"낭중지추 응원합니다" 라는 주제로 시즌 전에 포스팅해보려고 합니다.


자루 속의 송곳이 언젠가는 삐져나오 듯

갈고닦은 실력을 가진 사람은 언젠가는 빛을 발하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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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친구 중에 시나리오를 쓰는 친구가 있습니다.

가볍게 피겨 스케이터를 서브 캐릭터로 쓰고 싶다고 해서,

"가볍게 쓸 수 있는 피겨 스케이터 캐릭터는 한명도 없어" 라고 이야기 한후.

제대로 캐릭터를 살리려면 선수들 연습할 때도 가보고 이야기도 들어봐야한다고 했습니다.


결국 제 친구는 저의 권유 및 협박에 넘어가

제가 소개시켜준 열혈 피겨팬 분을 자료 조사차 만나게 되었는데요.

피겨 입문 강의를 알차게 들었고,

나중에 연습하는 것을 보러 가기로 했다고 하더군요.

그러면서 한마디 덧붙였습니다. "피겨팬들은 열정이 대단한 것 같애..."


친구는 그 후 스케이터를 서브 캐릭터가 아닌 좀더 큰 역할을 하는

캐릭터로 설정하고, 캐릭터 보강을 위해 자료를 조사하고 있었는데요.

시나리오 진척이 안되고 게을러진다고 저에게 하소연 하던 중

어느날 이런 편지를 보내왔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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잘 지내지?

인터넷에서 이런 사진을 보고 …

생각이 났다.

미안하다 ㅠㅠ 


진정한 프로 ㅠ ㅠ



저는 이사진을 보고

즉각 친구에게 답장으로

이 페어팀에 대한 이야기를 보냈습니다.


친구가 갑자기 보내준 사진의 페어 팀은

2012 캐나다 내셔널 페어 챔피언인,

메간 두하멜 (Meagan DUHAMEL) / 에릭 래드포드 (Eric RADFORD)  팀입니다.


언제나 피겨에 대한 열정과 진지함을 볼수 있는 팀.


2010년 메간 두함멜은 그녀의 파트너가 은퇴할 때

자신도 피로골절과 허리 디스크 그리고 왼쪽 다리의 신경조직 문제가 있어

은퇴하려고 했습니다.

하지만, 다시 동갑내기 에릭 래드포드를 만나서 페어를 계속하게 됩니다.

그 때 이들의 나이 만 25세


만난지 10개월만에 이들은 캐나다 내셔널에 출전하게 되는데...

출전하기 전 스케이트 투데이와 가진 온라인 인터뷰입니다.



이들은 2011년 1월에 펼쳐진 캐나다 내셔널에서 2위를 기록해서

세계대회 출전권을 얻게됩니다.


제 친구가 보낸 사진은 바로 그 2011년 모스크바 세계선수권 쇼트 경기였습니다.


그들이 파트너로 만난 지 고작 1년 만에 참가하게 된 세계선수권.

메간에게는 4번째 세계선수권이였지만,

에릭에게는 처음으로 참가하는 세계선수권이었죠.


그 쇼트 경기에서 메간이 트리플 트위스트에서 내려오다가 팔꿈치로 에릭의 코를 치게 되어

에릭의 코가 부러집니다.




캐나다 내셔널에서 처음으로 시도해서 성공했던 트리플 트위스트를

월드에서 다시 시도하다가 부상을 입게 된 것이죠.


메간이 경기를 중단하자고 했지만, 에릭은 경기를 계속 하자고 합니다.

그들은 결국 경기를 중단없이 끝까지 마칩니다.

경기가 끝난 후 리플레이로 에릭의 얼굴이 나오자 관중들은 모두 박수로 격려합니다.


쇼트경기에서 부상을 무릎쓰고 경기를 마친 두하멜 / 래드포드 팀은

프리 경기에서도 좋은 경기를 선보이며 세계선수권에서 종합점수 7위에 올랐습니다.


모스크바 세계선수권에서 눈여겨 봤던 두하멜/ 래드포드 팀의

새로운 프로그램을 작년 스케이트 캐나다에서 직접 봤습니다.

이들은 Cold Play의 "Viva La Vida" 를 연주곡으로 편곡한 음악에 맞추어

2011-2012 시즌 프리 프로그램을 국제 경기에서 처음으로 선보였죠.




훌륭했습니다.


85년생 동갑내기인 메간과 에릭은

각각 7번째 그리고 6번째 캐나다 내셔널 도전에서 결국

처음으로 캐나다 챔피언이 되었죠.



캐나다 챔피언이 된 이후의 인터뷰


메간은 보건학을 전공하는 학생이고, 채식주의자

에릭은 스케이트 비용을 위해 코치를 같이 하고 있다고 합니다.


피겨 스케이터들을 보면 좀더 열심히 살아야지 하는 생각을 하고는 하는데,

이들을 보면 왠지 그런 생각조차 미안한 듯 한 열정을 느낍니다..


두하멜 / 래드포드 팀의 지난 시즌 프리 프로그램이었던 "Viva La Vida"는

스페인어로 "바로! 그런 삶을 살아라" (Live the Life) 라는 뜻입니다.

이들은 이 프로그램으로 캐나다 챔피언이 되었습니다.


올시즌 두하멜 & 래드포드 팀의 행운을 빕니다.


from 게으른 spiral9509


ps. 두하멜 & 래드포드의 이번 시즌 쇼트는

가난한 예술가들의 삶을 그린

샹송 "라 보엠"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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