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3월 4일, 캐나다 국영방송인 CBC는 주니어 월드 여자싱글과 남자싱글을 녹화중계했습니다.
(3월 3일에는 페어와 아댄을 녹화중계 했습니다.)

여자 싱글을 보여주기전 

Big Picture: Legacy of Ladies Skating (전망: 여자싱글의 유산)
이라는 코너가 트레이시 윌슨과 PJ 쾅(Kwong)의 토론과 함께 방송되었는데요.


일단 보시죠...





사실 피겨의 꽃이라고 일컬어지는 여싱에서만
캐나다는 그 실력을 발휘하지 못하고 있습니다.

여자싱글의 마지막 금메달은 48년 생 모리츠 올림픽의
바바라 앤 스콧.
그 후 은메달 2개와 동메달 2개가 있을 뿐
금메달은 차지하지 못했습니다.

비록 캐나다 남자싱글도 지독한 올림픽 불운으로
아직 까지 금메달이 없지만,

캐나다 남싱 브라이언 오서, 커트 브라우닝, 엘비스 스토이코 등이
월드챔피언의 실력으로 올림픽에서만 유독 불운했던 것과 달리,

(마리포사 스케이팅 클럽의 전설적 코치 더그 리의 뒤로 자신과 자신이 지도한 브라이언 오서, 엘비스 스토이코의 그림이 걸려있다.)

캐나다 여싱의 경우는 최근 30여년 동안 불운이 아니라

실제로 금메달 후보가 부재했다는 것이 문제입니다.

1973년 이후 캐나다는 월드 여싱 챔피언이 없습니다.

최근에도 이는 별로 다르지 않습니다.
현 세계챔피언 패트릭 챈, 올림픽 챔피언 테사버츄/스캇 모이어가
남싱과 아댄에서 최강자로 소치를 노리고 있습니다.
페어에서 중국과 러시아에 밀리고 있지만
여싱만큼 대책없이 밀리지는 않습니다.

전통의 피겨강국 캐나다는
유독 여자싱글에서는 이번 월드에서도
탑 10 에 들기 위해 안간힘을 써야할 상황입니다.

왜그럴까요?

그래서 이 클립의 부제는

Searching for Canada's Sweetheart 입니다.


 
번역을 하자면
"애타게 탑랭크 여자싱글을 찾아" 정도 될터인데요

이 클립에서는
캐나다 탑랭크 여싱의 부재 이유로
두가지를 이유들 들고 있습니다.

그리고 다시 설명하겠지만
이 두가지 이유는 묘하게 어긋나면서도 맞물려 있습니다.

첫째, 최근에 나타나고 있는
이른바 남성영역으로 간주되던 운동에 대한
여성들의 선호 증가와
이에 따른 피겨선수 감소입니다.

동네마다 (도시가 아니라) 링크장이 있는 캐나다는
한국에서 어릴 때 야구, 축구, 농구 하듯이
어릴 때 당연히 링크에 갑니다.
전통적으로는 남자아이가 아이스하키 장비를 들고 가고,
여자아이들은 피겨 스케이팅을 했던 것이죠.

최근 20 여년간
아이스하키와 축구가 캐나다 소녀들에게 선풍적인
인기를 얻기 시작했습니다.


전통적인 여성의 스포츠였던 피겨스케이팅을 위협하기 시작한 것입니다.
여자등록선수는 아이스하키는 8만명, 축구는 36만명까지 증가했다고 합니다. 
이들은 예전 같았으면 피겨 스케이팅 선수로 등록되었을 것입니다.

실제로 여자 아이스하키 금메달리스트이면서 캐나다의 영웅인 테사 본홈은
아마 옛날 같으면 자기도 피겨 스케이터가 되었을 것이라고 말합니다.




하지만 친구들이 다 하키하는 마당에 자신도 자연스레 하키를 하게 되었다고 합니다.
테사 본홈은 battle of blade라는 피겨 스케이팅 리얼리티쇼에서
남자 피겨 선수와 한 조를 이루어 피겨 스케이팅에 도전, 우승을 차지합니다.


캐나다의 여자 아이스하키 선수가 떨어진 피겨 인기 부흥을 위해 홍보를 하고 있는 격이죠...
10년 전만 해도 상상할 수도 없는 일입니다.
사실 피겨는 캐나다에서조차 최근 Grandma의 스포츠로 간주되고 있고, 팬들의 나이대도 상당히 높습니다.

두번째, 이유를 들기 전에
영상은 캐나다 선수들의 오래전 황금기와


1948년 생모리츠 올림픽 금메달리스트 바바라 스콧을 환영하는 뉴스릴 문구와 카퍼레이드 장면


최근의 조애니 로셰트를 보여준 후


아시아 스케이터들이 장악하고 있다는 멘트와 함께
김연아의 올림픽 경기 모습과
안도미키와 아사다 마오의 클립을 잠간 보여줍니다.


그리고 현직 코치가 강조합니다.

다른 국가들은 이루고 있는데,
캐나다가 놓치고 있는 것은 무엇인가?

"좀더 강인하고 터프해져야 한다"

좀더 강하게 훈련시키고 목표를 향해 나가게 해야한다고 이야기합니다.
많이 듣던 이야기죠?

바로 태릉 선수촌으로 대표되는 엘리트 체육입니다.

드디어, 둘째이유가 나옵니다.
캐나다는 엘리트 시스템과 체계적인 관리와 경쟁이 없다는 것입니다.

영상 클립이 끝난 후
피겨 해설자 트레이시 윌슨과 PJ 쾅이 나와
왜 유독 여싱만 약한가에 대한 의견을 내놓습니다.

트레이시 윌슨은
여싱에서 특히 문제가 되는
성장통 (growth spurt)의 문제를 강조합니다.

여싱은 신체의 성장과 함께 15세 전후하여
그동안 훈련하며 다져왔던
점프등의 스킬이 갑자기 사라져버린다는 것이죠.


그래서 이러한 문제가 정신적인 문제가 아니라
생물학적인 문제라는 점을 이해하지 못하고
그것에 대처하지 못하면 컴피의 실패와 자신감의 상실의 악순환에 빠진다는 것입니다.

그에 비해 남싱의 경우는 성장통으로 인한 체형변화가 그다지 심하지 않고
결국 기술을 하나하나 천천히 습득해가면서 자신감을 점점 쌓아가기 때문에,
여싱과는 대조적인 성장과정을 거친다고 지적합니다.

그러므로 여싱들이 거치는 이 힘든 성장통을 어떻게 지원해 줄지
고민해야 한다고 이야기합니다.

PJ Kwong은 일본의 예를 들고 있습니다.

일본의 선수 육성 시스템의 예를 들면서
각 단계별로 철저한 심사와 경쟁으로 소수의 엘리트 스케이터들에게
지원을 집중하는 것이 효과적이다라고 이야기하고 있습니다.


트레이시는 한국과 러시아의 예를 들어
엘리트 스케이터 육성의 중요성을  이야기하고 있습니다.
소치 올림픽에 대비해 체계적으로 소수의 재능있는
스케이터들을 뽑아 관리하고 있다는 것이죠..

트레이시는
물리치료사와 트레이너와 같이 캐나다에서
연습했던 김연아 선수의 예를 들면서
그러한 대대적인 지원이 필요하다고 이야기합니다.
선택하고 집중해야한다는 것이죠.

올림픽 금메달을 얻으려면 그 정도는 투자해야된다는 것이지요.

공산권 붕괴와 함께 같이 붕괴되었다
최근에 푸틴 정부의 대폭적인 지원에 의해 살아난
러시아의 엘리트 체육이야 말할 필요 없을 것 같습니다....

푸틴의 피겨 스케이팅 링크 방문, 푸틴 옆에 타라소바와 엘레나 보도레조바-부야노바코의 모습이 보인다.


뚝따미세바, 소트니코바 없이도 주니어 그랑프리 파이널에서 포디움을 휩쓸은 러시아 주니어 선수들


하지만, 한국에 대해서는 트레이시는 너무 모르거나 토론토에서의 김연아 선수의 훈련여건만
보고 판단하는 것 같습니다.
혹은 캐나다에서 훈련한 몇몇 선수들을 보고 판단한 것 같기도 하구요

한국 선수들의 경우 그러한 투자가 빙상연맹이 아닌
전적으로 개인의 노력과 비용으로 된다는 것은 이해하지 못하거나 혹은 상상하지 못하고 있는 듯 합니다.....-_- ----
한국의 열악한 빙상장 훈련 상황에 대해서도 전혀 짐작도 못하고 있겠죠.


그렇다면...정말 김연아 선수를 시작으로 한 한국 피겨의 성취는 불가사의한 것이겠군요...

여하튼 트레이시 윌슨은 다시 조심스럽게
캐나다는 전통적으로 피겨 스케이팅이 하나의 문화이기 때문에
실력이 어떻든 간에 같이 데려가려고 한다고 하고서는
이러한 문화를 존중하나라고 단서를 달지만

결국 말하고 싶은 것은...트레이시 윌슨과 PJ 쾅 모두

올림픽 금메달을 위해서라면!!!!
이제 실력에 따라 철저히 서바이벌 경쟁을 시키고 지원을 집중해야 한다는 것이었습니다.

재미있는 점은 이것은 북미에서 단지 피겨 스케이팅에서만 나오는 이야기만은 아니라는 것입니다.
교육에 관련해서도 일명 아시아계 극성엄마 (Tiger Mom)는 미국에서도 유명합니다.
실제로 여타 인종 중 아시아계의 인구대비 아이비리그 합격은 다른 인종을 압도하고 있습니다.


미국과 캐나다의 여론은 기본적으로 과도한 것 아니야 하면서도
한편으로는 무한경쟁 시스템에 몰아넣은 후 그러한 시스템에서 살아남는
자녀들에게 집중적으로 지원하는 아시아계 부모들과
터프한 아시아의 교육 시스템에 대해
한편으로는 부러움을 표시하고 있습니다.



이러한 교육 방식에 대한 논의 그리고 아시아계 이민자들에 대한
북미 주류 언론의 태도에 대해서는
제 개인적으로는 다인종 사회에서 발견되는
독특한 권력관계에 대한 이해가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찬사 뒤에 숨겨진 통제, 비판 뒤에 숨겨진 질시...등등.. 

때문에 타이거 맘과 공교육 사이에서의 논란이 쉽게 결론 내리기 어렵듯이
엘리트 스포츠와 사회체육 사이에서의 선택 역시 쉽지 만은 않을 것입니다.

동네마다 링크가 있고,
주말마다 스케이트를 타고
동네의 스케이팅 클럽에서 동네 주민들이 모여 자녀들의 아이스쇼를
구경하는 피겨 스케이팅 강국 캐나다의 고민...



이번 주니어 월드에서 케틀린 오스먼드에게 모든 관심을 쏟는 이유는
바로 여기에 있습니다.

결국 소치 올림픽 금메달인 것이죠.

캐나다는 이제부터 과연 다른 길을 걸어갈까요?

그리고, 소치와 평창에서 그 결과가 나타날 수 있을까요?


하지만


올림픽 금메달을 따놓고도 내셔널 조차 케이블에서 녹화를 해주는 한국의 방송과

이번 시니어 세계선수권 대회를
자국 개최가 아닌데도
거의 모든 경기를 중계해주는
캐나다 방송을 비교해보면

그렇기 때문에 더더욱 김연아 선수의 금메달이 소중하면서도
캐나다인들의 피겨 사랑이 부러운 것은 어쩔수 없네요.

이 글은 모스크바 피겨 세계선수권 여싱 본선이 열리기 바로 전날인
2011년 4월 29일에 쓴 글입니다.
-----------------------------


그러니까 벌써 1년도 더 되었네.

작년 2월은 내가 처음으로 미국에서 보낸 겨울이었어.


다들 알겠지만,

유학생활이란게 사실

참 외롭거든.


돈 안벌고 늦은 나이에 공부하면서,

복터진 투정이기는 하지만…


내가 제일 힘들었던 것은 역시 영어였어.

아무 말도 못하고 있으면

처음에는 좀 shy 한가(부끄러움을 많이 타나) 보다 생각하지만,

2번째 시간, 3번째 시간이 지나도 한마디도 안하면

그냥 바보 취급을 당해.


투명인간 (Invisible person)이 되는 거야.


그냥 내가 없는 것처럼 행동하지.

같이 수업을 들어도 잘 아는 척도 안하게 되지.

첫학기는 첫학기니까 하고 그냥 버텨도,

둘째 학기도 그러면 정말 참기 힘들겠더라고…

두번째 학기가 다시 시작되었고,

나는 내가 바보가 아님을 증명하려 사투를 벌였지.


첫시간 전날 밤에 잠도 안자고, 밤새 준비했지만,


결국 수업시간에 단어는 내 입 안에서만 맴돌았어.


무시를 당하거나, 가슴이 답답할 때면

2008년 세계 선수권 대회 프리 "미스 사이공"을 보고, 

키스앤 크라이 존에서의 연아의 모습을 봤어.



연아에 비하면…

“이거 별거 아니쟎아? 그렇지?”


첫번째 발표를 위해 그날부터 며칠동안

밤을 세워가며 발표 대본을 만들고

통째로 다 외워갔지.


그리고

그 다음주 나는 처음으로 프레젠테이션에서

동료학생들의 좋은 평가를 받았어.

You did good job. I like your presentation.


어느새

밴쿠버 올림픽이 시작되고,

어느날 같은 클래스의 한국애들끼리

어제 쇼트경기를 본 이야기를 하고 있었는데,





같은 클래스의 미국애가 이야기에 끼어들더라고,

수업이 시작된지 한달이 지났지만, 그 때가 처음이었어.

미국애가 이야기에 끼어든 것은.


딱 한마디 하더군

She was great!


프리는 기숙사에서 혼자 보기로 했어.

글쎄…왜 그랬을까






거쉰이 끝났을 때 연아의 얼굴이 줌인 되었을 때

나도 모르게 일어나서 눈물을 흘리며 TV를 바라보고 있었지.

한국에서 떠나서 처음으로 우는데, 눈물이 그치지 않더군.

그러고 나니 가슴이 뻥 뚫리는 것 같더라.



다음날 Student Union에 갔더니 무료 신문 배포함에

USA Today 1면에 연아 사진이 걸려 있었어.

“Golden Grace on Ice.”




놀이공원에서 훈련하며

강대국 피겨 선수들 틈에서 여기까지 성취해온

그 자그마한 연아의 커다란 1면 사진을

학생식당에서 서브웨이 샌드위치를 우걱우걱 씹으면서

계속 바라봤어.


사진기를 꺼내 찍으며

계속 되뇌었지.

“연아야 참 고맙다.”




쇼트가 끝난 후 이야기를 걸었던

그 미국친구가 다음주 나를 보고 먼저 인사를 하더군.


Congratulation. Last week must be so great for you!


그랬지, 대단한 한 주였어.


그 후에도 나는 여러번  프레젠테이션을 망쳤지만,

그 때마다 밴쿠버 프리 거쉰을 돌려보고는 했어.




이제 4학기 째,

이번 주에도 성공적인 프리젠테이션은 아니었지만,

이제는 수업이 끝나고

클래스 메이트들을 보면서 싱긋 웃을 수 있게 되었어.




그리고 이제 내일 아침에

드디어 1년 1개월 만에 연아가

“지젤” 그리고 “오마쥬 투 코리아”와 함께 돌아온다.


내일 그리고 모레,

연아가 아주 행복하게

스케이트를 탔으면 좋겠어.


-연아의 세계선수권 복귀를 하루 앞두고 스파이럴 –

+ Recent post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