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튜브를 돌아다니다가

Graice Gold 선수의 유튜브 채널에서 그녀가 Like 표시를 한 P&G에서 만든 런던올림픽 광고를 봤습니다.

P&G는 Thank you mom 이라는 컨셉으로 지난 밴쿠버 올림픽부터 올림픽 및 YOG 컨셉 광고를 만들고 있습니다.


런던올림픽을 3개월 앞두고 광고를 일찍 런칭한 것은 mother's day 때문인 듯 싶어요.

미국은 어버이날이 없고, mother's day와 father's day를 따로 기념하는데....(사실 father's day는 거의 찬밥...)

mother's day는 5월의 두번째 일요일, father's day는 6월의 세번째 일요일입니다.


지난 2010년 2월 밴쿠버 올림픽 당시 저는 미국에 있었는데요.

그 때 김연아 선수의 경기를 기다리며 이 광고들을 보던 생각이 났습니다.


"Kids" - Winter Olympics Commercial


Never Walk Alone - Winter Olympics Commercial


지난 시즌 직관을 하면서 몇명 피겨맘들을 가까이서 보고, 그리고 어떨 때에는 직접 이야기를 나눌 기회도 있었습니다.

이미 썼던 글까지 모아서 그 이야기를 하고자 합니다.

 

1) 어느 피겨맘 이야기

 

링크에 가면 피겨 맘들을 만날 수 있는데,

신기한게, 그 선수들이 참 부모들하고 비슷한것 같습니다.

왠지 정가고 성실한 선수들의 피겨맘들 중에

바르게 보이지 않는 분은 없더군요….

여하튼 지난 종합선수권 때에도 여러 피겨맘들을 봤는데,

오버해서 피겨팬들을 분노하게 하는 분들도 가끔 있지만,

그래도 대체로 좋은 분들이 많이 계신것 같습니다.

 

시니어 쇼트 경기 전, 어떤 여자분이 뒤에 서 있다가

바로 앞에 안면이 있었던 듯 싶은 남자분이 인사하시고 자리 양보하시니까,

처음에는 몇번 사양하더군요...

그래도 결국 남자분이 일어나서 의자를 넘어서 뒤로 나오셨습니다.


그런데 이게 구석자리라 앉으려면 그 열의 사람들이 주욱 일어나야 되었어요....

그 열에 있던 관중들이 일어나며 지나가시라고 해도 굳이 몇번 의자를 넘어서 자리에 앉으려고 시도 하셨습니다.

결국 다른 분들 앞으로 지나가지 않고, 펜스와 의자 사이로 몸을 꾸겨 넣어서 (앗 날씬...?) 들어왔습니다...

정빙중이라 좌석으로 들어오셔도 되는데, 사람들에게 폐를 끼치기 싫으셨던 것 같아요.

자리에 앉으면서 그 여자분이 얼굴을 드는데, 보니까...

……

김연아 선수 어머님,

올댓스포츠 박미희 대표님이셨어요.

  

 

ps. 사람들 보는 눈은 역시 비슷한 건지, 종합선수권 오프 아이스 이야기를 써서 포스팅하고 나니까,

박미희 대표님이 관중석에 몸을 구겨 들어온 것을 보고 쓴 다른 글들이 인터넷에 올라왔더라구요.^^;

 

2) 다만 부상없이 즐겁게 타기를 바랄 뿐

 

이번 시즌 운이 좋아서 직관 할 기회가 많았는데요.

지난 10월에는 제가 사는 곳에서 가까운 곳에서 미국 내셔널 북부 대서양 지역예선(North Atlantic Regional)이 열렸습니다.

나중에 지역예선에 대해서는 다시 포스팅 하겠지만,

가장 기억에 남는 선수는

1위를 하면서 클린 경기를 보여준 선수나 혹은 4위 안에 들어 지부예선에 진출한 선수들이 아니라,

13위를 기록하며 지부예선 진출에 실패한 Sasha Zheng Gonzalez 선수였습니다.

 

이 선수가 가장 기억에 남는 것은

우연히 옆에 앉게 된 피겨맘과 이야기할 기회가 있었기 때문인데요.

바로 샤샤 선수의 어머니셨습니다.

 

사샤 선수의 점프가 너무 조심스러워 약간 의아해했는데,

발부상을 당해

기브스를 했었고, 링크에 복귀한지 겨우 3개월 밖에 안되었다고 했습니다.

큰 부상을 당했는데도

다시 링크에 복귀한 딸이 자랑스럽다고 하시더라구요.

 

사샤 선수 어머님은 피겨 선수들에게는 부상이 많다고 하시면서,

작년 지역예선에서 2위를 해서 섹셔널에 진출했던

같은 SC of NY 소속의 Christine Mozer 선수도

대회전에 연습하다 빙판에 얼굴이 부딪혀서 광대뼈가 골절되는

중상을 입고, 치료 중이라

시니어 첫 데뷔 무대를 기권했다고 덧붙였습니다.

 


다음날 프리 경기에서도 

사샤는 부상여파로 쇼트 때와 마찬가지로

과감한 점프를 보여주지 못했어요.

 

사샤의 모든 점프에 두 손을 잡고 가슴을 졸이던

사샤선수 어머니는 성적에 연연하지 않고,

딸이 스케이팅을 즐기면서 부상없이 타는 것이 바람이라고 했습니다.

그리고, 그런 부상에도 불구하고 샤샤는

대학에 가서도 계속 경기를 하고 싶어한다고 했습니다.

 

사샤 선수는 뉴저지에서 살면서 스케이트 클럽 뉴욕에서 훈련하는 고등학교 졸업반 선수였어요.

고등학교 생활과 대학지원 그리고 피겨 연습을 같이 하는것이

자기가 보기에도 참 힘든일이라고 덧붙이셨구요.

 

경기가 끝나자마자 대학 지원서를 써야 되서

호텔에서 이미 체크아웃을 하고

시합이 끝나자마자 집에 돌아갈 준비를 했다는 이야기를 듣고,

아 어느 곳이나 역시 피겨맘은 쉬운게 아니구나 싶더군요.

 


실제로 지역예선이 열리는 10월은 미국에서는 대학지원 시즌이라

몇몇 피겨맘들은 딸의 경기를 기다리며,

스탠드에서 대학 지원서 서류들을 점검하는 모습을 볼 수 있었어요...

 

인터뷰와 여러가지 활동을

입학생 결정에 중요하게 생각하는 미국 대학교의 특성상 

피겨 스케이팅 경력은 장학금과 입학에 꽤 도움이 되는 듯 했습니다.

 

제 앞에 앉아 있던 섀논 플래니건 (Shannon Flanagan) 선수의 어머니도 경기전 대학지원서를 계속 검토하고 있다가,

딸의 경기가 시작된 후에는 손을 꼭쥐고 경기를 바라보고 있었어요.


 

각각의 선수들은

냉정한 피겨팬들에게는

OO점대의 선수일지 몰라도

피겨 선수의 어머니에게는

가장 아름다운 스케이터일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어쩌면 그 때부터 저도 더 이상

점프의 회전수를 그만 세게 되었습니다.

그리고 샤샤가 무사히 프리를 마치기를 기원했습니다. 

 

경기가 끝난 후 환하게 웃는 샤샤와 샤샤 어머니의 모습을 보니,

피겨 스케이팅은 이들에게 시련만큼이나 많은 행복을 주고 있는 것 같았습니다.

 

링크를 떠나기전

같은 클럽의 선수들과 기념사진을 찍는 샤샤의 모습을 보면서,

부상에서 완전히 벗어나,

대학생으로 처음 지역예선에 참여한 샤샤 선수를

내년에도 볼 수 있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3) 가슴속에 퍼덕이는 나비 (Butterflies in Her Stomach)

 

미국 내셔널 동부 지부예선 Eastern Sectional)에서

(역시 운이 좋게도 제가 사는 곳에서 가까운 곳에서 열리게 되었는데요. 지역예선과 지부예선이 동시에 이렇게 가까운 데서 열리는 일은 앞으로 10년 안에 없을 듯 싶네요.)

제시카 후 선수를 눈여겨 보게 된 것은

공식연습과 쇼트 경기전 웜업에서의 호쾌한 점프 때문이었는데요,

피겨 선수치고 상대적으로 큰 키에

미국 주니어 답지 않은 깔끔한 점프 도입이 인상적이었습니다.


동부 지부 예선 주니어 부문 참가 선수 중

제시카 후 선수는 지역예선에서

137.37로 가장 높은 점수를 기록한 선수이기도 했는데요.

아직 안무와 표현력에서는 다듬어질 부분이 많았지만,

점프의 경우 지역예선 경기 영상을 보고 기대했던 만큼의

좋은 높이와 비거리를 가지고 있었습니다.

 

 

 

 

공식연습을 지켜 보는 동안.

옆에서 항상 두손을 모으고 조용히 제시카 선수를 지켜보는

아시아계 피겨 맘 한분이 눈에 띄었습니다.

왠지 절박해 보이는 표정과 함께...

 

그도 그럴 것이

제시카 후 선수는 동부지부 예선에서 노비스 부문에서

2년 연속 5위를 기록하며 내셔널 진출에 실패한 경험을 가지고 있었습니다.

(내셔널은 지부예선 4위까지만 진출합니다. 그렇기 때문에 4위와 5위는 단지 1등 수의 차이가 아닙니다.)

2009-2010 시즌에는

쇼트에서 4위, 프리에서 4위를 했지만,

종합점수에서 5위를 기록, 내셔널 진출에 실패하는 불운을 겪기도 했죠.

 

게다가 피겨가 상대적으로 약한 지역인 남부 대서양 지역 (South Atlantic)에서

중국계 미국인으로 피겨를 한다는 것은 쉬운 일은 아니였겠지요.

사실 제시카 후의 클럽인 North Carolina Skating Club에서 지부예선에 올라온 선수는

노비스 남자 선수와  제시카 단 2명 뿐이었습니다.

 

사실 제시카 어머님의 모습이 뇌리에서 떠나지 않았던 이유는

제게 너무나도 익숙한 한 사람의 어느날의 모습과 놀랍도록 겹쳐보였기 때문입니다.

그것은 바로 제가 대학입시를 보러가던 어느날 아침, 뒤돌아볼 때 봤던

저희 어머니의 모습이었습니다.

그 때....저는 이미 그전에 입시에 실패했었기 때문입니다.

 

제시카의 쇼트경기가 시작됩니다.

제시카는

공식연습에서 계속 성공하던 트리플 럿츠를 랜딩에서 실수,

지역예선보다 5점여 낮은 44.33점을 받았습니다.


다행히도 쇼트 2위를 기록했지만

2위에서 9위까지의 점수차이는 불과 10점 이내.

결국 프리에서의 경기가 최종 순위와 내셔널 출전자를 결정하게 되었습니다.

올해의 주니어 과제인 럿츠 점프에 강점을 가진 제시카로는

아쉬운 결과가 아닐 수 없습니다.

지부예선 징크스를 가진 제시카로서는 더욱더 그랬겠지요.

 

쇼트경기 다음날인 프리 경기가 있던 날

공식연습이 끝나고.

경기장과 연습장 사이에 있는 패스트 푸드점에서

제시카와 제시카 어머니를 우연히 마주쳤습니다.

 

용기를 주는 이야기를 해주고 싶었어요.

왠지 좀 무안해서, 사진을 찍어도 되겠냐고 이야기를 걸었습니다.

제시카 후 선수는 쇼트 경기에서의 실망을 잊어버리려는 듯 환하게 웃으며 카메라를 봤습니다...

 

 

쇼트 경기를 잘 봤다고 이야기 한후

오늘 연습하는 것을 보니, 프리에서도 문제 없을 것이라고 이야기했습니다.

 

제시카가 경기 준비를 위해 먼저 떠난 후

제시카 어머니께서 지난 대회에서의 탈락한 이야기를 하더군요...

그래서 "이번에는 꼭 내셔널에 올라갈 거에요" 라고 말씀드렸습니다.

프리 경기가 시작되기 전까지 어머니는 앉아계시지 못하고 계속 관중석 뒤 통로에 서서 계셨습니다.

 

 

그리고 나중에 제시카의 프리 경기 때는 거의 링크를 못 보시더군요.

 

경기전 부터 불안한 기색이 역력한 제시카가

웜업 그룹으로 들어섭니다.



 


 

 

이제 제시카 선수의 차례

 

 

제시카는

프리 경기 내내

가슴속의 나비들과 싸우고 있는 듯 했습니다.

(영어에서 불안하고 조마조마 할 때

have Butterflies in my stomach 이라는 표현을 씁니다.)

 

장기인 트리플 럿츠를 성공시킵니다.

하지만 두번째 트리플 살코에서 넘어지면서

연습 때 보여줬던

제시카의 높은 점프와 깔끔한 도약은 어느새

하나둘씩 얼음위에서 녹아버리기 시작합니다.

서두르는 기색이 역력한 후반부 점프와 안무 동작들.

 

 

아쉬운 경기...

총점 125.59

지역예선에서의 점수보다 10점 이상 낮은 총점을 기록합니다.

축 처진 제시카의 어깨...그리고 두 손을 모은 채 딸을 바라보고 있는 어머니.

 

 

현재 1위 이지만 남은 선수는 5명.

지부예선 4위까지만이 내셔널에 진출합니다.

모두 상위권의 선수들입니다.

....

 

결국 

제시카 후는

치열했던 동부지부 예선에서 3위를 기록

 

그토록 그리던 내셔널에 진출합니다.

 

Epilogue

 

"Don't try to kill your butterflies in your stomach, instead, make them fly over the ice rink."

(가슴속의 나비를 죽이려 노력하지 말고, 아이스 링크위에 날려보내세요.)


미국 내셔널 주니어 경기가 있기전 제시카와 제시카 어머니에게 메일을 보냈습니다.

첫 내셔널이라 설레임만큼이나 부담도 그만큼 클 것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김연아 선수의 경기 당일 준비하는 법 YOG 비디오를 링크했습니다.

http://youtu.be/CDNWqipYG-o

(프리 경기 의상을 보면 짐작했겠지만, 제시카의 아이돌은 김연아 선수입니다.

제시카의 이번 시즌 프로그램은 "죽음의 무도"와 "세헤라자데"였습니다.)

 

대회 직전 "링크한 영상을 잘 봤고, 열심히 준비해서 좋은 경기를 하고 싶다"는 짤막한 답장이 왔습니다.

 

하지만,

제시카는 1월 산호세에서 열린 미국 내셔널에서 아쉽게도

제 실력을 발휘하지 못하고,

지역예선보다 27점이나 뒤진 110.12를 기록

참가 선수 12명 중 11위를 기록합니다.

 

나중에 제시카 어머니께서 보내주신 이메일에 의하면,

첫 내셔널이라 긴장 한 것은 물론

대회 직전 스케이트 날에 문제가 있었던 것을 알지 못하고 출전해서,

점프 컨시에 더욱 문제가 생겼었다고 합니다.

 

대학입시 이후로도 저희 어머니는 저 때문에 속을 많이 썩으셔서

"지금 생각해 보니 대입 시험정도는 아무것도 아니였다"라고

말은 하시고는 합니다.

제시카 어머님도 언젠가 이번 시즌을 그렇게 기억할 날이 오겠죠.

그러면서 제시카 역시 시즌이 거듭될 수록 좀더 당당하게 더 큰 무대에 서게 되겠지요.

 

피겨 선수들에게 있어,

어머니란 존재는

함께 지내는 시간이 많아, 많이 다투기도 하고 좋아하기도 하는

가장 친한 친구이자, 코치이자, 가족인 것 같습니다.

그래서 더욱 애틋한 듯 합니다.

 

오늘 직관하게 된 아이스 쇼에서도

조애니 로셰트의 갈라를 보면서

하늘을 향해 자신의 올림픽 연기를 바치던

그 장면이 생각나더군요.

오늘 공연도 그녀의 어머니가 흐뭇하게 바라보고 계셨겠죠.

 

이제 며칠 후면 어버이날 이네요...

저도 포스팅 마치고 전화기를 들려고 합니다.

 

마지막으로 런던올림픽 광고를 링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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