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가 개인적으로 마음에 들었던 프로그램들을 각 부분별로 뽑아보는

연말 정리 겸 크리스마스 특집 페이버릿 프로그램 포스팅 2번째 입니다.

이번에는 14/15 시즌 외국 아이스 댄스 프로그램입니다.


1편 페어가 궁금하신 분은 여기로

14/15 외국 페어 페이버릿 프로그램


여러분들이 보시고 제가 놓쳤을지도 모르는

추천할 만한 프로그램을 댓글로 달아주시면

더 재미있겠네요.^^;


선정 및 영상 링크 기준은 

우선 재탕 프로그램은 제외했고,

점수 및 기술적 난이도는 상관없습니다

한 스케이터/팀 당 한 프로그램만 선정했습니다.

시니어, 주니어 구분 없습니다.

같은 프로그램 중에서는 시즌 중 지금까지 가장 좋은 수행을 한 영상을 링크했습니다.


이번에는 외국 스케이터들의 프로그램 중 아댄을 소개합니다.

다음편에는 외국 스케이터중 남여 싱글을 소개하고

마지막으로 한국 스케이터들의 프로그램들을 뽑아보려고 합니다.


프로그램들을 소개하면서

각 부분에 대한 짤막한 개인적인 의견도 덧붙여 보겠습니다.

그리고 피겨 스케이팅의 숨어 있는 창조자

안무가들에 대한 이야기를 해볼 예정입니다.

아직 잘 알려지지 않았지만, 꾸준하게 독특하고 멋진 프로그램들을 선보이는 안무가들을 

소개할 수 있는 기회도 되겠네요.


그럼 즐감하세요.


아이스 댄스 Ice Dance


이번 시즌의 화제는

무엇보다도 버츄/모이어, 데이비스/화이트의 탑 2가 떠난 자리를

이제 누가 차지할 것인가 입니다.

탑2가 출전하지 않은 포스트 올림픽 세계선수권은 

논란을 일으킨 판정으로

포스트 탑2의 향방을 고스란히 보여주지 못했습니다.

게다가 마지막 출전한 월드에서 아쉽게도 챔피언의 자리를 놓친

페샬라 / 부르자 역시 컴피를 은퇴했고,

홈링크의 잇점을 가지고 올림픽 동메달을 따낸

일리니크/카찰라포프는 팀이 해체되었습니다.

지난 월드 논란의 우승자

카펠리니/ 라노테는 슈필반트에서 시즌 전 주에바 코치에게로 옮겼는데요.

장고 끝에 악수를 두는 것 같다는 제 생각대로

이번 시즌 첫 그랑프리에서 포디움에서 탈락한 후 

새로운 프리 프로그램을 위해서 남은 대회를 포기합니다.

아댄 팬들의 아쉬움과 호기심으로 시작된 올림픽 후 첫 시즌,

이제 각각 캐나다와 미국의 1인자가 된 

위버/포제, 척/베이츠가 포디움의 가장 높은 자리를 노리는 가운데,

새로운 스타가 탄생합니다.


가브리엘라 파파다키스 / 기욤 시저론 Gabriella Papadakis / Guillaume Cizeron 

FD "Adagio from Concerto No. 23" (by Wolfgang Amadeus Mozart) 2014 GP TEB

Choreographer 마리-프랑스 두브레 Marie-France Dubreuil

지난 10월 스케이트 캐나다 어텀 클래식에서 처음으로

파파다키스/시저론의 경기를 직관했습니다.


우선 이들의 부드러운 스케이팅에 놀랐고, 

프로그램의 퀄리티에 다시 한번 놀랐습니다.

압도적인 우승이었음은 물론, 

이들의 앞으로의 행보에 큰 기대를 하게 했죠.

컴피를 떠난 아댄 Top2의 공백을 메꿀 

차세대 아댄 팀 중 단연 눈에 띄는

파파다키스/ 시저롱은 이제 겨우 19/20 세입니다.

07/08 시즌 버츄/모이어를 생각나게 하는 

인상적인 두번째 시니어 시즌인데요.

매혹적인 프리 프로그램으로 관중을 사로잡으며

단박에 이번 시즌 그랑프리 파이널 포디움에 올라섰습니다.


프리 댄스에 쓰인 곡은 모짜르트의 음악인데요.

몇년전 현대무용 안무가 어우러진

에어 프랑스 광고에도 사용된 적이 있습니다.

재미있게도 광고에서 나왔던 바로 그 리프트를

프리 댄스 마지막에 리프트 연속동작으로 시도하더군요.

 

꽤 유명했던 에어 프랑스 광고이고

이들이 프랑스 팀인 것을 볼 때

일종의 오마쥬라고 할 수 있을 듯 싶어요.

어텀 클래식에서 스피드, 테크닉, 프로그램 모두 압도적인 1위였습니다.

이들의 프리는 개인적으로 이번 시즌 아댄 베스트 프로그램이기도 합니다.


이들의 코치이기도 한 마리-프랑스 드부레가 안무했는데요.

드부레는 그녀의 파트너이자 남편이 된 파트리세 로장과 함께 

캐나다를 대표해서 06,07 월드에서 아이스댄스 은메달리스트였습니다.


파파다키스/시저롱 팀은 이번 시즌 전 프랑스에서

캐나다 퀘벡으로 훈련지를 옮겼는데요.

캐나다 퀘벡은 불어를 사용하는 불어권으로

언어의 장벽이 없어 이러한 변화가 좀더 쉬웠을 것입니다.

특히 자신의 어머니에게 코치를 받던 파파다키스는 시니어에 오면서 새로운

변화가 필요했을 것입니다. 

그 결과는 대성공이었습니다.


지난 캐나다 국내 대회인 옥토버페스트에도 퀘벡에서 온 아댄 팀들은

온타리오의 팀들과 분위기가 확연히 달랐습니다.

프로그램에 프랑스어 보컬을 많이 사용하기도 했고,

덜 아크로바틱한 대신 스케이팅 스킬이 부드럽고 

좀더 감정에 충실한 본연의 아이스 댄스에 가까운 팀들이 많더군요.


마지막으로 많은 찬사를 받았던 에어 프랑스 광고도 링크해 봤습니다.

(국적기 항공사의 이미지는 중요하죠....요즘 특히 더 느낍니다...)



엘레나 일리니크 / 루슬란 지간신 Elena Ilinykh / Ruslan Zhiganshin

SD "Carmen" 2014 GP COR

Choerographer 안토니오 나자로 Antonio Najarro

올림픽 시즌이 끝나고 월드를 마지막으로 파트너와 헤어진 후 

각자의 이전 파트너와 새로 팀을 만든 러시아의 파트너 스왑 팀

일리니크 / 진가신 VS. 시니치나 / 카찰라포프

첫 대결은 얄궂게도 바로 컵 오브 러시아가 되었습니다.

홈관중들의 관심이 집중되었던 모스크바 링크에서

엘레나 일리니크는 

아댄에서 디바가 어떤 것인지를 여실히 보여주었습니다.

파소 도블레가 필수요소인

이 쇼트는 그들이 팀 결성후 국제 대회에서 처음 선보이는 자리였는데요.

피겨 안무가이면서 가장 인정받는 플라멩고 댄서 중의 한명인 안토니오 나자로의 안무가 

일리니크에게 정열의 날개를 달아주었습니다.

준비 자세와 오프닝에서 

파트너를 "잡아 먹을 듯한" 표정 연기로 

카르멘에 빙의한 일리니크의 클로즈업에서 

이미 맞대결의 승부는...끝...

그리슉, 크릴로바, 나브카, 돔니나로 이어지는 

러시아 아댄 디바의 계보를 

이제 엘레나 일리니크가 잇고 있습니다.

일리아 아버부흐가 안무한 프리도 쇼트만큼의 파괴력은 아니지만 좋습니다.

당초 시즌 전 예상으로는

남자 댄서의 기술적 우위를 바탕으로 맞대결에서 승리할 것으로 예상되던

시니치나/카찰라포프의 마리나 주에바로의 

선택이 계속 아쉬움을 남기네요.

지간신과 함께 있을 때는 눈에 띄지 않던 시니치나의 미모가 눈길을 모았지만,

이미 카르멘으로 빙의된 일리니크를 당해낼수는 없었습니다.


케이틀린 위버 / 앤드류 포제 Kaitlyn Weaver / Andrew Poje

FD "Four Seasons" (composed by Vivaldi, recomposed & arranged by Max Richter) 2014 GPF

Choreographer 셰린 본 Shae-Lynn Bourne, 파스칼 카메렝고 Pasquale Camerlengo

지난 시즌 관중들의 페이버릿이었으며 (저의 페이버릿이기도 했던)

탱고 프로그램으로 인한 기대가 너무 컸던 탓인지,

이번 프리 프로그램은 지난 시즌만큼의 반응은 없네요.

저 역시 좀 아쉬운데요.

지난 시즌 셰린본이 "Maria de Buenos Aires"를 발견한 후 

위버/포제와 교감하며 카메렝고와 함께 협업했듯이

관련기사: http://www.insideskating.net/2014/08/07/interviews/kaitlyn-weaver-and-andrew-poje-we-are-focusing-on-the-here-and-now

이번에도 세린본이 비발디의 "사계"를 막스 리히터가 현대적으로 편곡한 곡을 발견하여

이들에게 제안했습니다. 

막스 리히터의 새로운 편곡처럼 

이들의 새로운 시도에 물론 박수를 보냅니다.

하지만 위버/포제가 가장 잘할 수 있는 것은 

빠른 피치의 기술적 승부나 우아한 표현력이라기 보다는 

항상 과감하게 도전하는 댄스다움입니다.

(그리고 그것이 셰린본과 카메렝고도 가장 잘 할 수 있는 것이기도 하죠... )

그것이 셰린본과 카레멩고의 협업을 통해

지난 시즌 프리 댄스에서 정점을 찍었던 것이구요.

어느새 아크로바틱으로 변질된 아댄판에서 

가장 아이스 댄스의 열정을 느낄 수 있게 해주는

팀이기 때문이죠.

그러한 점이 이들을 다른팀 사이에서 돋보이게 하고, 

팬들이 아끼는 이유라는 것을 다소 아쉬운 이번 프리를 통해 다시 느끼게 되네요.

위버/포제가 나아갈 방향은 버츄/모이어의 지나간 자리가 아니라

그들만의 스텝을 밟는 것입니다.

서이자 안무가인 거프리 타일러Geoffrey Tyler)와 함께 작업했던 13/14 시즌의 "42번가" 쇼트

현대 무용가인 앨리슨 홀커 (Allison Holker)와 함께 작업한 12/13 시즌의 이른바 "피그말리온" 프리에 비교해도 

이번 프리는 다소 평이하게 작업하지 않았나 싶네요.


사라 우르타도 / 아드리아 디아즈 Sara Hurtado / Adrià Díaz

FD "Atonement" OST + "Meditation" 2014 GP COR

Choreographer 데이비드 윌슨 David Wilson, 마리-프랑스 두브레 Marie-France Dubreuil

스페인의 아댄이 어느새 이정도로 발전했습니다.

피겨 스케이팅에 매번 이국적인 소재만을 제공하던 스페인은 

이제 남싱을 시작으로 아댄에서도 피겨의 중심으로 서서히 다가오고 있습니다.

어텀 클래식에서 직관한 후 독특한 의상과 함께 강렬한 내래이션이 

오래 기억에 남는 아름다운 프로그램입니다.

싱글 뿐만 아니라 페어, 아댄으로도 안무의 영역을 넓히고 있는 데이비드 윌슨 이 

이들의 코치인 마리-프랑스 드부레와 협업하여 만든 프로그램입니다.

윌슨은 지난 시즌 "피카소" 프리 프로그램에 이어 이번 시즌에도 이들의 프리 안무를 했네요.

관련기사: http://www.insideskating.net/2014/12/05/interviews/sara-hurtado-we-want-to-make-people-feel-not-just-get-points

우르타도 / 디아즈 팀은

마리-프랑스 드부레파트리세 로장을 코치로 맞이하면서 

캐나다 퀘백 몬트리올에 자리잡은 개드보이스 센터(Gadbois Centre)에서 훈련하며 급성장하고 있는데요.

최근에는 프랑스에서 온 파파다키스/시저롱 팀도 이 링크에 합류했죠.

개드보이스 센터는 북미 아댄(사실상 최근의 세계아댄)을 이끌어온 

디트로이트 아댄 빅3 (칸톤-마리나 주에바, 디트로이트-크릴로바/카메렝고, 노바이-슈필반트) 체제에

도전할 새롭게 떠오르는 아댄 링크입니다.

관련기사: http://web.icenetwork.com/news/2014/08/28/91363984/ice-dance-school-thriving-under-dubreuil-lauzon

아이스 댄스에서의 "스페인의 열정"에 대한 질문에

인터뷰에서 스페인 댄서들은 이렇게 솔직하게 답했습니다.

That harmony, in combination with our Spanish passion, is what we are, 

and it's what we like to project on the ice. It's truly our essence and our personalities.

We don't have time to be faking who we are or the way we skate. We like to be natural and clear.

스페인의 열정과 함께하는 조화로움은 바로 우리 자신이고 바로 그것을 얼음위에 표현하고 싶습니다.

그것이 진정한 우리 팀의 본질이고, 우리 팀의 개성이기도 합니다.

우리가 누구인지 혹은 어떻게 스케이팅을 해야할지를 가짜로 꾸밀 시간이 없어요.

(우리의 춤이) 자연스럽고 명확하기를 원합니다.

출처: http://web.icenetwork.com/news/2014/05/05/74385802

이들은 "자연스럽고, 명확한" 스페니시 댄스 뿐만 아니라 

우아한 프리 프로그램도 멋지게 수행한다는 것을 

이 프로그램으로 보여주었습니다.


ps. 스페인 댄서들이 펼치는 정통(authentic) 파소도블레는 

가짜(fake) 파소 도블레와는 많이 다른 느낌이더군요.

일리니크/지간의 카르멘 쇼트를 안무하기도 한 

유명한 플라멩고 댄서인 스페인 안무가 안토니오 나자로가 

스페인 아이스 댄서들을 위해 안무한 쇼트입니다.


넬리 지간시나 / 알렉산더 가찌 Nelli Zhiganshina / Alexander Gazsi

FD "Swan Lake Reloaded" (by Frederik Rydmans2014 GP SC

Choreographer 스테판 랑비엘 Stéphane Lambiel

유명한 좀비 프로그램을 비롯 매시즌 재미있는 컨셉의 

일리아 아버부흐의 프로그램을 들고 나왔던 지간시나/가찌 팀이

이번에는 스테판 랑비엘이 안무한 테크노 "백조의 호수"를 선택했습니다.

스웨덴의 길거리 댄스로 바뀐 백조의 호수를 얼음위에서 보여줍니다.

아이스 댄스 안무는 처음인 스테판 랑비엘은 이들의 쇼트 플라멩코와 함께

프리 댄스 안무에도 도전합니다.

첫 시도였던 랑비엘 입장에서는 지간시나 / 가치 팀이 표현하던

일리아 아버부흐의 빛나는 똘기를 넘어서기에는 다소 버겁지 않았나 싶네요.


ps. "Swan Lake Reloaded"는 원래 이런 공연이었더군요. 

발레리노로만 이루어진 매튜 본의 "백조의 호수"와는 또 다른 느낌이네요.


페니 쿰스 / 니콜라스 버크랜드 Penny Coomes / Nicholas Buckland

FD "Exogenesis Part 1" + "Hurricanes and Butterflies" (by Muse) 2014 GP COR

Choreographer Philip Askew, Zhanna Palagina

지난 시즌 마이클 잭슨 메들리 프로그램만큼은 아니지만,

쿰스 / 버클랜드는 이번에도 개성있는 메들리 프로그램을 가지고 왔습니다.

이들이 선택한 메들리는 영국의 락밴드 Muse입니다.

첫 그랑프리 포디움에 서면서 

그랑프리 파이널에 다가섰던 이들은 마지막 NHK 트로피 프리댄스에서

최악의 경기를 보여주면서 아쉽게 그랑프리 파이널 진출에 실패했습니다.

하지만 다시 정비해서 나올 유로선수권이 기대가 됩니다.

지난 시즌 이들은 유로선수권에서 첫 포디움에 오른바 있습니다. 

이들 프로그램의 특징은 두 선수의 키차이 (30cm) 를 이용한 독창적이고 과감한 리프트입니다.

올림픽 2관왕 예브게니 플라토프가 코치로 있는 뉴저지의 링크에서 훈련하고 있는데요. 

플라토프 팀 댄서들의 새로운 리프트와 안무를 

필립 애스큐와 자나 팔라기나가 맡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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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스팅을 하고 나서 보니

제가 아끼는 페어팀과 아댄팀들의 프로그램들이 많네요.


프로그램을 좋아 하다보니 스케이터도 좋아하게 되고.

(혹은 흔하지는 않지만

그들의 온/오프의 자세에 감동받아서

스케이터를 먼저 좋아하게 되는 경우도 있기는 합니다만...)

그 다음에는 스케이터를 좋아하다보니 그들의 프로그램도 더 눈에 잘 들어오고

이런게 아닐까 합니다.


제가 좋아하고 응원하는 스케이터들을

떠올려보면

항상 그들에게 눈을 뗄수 없게 만든

첫 프로그램들이 있었습니다.

그리고 이 후에는 매 시즌이 시작되기전

그들의 새로운 프로그램을 기다리는 것이 팬으로서의 큰 즐거움이기도 했죠.


챔피언쉽이 시작되지도 않은 지금

벌써 다음 시즌이 벌써 기다려지네요...


그리고 곧 다가올 챔피언쉽에서도 

멋진 수행을 하기를 기원합니다.


다음편은 

해외 남녀 싱글입니다.

올림픽 다음 시즌인데도

페어와 아댄이 생각보다는 좋은 프로그램이 있었던 반면,

싱글경기는 그중에서도 특히 여자 싱글은 정리하다 보니

예상대로 역시 좀 심심하더군요...


크리스마스 전에 올려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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