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 올림픽 시즌이 되었습니다.

항상 피겨 팬들에게 비판받으면서도

바뀌지 않는 대한빙상연맹은

이번 시즌에도 그다지 다른 모습을 보여줄 것 같지는 않습니다.

특히 지난 시즌 우려스러웠던 점은

대한 빙상연맹이 더욱 폐쇄적이고 독단적으로 사안을 결정하는

방향으로 가고 있다는 점입니다.



출처: http://the-mound-of-sound.blogspot.com/2012/02/peril-of-authoritarian-mind.html


출처: http://www.skating.or.kr/


누구나 정보를 얻을 수 있는 인터넷 시대에 

이런 독단적인 결정과 은폐라니요...


출처: http://www.azuan.com/start/index.php?option=com_content&view=article&id=101&Itemid=66&lang=en


이번 포스팅에서는

지난 시즌의 몇가지 사례를 짚고 넘어가고자 합니다.


이 이야기를 하는 이유는

이제 한국 피겨 스케이팅이 한단계 도약하고 있는 지금 

맞지 않는 옷을 입고 있는 것처럼

그동안 엄청나게 성장한 피겨 스케이팅 선수저변과 팬덤에 비해

피겨 스케이팅 행정을 둘러싼 일들은 

그다지 나아지지 않은 것 같기 때문입니다.


1) 평창 올림픽 자동출전권 폐지 - 숨기면 숨길수록 드러날 뿐


감추면 감출수록 드러나는 것이 

기침과 사랑이라고 했던가요?


2012년 6월 ISU 총회에서 

평창 올림픽에서 주최국 피겨 스케이팅 자동출전권이 폐지되는 안건이 통과되었습니다.

그리고 10월 ISU 평의회에서 최종 가결되어 공표되었습니다.


더욱 놀라운 것은 이러한 중요한 사안이

최종 결정되어 공표되기까지 4개월동안 잘 알려지지 않았다는 사실입니다.

심지어 최종 결정된 이후에도

빙상연맹은 감추기에 급급하였고,

언론들은 철저히 침묵하였습니다.

관련포스팅: [ISU 헌정칼럼 3] 올림픽 개최국 피겨 자동 출전권 폐지 그리고 내맘대로 기술 최저점


더욱 어이없게도 이 사실이 알려지자

어떤 이른바 "파워" 블로거는 연맹의 인력 부족 운운하며

빙상연맹 감싸기에 나서는 모습을 보이기도 했습니다.

(최근 그 블로거의 포스팅을 보면 이미 빙연 집행부라도 된 듯 합니다.)


결국 빙상연맹은 어떠한 대책도 내놓지 못했고 

한국은 피겨 스케이팅에서 올림픽 주최국 자동 출전권을 빼았기는

첫 개최국이 되었습니다.

평창올림픽 다음 올림픽에서부터 주최국 자동출전권이 부활된다면

대한빙상연맹은 또 어떠한 반응을 보일까요?



인터넷을 중심으로 피겨 스케이팅 평창 자동출전권을 빼았겼다는

사실이 주목을 받게 되자 

그제서야 몇몇 언론에서 다루게 되었고,

마지못해 빙연은 대책을 강구중이다라는 변명을 했습니다.

그리고는 우연히도 때 맞춰 스케이터들에 대한 장학금 지급을 

대대적으로 홍보합니다.


이렇게 자신들을 홍보하기 위해 들이는 시간과 노력을 

지난 ISU 총회에서 회원국들을 상대로 주최국 출전권을 지키기 위해 설득하기 위해

기울였다면 결과가 어땠을까요?


결국 지금까지 빙상연맹은 어떠한 대책을 강구했을까요?

"최소점 획득과 좋은 성적을 위해서 열심히 지원"하겠다고 합니다.

그것은 주최국 출전권과 상관없이 연맹이 당연히 했어야 하고 해야만 되는 일입니다.


기침과 사랑 말고

감추면 감출수록 드러나는 것이 또 있습니다.

바로 무능력과 허풍입니다


출처: http://pipelineobserver.ca/government-protected-pipelines-are-incompetent/


2) 아이스 댄스 육성 - 달면 삼키고 쓰면 뱉는다


숨겨진 아이스 댄스 프로그램을 소개하면서 포스팅에도 썼지만,

지난 시즌은 한국 아이스댄스의 환희가 교차한

좋은 의미든 나쁜 의미든 잊지 못할 시즌이었습니다.


한국이 동계올림픽 유치에 성공하여, 평창 올림픽에 각 종목 1장의 자동 출전권을 가지게 되면서

한국 빙상연맹은 아이스 댄싱 육성 프로젝트를 시작합니다.

2011년 11월 아이스댄스 육성팀 오디션이 개최되는데요.

이 오디션에서 5팀이 선발되죠.

 

하지만 2012-13 시즌이 시작되면서 앞에서 이미 언급했듯이

평창올림픽 자동출전권은 ISU 총회에서 날아갑니다.

관련포스팅: [ISU 헌정칼럼 3] 올림픽 개최국 피겨 자동 출전권 폐지 그리고 내맘대로 기술 최저점

평창을 대비한 아이스 댄스 육성 정책의 근간이 흔들려 버린 것이죠.

 

아이스 댄스 육성책의 바탕이기도 했던

평창 올림픽 개최국 출전권을 빙상연맹의 무력한 행정으로

ISU 총회에서 별다는 저항도 못하고 빼았겼고,

그러는 동안 1차 육성 오디션에서 선발된

최진주/장원일 팀을 비롯한 3팀이 해체하였습니다.


결국 이번 시즌 개막까지 유지된 1차 육성 아댄팀은

이세진/전태호 그리고 김지원/오재웅 두 팀이었습니다.


그후 빙상연맹은 모든 아댄팀에 대한 연습장 제공 약속마저 지키지 않았습니다.

이세진/전태호 팀은 특히 시즌 후반에는 연습장이 없어 일반 링크에서 싱글선수들과 함께 음악을 틀지 않고

연습하는 등의 어려움을 겪으면서도 꿋꿋이 이번 시즌을 버텨왔습니다.

관련기사: 피겨 꿈나무 육성 부진...평창 어쩌나 (SBS)

결국 이들은 이번 시즌을 끝으로 팀을 해체하기로 하고,

동계체전을 마지막으로 각자의 길을 가기로 합니다.

SBS 뉴스에 나온 이세진/전태호 팀의 연습 영상 및 해체 관련 인터뷰

 


지난 시즌이 끝나면서 

이세진/전태호 팀이 해체를 결심하게 되었고,

김지원/오재웅팀 역시 개인적인 어려움 등으로

해체하였습니다


물론 의외의 성과도 있었습니다.

1차 오디션에 참가한 후 아이스댄서의 꿈을 가지게 된

김레베카, 민유라 수가 싱글에서 아댄으로 전환하며

각각 러시아와 미국에서

자체적으로 댄싱 파트너를 찾아 팀을 이루었죠.


9월에는 드디어 김레베카/키릴 미노프팀이

주니어 그랑프리에 출전하여

김혜민/김민우 팀이 은퇴한 후 만 7년만에

국제 무대에 한국 아이스 댄서가 선을 보였습니다.

그리고 세계주니어 선수권 대회에서 프리컷을 통과 20위를 하면서

다음 시즌 주니어 그랑프리 아이스 댄스 출전권을 2장에서 5장으로 늘리게 되었습니다.


이들의 훈련에 별다른 도움을 주지 않던

빙연은 이들이 좋은 성적을 거두자

언론에 대대적으로 홍보하기에 바빴습니다.



다행히 오프 시즌 동안 아이스 댄스팀의 

재결성 이야기가 들리고 있습니다.

하지만 이번 시즌

달면 삼키고 쓰면 뱉는 빙연의 지원이 어떻게 될지는

아무도 알 수 없습니다.


이번 시즌 굴러들어온 복인 

해외에서 훈련하는 아이스 댄스팀들이 좋은 성적을 거두면 

또 다시 연맹은 이것을 자신의 성과로 돌리고

언론 플레이를 시작하겠죠.



3) 주니어 그랑프리 - 새벽 비행기 표의 씁쓸함


직관을 갔었던 지난 레이크 플레시드 주니어 그랑프리에서 기억에 남는 것은

스케이터들의 빛나던 모습과

"거울 호수" Mirror Lake 의 투명하게 반사되던 햇살 만큼이나

한국 선수단의 귀국 비행기 시간이었습니다.


여자 프리 경기가 끝난 바로 다음 날 새벽으로 잡혀있던 비행기 시간 덕분에

뱅킷이 있던 밤 

한국 스케이터들은 짐을 싸서

새벽 2시에 체크 아웃을 해야했습니다.

덕분에 뱅킷에 갈 생각은 해보지도 못했죠.

 

좀더 싼 티켓을 구입해서 비용을 절감하기 위해서였을까요?

하지만, 연맹이 예매한 새벽에 출발하는 비행기 티켓의 가격은 

이른 시간에 비하면 결코 저렴하지 않았습니다.


출처: http://scrubsmag.com/how-to-deal-with-an-incompetent-boss/


선수단이 떠난 다음날 돌아본 레이크 플레시드는

많은 것들을 느끼게 해주었습니다.

두번의 동계 올림픽이 개최되었던 장소 답게 

보고 느낄 수 있는 많은 것들이 있었죠.

관련포스팅: 레이크 플레시드에서 배운 것들


아직 어린 학생인 우리 스케이터들이 

나중에 시간이 지나 돌아볼 때

레이크 플레시드를 단순히 

아쉬운 경기를 했던 대회 장소 중의 하나가 아니라

성적은 아쉬웠지만 대신 

소중한 친구들을 사귀고 많은 것들을 배운 

인생의 빛나던 시간으로 기억할 수는 없는 걸까요?


다음날 오후에 출발한다고 호텔의 비용이 더 들거나

비행기값이 더 들지는 않습니다.

작은 관심과 배려가 부족한 

전형적인 관료주의적 행정이었을 뿐입니다.

출처: http://www.thinkingpharma.com/2009/07/pharma-without-labs.html


과연 빙상연맹 집행부가 출장을 갈 때도

회의 다음날 새벽에 출발하는 비행기 표를 예매하는지

매우 궁금해집니다.

 

4) 선수 선발 - 본인들도 포털뉴스에서 먼저 보는 대표 명단?


지난 1월 종합선수권이 끝나고 1주일 지나면서

챔피언쉽 출전자가 결정되었습니다.

지난 시즌 챔피언쉽 선발 과정은 그동안 보여주었던

빙상연맹의 행정처리의 문제점들을 더욱 뚜렷이 드러내었습니다.


우선 각 챔피언쉽과 국제대회에 출전할 대표의 선발은 각국 연맹의 고유권한입니다.

이러한 결정에 대해 연맹은 출전권과 다음 대회를 염두에 둔 결정을 할 수 있습니다.

저 역시 주니어, 시니어 세계선수권 대회의 남자 출전자에 대한 연맹의 이번 결정이 

차후 대회의 국가별 출전권 획득과 해당 선수들의 스케쥴을 고려할 때

최선의 선택이었다는 것에 동의합니다.


아쉬운 점은 이러한 결정들이 좀더 미리 그리고 확실하게 공지되었어야 한다는 점입니다.

특히 연맹이 어떠한 입장이었던지 간에

종합선수권 이전에 참가 선수들에 대한 충분한 공지와 논의가 부족했던 점은

많이 아쉬운 부분입니다


결국 종합선수권 남자 프리가 열린 당일 

남자 시니어 경기의 순위가 결정된 후 

빙상연맹 관계자가 남자 대표 선발에 대해 언론에 각기 다른 의견을 내는 등

매끄럽지 못한 모습을 보여주었습니다.


출처: ethicalstl.org


남자 우승자가 결정된 직후 기술점 때문에 2위 선수가 나가게 되었다고 밝힌 후


몇시간 지나지 않아 결정된 바 없으며

다시 기술 위원회에서 논의해서 곧 결정하겠다고 입장을 바꾼 것입니다.


연맹은 시즌 전 명확하게 각 국제 대회에 출전할 선수를 선발할 원칙들을

기술점에 대한 획득 시기까지 포함하여 투명하고 상세하게 공표했어야 합니다.

또한 매 대회마다 기술점과 등수에 따라 국제 대회의 선수선발에 어떠한 요건이 있는지를 

선수들에게 재공지하고 납득시켰어야 합니다.


사실 그러한 과정을 통해 

각 대회는 그 대회만의 권위를 쌓아가게 될 것이고.

선수들 역시 이러한 과정을 지켜보며, 결정을 인정하고 서로에게 축하를 보내는 모습을 보여줄 것입니다.

이러한 것들을 무리없이 그리고 공평하게 처리하는 것은 어떠한 종목이든

스포츠 연맹이 해야할 가장 큰 일중의 하나입니다.


공식적인 논의와 의견 수렴도 거치지 않은 내용이

빙연 관계자들의 발언을 통해 언론에 

결정된 사항인 것처럼 유포되는 것은

아마츄어들이나 하는 행동이고, 

축제와도 같은 종합선수권 대회에 찬물을 끼얹는 행위입니다.


우승자가 누가 되던지 간에

당사자들이

공식적으로 결정되지도 않은 국제대회 출전자를 

공식적인 보도자료나 기자회견 혹은 연맹을 통해서가 아니라 

포탈의 기사를 통해 접하게 하도록 해서는 안됩니다.



이것이 개인의 실수였다면 관계자는 정식으로 사과를 했어야 하고,

언론의 과장보도였다면 연맹은 그 언론에 정중하게 항의를 했어야 합니다.

어떠한 입장도 보이지 않은 것은

연맹 스스로가 자신의 권위를 부정하는 것입니다.


최근 몇년간 피겨 선수층이 질적 양적으로 성잠함에 따라

국제 대회에 선발되기 위해 

더욱더 많은 스케이터들이 국내 대회에 나와 경쟁하게 될 것입니다.


국제대회에 한국을 대표해 출전할 선수들을 선발하는 과정이

좀더 절차를 지키고 명확하게 진행된다면

태극마크를 달게 될 우리 선수들을 선발하는 과정은

어려운 결정임에도 피겨 스케이팅계의 축제로 받아들여질 수 있을 것입니다.


그리고 그러한 과정은

스케이터와 가족, 코치 그리고 팬들이 공감하는 

한국 피겨 스케이팅 커뮤니티를 만들어가는 중요한 기반이 될 것입니다.

대회의 권위는 결코 상금으로 만들어지는 것이 아니라

멋진 승부를 통한 서로에 대한 신뢰와 시간이 쌓여서 만들어가는 것이기 때문입니다.


이번 시즌이 이미 시작되었고,

국제대회 선발을 위한 두 대회가 공표되었습니다.

네벨혼 트로피 참가 선수 선발전과 주니어 그랑프리 선발전입니다.

하지만 아직 가장 중요한 올림픽과 세계선수권 대회의 선발방식은 어떻게 할지 

아직 공표가 되지 않았습니다.

예년의 경우 11월의 랭킹전이 올림픽 선발전을 대신하였는데요.


특히 남자 선수의 선발은

추가 올림픽 출전권이 걸린 네벨혼 트로피 선발전에 파견할 선수 선발전에 대한 공지만 있을뿐

만약 네벨혼 트로피에서 티켓을 얻게 될 경우 

어떠한 과정을 거쳐 대표선수를 선발할지에 대한 구체적인 공고가 나지 않았습니다.


추후의 혼란을 방지하기 위해

네벨혼 트로피 선발전 전에

올림픽 선발에 관한 명확한 원칙이 구체적으로 제시되어야 할 것입니다.


출처: http://www.tigard-computer-repair.com/


또한 주니어 선발전의 경우에도

부문 별로 몇 명(팀)을 어떻게 뽑을지도 명확하게 확정하고 가야 합니다.

 

나아가 대회 장소 섭외 관계로 명확한 일정를 정하지 못한다 하더라도

대략의 이번 시즌 동안의 전체 대회 일정을 공고하고.

올림픽과 세계선수권 선발에 대한 원칙도 시즌 전 명확하게 하고 가야 합니다.


성장한 선수층과 폭발적인 팬덤에 걸맞는

열린 피겨 커뮤니티를 위한 

빙상연맹의 달라진 모습을 기대합니다.


출처: http://www.apperson.com/support


ps.

지난 캐나다 내셔널에서 기억에 남는 것은

버츄/모이어의 열정적인 카르멘 스텝,

두하멜/래드포드의 혼신을 다한 리프트 만큼이나


링크 복도, 가장 관중들의 눈에 잘 보이는 벽에 붙어있던

각 부문 노비스부터 시니어 선수들까지의 스코어 결과지였습니다. 

남여 싱글, 페어, 댄스의 노비스서부터 시니어에 이르는

그 두터운 선수층.



그리고

그 스코어 결과지들의  제일 앞에는 캐나다 스케이트 연맹의 

챔피언쉽 대표 선발 원칙 공고가 붙어 있었습니다.




영어와 프랑스어로 되어 있는 챔피언쉽 대표 선발 원칙은 

대회 기간 내내 그 곳에 있었다고 합니다.


캐나다 내셔널의 권위는

단지 100년의 시간이 아니라

그러한 작지만 중요한 원칙들이 

하나둘씩 쌓여서 이루어졌을 것입니다.



캐나다에서 열리는 모든 주요 대회에 계속 사용되는 

거창하지 않고 실용적인 이동식 스케이트 캐나다 Hall of Fame은

권위와 명예라는 것은 

단단한 대리석에 멋지게 새겨짐으로써 얻어지는 것이 아니라

팬들과 후배 스케이터들의 가슴속에 남음으로써 얻어진다는 것을 반증하는 듯 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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