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 가을에 개봉한 Trouble with the Curve 라는 야구영화가 있습니다.

한국에서는 "내 인생의 마지막 변화구"라는 제목으로 번역되었는데요. 



시력을 점점 상실해가면서 은퇴위기를 맞는 

메이저 리그 베테랑 스카우터의 고군분투를 그린 야구 영화입니다.




클린트 이스트우드가 스카우터인 거스 로벨의 역할을, 

에이미 아담스가 휴가를 내고 그와 동행하는 변호사 딸의 역할을 맡습니다.



훈남 좋아하시는 여횽들을 위해 저스틴 팀버레이크도 나옵니다.


"내 인생의 마지막 변화구"는 사실은 "그린 토리노 2"? 

거스가 뽑은 조니 (팀버레이크 연기)는 메이저리그 데뷔 후 환상적인 경기를 보여주었으나,  

이 후 구단의 혹사로 부상이 생겨 조기 은퇴, 경쟁팀의 스카우터로 일합니다. 

거스는 조니의 짧은 선수생활을 안타까워하고, 조니는 전설적인 스카우터 거스를 신뢰하고 존경하죠.


실제 경기 현장과 선수의 인성을 중시하는 자신의 철학을 바탕으로

묻혀있던 선수들을 발굴하여 전설을 만들어낸 

한 때 최고의 스카우터 거스.



그를 밀어내는 비지니스 맨 같은 새로운 스카우터는

실제로 연습하는 모습과 경기는 보지도 않고,

자신의 어시스턴트를 내려보내 촬영하게 하며,

모니터 앞에서 영상을 보고,

통계와 데이타를 맹신하는

이른바 "분업적. 과학적" 스카우터입니다.



구단주는 데이타를 중시하는 젊은 스카우터를 더 믿게 되고,

거스는 자신의 방식대로 마지막 승부수를 띄우기 위해 

시골 고등학교 강타자의 경기를 보러 스카우팅 여행을 떠납니다.


여기서부터 영화 스포일링

그는 약해진 시력에도 불구하고 혹은 덕분에,

배트가 돌아가기전에 타자가 손목을 먼저 돌리는 소리를 듣고 

커브에 약하다는 약점을 알아챕니다.



그리고 그의 딸이 아버지의 눈이 되어

아버지의 감각을 뒷받침해주죠.



그들은 구단에 신인 드래프트에서 지명하지 말것을 주장하죠.

그러나 데이타를 신봉하는 스카우터는 코웃음을 칩니다.

"잘 보이지도 않으면서 어떻게 알아?"

이에 분노하는 거스

"어떻게 경기장에도 안 오고 선수를 판단할 수 있어?"



아무리 데이타가 중요한 스포츠라 해도

그런 야구에서도 종합적인 판단이 중요하고,

그 중에서도 직관과 현장에서의 경험은 가장 핵심적이라고 주장하는 것이죠.

결국 구단은 젊은 스카우터의 말을 믿고 신인을 지명하지만,



언론 공개에서 커브를 못치며 망신을 당합니다.

거스의 판단은 정확했던 것이죠.

영화 스포일링 끝


왜 갑자기 야구 이야기냐구요?

이 영화를 보면서 피겨 스케이티에 관해

최근 인터넷에서 이루어지고 있는 논의들이 생각났기 때문이죠.


피겨 스케이팅은 어떨까요?

야구보다 더하면 더했지, 덜하지 않다고 생각합니다.


야구 스카우터들은 최소한 야구 선수 출신인데 반해,

이른바 "인터넷 피겨 기술 전문가"들은

피겨 스케이터 출신이기는 커녕 링크위에 서본적도 없는 사람들이 대부분입니다.


게다가 피겨 스케이팅은 바로 직접 보면서 채점하는 채점 스포츠입니다.

직관을 하러 컴피에 한두번씩 더 갈수록, 그리고 공식연습을 보면 볼수록

단지 프로토콜과 경기 중계 영상만 보고

어떤 스케이터의 모든 습관과 점프 퀄리티를 안다고 이야기하기는

어렵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이것은 이른바 흔히 말하는 탑싱의 경우 더욱더 그렇습니다. 

스피드와 점프의 높이가 그만큼 확연히 차이가 나서,

실제로 본것과 방송화면을 비교 하기 힘들 정도인 경우도 있었습니다.



블레이드와 토픽이 빙판에 닿는 소리도 듣고,

스키드 마크와 연속적으로 이어지는 점프 전 그리고 점프 후의 동작을 보지 않은 채로

모니터 프레임 안의 것들로 판단을 내린다면

방송화면에서

아무리 고화질로 슈퍼 슬로모로 리플레이가 나와도

그 간극은 메꾸어질수 없습니다.



그런데다가, 방송 카메라가 잡은 

그것도 컷트로 편집된 앵글을 보고

스케이터의 프로그램을 단정짓듯 말할 수 있을까요?


http://www.pbgadget.com/abc.html



예를 들어 영상에서 광고판이 빨리 지나갔으니 활주와 스텝의 스피드가 빠르다는 

포스팅을 본 적이 있습니다.


http://www.pbgadget.com/abc.html


줌을 어떻게 당겨서 찍었는지, 몇번 카메라로 스케이터와

어떤 거리를 두고 어떤 각도로 찍었는지,

혹은 카메라가 얼마나 빠른 속도로 움직이며 찍었는지 다 체크했을까요?,

고화질이면 이 모든 변수들이 다 사라지고 정확한 판단이 될까요?



http://www.pbgadget.com/abc.html


오히려 방송영상 보다 컷의 중단이 없고

일관된 앵글을 따라가면서. 링크의 여백이 보이는

팬캠의 경우 오히려 더 많은 정보들을 줍니다.

물론 팬캠도 실제로 관전했을 때 느끼는 속도감과 정보에 보조적인 역할을 할 뿐입니다.





백번 양보해서 영상에 관계된 변수들을 다 계산했다 하더라도

프로그램 음악이 느릴 수도 있고, 빠를 수도 있습니다.

뒤집어서 극단적으로 이야기해봅시다.

만약 "고화질" 방송화면이 더 정확하게 이야기할 수 있다면,

왜 심판진들이 굳이 가운데 제일 좋은 자리에 앉아서 직접 보고 

점수를 매길까요?

그냥 집에서 위성중계로 여러각도 앵글 참조해서 점수 매기면 될 것을....


물론 점프에 관련되서 심판들 역시 영상 기자재의 도움을 받아

슈퍼 슬로모를 보고 판단에 참고를 합니다.

하지만 점프를 판단하는데 있어서도 

영상이 전부는 아닙니다. 혹은 전부여서는 안됩니다.


심판들은 경기 이외에도 공식 연습을 참관하며 스케이터들의 습관을 체크하기도 합니다.

사실 점프시의 엣지 사용과 로테이션 들에 대해

연습에서 얻을 수 있는 정보는 매우 많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심판들도 공식연습에 참관하여 체크를 하는 것이구요.




물론 판단은 실제 경기에서 행하는 퍼포먼스에 의해 이루어져야 합니다.

하지만 엣지 사용들의 경우는 실제 경기에서만 바뀌는 경우는 별로 없습니다.

그런 경우도 별로 없지만 혹여 실전에서만 바른 엣지로 뛴다면, 점프를 실패하는 경우가 대부분이죠.


직관에서 얻은 결론이 항상 더 정확하다고 이야기하는 것은 아닙니다.

선수 경기를 보지 않으면 이야기하지 말라는 것도 아닙니다.

사실 매번 잘 속는 인간의 눈은 그리고 자신이 좋아하는 선수에 대한 선호도는

바로 앞에서 매번 경기를 봐도 중요한 것들에 눈을 가리게 만들기도 합니다.



http://izismile.com/2013/09/03/dont_believe_what_your_eyes_tell_you_8_pics_15_gifs-23.html


단지 이 포스팅을 하는 것은 

제가 직관을 시작한 2011년 여름 이후

피겨 스케이팅을 기술적으로 접근하는 것에 대해

느낀점들을 같이 나누고 싶어서입니다.

그  와중에서 깨닫게 된 이른바 (제 자신을 포함한) "인터넷/영상/입 피겨"에 대한 

반성도 물론 이 글을 쓰는 이유이기도 합니다..



어린 시절 글러브를 끼고 한번이라도 야구를 해본 사람은

잘 알고 있습니다.

2군 프로야구 선수라도 얼마나 잘 하는지...

그래서 야구 감독은 욕할지라도 

선수들에게 타격자세가 어떻고 등의 훈수는 인터넷에서도 하지 않습니다.


그런데 이상하게도 

피겨 스케이팅은 

피겨의 레슨은 물론 심지어 빙판 위에 스케이트를 타고 한번도 서보지 않은 사람들도

마치 피겨의 모든 기술을 꽤뚫고 있는 것처럼 

이야기합니다.


가만히 서 있기 위해서 링크의 펜스를 잡고 있다가,

단순한 활주를 하다 몇번 넘어진 후에,


옆에서 훈련하는 어떤 레벨의 피겨 스케이터들을 보더라도

금방 알 수 있습니다.


피겨 스케이팅, 이게 인간이 할 짓이 아니구나...


영상만 아무리 오래봐도 직관에서만 느낄 수 있는

피겨의 다른 단면들을 접하기 힘든 것처럼

직관만 10년해도 

사실 베이직 레벨이라도 직접 피겨를

몸으로 접한 사람의 이해도를 따라 갈 수 없을 것입니다.



최소한 이러한 점을 전제하고 들어가야

좀더 (그럴듯해 보이는이 아닌) 생산적인 논의를 할 수 있습니다.


영상 탐독과 인터넷에 떠도는 피겨지식을 바탕으로 

인터넷상에서 코치와 스케이터에게 이러쿵 저러쿵 "훈계"를 한다면

피겨 스케이팅에 대한 최소한의 예의조차 없는, 

팬이라고 하기도 좀 부끄러운 행태가 되겠죠. 

물론 바램은 할수 있겠죠...이렇게 바꾸면 어떨까? 이런 점프를 넣으면 어떨까?

그게 팬들의 재미이기도 하고....


하지만 그것이 스케이터에게 실제적 도움이 될 거라고 착각하는 순간

돌아올수 없는 다리를 건너 진단을 받게 됩니다.

"피겨팬 왕자병"이라는...


그들은 스케이터들의 실수에 거침없이 

비아냥과 비난을 쏟아 붇죠.

그리고 탑 스케이터 이외의 경기는 관심도 없습니다.

마치 자신이 밀고 있는 스케이터와 자신이 동격이나 되듯이...


모두 피겨팬이 피겨를 배우러 링크에 가야한다고 

말하는 것은 아닙니다.


하지만, 최소한 가까운 링크에서 열리는 대회에 직접 가서

프리컷 통과를 위해 노력하는 평범한 선수라도

빙판위에서의 그 짧은 시간을 위해

얼마나 많은 땀과 노력을 빙판위에 쏟아붇는지 지켜 보는 것은 어떨까요?


그런 의미에서 

블로그의 2013-14 시즌 캠페인은

바로 "직관을 가자" 입니다.

굳이 먼 곳으로 원정을 갈 필요는 없습니다.

이번 올림픽 시즌에도 중요한 국내 경기들이 태릉에서 

그리고 서울 근교에서 열립니다.

해외에 사시는 분들도 동네의 지역대회에 가보세요.



이번 시즌에는 좋아하는 스케이터를 한명 만들어보세요.

직관을 가면 틀림없이 마음에 드는 선수들이 있을거에요.

링크에 직접 가서 컴피에 박수를 보내줍시다.

비록 이름도 처음 듣고, 처음 보는 선수라도...


그리고 시즌동안 응원해주세요. 

그 선수가 커나감에 따라 평생팬이 될 수도 있을 거에요...

시시한 프로그램은 있어도,

시시한 스케이터는 없으니까요.


직관에 갔다 오신 분들은

직관기를 올려주세요.


직관을 하는 사람들이 글을 안 쓰는 만큼

인터넷 기술 논객들은 글을 쏟아냅니다.

이 불균형은 결국 기형적인 피겨 스케이팅 문화를

생산해내는 악순환을 가져올 것입니다.


세계선수권 대회에서 가장 인기 있었던 기념품은

여자 프리 경기의 대회 결과지였습니다.

저 역시 갈라가 있던날 나누어준 이 결과지를 소중하게 챙겼지만 

집에 돌아와 그런 생각이 들더군요.

언제든 다시 뽑을 수 있는 인터넷 기술 복제 시대에

이 결과지들은 무슨 의미가 있을까?


그 때부터 컴퓨터를 키고 제 카메라에 담긴 이미지와 영상들을

정리해서 올리기 시작했습니다.

그 때의 기억들을 떠올리면서...

그러자 결과지의 숫자들은 다시 새로운 의미로 다가왔습니다.


우리 스케이터들의 이번 시즌을, 

태릉 링크의 기억들을 같이 나누어 주세요.


-스파이럴 드림-

 

2013-2014 시즌 캠페인~~직관의 즐거움 

태릉실내링크 가는 법 링크

국내 경기 및 한국 선수 출전 국제 경기 일정 링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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