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실 지난 해 여름에 쓰기 시작한 포스팅인데

이제는 퍼블리싱 해야될 듯 합니다.


올댓 스케이트 2013 에서 김해진 선수가

오프닝 프로그램 후 첫번째 스케이터로

"쉘브루의 우산"을 선보인다는 기사를 보았습니다.

어떤 쉘브루의 우산을 선보일지 기대가 됩니다.


피겨 쥬크 박스 오늘의 이야기는 

쉘부르의 우산(Les Parapluies De Cherbourg / The Umbrellas Of Cherbourg)

입니다.



사랑하는 젊은 연인이 있습니다.

전쟁 또는 엇갈린 운명에 의해,

이들은 헤어지게 되고,

여자는 기다리다 지쳐, 궁핍한 일상이 싫어서, 혹은 가족을 위해

사랑하지만 가난한 연인을 떠나

부자집 남자와 결혼을 합니다.

연인들은 엇갈리고

시간이 흐른 후 후회하지만 이미 돌이킬 수 없죠.


상투적이면서도 반복되는 멜로드라마입니다.


"김정배의 다이아몬드가 그렇게 좋단 말이냐"는 대사로 유명한

1913년 신문학 "장한몽" 이수일과 심순애서부터

1925년 미국의 소설 "위대한 개츠비"를 거쳐

1991년 시네마 천국

1997년 영화 타이타닉까지...


하지만, 그런만큼 슬프기도 하죠.


타이타닉에서는

사랑하지 않는 부자집 아들과 결혼하기로 되어있던

몰락한 귀족 집안의 딸 "로즈"는 

인류가 자초한 재난인 타이타닉의 침몰 덕에 

오히려 간신히 가족의 굴레를 벗어나

자신의 인생을 찾는 것으로 결말이 바뀌기는 합니다.


타아타닉의 이야기가 바뀌었다기 보다는

그동안 시대의 관점이 그만큼 바뀐 것이겠죠.


1964년 개봉한 프랑스 영화

쉘브루의 우산 

역시 이러한 멜로 드라마의 줄거리를 따라갑니다.

우산장사를 하는 에뮬리 부인의 딸 쥬니비에와 자동차 수리공 기이는 사랑에 빠지지만,

에뮬리 부인은 이들의 결혼을 반대합니다.

기이는 징집되어 전선으로 나가고,

쥬니비에는 기다릴 것을 약속합니다.




기이의 아이를 임신한 쥬니비에는 

전장에 나가 돌아오지 않는 기이를 기다리다 외로움에 지쳐가고, 

결국 보석상 카잘과 결혼을 하게 됩니다.

전쟁이 끝난 후 부상을 당하고 고향에 돌아온 기이는

쥬니비에가 이미 결혼하여 떠난 것을 알고 절망에 빠지게 되고 결국 정비소 일도 그만둡니다.

하지만 기이는 말없이 그를 지켜보며 기다려 온 마들레인의 도움으로 다시 재기하게 되고, 

자신의 주유소를 차린 후 마들레인과 결혼하게 됩니다. 

그렇게 기이와 쥬니비에의 사랑은 어긋납니다. 

그리고 3년이 지난 눈내리는 어느날 두 사람은 

기이의 주유소에서 다시 만나게 됩니다...



카틀린 드뇌브의

젊은 시절의 절대미모가 빛나는 영화이기도 하고.

뮤지컬 영화 하면 미국을 떠올리던 시절에

(최근에는 뮤지컬하면 인도 영화지만)

프랑스 영화의 저력을 보여주었던 영화이기도 합니다.


아직도 비오던 날 라디오에서 듣던 

모 기타 광고의 배경음악이 생생합니다.



셀브루의 우산은

피겨 스케이팅에서도 사랑받는 레파토리인데요.

특히 가장 많이 알려진 곡인 Love theme "I Will Wait for you"가 사용됩니다.


아이스 댄스와 갈라에서는 원곡이 사용되기도 하지만,

가사 있는 음악을 사용하지 못하는

싱글과 페어의 컴피에서는 주로

미셸 르그랑의 원곡을 존 윌리암스가 편곡하고, 

바이올리니스트 이작 펄만과 피츠버그 심포니가 연주한 곡이 많이 사용됩니다.



각 프로그램마다 사연도 많습니다.

프로그램들을 보면서

스케이터들의 사랑 이야기도 같이 해보겠습니다.


테사 버츄/스캇 모이어 Tessa Virtue / Scott Moir - 2008 World FD


테사 버츄/ 스캇 모이어를 전세계 아이스 댄스 팬들에게 각인 시킨 바로 그 프로그램

"셀브루의 우산"입니다. 이 프로그램으로 버모네는 시니어 세계선수권에서 처음으로 포디움에 오릅니다.


오랜 세월 이른바 아댄 파트너, "비즈니스 커플"인 

테사와 스캇의 케미스트리는 정말 너무 달달합니다.




테사가 8살, 스캇이 12살 때 만나 같은 고향에서 아이스 댄스 파트너로 만나

지금까지 팀을 이뤄온 이들의 관계는

오히려 연인들보다 더 가까운 관계인 것처럼 보입니다.



이번 월드에서도 연습때와 오프에서도 이 둘의 관계는 정말 "소울 메이트" 같았어요. 연인을 뛰어넘는...

캐나다 관중들은 아직도 둘이 사귀었으면 하는 희망을 버리지 않고 있었습니다.


예카테리나 고르디에바 Ekaterina Gordeeva


전설적인 러시아 페어팀 G&G의 G 고르디예바의 1996년 싱글 프로그램입니다.

세계대회에서 4번을 우승하고 1988년 캘거리 올림픽을 우승하며 우아한 프로그램으로 

피겨팬들의 사랑을 받던

예카테리나 고르디에바 / 세르게이 그린코프 커플은 91년 결혼합니다.

그리고 1994년 릴리함메르 올림픽에 복귀, 

다시 우승하며 이들은 살아있는 전설이 되죠.


하지만 행복도 잠시,

1995년 남편 세르게이 그린코프가 레이크 플레시드 링크에서 연습도중

심장마비로 갑자기 세상을 떠나게 됩니다.

그란코프의 나이는 28세, 고르디예바의 나이는 24세, 이들에게는 3살된 딸이 하나 있었습니다.


레이크 플레시드올림픽 센터 링크 복도에 걸려있는 세르게이 그린코프를 추모하는 팬들이 만든 액자


고르디예바는 다음 해 남편에게 헌정하는 프로그램을 링크에 홀로 서서 공연합니다.



마치 옆에서 그린코프가 같이 공연하 듯 절반을 비워둔 채 연기를 펼치죠.

이후 고르디예바는 싱글 스케이터로 다시 아이스쇼와 프로 컴피에 서지만,

항상 그녀의 싱글 프로그램을 볼 때에도 그녀 안무의 저 너머에는 왠지 그린코프가 함께 하는 듯 합니다.


안나 카펠리니 / 루카 라노테 Anna Cappellini/Luca Lanotte FD 2011 세계선수권

이번 시즌 "신"카르멘의 전쟁에 불을 붙였던 카펠리니/라노테 팀은 

해외 피겨 포럼의 팬들에게 "또 버츄/모이어를 따라하느냐?"는 의혹의 눈길을 받았는데요.

2011년 카펠리니 /라노테 팀이 버모네의 시그니처 프로그램인 "셀브루의 우산"을 

프리 프로그램으로 사용한 적이 있기 때문입니다.

"셀르부의 우산"도 "카르멘"도 워낙 사골곡이기는 하지만,

"카르멘"의 경우에는 같은 시즌인데다가

버츄/모이어의 전 코치였던 슈필반트 코치가 안무여서 더욱 논란이 되었던 것 같습니다.

여하튼 버모네와는 또 다른 느낌의 "쉘브루의 우산" 입니다.


마야 우소바/ 예브게니 플라토프 Maya Usova / Evgeny Platov EX 1998 

1994년 릴리함메르 올림픽 아이스 댄스에서 맞대결했던

마야 우소바/ 알렉산더 줄린 vs. 옥산나 그리슈크/ 에브게니 플라토프 팀은

온아이스에서의 라이벌 관계 만큼이나 오프에서도

스캔들을 일으키며 피겨 스케이팅계를 떠들썩하게 만듭니다.

이미 파트너인 우소바와 결혼한 줄린이 라이벌 댄서 그리슈크와 사랑에 빠진 것이죠.

줄린과 그리슉의 스캔들이 터진 후, 결국 줄린과 우소바는 이혼하게 되고 그들의 팀도 끝나게 됩니다.

그리고 프로무대에서 예전의 라이벌은 서로의 파트너와 함께 다시 무대에 섭니다.

플라토프는 우소바와 아댄 파트너가 되고, 줄린 역시 그리슈크와 파트너가 되죠. 

바로 이 영상은 새로운 아댄팀을 꾸린 우소바/플라토프 팀의 데뷔무대입니다.


아나벨 랑로이스/파트리스 아체토 Anabelle Langlois / Patrice Archetto FS 2001 Skate Canada 

1998년, 아나벨 랑로이스는 파트리스 아체토와 함께 페어팀을 결성한 후 

처음으로 캐나다 내셔널에 출전합니다.

첫 내셔널 출전에서 아나벨은 쓰로잉 점프에서 넘어지며 두개골에 금이 가는 

중상을 입고, 기권을 하게 되었죠.

다른 선수 같으면 충격으로 선수생활을 그만둘수도 있는 심각한 부상이었습니다.

하지만 그녀에게 이것은 앞으로의 긴 내셔널 출전기의 첫 시작이었을 뿐입니다.

랑로이스는 헬멧을 쓰고 링크로 돌아와 아체토와 다시 연습을 시작했고,

3년 후 그들은 캐나다 내셔널에서 3위를 하며 처음으로 포디움에 오릅니다.

그리고 그들은 처음으로 출전한 그랑프리에서

홈링크의 관중들 앞에서 포디움에 오릅니다.

바로 그 경기가 위에 링크한 "쉘부르의 우산"입니다. 


2005년 아체토가 은퇴한 후 랑로이스는 코디 헤이를 만나 다시 팀을 결성합니다.

그리고 11번째 참가한 내셔널에서 처음으로 캐나다 챔피언이 되죠.

그러나 챔피언의 기쁨도 잠시, 다음 시즌 시작 전 랑로이스는 연습도중 발이 부러지면서 시즌을 날려버립니다.

랑로이스의 나이는 이미 29세, 은퇴를 생각할 나이에 그녀는 다시 재활을 시작하고, 

결국 올림픽 시즌에 복귀합니니다.

12번째이자 마지막으로 참가한 캐나다 내셔널,

이들은 2위를 하며 올림픽 출전권을 따냅니다. 

올림픽에서 9위, 월드에서 10위에 오른 후 이들은 컴피에서 은퇴합니다.

랑로이스와 헤이는 2012년 결혼하였고 함께 코치로 일하고 있습니다.


쟈니 위어 Johnny Weir SP 2001 Good Will Games

주니어에서 막 시니어로 올라온 

그의 풋풋한 모습을 볼수 있는 프로그램입니다.

쟈니위어는 몇년 전 자신이 게이임을 밝히고 커밍아웃을 한 후, 

지금은 사랑하는 사람과 결혼하여 행복하게 살고 있습니다.

지금은 예전과는 비교하여 많이 달라졌지만, 쟈니 위어가 주니어로 활동하던 시절만 해도

피겨 스케이팅계 역시 성소수자에 대해서 차가운 눈초리를 보내던 때입니다.

한편 조니 위어는 지난 시즌 핀란디아 트로피를 통해 컴피에 복귀하였지만, 

컵 오브 러시아에서 부상을 당하며 프리 경기에서 기권을 하게 됩니다.

이번 시즌 컴피 복귀는 아직 알려지지 않았습니다.


지난 시즌에도 역시 사골곡 답게

셸브루의 우산은 싱글과 페어 그리고 갈라로 사용되었습니다.

영상 링크합니다.


스즈키 아키코 Akiko Suzuki EX 2012 Skate Canada


크리스티나 자세바 Kristina Zaseeva FS 2012 JGP 크로아티아


메리 베스 말리/로크니 브루베커 Mary Beth Marley/Rockne Brubaker FS 2012 LA Open 

2010년 8월 메리 베스 말리와 로크니 브루베커는 새로운 페어 팀을 결성합니다.

페어 경험이 전혀 없던 말리는 노련한 페어 선수인 브루베커의 도움아래 실력이 급성장합니다. 

5개월만에 나선 미국 내셔널에서 이들은 4위를 기록한 후,

두번째 내셔널에서 은메달을 따내며, 미국 페어의 새로운 희망으로 떠오릅니다.

9살의 차이를 넘어 멋진 케미를 보여주던 이들 페어팀에게 

미국 팬들은 열띤 성원을 보내고 있었죠.

이들의 3번째 시즌 프리 프로그램이 2012년 여름, 클럽 컴피티션인 LA 오픈에서 공개됩니다.

셀브루의 우산이었습니다.

하지만 이것이 이들의 처음이자 마지막 컴피가 되었습니다.

이들은 시즌 전 그만 팀을 해체하고 맙니다. 

말리는 피겨 스케이팅 컴피에서 떠났고 

브루베커는 지난 시즌을 컴피에서 떠난 후

다시 린지 데이비스와 팀을 결성 

올림픽 시즌을 대비하고 있습니다.


이번 시즌 첫 "쉘부르의 우산"으로

김해진 선수가 올댓 스케이트 2013에서 프로그램을 공개했습니다.

영상 링크합니다.


김해진 Hae-Jin Kim 2013 All That Skate



에필로그)


셸브루의 연인들은 그들의 사랑을 이루었을까요?

세월이 흐른 눈 내리는 어느날

기이와 주니비에는 다시 만납니다..

(엔딩 스포일러 주의)



세기의 사랑이었던 

예카테리나 고르디에바는 세르게이를 가슴에 묻은 후,

다시 피겨스케이터인 일리아 쿨릭과 만나

2001년 결혼하여 새로운 가정을 꾸리고 딸도 가지게 됩니다.

이들은 두 딸과 함께 행복하게 지내고 있고,

딸들은 취미로 스케이팅을 하고 있다고 합니다.


지난 겨울 부모님 집에 들렀다가,

신발장 구석에서 찾은 비디오 테이프들 중에는

10년도 더 전에 제가 TV에서 녹화한 

셸브루의 우산도 있었고, 

놀랍게도 릴리함메르 올림픽 피겨 스케이팅도 있었습니다.


왠지 모를 기대감으로 비디오 테이프를 플레이했습니다. 

빛나는 러시아 페어팀들의 프로그램을 다시 접하며,

제가 왜 피겨를 좋아하게 되었는지를 다시한번 알게 되었죠.


월광의 선율과 함께 사이드 바이 사이드 점프를 뛰어 오르는

카티야와 세르게이의 모습을 보며 

"아름다운 것들이 사라지는 것이 아니라

어쩌면 사라지기 때문에 아름다운 것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그리고 잊고 있었던, 그 시기의 다른 기억이 떠올랐습니다.


다시 개봉한 시네마 천국 감독판에서는 

원래 개봉했던 영화와는 달리

젊은 시절 엇갈렸던 연인들이 중년이 되어 다시 만납니다.

풋풋하던 그들의 머리칼에는 흰 머리카락이 보이고,

싱그럽던 얼굴에는 세월의 주름이 자리잡았죠.

 

중간에 영사기의 전기가 나가 몇번이나 중단된 

"신"시네마 천국을 결국 끝까지 본 후 

극장 밖으로 나왔을 때는 

이미 거리도 어두워져 있었습니다.

더이상 극장은 시네마천국이 아니었고,

저도 어느샌가 토토가 아닌 저를 발견하게 되었죠.


지금 생각해보면 

그 때가 제 청소년기의 마지막이었던 것 같습니다.

그 때는 몰랐지만, 몇년이 지난 후 그 때를 떠올리며  

저도 누군가를 다시 만나기 시작했으니까요.


보너스)

김연아 선수의 쇼트 프로그램 뱀파이어의 키스에

쉘브루의 우산을 음악으로 입힌 팬영상을 유튜브에서 발견했어요...

또 다른 느낌이 있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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