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주 어텀 클래식과 옥토버페스트에 직관을 간 이유는
물론 아이스 댄스가 우선이기도 했지만,
캐나다 페어 팀의 프로그램 공개를 보기 위해서였습니다.
러시아, 중국 페어와는 또다른 매력을 지니고 있는
캐나다 페어는 요 몇년새
메간 두하멜/에릭 래드포드, 커스틴 무어-타워스/딜란 모스코비치의
투 탑을 내세우며 상위권에 올라섰습니다.
2013, 2014 월드에서
두하멜/래드포드는 연속 3위를
무어-타워스/모스코비치는 연속 4위를 기록했죠.
이번 시즌은 그동안 포디움에 올라왔던 페어팀들의 은퇴와 부상으로
캐나다 페어팀들이
포디움 정상에 도전할 좋은 기회가 되었습니다.
지난 소치 올림픽에서 정상에 오른
타티아나 볼로소자 / 막심 트란코프 팀이 부상으로 그랑프리에 불참하게 되었고,
팡 칭 /통 지안 팀과 알리오나 사브첸코/로빈 졸코비 팀의 졸코비가 은퇴했습니다.
사브첸코는 프랑스 출신의 마소와 팀을 이루어 적응을 하고 있지만,
코치와 국적 문제로 쉽지 않을 길을 가고 있고,
몇 년후 정상을 위협할 수도 있는 유/진, 수이/한 등의 중국의 차세대 페어는 아직 성장중에 있고,
몇년전 파트너를 바꾸어 재도전중인 팽/장 조 역시 아직은 적응중입니다.
이러한 와중에
두하멜/래드포드는 이미 두차례의 월드 포디움을 바탕으로
올림픽에서의 부진을 딛고, 평창을 향해 재장전을 시작했습니다.
장기인 사이드 바이 사이드 트리플 럿츠 점프를 더욱 가다듬고
여기에 쓰로윙 쿼드 살코를 프로그램에 새로 넣는
기술 우위의 전략으로 정상 도전계획을 세웠습니다.
반면, 이들의 친구이자 라이벌 무어-타워스/모스코비치 팀은
이 절호의 시즌에 해체되고 말았습니다.
평창까지만 선수 생활을 하려는 모스코비치와
그 이후까지 보고 있는 무어-타워스의 견해 차이였죠.
무어-타워스는 마가렛 퍼디와 페어 파트너였던 마이클 마리나로와
팀을 결성해서 키치너/워털루 클럽에 남아서 훈련을 하게 되었습니다.
(마가렛 퍼디/마이클 마리나로 팀은 JGP 레이크 플레시드 때 직관하고
제가 좋아하던 캐나다 페어팀이었습니다....
사실 여자 파트너인 퍼디의 커버린 키 때문에 지난 시즌 리프트가 더욱 불안정 했습니다.
퍼디는 페어를 은퇴하고 대학에서 공부를 하며 싱글 스케이터로 대학 대회에 참가하고 있다고 합니다.
퍼디의 새로운 길에 행운이 함께 하기를...)
한편 모스코비치는 루보프 일루셰키나와 팀을 이루게 되었습니다.
일루셰키나는 러시아 출신의 2009 주니어 월드 페어 챔피언으로 2012년 이후 프랑스에서 훈련해왔는데요.
오프 시즌 모스코비치가 무어-타워스와 갈라선 후, 트라이 아웃을 통해 팀을 이루어
토론토 크리켓 클럽으로 옮겨 훈련을 시작햇습니다.
하지만 이들이 넘어야할 장벽이 있었습니다.
일루셰키나가 프랑스 파트너와 페어를 할 때에도
러시아 연맹은 러시아를 떠난 일루셰키나의 연맹 변경을 허가하지 않아
2시즌이 넘게 국제 대회에 참가할 수 없었는데, 이번에도 러시아 연맹은 시간을 끌고 있었습니다.
하지만 이번에는 페어 선수층에 자신이 생겼는지, 러시아 연맹은 그랑프리 시작이 다가온
10월이 되서야 일루셰키나의 연맹 변경을 허가하였습니다.
이미 일루셰키나는 2시즌을 국제 대회에 출전하지 않았기 때문에 연맹 변경시 의무중지 기간을 충족
일루셰키나 / 모스코비치는 당장 이번 시즌 부터
국제 대회에 캐나다 팀으로 참가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이들 세 팀의 캐나다 페어 팀 중
챌린지 시리즈인 어텀 클래식에는
두하멜/래드포드 그리고 무어-타워스/마리나로 팀이
그리고 국내 대회인 옥토버페스트에는
일루셰키나/모스코비치 팀이
참가하기로 예정되어 있었습니다.
하지만 아쉽게도 무어-타워스/마리나로 팀과
일루셰키나/모스코비치 팀이 차례로 엔트리에서 빠지게 되었죠.
여하튼 두하멜/래드포드 팀의 프리 경기를 보러 갔습니다.
인터넷 중계가 있어서 다른 경기들은 직캠을 찍지 않았지만,
두하멜/래드포드의 프리 경기만은 꼭 직캠으로 남기고 싶었습니다.
페어는 특히 리프트, 트위스트의 높이와 쓰로윙 점프의 비거리가
직캠일 때 더욱 더 두드러지기 때문입니다.
영상입니다. (아쉽게도 처음 시작 부분을 못 찍었어요..)
트리플 럿츠 사이드 바이 사이드를 성공시키며
기선을 제압하더니,
쓰로윙 쿼드살코를 시도했습니다....
높이는 인상적이었고,
회전수와 착지는 트리플로 생각될만큼 여유가 있었습니다.
아주 안정적이었죠.
3연속 콤비 점프에서 두하멜이 두번째 점프를 실수해서 3연속을 2연속으로 처리한 것을 제외하고는
기술적으로 매우 완성도가 높은 좋은 경기였습니다.
아직 안무의 표현 등에서는 보완할 점이 있지만,
시즌 초임을 감안한다면 기술적인 면에서 이들의 컨디션은 이미
놀라울 정도로 올라와 있었습니다.
두하멜 / 래드포드의 경기를 보고 나니
일루셰키나 / 모스코비치의 근황이 궁금해졌습니다.
바로 며칠전 캐나다 팀으로 탄생한 이들이 어떤 정도로 팀웍이 올라와 있을까 궁금했죠.
페어가 끝나고 남자 싱글 경기가 시작될 무렵
우연히 제 옆자리에 피겨 선수의 가족이 앉게 되었습니다.
같은 줄에 앉았던 캐나다 팬이 알아보고 인사를 하게 되어
같이 이야기를 나누게 되었는데요.
그 사람은 놀랍게도 바로 모스코비치 선수의 어머니였습니다.
연맹 변경에 관해서는 ISU에서의 형식적인 서류 통과만 남은 상황이고
일루셰키나 / 모스코비치 모두 컨디션도 좋고 짧은 기간 동안 큰 발전을 이루었다고 하더군요.
스마트 폰에 저장된 이들의 리프트 사진을 몇장 보여주셨는데,
이미 서로 적응을 마친듯이 보였습니다.
옥토버페스트 엔트리에서 갑자기 지난 주에 없어졌다고 했더니,
행정착오일 뿐이고, 이번 주말에 쇼트, 프리 모두 참가할 것이라고 확인해주셨습니다.
주말이라 국경을 넘는 차량이 밀려서 결국
이들의 데뷔 경기인 쇼트는 30 여분 차이로 볼 수 없었습니다.
경기가 끝나고 도착한 링크 앞에서 링크에서 나오는 모스코비치의 어머님을 만났습니다.
쇼트를 봤냐고 물어보셔서, 국경에서 차가 막혀 못봤다고 했더니
방금 출력된 쇼트 프로토콜을 보여주셨습니다.
아쉽게 사이드 바이 사이드 점프에서 실수를 했고,
트위스트는 처음이라 더블만 시도했지만
괜찮은 데뷔 경기였다고 덧붙이셨습니다.
내일 프리를 기대한다고 인사드렸습니다.
프리 음악을 물어봤더니, "007" 이라고 하셨어요.
드디어 옥토버페스트의 마지막 날 점심,
일루셰키나와 모스코비치가 프리 프로그램을 선보이려
링크에 나섭니다.
트위스트를 더블로 처리했지만,
높이로 보았을 때 충분히 트리플을 할수 있었고,
조만간 트리플을 장착하고 나올 듯 합니다.
점프는 SBS 트리플 살코의 실수를 제외하고는
쓰로윙 점프와 SBS 컴비 점프 모두 안정적이었습니다.
새로운 팀에서 나타나는 약간씩 다른 익스텐션과
조금은 어색한 리트프 자세 등의 개선할 점들이 있지만,
이들이 팀을 이룬 짧은 기간을 생각할 때 이들의 케미는
온 아이스에서는 물론 오프 아이스에서도 빛이 나더군요.
캐나다 시니어 페어 두 팀의 경기를 직관한 저의 의견은
러시아 페어가 당초 예상처럼
그리 쉽게 정상을 지키지는 못할 것이라는 생각입니다.
이제 북을 쳐대고 상대팀에게 야유를 퍼부을 소치의 홈링크는 사라졌고,
포스트 올림픽 부동의 정상일 것 같던 볼로소자/트란코프도
그랑프리를 스킵하니까요.
과연 홈텃세와 깜짝 클린으로 소치에서 은메달을 차지하고 여세를 모아
월드에서도 은메달을 지킨 러시아의 크세니아 스톨보바 / 페도르 클리모프 팀이
그 자리를 지킬 수 있을까라는 의문이 들었습니다.
부상으로 올림픽 시즌을 스킵했던 유코 가와구치 / 알렉산드르 스미르노프도
네벨혼에서 좋은 모습을 보여주었으나 잇다른 부상과 세월의 무게를 이길수 있을까요?
쓰로윙 쿼드 살코로 무장한 두하멜/래드포드의 도전이 거셉니다.
그리고 새롭게 탄생한 일루셰키나/모스코비치의 잠재력이
어디까지 펼쳐질지 아직은 짐작하기도 힘듭니다.
그리고 평창과 그 너머를 바라보는
젊은 캐나다 팀 무어-타워스/마리나로는
아직 선도 보이지 않았습니다.
강호들이 사라진 포스트 올림픽 시즌,
캐나다 페어의 돌풍이 시작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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