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튜브에서 김연아 선수의 "Adios Nonino" 몽타쥬를 봤습니다

지난 6월 올댓스케이트가 열릴 때에도 멋진 티저 영상을 만들었던

김연아 선수의 열혈팬이 시즌 프로그램이 공개되자 만든 몽타쥬입니다.



벌써 김연아 선수의 프로그램을 기다리는 전세계의 피겨 팬들의 

반응은 한결 같습니다.


"I can not wait to see her programs"

"그녀의 프로그램이 보고 싶어 죽겠다."


이 영상을 보면서 이 영상을 올린 팬이

김연아 선수의 올림픽 시즌을 맞아

새로운 프로그램을 얼마나 기다렸는지를

느낄 수 가 있었습니다.


한동작 한동작이 음악과 맞아 떨어지는

한컷 한컷의 절묘한 편집을 보면서, 

제가 썼던 포스팅도 이런 몽타쥬 같은 포스팅이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해봤습니다.


위 몽타쥬를 보는데, 몇개의 눈에 띄는 추천 영상이 있었습니다.


그러다 한 영상에 눈이 멈추게 되었죠.

2010년 2월 초에 김연아 선수의 팬인 유저가 올린 영상이었습니다.

플레이를 하기 전에 잠시 숨을 멈추었습니다.

그것은 바로 올림픽 시즌 프로그램이 공개되었던

TEB의 런스루 영상이었습니다.



이제 턱밑으로 다가온 밴쿠버 올림픽을 기다리며 

이 영상을 뒤늦게 올렸을 유저의 마음가짐을 생각하면서,

벌써 4년이 되어가는 그 때의 일들이 생각났습니다.


2009년은 개인적으로 많은 일들이 있었던 잊지 못할 해였습니다.

견뎌냄과 기다림으로 하루하루 버텼던 시간이기도 하죠.

열심히 살았던 시간들이기도 합니다.

라흐마니노프 교향곡 2번 3악장 (인생의 갈림길)

거쉰 그리고 미국에서의 두번째 학기

그리고 그 시간들이 있었기에, 

밴쿠버 올림픽 때 김연아 선수의 

경기를 보며 더 열심히 더 간절히 응원할 수 있었던 것 같습니다.



블로그를 처음 시작하던 겨울,

포스팅을 시작했던 이유는 한가지 였습니다,.

머나먼 땅에서 응급실에 입원한 후 

며칠 후 독한 약을 먹고 퇴원하던 날 

엉뚱하게도 그런 생각을 했습니다.


오랫동안 좋아했던 피겨 스케이팅에 대해 

쓰고 싶고, 나누고 싶은 것들이 있었고,

지금 시작하지 않으면 

영영 못할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입니다.



블로그를 시작하면서도,

언제까지 계속할지는 몰랐어요.

처음 주니어 세계선수권 프리뷰를 쓰고 결과를 업데이트하면서

우리 주니어 선수들의 경기를 포스팅하면서 너무나 즐거웠습니다.

그리고 김연아 선수가 없는 세계선수권 대회를 포스팅하며

왠지 모를 허전함을 느꼈죠.

멀리서 지켜보던 미국과 캐나다의 링크 사이드 이야기를 

곁에서 생생하게 느끼고 나누는 재미도 있었어요.

지금은 메이저인 그들도 예전에 변방이던 시절이 있음을 깨닫기도 했죠.



그러던 어느날 갑자기 블로그가 터져나갔습니다.


김연아 선수가 컴피에 컴백했던 것이었습니다.


한동안 먹먹해 하다가, 

참가할 수 있을 대회를 알아보고

포스팅을 하기 시작했습니다.


이후,

김연아 선수가 컴백하고, 

종합선수권에서 그녀의 경기를 직접 보고

세계선수권에서 공식연습을 지켜보고

전설적인 프로그램으로 우승하는 그 경기를 영상에 담고,

마음껏 응원하고 포스팅으로 함께 나누는

생각조차 못했던 감동과 즐거움을 느낄 수 있었습니다.



그러면서 피겨 스케이팅에 대해 이야기 나눌수 있는

많은 벗님들과 승냥이들도 알게 되었구요.

 

또한, 이방인인 저에게

북미에서 열린 여러 대회의 링크 사이드에서

낯선 외국인이 아닌 피겨 팬이라는 공감대로 만났던 인연들은 

피겨 스케이팅이라는 매개체가 없었다면 경험할 수 없었을 것입니다.

 

링크 사이드에서의 만남은 저의 유학생활에서 너무나 소중했습니다.

태평양을 건너와 이들의 문화를 알아가고자 했던 저는

강의실에서의 토론과 도서관의 논문보다

오히려 예기치 않았던 피겨 스케이팅이라는 프리즘을 통해서

이들의 일상과 꿈을 조금씩 함께 나누어 볼 수 있었습니다.

돌이켜 생각해 보니, 학교 이외의 공간에서 제가 가장 많은 이야기를 나눈 사람들은

바로 의사와 피겨팬들이었습니다.

 

이곳에서

피겨는 저에게 언어였던 것이죠.


그러한 인연들의 순간을

잊어버리고 싶지 않아서

그동안 진심을 다해 그리고 무엇보다도

즐겁게 포스팅했던 것 같습니다.


그런데, 어느 순간

제가 쓰는 포스팅이 

관성에 빠지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다행히도 댓글을 달아주시는 분들 덕분에 수정해 오기는 했지만,

잘못된 정보와 오타들이 그리고 무엇보다도 지친듯한 문장들이

하나둘씩 늘어나기 시작했죠.


제가 쓰고 싶었던 

그 몽타쥬와 그 연습영상과 같은

그런 포스팅은 아니지 않나하는 생각이 들더군요.


사실, 이번 여름이 지나면서

제 생활에 많은 변화가 있었습니다.

단순히 좋은일/나쁜일로 구분할 수 없을 여러가지 일들이 있었구요.

그러면서 차츰 블로그 포스팅이 

먹을 때는 달콤하지만 나중에 후회하게 되는 

미각을 얼리는 아이스크림 같은 일이 되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죠.


벌써 4년이 되어가는 그 때를 떠올리면서

다시한번 제 자신을 돌아보게 되었습니다.

언젠가 이 시간을 기억할 때

후회없던 시간으로 그리고 내 자신에게 최선을 다했다고

자부할 수 있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개인적인 일들 이외에도 블로그와 관련하여,

저의 의도와 다르게 제 포스팅을 오해하는 반응을 접하면서 힘이 빠질 때도 있었구요.

피겨를 보는 것보다 어느새 포스팅을

그리고 포스팅의 내용 보다도 그 조회수를 더 중시하는 것이 아닐까 하는 생각도 들었습니다.

초심과는 다른 방향으로 가는 다른 피겨 블로거들을 보면서

나는 어떤 방향으로 가고 있을까 하는 반성도 해보았습니다.



하지만, 

블로그에 포스팅 하는 것이

제가 해야하는 일들과 몇 달전부터 병행 가능하지 않게 되면서도,

일단 김연아 선수의 이번 시즌 프로그램 선곡이 발표되기 까지는

이번 시즌 새로운 프로그램들을 소개하면서 

포스팅을 계속 해야겠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리고 최소한 주니어 그랑프리에 나온 우리선수들 경기를

최소 한번씩은 포스팅하고 싶었어요. (규은 선수 미안...)


그런데,

다행히도(?) 9월 말에 공개할 줄 알았던 프로그램을

항상 그러했듯이 반발짝 빨리 공개하였습니다.

결심했던 시간이 더 당겨졌네요.


대단한 공간은 아니지만,

정기적으로 찾아오셔서 댓글을 남겨주시는 고마운 분들이 있다는 것을 알고 있고,

갑자기 포스팅이 뜸해지는 것을 궁금하게 여기실 것 같아서,

제 이야기를 남겨봅니다.


지속 가능한 포스팅을 할 수 있을 때,

다시 돌아와서 조금씩 써 보겠습니다.

이미 써놓은 포스팅과 이야기들을 가끔 올릴 지도 모르죠.

아직 피겨 스케이팅에 대해 나누고 싶은 것들이 많이 있습니다.


그러다보면, 인터넷 공간에 던져지는 또 하나의 자료 무더기가 아닌,

외부의 시선과 편견으로부터 자유로운, 

유기농 식품까지는 아니더라도 

피겨 스케이팅 팬들에게 도움이 되는 

직접 갈아 만든 과일스무디 같은 포스팅을 

즐겁게 할 수 있지 않을까요?


김연아 선수의 올림픽 시즌은 

2013년 10월 24일 스케이트 캐나다 세인트 존의 

공식연습으로부터 시작됩니다.

올림픽 시즌을 마음 속 깊이 응원합니다.


처음 프로그램이 공개되는 그 곳에 함께 있고 싶은 마음이 가득하지만,

그럴 수 없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듭니다.

이제 얼마 안남았지만, 

저 역시 그 때까지 저의 올림픽을 위해서 열심히 하루하루를 살아보려 합니다.

그러다보면 어느 곳에 있든지 진심을 다해 같이 응원할 수 있겠죠.


사진: Ross McCampbell http://www.flickr.com/photos/rdmccampbell/2189918449/


소치 올림픽의 경기가 시작될 때도

그러한 마음 가짐으로 그녀를 응원하겠습니다.


이번 올림픽 시즌이 김연아 선수에 있어 

마지막 컴피 시즌이면서 동시에 또다른 피겨 인생의 시작이듯이

피겨 스케이팅은 앞으로도 계속 될테니까요.


4년 전에도 그랬듯이.


-스파이럴 드림-





ps.

미국 지역예선에서 우연히 만나

처음으로 개인적으로 응원하게 되었던, 미국 스케이터의 가족에게서 이메일이 왔습니다.

오랜 부진에서 벗어나 여름 지역대회에서 트리플 점프가 모두 돌아왔다구요.

이번 시즌 후회없이 링크에서 경기를 할 것이라는 다짐과 함께...

김연아 선수의 열렬한 팬이었던 주니어 선수는 어느새 시니어 선수가 되었고,

이번 가을 대학신입생이 되었습니다.

그리고 두번째 내셔널 진출을 위해 다시 링크에 섭니다. 

 

행운을 빌어주면서 답장을 보냈습니다.

"저도 이번 가을 최선을 다해 노력하겠습니다.

내년 1월 내셔널에서 활약하는 모습을 볼 수 있기를 기원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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