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겨 스케이팅 2012-2013 시즌이 7월 1일을 기점으로 시작되었습니다.
ISU는 7월1일을 시즌의 시작으로 정하고 있고,
나이제한 역시 7월 1일 0시를 기준으로 적용됩니다.
이번 시즌 역시 다른 시즌과 마찬가지로
또(!) 여러가지 제도가 바뀌었습니다.
이번에는 다른 시즌과 달리
좀더 피겨의 인기와 공정성을 갖추기 위해 바뀌었을까요?
그럴리는 없지요...
이번 시즌에 적용될 기술점 최소점수 제도와 나이제한을 살펴 보겠습니다.
그리고 어느 제도나 그러하듯
그 이면에 숨겨진 의도를 살펴보도록 하겠습니다.
지난 ISU 헌정 칼럼에 이어 (http://spiral9509.tistory.com/48)
두번째 ISU 헌정 칼럼 정도 되겠네요.
이번 시즌부터 챔피언쉽 참가를 위한 기술점 최소점수가 세분화 / 상향 조정되었는데요.
2010-11 부터 지난 시즌까지 4대륙, 유로, 시니어 세계선수권에 공통적으로 적용되던 기술 점수 (TES:Total Element Score)
최저점은 다음과 같았습니다.
종목 |
쇼트 |
프리 |
남자 |
20 |
35 |
여자 |
15 |
25 |
페어 |
17 |
30 |
아이스 댄스 |
17 |
28 |
하지만 이번 시즌 부터 4대륙/유로, 시니어 세계선수권 출전자격에 해당되는 기술 최저점이 세분화 및 상향 조정되고,
주니어 세계선수권에도 도입되었습니다.
해당 선수는 이번 시즌(12-13) 혹은 바로 이전 시즌 (11-12)에서 최저점을 충족시키면 되는데,
쇼트 프리 각 분야에서 해당 점수를 넘어야 하며, 단 각각 다른 대회에서 점수를 충족시켜도 상관없습니다.
해당 대회는 ISU가 인정하는 국제대회이며,
아시아 트로피 등의 지역을 제한한 대회의 경우도 해당됩니다. (단 이 경우 랭킹포인트는 없음)
참고로 미니멈 점수는 시즌이 끝난 후 다음 시즌 전 조정이 가능합니다.
2012-2013 기술점 최소점수
종목 |
유로/4대륙 |
주니어 세계선수권 |
시니어 세계선수권 | |||
쇼트 |
프리 |
쇼트 |
프리 |
쇼트 |
프리 | |
남자 |
25 |
45 |
20 |
40 |
35 |
65 |
여자 |
20 |
36 |
20 |
35 |
28 |
48 |
페어 |
20 |
32 |
20 |
30 |
28 |
45 |
아이스 댄스 |
18 |
28 |
17 |
27 |
29 |
39 |
현재 한국 선수 중 세계선수권 출전 자격 기술점수를 충족시킨 선수는
남녀 통틀어 김해진 선수가 유일합니다.
김연아 선수의 경우 지난 시즌 스킵으로 이번 시즌에 B급 대회 출전을 통해 기술 최저점을 획득할 예정입니다.
다음은 이번시즌 나이제한 입니다.
대회 |
생년월 |
시니어 세계선수권, 4대륙/유로 |
1997년 7월 1일 이전 출생자 |
시니어 그랑프리, 시니어 B 국제대회 |
1998년 7월 1일 이전 출생자 |
주니어 세계선수권, 주니어 그랑프리 (남여싱글, 페어, 아댄 여자) |
1993년 7월 1일 ~ 1999년 6월 30일 |
주니어 세계선수권, 주니어 그랑프리 (페어, 아댄 남자) |
1991년 7월 1일 ~ 1999년 6월 30일 |
(현재는 시니어 그랑프리는 만 14세)
한편 주니어 그랑프리 출전자는 시니어 그랑프리에 같은 종목, 같은 시즌에 한해 동시 출전할 수 없습니다.
하지만 이것은 그랑프리에만 적용되며, 챔피언쉽 대회(유로, 4대륙, 월드) 의 경우 교차 출전해도 괜찮습니다.
참고로 한국의 주니어 그랑프리 출전 자격 선수 관련해서는
다음 포스팅을 참고하세요.
2012-2013 주니어 그랑프리 일정 및 한국선수 배정여기까지는 사실 즉 팩트입니다.
하지만 규칙의 제정이라는 것은 어느 곳이나 마찬가지로
겉으로는 현실을 반영하는 듯 하지만,
사실은 그 규칙의 제정을 주도한 세력들이 "희망하는 현실"을 앞당기거나
"잘못된 현실"을 더욱 고착시키는 경우가 많습니다.
위의 규정만으로는 그 의도를 알기 힘듭니다.
그 규정에 달린 부칙 그리고 그 규칙이 제정되는 과정이 오히려
그 규칙 자체보다 그 규칙의 본질을 이야기해주는 경우가 많습니다.
새로운 이야기는 아닙니다.
하지만 매번 반복되는 것이라 그만큼 또 이야기 해야 되는 거죠.
지난 번 그랑프리 포스팅에서도 다룬바 있는데요.
관련 포스팅: [ISU 헌정 칼럼] 그랑프리 출전, 랭킹, 싱글 가사 도입 그리고 "그들"의 꼼수
결국 우려했던 결과들이
모두 총회에서 통과되었습니다.
관련 포스팅: 소치이후. 보컬 싱글 및 페어에 허용, 그랑프리 연령제한 15세로
일단 기술 최저점 점수의 강화는
얼마전 의결되었던 세계대회 예선 폐지와 맞닿아 있는 제도입니다.
예선의 폐지는 6월초 있었던 총회의 의결에 의해 가결된 제도인데요.
예선이 없이 모든 선수가 본선 쇼트에서 프로그램을 선보일 수 있어,
피겨 변방국에게는 좋은 제도로 보였을 것이고,
(한국을 포함한 순진한) 마이너 회원국들은 주저 없이 찬성표를 던집니다.
하지만, 이 제도에 가장 큰 반발을 보인 나라는 바로
이번 세계대회 개최국 캐나다입니다.
예선이 없을 경우 그 많은 참가국들에 의해 대회일정이 길어지고
비용이 늘어난다는 것이었지요.
캐나다는 대회반납까지 거론하며 압력을 행사했습니다.
나이 제한의 경우를 봅시다.
최근 공산권 붕괴와 함께
붕괴되었던 엘리트 체육 시스템이
푸친의 대대적인 지원과 함께 살아나며
푸친 1세대 주니어 들이 부상하고 있는 러시아는
나이제한이 마음에 들지 않습니다.
지난 시즌도 엘리자베타 뚝따미셰바와 아델리나 소트니코바가
만14세 참가 가능이라는 규칙에 의해 그랑프리에 데뷔하고,
소트니코바는 주니어 월드에 참가했던,
러시아는 올해 만 14세가 되는
주니어 월드 챔피언 율리아 리프니츠카야의 데뷔를 앞두고 있습니다.
율리아 리프니츠카야는 시니어 그랑프리 대회에 배정을 받은 상황이었지만,
관련 포스팅: 2012-2013 피겨 그랑프리 일정 및 관전 포인트
시니어 대회 참가후 주니어로 다시 돌아갈 수 없는 유턴 금지법이 통과되거나,
시니어 그랑프리 나이제한을 현재의 만 14세에서 올림픽 및 챔피언쉽과 같은 만 15세로 상향 조정할 경우
올해 시니어 그랑프리에 참가할 수 없습니다.
러시아는 그랑프리 15세 이상 상향 조정 적용을 2014-2015 시즌으로 미루자는 수정안을 제출합니다.
이러한 캐나다의 입장과 러시아의 입장에 대해
친콴타는 자신의 임기 연장과 맞물려 어떻든 회원국들을 다독여야 했을것이고.
이를 무마해야 했을 것입니다.
어떤 타협이 어떻게 이루어졌을지는 정확하게 알 수 없습니다.
하지만, 우연히도 혹은 필연적으로
결론은 메이저 회원국들 그리고 친콴타 모두가
하나씩 자기가 원하는 것들을 가져갔다는 것입니다.
피겨 스케이팅을 발전시킬 의지 따위는 전혀 없습니다.
러시아는 자국 주니어들이 소치 이전에
가장 많은 활약을 할 수 있는 나이제한 제도를
주니어 선수 유턴 금지의 부결과
나이제한의 현행 유지 및 2014년 소치 이후부터 개정이라는
세가지 규칙과 부칙을 통해
율리아 리프니츠카야가 올해 시니어 그랑프리에 데뷔하고
주니어 세계선수권에 나갈 수 있는 발판을 마련했습니다.
캐나다는 예선 폐지와 최저점 제도 덕에
예선도 없애고, 선수도 줄이게 되어
세계대회 비용을 최소화하고. 수익을 가장 많이 올릴 수 있는 방향으로
세계대회를 개최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또한 너무 높게 잡은 이번 시즌의 최저점은
스코어의 인플레이션으로 이어질 것입니다.
이번 최저점 제도를
2012년 세계선수권에서 기록한 점수와 비교해 본 글이 있었습니다.
디씨 피겨 스케이팅 갤러리의 "아르♪"님의 글과 이미지 인데요.
http://gall.dcinside.com/list.php?id=figureskating&no=1246965&page=11&bbs=
디씨 피겨 스케이팅 갤러리의 "아르♪"님이 작성한 이미지
최저점이라는 것이 얼마나 높게 잡혀 있는지 알수 있는데요.
그렇다면 기준 점수를 시즌 중간에 고칠 수는 없으니,
그 결과는 점수의 인플레이션으로 이어질 것입니다.
이탈리아의 옥타비아 친콴타는
자신의 임기를 2년 연장하며
iSU 역사상 보기 드문 장기 집권에 들어갔습니다.
레이크 플레시드 올림픽에서의 친콴타 (John Gichigi/Getty Images)
언제나 그러하듯이
독재의 그늘에는 그러한 달콤한 그늘 속에서
자기 이익을 챙기는 이들이 있기 마련입니다
해외포럼에서는
ISU는 이미 독재에 들어섰다는 기사를 인용하며
http://www.examiner.com/article/international-skating-union-now-officially-a-dictatorship
현재의 친콴타 체제의 연장에 대해
포럼회원들이 우려하는 글들이 올라오고 있는데요.
그렇다면 이러한 ISU 체제에서
모두가 만족할 만한 최상의 해결책으로 결론이 내려졌을 때
손해를 보는 사람들은 누구일까요?
대다수의 변방국 회원국가의 스케이터들입니다.
특히 최저점을 딸 수 있는 B급 대회가 거의 없는 아시아 지역 및 중남미 지역의 선수들
그 중에서도 자신들이 개최하는 그랑프리가 없으면서
최근 피겨붐으로 새로운 유망주들이
나오는 국가 (대표적인 국가가 어디일까요...?)
차라리 이제부터 월드 챔피언쉽이라고 하지말고.
"그들만의 리그" 혹은 "그랑프리 막장"이라고 하는 것은 어떨까요?
나이제한 제도라고 하지 말고
"리프니츠카야 규칙"이라고 하는 것은 어떨지요?
이런 것들이 피겨 발전을 위하는 것이라면,
아이스하키 스케이트를 신고 토점프를 뛸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솔트 레이크 올림픽 사건이 벌어진지 이제 10년 이 조금 지났는데,
피겨계는 다시 이러한 진흙창으로 빠지는 것 같습니다.
결국 올림픽에서 사라진 다른 종목들 처럼
피겨도 그러한 길을 가는 것일까요?
이래저래 씁쓸한 시즌의 시작입니다.
하지만, 다시 생각해보면
이렇게 메이저 회원국들이 자주 규칙을 바꾸는 것은
어쩌면 그들이 두려워하는 현실이
그들을 위협하고 있다는 반증이기도 합니다.
변방국들이 중심으로 들어오고 있다는 것을
그들도 느끼고 있고. 위협받고 있다는 것입니다.
해외포럼에서는
최저점 제도는 최악의 개악이라는 의견들과 함께
이제 피겨계에는 더이상
김연아와 쉔/자오 같은 선수가 나오기 힘들 것이라고 우려하는 포스팅이 올라왔습니다.
사실 최저점 제도는 미래의 김연아, 쉔/자오가 될 수 있는 선수들을 견제하는 역할을 할 것입니다.
하지만, 어떠한 시스템이든 완벽할 수는 없습니다.
우리가 그토록 되고 싶어하는 선진국
혹은 다른 말로 메이저 국가들은
커다란 딜레마를 가지고 있습니다.
그들의 시장을 키우기 위해
후발지역 혹은 제3세계 국가들이
발전해야하지만,
그러한 발전은 그들의 이익을 키워주는 한에 있어서의 발전입니다.
하지만, 언젠가는 후발주자들은 항상 자신들의 통제를 벗어나게 되어 있습니다.
역사의 발전이라는 것은 그러한 것이니까요.
잠시 제가 읽은 한국 양궁이야기를 소개해 보겠습니다.
"한국 양궁이야기 대단하네요.ㄷ"
위의 글을 요약하자면,
김진호라는 천재를 시작으로 한국 양궁은 70년대 후반부터
비약적인 발전을 시작하였습니다.
1978년 제8회 방콕 아시안게임에 출전한 여고생 김진호 선수. 첫 국제대회 출전에서 개인전 우승을 차지.
(출처: http://www.hwalsarang.com/bbs/view.php?id=gallery&no=529)
1979년 베를린 세계양궁선수권 대회 단체전 우승. 김진호, 안재순, 황숙주 선수
(출처: http://www.hwalsarang.com/bbs/view.php?id=gallery&no=529)
하지만, 한국 양궁이 세계정상으로 올라서자
끊임없는 견제가 시작됩니다.
올림픽 라운드 로빈 방식등의 이른바
"안티 한국 경기제도"를 끊임없이 고안하며
한국을 견제합니다.
애틀랜타 올림픽 전, 양궁 활은 미국과 일본이 독점하고 있었고,
한국 양궁 대표팀은 남자는 미국산을 여자는 일본산을 사용하고 있었다고 합니다.
미국은 올림픽을 앞두고 갑자기
자국이 생산하는 호이트 활의 한국 판매를 막아
미국이 단체전 우승을 가져갑니다.
여기에 맞선
한국양궁의 해결책은
양궁 활의 국산화 그리고 철저하고 공정한 실력위주의 대표 선발
그리고 협회 행정의 투명화였습니다.
결국 한국산 활은 세계를 평정하며
점유율을 높여갔고,
(미국의 호이트는 점유율을 절반 이상 빼았겼고,
일본의 야마하는 활 사업을 접었다고 합니다.)
한국의 양궁 훈련법은 세계 양궁계를 이끌어가며
한국 코치를 한국 활과 함께 수출하게 되었습니다.
그리고 한국 양궁은 지금도 세계 최강으로 빛을 발하고 있습니다.
양궁의 그동안의 행보에 반해,
우리는 쇼트트랙의 대표선발 부정과
최근의 부진을 기억합니다.
이번 소치 올림픽에서 러시아 깃발을 어깨에 달고 출전할
안현수 선수는 그러한 한국 쇼트트랙계의 모순을 보여주는 아이콘입니다.
쇼트트랙은 피겨 스케이팅과 같은
한국 빙상연맹 소속입니다.
한국의 피겨 스케이팅은
지금 어디로 가고 있을까요?
최근의 이러한 흐름에 제대로 대처하고 있는 것일까요?
이런 진흙탕 판에
김연아 선수가 피겨에 대한 열정으로
컴피에 돌아옵니다.
명품 트리플 플립 + 트리플 토 컴비 점프에
플립 롱에지를 매기면서 견제하던 전략은
결국 올림픽 시즌에 트리플 러츠 + 트리플 토로
컴피 점프를 바꾸는 그들이 예상하지 못했던
김연아 선수의 선택으로 더욱더 올림픽 금메달을 앞당겼을 뿐입니다.
이번 시즌 세계선수권 참가를 위해 최저점을 획득해야만 하는 제도는
결국 김연아 선수가 B급대회에 나가야 하도록 했습니다.
이제 이번시즌 그녀의 복귀와 함께 B급 대회가
그랑프리보다 더 많은 관심을 받게 될 것입니다.
메이저 국가 위주의 세계선수권에서 비용을 줄이고자 했던 탐욕은
오히려 역시 그들이 개최하는 그랑프리의 권위를 떨어뜨리고,
변방국에서 열리는 B급대회에의 관심을 불러일으키게 되었습니다.
그리고, 이번 시즌 김연아 선수가
태릉에서 후배들과 함께 훈련하고, 국내 대회에 참가하겠다는
결정이 더욱 더 눈에 들어옵니다.
잠시 멈추었던 부메랑 혹은 시스템의 균열은
김연아 선수의 복귀와 함께
다시 시작됩니다.
관련포스팅: 피겨 스케이팅 키드의 생애와 오마쥬투 연아
그랑프리보다 주목받는 B급대회,
화려하게 날아오르는 한국의 내셔널을 통해
이번 시즌 김연아 선수가
꽁꽁 얼어있는 기득권의 빙판을
다시 녹이기 시작합니다.
스케이팅이 가능한 이유는
얼음이 얼어있기 때문이 아니라
얼음이 스케이트와 마찰할 때 조금씩 녹기 때문입니다.
그럴 때만이 미끄러지듯
스케이터는 쓰러지지 않고 나갈 수 있습니다.
사진: Ross McCampbell http://www.flickr.com/photos/rdmccampbell/21899184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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