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지막 햇반을 전자레인지에 돌려서 먹다가
이제는 더 미룰수는 없겠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그 햇반은 변지현 선수 어머니께서
유학생인 저에게 남겨주신 햇반이었는데요...
게다가 이제 곧 주니어 그랑프리 3차가 시작되려고 하니.
여하튼 늦었지만 주니어 그랑프리 2차 여자 프리 경기 직관기를 시작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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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리 공식 연습이 끝난 후 잠깐 링크 밖으로 나왔을 때 본
레이크 플레시드의 하늘은 그렇게 화사할 수가 없었습니다.
그러고 보니 레이크 플레시드에 도착한 이후
링크와 숙소를 왔다갔다 하면서
거의 다른 곳을 가본 적이 없더군요.
관중인 제가 그러한데
선수와 코치들은 말할 필요도 없었습니다.
선수단 숙소는 링크 바로 길건너에 있었기 때문에
더더욱 다른 곳에 가볼 여유도 이유도 없었던 거죠.
그 모든 것이
바로 오늘 이 링크 위에 서기 위해서 입니다.
"시시한 프로그램은 있어도
시시한 스케이터는 없습니다."
주니어 그랑프리 2차 여자 프리 경기는 9월 1일 오후 4시 부터(미국 동부시간) 펼쳐졌습니다.
25명이 참가하다보니, 저녁 8시까지 이어졌습니다.
아이스 댄스와 페어 프리 경기가 끝난 후에 이어졌는데요.
경기가 끝난 후에는 시상식이 이어집니다.
공교롭게도 변지현 선수와 박소연 선수는 모두 자신이 속한 그룹의 첫번째 순서였습니다.
여자 프리 경기에는 전날 경기를 마친,
그럼에도 불구하고 지현정 코치의 방침에 따라
또 스탠드를 따라 런닝을 한 이준형 선수
그리고 변지현 선수 어머니와
같이 응원을 하게 되었습니다.
아무래도 심판석 쪽이
경기하는 선수들이 보기에 잘 보일 것 같기도 했고,
우리가 만난 곳이 심판석 위쪽인 정면석 쪽이어서
그 쪽에 앉기로 했습니다.
관중이 여자 프리 경기임에도 그렇게 많지는 않았습니다.
그 중 상당수는 이미 경기를 마친 선수들과 대회 관계자들이었습니다.
하지만, 멀리에서 온 피겨포럼 유저들과 피겨팬 그리고 피겨 사이트 기자들이
마지막 경기인 여자 프리를 지켜보고 있었습니다.
차츰 3그룹 경기가 다가옴에 따라
태극기를 앞좌석에 걸어놓았습니다.
그리고. 변지현 선수 어머님이 가져오신 배너를 펼쳐보았습니다.
피겨 팬이 전달한 배너인데,
새 프로그램에 맞추어 예쁘게 나왔더군요.
배너를 일단
앞 자리에 걸쳐 놓았는데,
배너를 펼칠 때 마다
앞 쪽에 앉아 있던 호주 선수가 부러운 표정으로 계속 보더군요.
그도 그럴 것이 주니어 그랑프리 2차에서 프린트한 배너는 오직
한국 선수들 밖에 없었습니다.
이제 준비는 끝났습니다.
정빙이 끝나면 시작될
3그룹 웜업 그리고
변지현 선수의 차례를 기다렸습니다.
저는 동시에 세가지 역할을 했어야 했는데요.
1) 배너 들고 응원의 함성 보내기,
2) 영상 촬영
3) 그리고 끝난 후에 인형 던지기
여하간 일단 모두 해봐야지 생각은 했습니다.
홀로 응원하는 것도 나쁘지는 않았지만,
같이 응원하니 배너도 들수 있고,
든든해서 좋았습니다.
드디어 변지현 Ji-Hyun BYUN 선수가 속한 3그룹이 들어섭니다.
변지현 선수의 그룹 웜업
그룹 웜업이 끝나고, 첫 순서인 변지현 선수가 링크를 돌기 시작합니다.
Representing Republic of Korea
Please welcome a skater, Ji-Hyun BYUN
배너를 같이 들어 올립니다.
그리고 함께 크게 외칩니다.
"변지현 화이팅~~~~"
이제 변지현 선수의 프리가 시작됩니다.
직캠 영상
ISU 유튜브 영상
변지현 선수가 넘어질 때 마다
옆자리에 앉은 어머님의 좌석이 출렁 내려앉습니다.
경기가 끝나고,
박수를 치기 위해 빨리 녹화 정지버튼을 누릅니다.
박수가 끝나자
어느새 이준형 선수는 날렵하게 링크 쪽으로 내려가 인형을 던집니다.
저도 준비한 인형을 가지고 서둘러 링크 쪽으로 내려가 힘껏 던집니다.
급한 마음에 너무 세게 던져 화동을 맞출뻔 합니다...
아쉬운 경기...
니콜 라지코바 Nicole Rajikova가 나옵니다.
미국 섹셔널에서 항상 프리에서 뒤집던 근성과 경험의 라지코바
이제 슬로바키아로 국적을 바꾸어 출전한 첫 주니어 그랑프리에서
그녀는 또 한번 역전을 노립니다.
프리 프로그램 "사랑의 꿈"이 시작됩니다.
하지만 이번 첫 주니어 그랑프리는 그녀에게도 많은 부담이 되었던 것 같습니다.
세번째로 보게 되는 그녀의 프리 프로그램,
오늘 라지코바는 제가 본 것 중 가장 많은 실수를 합니다.
총점 109.04
그녀 답지 않은 아쉬운 경기입니다.
어느새 3그룹 경기가 끝나고
변지현 선수가 스탠드로 돌아옵니다.
"수고했어요..."
"예..."
고개를 숙이고 조용히 어머니 옆 쪽으로 앉습니다.
어머님이 스케이트를 받아 내려놓습니다.
변지현 선수는 첫 국제 대회를 이렇게 마칩니다.
하지만, 어느 순간 돌아보면,
이것은 많고 많을 변지현 선수의 국제경기중
아쉬웠던 첫 국제경기에 불과할 것입니다.
알레인 샤트랑 Alaine CHARTRAND
캐나다와 미국 국경을 넘나들며 연습할 링크와 코치를 찾아
먼 거리를 이동했던 작은 타운 출신의 스케이터 알레인 샤트랑.
국경을 넘나들며 연습했던 것처럼 그녀는
첫번째 주니어 그랑프리를 위해 다시 국경을 넘어왔습니다.
역시 국경을 넘어온 캐나다 동료들과 관중들의 환호를 받으며 프리에 나섭니다.
직캠 영상
ISU 유튜브 영상
첫번째 점프인 트리플 럿츠에서 넘어졌지만, 당황하지 않고 프로그램을 잘 이어갑니다.
그녀의 장기인 3T+1Lo+3S를 비록 언더를 당했지만 성공합니다.
나쁘지 않은 점수. 쇼트의 부진을 만회합니다.
안젤라 왕 Angela WANG
지난 1월 미국 내셔널에서 안젤라 왕은
쇼트를 말 그대로 말아 먹습니다.
쇼트가 끝난 이후의 순위는 19명중 16위
하지만 안젤라 왕은 다음날 펼쳐진 프리에서 기적같이 역전에 성공합니다. (came back)
그날 안젤라 왕이 랜딩에 성공한 트리플 럿츠 + 트리플 토는
여싱 시니어 출전자 중 프리에서 성공한 유일한 트리플 트리플 콤비 점프였고,
그녀는 프리에서 6위를 기록, 전체순위 8위에 오릅니다.
그리고, 오늘 이 곳의 링크에 설 수 있게 되었습니다.
이번 주니어 그랑프리에서 안젤라 왕은
쇼트에서 트리플 럿츠 뒤에 싱글 토를 붙이며 컴비점프를 날려먹고
플립에 롱엣지가 뜨며 8위를 기록하였습니다.
이번 프리에서도 안젤라 왕은 내셔널의 역전을 다시 재현할까요?
제 숙소의 아침 식사 때, 그리고 어제 저녁 링크 앞에서 나누었던 안젤라 왕의 친절한 부모님들의 미소
그리고, 그들이 솔트 레이크 시티에서 콜로라도 스프링스로 딸의 스케이트를 위해 이사한 이야기가
안젤라 왕의 웜업과 겹쳐보입니다.
물론 지금은 많이 나아졌다고는 하지만,
저의 짧은 미국 생활로도
아시안 혹은 아시안 아메리칸으로 미국에서 사는 것은 어느 분야든 쉽지 않은 일이라는 것도 알기 때문이죠.
그리고 낯선 이에게 마음을 열고 미소를 짓는 것은 더욱더 어렵다는 것을.
미국 관중들이 응원을 보냅니다.
안젤라 왕이 프리 프로그램을 시작합니다.
직캠 영상
ISU 유튜브 영상
첫 점프인
3Lz+3T+2T 를 성공하며,
유튜브에 올라왔던 3Lz+3T+3T 연습 영상이 결코 우연이 아니었음을 증명합니다.
초반 컴비점프를 3개를 몰아 뛰며 모두 랜딩에 성공합니다.
후반부 더블 악셀을 제외한 모든 점프를 클린 처리합니다.
관중들의 환호가 들립니다.
프리 점수가 발표됩니다.
총점 150.40
마지막 그룹 6명이 남은 현재 1위로 올라섭니다.
포디움이 유력한 점수
안젤라 왕은 다시한번 프리에서 역전에 성공합니다.
4그룹이 경기중,
갑자기 이준형 선수가 없어지더니
박소연 선수의 배너를 가지고 돌아왔습니다.
선수 대기실 쪽으로 내려가서
박소연 선수한테서 배너를 받아 온 것이었습니다.
다시 배너를 펼쳐봅니다.
역시 새로운 프로그램에 맞춘 새로운 배너...
또 배너를 들자 앞에 있던 선수들이 다시 돌아봅니다.
정빙이 끝나자,
마지막 그룹이 들어옵니다.
박소연 선수의 웜업이 시작됩니다.
박소연 So-Youn PARK
배너를 들고 다시 환호를 하기 위하여 잠시 녹화버튼을 정지시킵니다.
조용하던 변지현 선수도 같이 배너를 듭니다.
"박소연 화이팅~~~!!!!"
소연 선수가 심판석 위의 우리 쪽을 볼때까지 배너를 들고 있습니다.
소연선수가 준비자세를 잡습니다.
프리 프로그램이 시작됩니다.
직캠 영상
ISU 유튜브 영상
트리플 럿츠를 성공합니다.
프리 연습 때부터 다소 긴장되어 보이며
공식연습에서 실수를 했던 그녀의 장기 더블 악셀 + 트리플 토 점프를
스텝 아웃합니다.
왠지 경직되어 있는 듯한 모습.
트리플 룹을 팝합니다.
2A+3T+2T 콤비 점프 중 중간의 연결점프를 팝하며 싱글로 처리합니다.
트리플 살코 + 더블 토를 랜딩하지만,
마지막 트리플 플립과 트리플 살코에서 넘어지며 아쉬운 경기를 보여줍니다.
아쉬운 표정이 인사를 할 때 묻어나옵니다.
키스 앤 크라이 존에서 점수를 기다립니다.
....
프리 점수 101.07
주니어 선발전에서의 총점 154.63에 17.26 모자라는
총점 137.32
현재 안젤라 왕에 이어 2위가 됩니다.
그러고 보니 이번에는 아예 인형 던지는 것을 잊어버렸습니다.
준형 선수도 못던졌더군요.
가방 안에 인형은 여전히 남아 있습니다.안타까운 마음을 뒤로 하고
배너와 태극기를 정리합니다.
그리고, 마지막 그룹에는 아직 5 명의 선수가 기다리고 있습니다.
키리 바가 Kiri Baga
전체적으로 안정된 점프를 보여주며, 큰 실수 없이 프리를 마칩니다.
박소연 선수를 제치고 2위로 올라섭니다.
미야하라 사토코 Satoko Miyahara
약점인 트리플 럿츠에서도 과감하게 점프를 뜁니다.
럿츠에서 엣지 콜을 받을 듯 하지만, 3Lz+3T, 2A+3T를 포함한 모든 점프를 랜딩합니다.
스핀과 스텝에서도 좋은 경기를 보여줍니다.
"로미오와 줄리엣"을 성공적으로 마칩니다.
연습 때 보다 더 강한 모습을 보여주며, 좋은 점수를 기다리는 미야하라 사토코
프리 106.89
총점 161.65로 2명의 선수가 남은 현재 우승이 유력합니다.
예브게니아 게라시모바 Evgenia Gerasimova
유려한 표현력이 돋보였지만,
안타깝게도 후반부 트리플 럿츠와 더블 악셀에서 넘어집니다.
러시아 주니어의 저력을 보여주며,
145.68로 현재 순위 3위입니다.
이제 남은 선수는 커트니 힉스 한명.
커트니 힉스 Courtney Hicks
미국 관중들의 열광적인 응원을 받으며 커트니 힉스가 들어섭니다.
숨은 그림 찾기 - 안젤라 왕, 크리스 크랄 코치, 키리 바가
콤비 점프에서 다소 부진합니다.
첫 점프인 3F+3T가 약간 회전수가 모자란듯 하지만 일단 랜딩에 성공합니다.
3연속 점프 콤비에서 마지막 점프를 날리고,
더블악셀을 싱글 처리하며 연결 점프를 놓치며 마지막 컴비점프도 날립니다.
하지만 트리플 룹, 트리플 살코, 트리플 럿츠 단독 점프를 쫗은 높이와 비거리로
깨끗하게 성공하며
더블 처리한 플립을 만회합니다.
특유의 시그니처인 "힉스핀"으로 프리를 마무리합니다.
다소 아쉽지만,
프리에서 한번도 넘어지지 않으면서,
다시 복귀한 주니어 그랑프리를 마칩니다.
만족한 표정으로 인사하는 커트니 힉스
총점 153.77로
커트니 힉스는 은메달을 확정짓습니다.
스코어 보드에 최종 순위가 나옵니다.
전체 여자 프리 프로토콜
http://www.isuresults.com/results/jgpusa2012/jgpusa2012_JuniorLadies_FS_Scores.pdf
Epilogue
프리 프로그램을 끝낸 변지현 선수의 스케이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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