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5 피겨 4대륙 선수권이 이제 일주일도 채 남지 않았습니다.

2월 12일부터 2월 15일까지 서울 목동링크에서 열립니다.



한국에서 오랜만에 열리는 피겨 국제대회인데요.

가장 최근의 대회로는 2011년 3월 피겨 주니어 세계선수권 대회가 강릉에서 열렸고,

시니어 대회는 4대륙 선수권이 2010년 2월 전주에서 열린바 있습니다.


티켓팅에 대해서는 이미 지난 12월에 포스팅한바 있는데요.

가장 인기 있는 여자 프리 경기는 많이 팔렸지만,

다른 경기에는 표들이 많이 남아 있습니다.

관련포스팅: 2015 4대륙 선수권 티켓팅 안내


오랜만에 한국에서 열리는 국제 대회인 만큼 

각 부분별로 나누어 프리뷰를 해보고,

방송 중계 안내 를 포스팅할 생각입니다.

또한 오랜만에 한국을 찾을 각국 스케이터들과 스케이팅 팬들을 위해

영문으로 서울 관광에 대해 요약한 포스팅도 

그리고 마지막으로 재미있는 직관을 위한 몇가지 Tip을 포스팅 할 생각입니다.


이번 포스팅에서는 다소 생소한 

4대륙 선수권의 챔피언쉽에서의 위상과

의미에 대해 이야기해보고자 합니다.


4대륙 선수권은 비(non)유로 챔피언쉽


이른바 선수권으로 불리는

ISU 챔피언쉽에는 4개의 대회가 있습니다.


주니어 레벨에 주니어 세계선수권이 있고,

시니어 레벨 (만 19세 이상) 에 시니어 세계선수권

유로피안 챔피언쉽 그리고 이번에 열리는 4대륙 선수권이 있습니다.


선수권 이외에도 모든 스케이터들의 꿈, 

4년마다 열리는 올림픽이 있죠.


대회가 열리는 순서는 대략

12월 -1월 중순 : 각국의 내셔널

1월 말 - 유로챔피언쉽

2월 중순 - 4대륙 선수권

2월 말 - 올림픽 (4년에 한번씩)

3월 초 - 주니어 세계선수권

3월 말 - 시니어 세계선수권


이런 순서대로 대회가 열립니다. 

올림픽이 열리는 해는 유로와 4대륙이 조금 빨리 열리고

주니어, 시니어 선수권이 조금 늦게 열립니다.


4대륙 선수권은 

유럽을 제외한 4대륙 (아시아, 아메리카, 오세아니마, 아프리카)의 

스케이터들이 모여 실력을 겨루는 대회입니다.


출처: Wikipedia http://en.wikipedia.org/wiki/Continent#mediaviewer/File:Continental_models-Australia.gif


4대륙 선수권이라는 다른 종목에서는 찾아보기 힘든 대회 명칭은

피겨 스케이터가 얼마나 유럽 중심적인 스포츠였나를 알게 해주는데요.

사실 4대륙 선수권이란 말은 비유럽 선수권이라는 말을 완고하게 표현한 말이죠.


4대륙 선수권 출전 국가 중에서도 실력의 편중은 뚜렷한데요.

그랑프리 주최 국가인

동아시아의 일본, 중국

북아메리카의 미국, 캐나다가 거의 포디움을 휩쓸어 왔고,


이들 그랑프리 주최국 이외에

동아시아 및 동남 아시아의 회원국인

한국, 북한, 대만, 홍콩, 필리핀, 싱가포르, 태국, 말레이시아 말고는

다른 지역에서는 회원국 자체가 별로 없습니다.


남/중앙 아시아 - 인디아, 카자흐스탄, 우즈베키스탄

중남미 - 멕시코, 푸에르토리코, 아르젠티나, 브라질

아프리카 - 남아프리카 공화국

오세아니아 - 오스트레일리아, 뉴질랜드

정도가 정식 회원국입니다.


이것은 피겨 스케이팅은

20세기 초반의 경우 야외에서 겨울철 스포츠를 즐길 수 있는 북반부 국가들이

그리고 최근의 경우 실내 빙상장을 유지할 수 있는 경제력을 가진 국가들의 

경기이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지금 보기에 예전부터 피겨 강대국이었던 것 같은

북아메리카의 미국, 캐나다도 

1930년대 전에는 피겨의 변방이었고,

피겨 스케이팅도 대부분의 올림픽 종목과 마찬가지로 

시작서부터 유럽이 중심이었습니다.


지금은 포디움에서 찾아보기 쉽지 않은

오스트리아, 노르웨이, 스웨덴의 스케이터들이

20세기 초에 피겨의 기술을 만든 스케이터들을 배출하며

포디움을 석권했죠.


우리가 알고 있는 피겨의 점프의 이름 역시 19세기 말에서 20세기 초까지

처음 시도한 이들 국가출신 선수들의 이름을 딴 것입니다. (괄호안은 국적과 처음 기술을 시도한 년도)

살코 (울리히 살코 - 스웨덴 1909), 럿츠 (알로이스 루츠 - 오스트리아 1913)

악셀 (악셀 폴젠 - 노르웨이 1882)


첫 피겨 세계선수권이 1896년에 시작되기 전에

유로 챔피언쉽은 1891년에 처음으로 시작되어 

가장 오래된 챔피언쉽으로 남아 있습니다.


그래서 그런지 유로는 세계선수권보다 훨씬 보수적인데요.

세계선수권 (여싱-1906, 페어-1908) 보다 20여년도 더 지난 1930년에야 여싱과 페어를 종목에 채택했고.

아이스 댄싱도 세계선수권보다 1년 늦은 1954년부터 포함되었습니다.


지금도 훈련비가 많이 드는 종목이지만,

20세기 초에도 피겨는 유럽 상류층의 스포츠였습니다.

유로의 첫 30개의 대회가 가장 많이 개최된 곳이

귀족문화의 마지막 보루였던 비엔나 그리고 지금도 부자들의 회의 다보스 포럼이 열리는 

휴양지 스위스 다보스라는 것은 매우 의미심장하죠.


1920년대까지 유로, 세계선수권, 올림픽의 포디움의 스케이터들은 거의 일치했습니다.

3번의 동계올림픽에 참가해 메달을 딴  미국의 베아트릭스 로크린 (Beatrix Loughrin) 

그리고 마리벨 빈슨 (Maribel Vison)선수 정도가 

유럽에 도전했습니다.


하지만, 1930년 뉴욕에서 열린 세계선수권

그리고 미국에서 처음으로 피겨가 실내링크에서 열린 경기이자

북미에서 개최한 첫 올림픽이었던 1932 레이크플레시드 올림픽을 계기로

북아메리카는 피겨의 중심으로 발돋움할 준비를 하기 시작합니다.


19세기 말과 20세기 초의 유럽의 스케이트들, 레이크 플레시드 동계올림픽 박물관


1932년 레이크 플레시드 올림픽을 기점으로 피겨 스케이팅이 미국에서 더욱 인기가 있어지고, 실내에서 열리는 피겨 경기가 활성화되었다고 합니다. 유럽에서는 이미 실내 빙상장에서 열리는 경기가 대중적으로 인기를 얻었으나, 미국은 1932년 올림픽 전까지는 야외에서만 경기를 했다고 합니다. 1932년 레이크 플레시드 올림픽 피겨 스케이팅의 우승자는 모두 유럽 선수들이었습니다. 


1932년 레이크 플레시드 올림픽에서 스피드 스케이팅 2관왕이 된 존 셰아의 유니폼과 스케이트 

피겨 이외에도 다른 빙상종목 역시 레이크 플레시드 올림픽을 계기로 발전합니다. (레이크 플레시드 동계올림픽 박물관)


이때부터 실내 링크로 피겨의 시설기반이 이동하면서 

실외 링크의 강자였던 노르웨이, 스웨덴의 피겨도 상대적으로 약해지기 시작하죠.


1948년 북미 스케이팅은 빛을 발합니다.

미국이 세계의 경찰이 되기 시작한 시기이기도 하죠.

1948년 유로에서의 미국의 딕 버튼, 캐나다 (고) 바바라 앤 스콧

북미 스케이터의 남여 싱글 동반 우승

그러한 중심 이동의 상징적인 신호탄이었죠. 

딕 버튼과 바바라 앤 스콧은 아직도 비유럽인으로서 

유로에서 우승한 유일한 스케이터로 남아있죠.

다음해 부터 유럽의 회원국들이

비유럽 선수의 유로 출전을 금지해버렸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같은 해 열린 세계선수권과 올림픽에서

버튼과 스콧은 남여 동반 우승을 달성합니다.

미국과 캐나다의 피겨 스케이팅 사상 최초의 올림픽 금메달이었죠.


딕 버튼 선수가 생 모리츠 올림픽 입장식에서 입업던 대표팀 단복, 레이크 플레시드 동계올림픽 박물관


바바라 앤 스콧, 딕 버튼 (c) GERALD WALLER / ©STARS AND STRIPES



관련해서 지난 2012 레이크 플레시드 JGP에 갔다가

동계올림픽 박물관을 다녀온적이 있어요. 링크합니다.

관련포스팅 링크: 레이크 플레시드에서 배운 것들


이후 피겨 스케이팅계는

아댄과 페어 종목에서의 소련 절대 강세에 힘입어

냉전체제의 자본주의 vs. 공산주의의 대결을 재현합니다.


냉전체제의 스포츠 대결의 정점은 바로 1980 레이크 플레시드 올림픽의 미국 vs 소련의 아이스 하키 대결이었죠.

레이크 플레시드 링크 입구 계단에서 보이는 "미라클 온 아이스" 사진,


미국, 캐나다, 영국, 프랑스, 이태리 vs. 소련, 동독

이른바 서유럽 블록과 동유럽 블록의 힘겨루기가 

1989년 베를린 장벽이 무너지기까지

지속됩니다.


동독을 대표해 공산주의의 얼굴 역할을 한

카타리나 비트가 그 대표적인 사례였죠.

관련 포스팅: 카나리나 비트 다큐멘터리 "The Diplomat"-피겨버전 "백야" 혹은 "타인의 삶"





카타리나 비트, 캘거리 올림픽 시상식 (c) Daniel Janin/AFP/Getty


4대륙 선수권은 2류 챔피언쉽?


유럽과 대항하기 위해 미국과 캐나다는

2년에 한번씩 교대로 주최하는 북아메리카 챔피언쉽을

1923년부터 1971년까지 개최해왔습니다.

북아메리카 챔피언쉽이라고 해봐야 미국과 캐나다의 대회였죠.

1949년부터 비유럽 스케이터들의 유럽챔피언쉽 참가가 금지되면서

이 대회는 미국과 캐나다 엘리트 스케이터들에게는 더욱 중요해졌습니다.


1973년의 북아메리카 챔피언쉽이 취소되면서

이후 스케이트 아메리카와 스케이트 캐나다가

북아메리카 챔피언쉽을 대체하게 되었고,

이들 SA와 SC에는 미국, 캐나다 이외의 선수들도 참가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그리고 피겨의 변방이던 아시아는

1980년대 후반부터 1990년대 중반까지 이토 미도리, 첸 루 등의 

여자 싱글 선수들이 월드와 올림픽의 포디움에 오르며

세계 피겨계의 중심으로의 진입을 시도합니다.


1992 알베르빌 올림픽, 이토 미도리크리스티 야마구치에 이어 은메달을 획득. (c) Bob Martin / Allsport

첸루가 중국 스케이터 최초로 세계챔피언이 된 1995 세계선수권 시상식, 왼쪽부터 수리아 보날리, 첸루, 니콜 보벡


4대륙 선수권은 1999년 캐나다 핼리팩스에서 첫 대회가 열린 후

17번째 대회를 맞이하게 됩니다.

첫번째 4대륙 선수권에서 우승한

쉔 슈 / 자오 홍보 팀은 한달 뒤 열린 세계선수권에서 2위를 기록하며

아시아 페어로는 처음으로 세계선수권 포디움에 오르죠.


98/99 시즌 프리 프로그램 "뮬란"



4대륙 선수권 개최지를 보면 의외의 사실을 발견할 수 있는데요.

이번 대회까지 한국은 5번째로 4대륙 선수권을 개최하게 되어

최다 개최국이 되었습니다.


캐나다, 미국, 일본, 중국 등 그랑프리를 개최하는 

이른바 피겨 강대국을 제치고

한국이 가장 많이 개최한 이유는 무엇일까요?

바로 그동안 4대륙 선수권이 속이 없는, 

다소 인정받지 못하는 챔피언쉽 대회이기 때문입니다.


40년대부터 피겨의 중심으로 진입한 미국과 캐나다

20세기 후반부터 변방에서 벗어난 일본, 중국 

그리고 20세기 초반부터 급속하게 떠오르고 있는 한국까지

북미와 아시아 피겨의 위상이 높아지고 있음에도

아직 4대륙선수권이 2류 챔피언쉽으로 인식되는 이유는

물론 그 역사가 짧은 것도 있지만,

사실상 각 국가의 베스트 선수들이 참가하지 않기 때문인데요.


가까운 곳에서 열려서

기껏해야 시차 변화가 2시간 이내인 

유러피안 챔피언쉽과 달리


4대륙 선수권은 북미와 아시아에서 훈련하는 선수들이

각각 다른 대륙에서 대회가 열릴 경우

시차 적응 등에서 큰 노력이 필요합니다.

4대륙 선수권에 참가하다가 자칫하면 세계선수권 혹은 올림픽을 앞둔 상황에서

컨디션 조절에 실패할 수도 있죠.


이번에 불참하는 애슐리 와그너가 세계선수권을 앞두고

컨디션 조절을 위해 불참하는 것도 그러한 이유이죠.


이렇게 이른바 1진 선수들이 불참함에도

그동안 4대륙 선수권은 실제로 포디움만 보면

미국, 캐나다, 일본, 중국의 대회였습니다.

워낙 선수층이 두터웠기 때문이죠.


지금까지 16번 열린 4대륙 선수권에서 

그랑프리 개최국인 4개국가(미,캐,일,중)의 스케이터들을 제외하고 

포디움에 오른 다른 국적의 선수는 지난 대회까지 단 2명입니다.

1999 여자싱글의 우즈베키스탄 스케이터 타티아나 말리리나

그리고 

2009 한국의 김연아 선수입니다.

김연아 선수는 단한번 출전한 2009 4대륙 선수권에서 

"죽음의 무도"로 쇼트 세계 신기록을 세우면서 우승을 차지합니다.




이번 대회에서 데니스 텐이 포디움에 올라

카자흐스탄이 4대륙 포디움을 배출한 

7번째 국가가 될지도 지켜봐야겠죠.


재조명받는 4대륙 선수권


최근 유로에 대한 주된 논란은

점수의 인플레이션입니다.

소치 올림픽 전 인플래이션 된 점수로

유럽 선수들의 점수를 올려주며

소치 판정 스캔들의 발판이 되더니

이번 유로 역시 인플레이션 된 점수로 논란이 많습니다.


소치 올림픽을 계기로 

피겨 판정의 점수는 이제 끝가는 곳을 모르고

인플레이션 되기 시작한 것을 재확인시켜 주었죠.

이번 시즌 각국의 내셔널에서부터 시작한 점수 인플레이션은 (한국은 제외)

절대비교 채점제도와 신기록의 의미가 더 이상 없어지게 할 듯 합니다.


이러한 유로에서의 점수 인플레이션에 대해

미국, 캐나다, 일본은 세계선수권이 열리기 전에

ISU 챔피언쉽에서 유로의 높은 점수와 대항할

높은 점수를 노리고 있지 않을까 싶네요.


이번 4대륙 선수권이 주목받는 또 다른 이유는

올림픽 시즌이 끝난 후 다시 시작된 올림픽 사이클의

처음 열리는 4대륙 선수권이라는 점인데요.

본격적인 세대 교체가 이루어지는 대회라고 할수 있고,

앞에서 이야기한 유로 대항마로서의 성격 때문인지

다른 시즌과 달리 부상당한 선수를 제외하고는 각국의 1진 선수들이 참가합니다.


거의 대부분의 종목에서 3월 중순 열리는

세계선수권 (중국 상하이)에 각국을 대표해서 나갈 출전 멤버들입니다.


그런 점에서 이번 4대륙 선수권은

밴쿠버 올림픽 직전에 열려서 

김 빠진 대회였던 2010 전주 4대륙 선수권과는 

다른 수준의 대회라 할 수 있죠.


꼭 직관하시기를 다시한번 강조드립니다.

남여 싱글은 물론 특히 국내에서 보기 힘든

탑 아댄팀과 페어팀의 컴피 경기를 놓치지 마세요.

같은 팀의 퍼포먼스라도 아이스쇼와 컴피는 많이 다르더군요.


이번 대회의 또다른 의미는 비록 평창올림픽이 열리는 링크는 아니지만

3년후 평창올림픽을 개최하는 한국에서 열리는 대회라는 점인데요.


참고로 2017 4대륙 선수권은 2018 평창 올림픽 피겨 경기가 열릴

강릉의 피겨 링크에서 열립니다.

2009 밴쿠버에서 열린 4대륙 선수권과 마찬가지로

미리 링크를 경험하기 위해 각국의 베스트 선수들이

참가하지 않을까하는 생각이 드네요.


일단 4대륙에 대한 소개는 이정도로 하고

이제 본격적인 프리뷰를 차례로 올리겠습니다.


우선 이미 올린 티켓팅 포스팅을 다시한번 링크합니다.

관련포스팅: 2015 4대륙 선수권 티켓팅 안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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