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랜만에 다시 세계선수권 포스팅을 합니다.
김진서 선수의 쇼트 경기 사진을 미리 올려놓았는데요.
좀더 상세하게 그날 직관했던 이야기를 해보려고 합니다.
벌써 1달이 지난 경기지만, 그래도 조금씩 기억을 살려서 이야기해볼게요.
김진서 선수의 첫 시니어 세계선수권 경기는
3월 13일 오후에 예정되어 있었습니다.
오프닝 세레모니를 마친 이후였죠.
몇주 전 부상을 당했다는 이야기를 들은터라
공식연습에서도 그렇고,
이번 경기에서도 부상없이 무사히 마치기만을 바랬습니다.
하지만 쇼트 당일 웜업에 들어선 김진서 선수의 모습을 보니 또 기대가 되더군요.
사실 공식연습에서
가끔 부상당한 곳이 아픈듯 어깨를 자주 돌렸지만,
점프의 컨시는 꽤 괜찮았습니다.
3월 12일,
점심에는 메인링크에서 쇼트를
밤 10시부터 보조링크에서 프리를 런스루 및 연습했는데요.
쇼트 런스루에서는 마지막 콤비네이션 점프의 연결토룹에서 스텝 아웃 했지만,
트리플 악셀을 포함한 나머지 점프를 모두 무난하게 랜딩했습니다.
같은 공식연습 그룹에 속한 하비에르 페르난데즈 선수 그리고 그 뒤로 김진서 선수의 모습이 보이네요.
밤10시부터 마지막 그룹으로 나선 보조링크에서의 연습에서는
김진서 선수가 속한 그룹 선수들이 김진서 선수를 제외하고 모두 불참해서
홀로 런스루와 웜업을 하는 의도하지 않은 1인 대관 연습을 하게 되었습니다.
시작시 10명 정도되던 관중들은 김진서 선수 런스루시 7명으로 줄었는데요.
그나마 이중 한명은 진서선수 어머니, 그리고 한명은 저였습니다.
프리 프로그램 런스루에서 첫 트리플 악셀을 싱글로 팝했으나
두번째 트리플 악셀을 랜딩했고,
트리플 점프 하나를 놓친 것 말고는 대부분의 점프를 성공하였습니다.
7명의 관중을 위한 런스루 후의 인사, 7명의 관중들 앞에서였지만 김진서 선수는 모든 점프와 안무 하나하나에 정성을 다하는 모습을 보여 주었고, 관중들은 모든 점프에 박수를 치며 답례를 했습니다.
이제 남자 쇼트가 열리는 3월 13일 오후,
어느새 정빙이 끝나고...
경기가 시작됩니다.
1그룹 첫번째 선수로 카자흐스탄의 아브잘 라킴가리예프 선수가 나옵니다.
첫 그룹의 선수들은 큰 대회라 그런지 실수를 많이 했습니다.
4대륙에서 좋은 경기를 보여주었던 필리핀의 크리스토퍼 칼루자 선수는
50점이 안되는 점수를 기록했고,
유럽선수권에서 좋은 모습을 보여준
오스트리아의 빅토르 파이퍼 선수도 시즌 베스트를 깨지 못하고 64.10을 기록합니다.
2그룹 첫번째 선수인 벨라루시의 파벨 이그나텐코 선수는 기권을 합니다.
2그룹 경기가 끝난 현재 60점 미만의 선수는 기권포함 6명.
이제 3그룹 경기가 시작됩니다.
김진서 선수는 3번째 순서
이제 김진서 선수가 나섭니다.
대담한 자세로 온몸을 던지며 경기에 임하는 선수라
(부상에 대한) 걱정 반 (성적에 대한) 기대 반이었죠.
이번 쇼트의 첫번째 목표는 24위까지 주어지는 프리 경기 진출
이른바 프리컷 통과였습니다.
16세 소년은 그렇게 시니어 월드의 첫 활주를 시작합니다.
SBS 버젼
캐나다 CBC 버젼
첫 점프인 트리플 악셀을 좋은 높이로 랜딩합니다.
그리고 두번째 점프 트리플 럿츠도 랜딩합니다.
스텝 시퀀스에서 김진서 선수는 관중들의 호응을 이끌어내었고,
관중들은 박수로 리듬을 맞추어줍니다.
마지막 점프,
콤비점프의 첫 점프 트리플 토를 랜딩합니다.
랜딩이 약간 밀렸지만, 후속 점프로 트리플 토를 패기있게 붙입니다.
"앗~~~" 랜딩에 성공하는 듯 보입니다.
하지만 바로 그 때 다리를 빼기 전 넘어집니다.
"어휴...."
경기를 보던 저는 아쉬움의 탄성을 내뱉으며 머리를 감싸쥡니다.
하지만 김진서 선수는 재빨리 일어나 다음 안무를 수행해 나가더군요.
경기가 끝나고 관중들의 환호가 나옵니다.
그렇게 시니어 월드의 첫 경기를 마칩니다.
60.75의 점수.
지난 주니어 그랑프리에서 특히 쇼트에서 약한 모습을 보여주어
ISU 퍼스널 베스트를 세웠지만,
지난 NRW 트로피와 국내 대회에서의 성적보다는 낮은 점수입니다.
저는 대회 소식지에 있는 남자 쇼트 엔트리에
계속 다음 선수들의 성적을 적기 시작했습니다.
지금까지 김진서 선수보다 성적이 낮은 선수는 8명
이후에 3명의 선수가 60.75보다 낮은 점수를 받으면
김진서 선수는 프리 경기에 진출합니다.
대회 소식지 Daily Spin 지금 보니 프랑스어 버젼이었네요...
(나중에 영상을 보니)
키스 앤 크라이에서 점수를 기다리며
"아 끝났다"라고 김진서 선수가 말하자,
류종현 코치님이 이렇게 말합니다.
"뭐가 끝나..이 사람아, (프리 경기에서) 또 한번 타야지"
아쉽게도 류종현 코치의 소망은 이루어지지 않았습니다.
60.75로 쇼트 26위. 24명이 진출하는 프리컷에 2위 모자른 순위였습니다.
24위와는 단 1.13 차이.
마지막 점프에서 넘어지지만 않았다면, 프리컷을 통과했을 것입니다.
게다가 이번 세계선수권은 올림픽 출전권이 걸려있는 경기라서 더욱 아쉬웠습니다.
김진서 선수의 쇼트 경기가 끝난 후 제 옆자리에 있던 캐나다 관중에게
김진서 선수가 16살이라고 이야기했습니다.
그러자 "He has a bright future" (창창한 미래가 있네)
라고 놀라워하더군요.
....
이틀이 지난 후 저녁, 보조링크에서
김연아 선수의 연습을 응원하기 위해 온
김진서 선수를 볼수 있었습니다.
아쉽게도 프리컷에서 탈락했지만, 역시 밝은 표정이라 마음이 놓였습니다.
이제 시작일 뿐이니까요.
* 제가 구독중인 피겨 스케이팅 잡지인
International Figure Skating 6월호가 세계선수권 특집이었습니다.
물론 이번 커버스토리는 김연아 선수였구요...
이 잡지의 마지막 부분에 김진서 선수에 관한 짧막한 언급이 있었습니다.
최연장자와 최연소자의 나이차이를 강조하며,
바로 이번 대회 최연소 남자 선수로 김진서 선수의 이름이 실렸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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