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2 그랑프리 컵 오브 러시아 (로스텔레콤 컵) 아이스 댄스 프리 결과

우승은 테사 버츄 / 스캇 모이어가 차지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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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위는 엘레나 일리니크 / 니키타 카찰라포프


1위, 2위는 예상되었대로 결과가 나왔고,

일리니크 / 카찰라포프가 넘어지는 바람에 홈링크였음에도

15점이라는 점수차이가 났습니다.

3위가 4위가 마야 시부타니/ 알렉스 시부타니 라는 것이 조금 의외였죠. 


순위를 보면 평범한 컴피였던 것 같지만,

사실 이날의 프리댄스 경기는 참 평범하지 않게 흘러갔습니다.

정말 이상한 날이었습니다.


후반부 마지막으로 경기한 상위 6팀이 모두

디덕션을 받거나 

프로그램에서 예상하지 못한 문제가 발생하는 

흔하지 않은 일들이 차례로 일어났는데요.


디덕션과 문제의 종류들도 참 다양했습니다.

차례대로 한번 나열해 보겠습니다.


리프트 시간 초과

부적절한 의상 

리프트에서 넘어짐

선수의 부상으로 인한 일시 중단

스텝에서 미끌어지며 넘어짐

리프트 시간 초과


아이스 댄스에서 나올수 있는 거의 대부분의 

해프닝이 다 일어났습니다.


오늘은 순위나 점수 보다는

버츄/모이어와 일리니크/카찰라포프 팀의 

프리 댄스 프로그램에 대해서 이야기 해보고자 합니다.

두 팀이 보여준 새로운 아이스 댄스에 대한 저의 개인적인 생각입니다.

시부타니 남매의 프로그램에 대해서도 조금 길게 써봤습니다.


1. 테사 버츄 / 스캇 모이어 Tessa Virtue / Scott Moir FD 2012 Cup of Russia

  카르멘 Carmen by Bizet


버츄 / 모이어는 지난 프리에서의 기술적 실수들을 만회하지 못하고

스케이트 캐나다의 프리점수(104.32) 보다 0.98 떨어진

103.34의 점수를 받았습니다.


지난 시즌 버츄/모이어는 

두 번의 그랑프리에서 

106.73, 105.75를 받은바 있습니다.


이번 프리는 기술적으로 여전히 해결해야 할 점이 있음을 보여주었지만,

그러함에도 역시 감탄을 하게 하였는데요.


첫 공개 때의 충격 때문인지, 지난 스케이트 캐나다에서는

대부분 "놀랍다"가 첫 반응이었다면,

이번 컵오브 러시아의 프리 댄스 이후에는

차츰 피겨 스케이팅 팬들 사이에서도

호불호가 나오기 시작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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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히 스핀과 리프트를 거의 새로운 기술로 바꾸어 나온만큼

이것을 스코어 면에서 면밀하게 검토하고 수정해주었을

마치 고집센 감독을 설득할 프로듀서 같은 

슈필반트의 빈자리는 커보였습니다.



올시즌 슈필반트 코치를 선택한

카펠리니/라노케 그리고 척/베이츠 팀이

기술적으로 성장한 것을 본다면 더욱 그렇지요.


하지만, 버츄/ 모이어가 다른 레벨에 있다는 것을 염두에 둘때,

(그리고 이번 시즌을 계기로 확실히 더 다른 레벨로 가는 것 같습니다.)

저는 안전하지 않은 길을 간다는 것에 환호를 보내고 싶습니다.

그것이 레전드가 될 선수들과 아닌 선수들을 가르는 작지만 큰 차이인 것 같습니다.



이번 시즌 버츄/ 모이어가 세계선수권 우승을 하지 못한다 하더라도

저는 많이 아쉽지는 않을 것 같습니다..(사실 아쉽겠죠....으....)


비록 새로운 시도로 점수에서 다소 손해를 볼 때가 있더라도

그리고 어떨때는 그 시도가 너무 멀리나가 받아들여지지 않더라도.

모두가 시도했던 것을 안전하게 따라하는 선수들이 있는가 하면,

(예를 들어 블랙 스완 열풍이 지난 시즌 이미 지나간 이후에 백조를 들고 나온다던가)

트렌드를 이끌어가는 선수들이 있다는 것을 누구보다도 팬들은 잘알고 있으니까요.

(우아하고 예쁜 것만 추구하던 여자싱글 프로그램에 죽음의 무도로 충격을 안겨준 것처럼)


그것이 진정한 예술성이 아닐지요?

모두가 좋아하는 창의력이란 있을 수 없습니다.

 

2. 엘레나 일리니크 / 니키타 카찰랴포프 Elena Ilinikh / Nikita Katsalapov FD 2012 COR

뮤지컬 사랑과 영혼 Ghost the Musical


그렇다면, 일리니크/카찰라포프의 시도는 어떻게 봐야할까요?


일리니크/ 카찰라포프의 프리 댄스는

뮤지컬 "사랑과 영혼" (Ghost)입니다. 


뮤지컬 "사랑과 영혼" (Ghost)은

원래 1990년에 개봉한 영화가 원작인데요.

그 유명한 도자기 만드는 씬이 등장하는

바로 그 영화입니다.


영화 "사랑과 영혼" Ghost의 그 유명한 도자기 씬 (출처: 위키피디아)


패트릭 스웨이지, 

데미 무어 (애슈틴 커쳐의 전처로 기억되는 이제는 믿기지 않겠지만 당시 청순의 대명사로...그래서 여대생들이 다들 "사랑과 영혼"의 몰리의 컷트를 하게 한) 

그리고 영매역할로 우피 골드버그가 주연한 영화입니다.

제목 번안은 지금 생각해도 정말 훌륭합니다...사랑과 영혼이라..."유령" 혹은 "고스트"면 흥행이 어땠을까요?

영화 "사랑과 영혼" 트레일러 입니다.



일리니크 / 카찰라포프의 프리 프로그램으로 사용한 음악은 뮤지컬로 각색한 버젼입니다.

2011년 영국 맨체스터에서 초연한 후 런던의 웨스트 엔드를 거쳐

2012 년 7월 미국 뉴욕 브로드웨이에서도 공연을 시작했다고 합니다.


뮤지컬 Ghost의 포스터 (출처: 위키피디아)





뮤지컬 이야기를 조금 해보죠.

뮤지컬은

플롯과 캐릭터들의 감정의 변화를

노래와 가사 그리고 한정된 대사 속에 응축해서 넣어야 하는 장르입니다.

노래도 하고, 스펙터클도 보여주고 이야기도 진행하려면

시간이 없기 때문이죠.


그렇기 때문에 관객들로 하여금 캐릭터에 몰입시키려면,

감정이 때로는 너무 과잉되어 감상적으로 드러나기도 하고,

플롯이 너무 단순 간단하게 되어, 설득력이 떨어지기도 합니다.


이러한 점은 뮤지컬이라는 장르가

연극보다 대중적으로 쉽게 인기를 얻는 이유이기도 하고,

그만큼 싫어하는 사람이 있는 이유이기도 합니다.


그래서 미국의 브로드웨이 뮤지컬 혹은 영국의 웨스트엔드 뮤지컬은 

연극판 헐리우드 버젼이라고 하기도 하죠.


다시 아이스 댄스 이야기로 돌아오면,

가사 있는 음악은 관중들이 프로그램의 플롯 이해와

감정 이입에 도움이 됩니다.

관련포스팅: [ISU 헌정 칼럼] 그랑프리 출전, 랭킹, 싱글 가사 도입 그리고 "그들"의 꼼수

그래서, 이미 여러번 포스팅했던 것처럼 

심판진과 관중들이 더 익숙한 영어를 사용하는 영어권 선수들에게 유리할 수 밖에 없고,

비영어권, 혹은 비유럽어권 스케이터들에게 불리하기도 하구요. 

그러나 잊지 말아야 할 것은

이러한 보컬 사용의 목적은 바로 스케이터들의 동작과 프로그램에 시선을 더 모으기 위한 것입니다.


대중음악 혹은 팝송은 가사가 있어도 그 자체로

3분 혹은 4분의 분량으로 내러티브가 완결됩니다.

그렇기 때문에 피겨 스케이팅 프로그램으로 사용되어도 

별다른 무리가 없죠.


하지만, 뮤지컬의 경우는 조금 더 조심스러운 면이 있습니다.

한 곡의 정서가 완결되는 경우도 있지만 

대개는 플롯 안에서의 역할이 있고, 내러티브가 한 곡안에서 완결되지 않습니다.

즉 컨텍스트라는 것이 존재하는 거죠.

또한 뮤지컬은 선율 자체가 좀더 드라마틱합니다.

잘못 사용할 경우 프로그램이 아닌 그 뮤지컬에 집중하게 된다는 것이죠.


그래서 조심스럽게 사용해야 할 가사 있는 뮤지컬 음악을

일리니크/ 카찰라포프 팀은 

여기에 더 나아가 대사까지 집어 넣었습니다.


특히 일리니크/ 카찰라포프 팀이 사용한 뮤지컬 "사랑과 영혼"의 경우 이미

영화를 뮤지컬로 만들면서 감정과 플롯의 축약이 이루어진 뮤지컬인데요.

이 뮤지컬의 노래 뿐만 아니라 대사까지 넣어서

아이스 댄스 프로그램 자체에 대한 몰입을 어렵게 만들었습니다.


예를 들어 Unchained Melody를 남자 주인공 목소리로 부르는 초반부는

몰입이 잘 되었던 것 같습니다. 

물론 뮤지컬 스코어 보다 영화에 삽입된 Righteous Brothers의 음악을  썼으면 어땠을까

하는 아쉬움도 듭니다.




하지만, 주인공이 (영화 안보신분 스포일러 주의) 

강도에 의해 죽게 되는 과정과 긴박한 대사부터

집중력을 잃게 되었습니다.

대사가 없이 총소리 정도로 간단하게 효과음을 넣었다면

충분했을 것 같고,

Help라는 여주인공의 대사 대신 절규하는 일리닉의 안무만 있었다면

이 지점은 관중들을 더욱 집중하게 하는 이 프로그램의 키 포인트가 되었을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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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부분 뮤지컬 보다는 사랑과 영혼의 원작 영화를 많이 봤을 텐데요.

영화를 이미 본 사람들은 주인공인 Sam과 Moly의 긴박한 대사를 들으며

아이스 댄싱에 집중하기 보다는 영화의 장면을 떠올리게 될 듯 합니다.



이러한 점이 "사랑과 영혼"을 극장에서 봤던

그리고 모든 패스트푸드점에서 한 때 "언체인드 멜로디"가 나오던

시절을 보냈던 제가 

일리니크/카찰라포프의 "사랑과 영혼"에 몰입하지 못했던 이유가 아닐까 합니다.


영화 "사랑과 영혼" Ghost 의 포스터 (출처: wikipedia)


영화를 안 본사람들은 어땠을까요?

아마도 갑작스런 긴박한 대사로부터 스토리를 추측하느라 더욱 혼란스러웠을 것입니다.


일리니크/카찰라포프는 이제 막 알려지기 시작한 주니어 팀도 아니고,

이제 "그 다음 그룹"에서 바로 "탑 그룹"으로 도약하려고 하는 팀입니다.



이러한 팀에게 사실 가사의 도움은 그다지 중요하지 않습니다.

버츄/ 모이어의 카르멘이 오페라임에도 가사가 없는 것.

그리고 데이비스/ 화이트의 "노틀담 드 파리"가 본인들도 가사 이해가 쉽지 않은 프랑스어 인것을

되새겨볼 필요가 있습니다.

탑 스케이터들에게 있어서 프로그램의 가사는 그 분위기만 은근히 전해주는 정도만 되어도 충분하니까요.


쇼트의 경우 반항기 넘치는 시도가 재미있었으나, 

프리의 경우는 다소 과했던 것 같습니다. 이번에는 모로조프가 너무 많이 나갔네요.


안무가로서의 모로조프는 중간이 없는 것 같습니다.

싱글에서 점수를 위해 모든 안무를 생략해서 졸리게 하던지,

아니면 너무 새로운 시도를 해서 당황하게 하던지...


하지만 

그러다 가끔씩 좋은 프로그램도 나오죠...힙합 백조처럼.


타니스 벨빈의 은퇴 이후의 외모 경쟁에서

"미모레벨 4"를 공인받는 아이스 댄스계의 키이라 코르피, 

엘레나 일리니크의 미모가 제대로 빛을 발하는 것은 언제가 될까요?


주니어 시절 이 팀을 빛나게 하던 

"쉰들러 리스트" 프로그램의 여운이 겹쳐 보이며 더욱 아쉽습니다.

그 당시의 코치는 알렉산더 줄린(Alexander Zhulin) 이었습니다.


엘레나 일리니크 / 니키타 카찰랴포프 Elena Ilinikh / Nikita Katsalapov FD 2010 Junior Worlds

쉰들러 리스트 Shindler's Lis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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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서 왜 니맘대로

버츄/모이어의 시도는 아방가르드고,

일리니크/카찰라포프의 시도는 뻘타냐?

라는 불만이 나올수 있는데요....


예, 좋은 질문입니다. (영어식 문장이군요...-_-)

솔직히 말하자면 좀 애매합니다.

(뭐 제 마음이 가는대로 이기도 하구요...^____^)


진정성이 있는 시도(예술)냐, 치기어린 장난(키치)이냐 하는 것은 

사실 간단하게 말하기 쉽지 않습니다.

키치도 키치 나름대로의 의미가 있고, 

사실 예술이냐 키치냐를 이분법적으로 구분하는 것도 

이미 한물 지나간 답답한 태도이기도 하구요.


그래도 굳이 버츄/모이어의 프로그램과 일리니크/카찰라포프의 프로그램을

다르게 보는 이유를 대보자면....


우선 작가성이라는 것이 중요합니다.

제가 보기에

버츄/모이어는 주에바의 안무를 받아쓰는 것이 아닌 이것을 해석해가며 이끌어가는 팀이라면,

일리니크/카찰라포프는 자신들이 프로그램을 이끌어가는 것이 아닌,

모로조프가 주문 생산하는 또하나의 라인 같다는 생각이 든다는 것이죠.


그리고 또하나의 차이점은

시도를 통해서 그 이상의 것들을 보여주려 하는가 vs. 시도 자체를 강조하느냐


마지막으로

시스템을 뛰어넘느냐 (재해석) vs. 시스템을 잘못 이해하느냐 (오독) 


기본 스케치와 고전적인 화풍의 그림을 못그리는 피카소였다면

피카소의 시도는 새로운 예술로 받아들여지지 않았을 것입니다.

피카소가 발전해온 길이 있었기 때문에

피카소의 입체파적인 시도가 있었을 때

시스템을 뛰어넘는 진정성으로 받아들여진 것이죠.


대략 이 정도의 생각입니다.


3. 빅토리아 시니치나 / 루슬란 지간신 Victoria Sinitsina/Ruslan Zhiganshin FD 2012 COR

    Spiagge lontane (by Sergio Cammariere)


시니치나/ 지간신 팀의 프로그램은

주니어를 벗어나 시니어로 데뷔하는 팀의 성격을 잘 살린 

전략적으로 잘 선택된 프로그램이라고 생각합니다.


출처: http://web.icenetwork.com/photos/gallery.jsp?content_id=40234686 (c) getty image


시니어 데뷔에서 필요한

성숙하고 열정적인 분위기를 잘 보여주고 있더군요.


물론 홈링크인 점도 이 팀에게 큰 도움이 되었겠죠.




4. 마야 시부타니 / 알렉스 시부타니 Maia Shibutani/Alex Shibutani 2012 COR

   게이샤의 추억 Memoirs of a Geisha OST


쇼트의 부진이 심리적 육체적으로 부담이 되었을까요?

중간에 알렉스 시부타니가 첫번째 리프트 직전 갑자기 통증을 느끼며, 프로그램을 중단합니다.

(나중에 알려진 바로는 갑작스런 근육 경련 이었다고 합니다.)

결국 중단되었다가 다시 재개되기는 했지만,

알렉스 시부타니의 통증이 완전히 가시지 않은 듯 프로그램이 자연스럽지 않았는데요.


중간에 중단을 해서 이번 프리를 가지고 하락을 이야기하기는 어렵더라도,

지난 쇼트 경기를 보아도, 지난 시즌 시부타니 남매의 상대가 되지 않았던

척/베이츠는 이미 이번 시즌 그랑프리에서 쇼트 스코어에서 앞섰고,

시부타니 팀과 함께 경쟁하던 카펠리니/라노테는 이미 멀리 앞서가고 있습니다.


갑작스런 중단은 프리가 시부타니팀이 이번 시즌 야심차게 준비한 프로그램이라 더 아쉬웠을 듯 합니다.

마야 시부타니와 알렉스 시부타니는 남매 팀이라는 한계와 주니어스러운 프로그램의 한계를 깨버리려는 듯

일본계 미국인의 정체성을 내세우며 성숙한 프로그램을 보여주려 한 듯 한데요. 


이러한 전략은 사실 시부타니 팀의 한계 혹은 이들에 대한 고정관념에서 출발한 것이기도 합니다.

1. 남매팀으로 부딪히는 케미의 부족,

2. 실제로 동안인데다가 동양인의 외모에서 비롯되는 어린 느낌

(특히 서구인들은 동양인들을 더 어리게 보더군요.)

이 또한 고정관념(stereotype) 이지만

3. 이스트 아시안의 모범생스러운 이미지 

(그래서 춤을 즐겁게 잘 못 출것 같은...실제로 미국 피겨 스케이터를 대상으로 한 현역 미국 스케이터 중에

누가 대통령 후보로 어울리냐에서 알렉스 시부타니는 많은 표를 받았습니다.

이런 점에서 최근의 K Pop 열풍과 강남 스타일의 의미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이 세가지 요소 혹은 고정관념은 시니어 아이스 댄서로는

커다란 약점입니다.

(물론 다른 분야에서는 강점일수도 있고 약점일수도 있습니다.)


이러한 약점을 넘어서려한 의도는 좋았으나 그 선택은 의문을 들게 합니다. 

이들은 프리 댄스 음악으로 "게이샤의 추억"을 들고 나왔습니다.


중국여배우 장쯔이, 공리가 주연을 해서, 중국내에서 논란이 많았습니다. 


이러한 시도는 그리 (사실은 전혀) 새롭지 않습니다.

물론 일본의 전통춤을 접목시키려 했다고 하지만,

이미 안도 미키, 미라이 나가수 등 "게이샤의 추억" OST를 시도했던 (그리고 실패한) 스케이터도 많이 있구요.


만약 일본계 미국인으로서의 정체성을 보여주고 싶었다면, 

좀더 과감하고 다른 시도를 했으면 좋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입니다.


"게이샤의 추억" 자체가 철저히 서양인들의 시각에서 보고 싶어하는 일본 

혹은 아시아의 이미지를 부각시킨 영화이기 때문이죠.

그 원조 격으로는 푸치니의 오페라 "나비부인" 정도가 있겠네요.



다시 생각해보면, 어쩌면 서구가 보는 아시아의 시각에 그리고 그들의 발전모델에 자신을 맞추는 것이 

일본의 전략이었고, 한편으로는 그들이 가진 본질적인 한계일 수도 있다는 생각도 들기는 합니다만...

(한국도 그리고 저역시 정도의 차이가 있을 뿐 이러한 태도에서 자유롭지는 않습니다. 

일본 기업 꺾고 세계 가전 업계 1위 되었다고 좋아할 때만은 아닌거죠.)


저는 시부타니 팀의 돌파구는 

오히려 그들이 일본인이 아니라

일본계 미국인이라는 것을 더 철저하게 인식하는 것이 아닐까 하는 생각을 해봅니다.

일본 팬들의 플랭카드에 그려진 것 같은

일본과 미국 깃발 사이에 평화와 우호의 대사로

어정쩡하게 서있는 스탠스가 아닌 

사실 그 사이 태평양 한가운데에 고독하게 떠 있는 자신들의 정체성을 깨달을 때 

가능하지 않을까요?


그게 뭐냐 하면? 그건 저도 모르겠습니다...제 정체성이 일본계 미국인이 아닐진데...

한국계 미국인의 정체성을 한국인이라서 안다고 하는 것도 말이 안된다고 생각합니다....

시부타니 팀의 아이스 댄서로서의 정체성 이슈는 

해외에서 어린시절을 보낸 김레베카 그리고 민유라 선수의 고민과도

겹치는 부분이 있을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아시안 아이스 댄서에 대한 고정관념 역시 그것이 옳던 그르던 간에

한국에서 훈련하는 아이스댄서들에게도 

영향을 미치겠지요.

게다가 그러한 고정관념을 경험해보지 않았기 때문에

그러한 장벽에 부딪혔을 때

어쩌면 더욱 자유로울 수도 혹은 더 구속될수도 있습니다.


의상 불량으로 감점을 당합니다. 뭐가 불량한 거죠? 

 

리프트 시간 초과로 감점을 당합니다. 어느 리프트인지 찾아보세요...

참고로 이팀의 여자 댄서 넬리 지간시나는 3위를 차지한 시니치나/지간시나 팀의 루슬란 지간시나와 남매입니다.

궁금한 것은 러시아에서는 성에 여자는 a를 붙이나요? 

남매인데 여자는 지간시나, 남자는 지간신 (?) 아니면 오타인가 한국 빙연처럼 (오재웅 선수를 1년간 오재응으로 표기했던)?





그래도 결과와 프로토콜은 첨부해야겠죠?



프리댄스 프로토콜 링크

http://www.isuresults.com/results/gprus2012/gprus2012_IceDance_FD_Scores.pdf





ps. 

우연히 Unchained Melody를 사용한 

고르디예바와 그린코프에 관한 영상을 발견했어요.



영화 "사랑과 영혼"의 느낌이 살아있는

피겨 프로그램은 비록 Unchained Melody를 사용하지는 않았지만,

예카테리나 고르디예바가 사랑하는 자신의 남편인 세르게이를 갑작스럽게 떠나보낸 후

그와 함께 했던 시절을 떠올리며 

이제 혼자서 그러나 마치 세르게이가 옆에서 함께하는 듯

공연하는 바로 이 프로그램이 아닐까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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