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배들에게 항상 독설을 퍼붓고,

거리낌없이 시니컬한 농담을 하는 후배가 있었다.


선배들에게 항상 버릇없게 구는 그 후배들

동아리 동기들과 선배들은 기분 나빠했다.


그 녀석을 못마땅하게 여기는 사람들에게

나는 그렇게 말했다.


"지켜보죠.

저 녀석이 내년에 들어올 후배들이 독설을 해도

받아들여준다면

그건 합당한 거니까요...

우리가 지금까지 못 만나왔던 캐릭터인거죠.

저 녀석은 원래 권위를 싫어하는 탈 가부장적인 애라는 것이니까..."


그 다음해 신입생들이 들어왔을 때

그 녀석은 후배들한테

선배 대접 받겠다는 생각없이 친구처럼 놀았다.


그리고 기꺼이 그들의 독설을 받아들였다.

물론 그도 독설을 선후배 가리지 않고 계속 퍼부었음은 당연하다.


그 후 그 녀석은 "탈 가부장 OO"로 불리게 되었고,

지금까지 동아리 선배들과 동기들에게 친한 후배로 남아있다.

(지금 나이가 되어 보니

몇년 정도 나이차이는 차이도 아니더라...같이 늙어가는 처지에)



나는 그 후배를 지켜보듯

정희준 교수를 지켜봤다.


국민적 지지를 받고 있는 박찬호 선수에서부터 박지성 선수, 김연아 선수까지

스포츠 스타라면 가리지 않고

그의 컬럼 제목처럼 "어퍼컷", "카운터 펀치"를 날리며 (혹은 날리고 싶어하는)

독설을 퍼붓던 그였기 때문에...


지난 4월 초 나는 정말 기다렸다. 

기다리고 또 기다렸다.

오지랖 넓은 독설가 정희준 교수가 논문 표절로 논란의 중심이 되던

문대성 (당시) 국회의원 후보자에 대해서 무언가 이야기하기를...


정희준 교수는 항상 스포츠 문화, 정치 그리고 부산에 대해서 이야기해 왔다...

문대성은 이 세가지 요소의 교집합이었다....


2월 문대성의 논문 논란이 있기전, 2월 27일자 기사에

http://www.pressian.com/article/article.asp?article_num=50120227085051&Section=01

정희준 교수는

민주당의 선거전략이 흐름을 못 읽고 있다고 하면서

"한나라당은 노쇠한 정당이 맞지만 30대의 젊은 정치인들을 찾았고 또 키웠다. 그리고 이들의 이러한 노력은 꾸준했다. 16대엔 남경필, 원희룡이 있고 17대엔 김세연과 김희정을 공천하는 파격을 보였고 18대엔 홍정욱, 김동성, 강용석을 배출했다. 지금은 문대성 국제올림픽위원회 선수위원(동아대학교 교수)가 거론되고 특히 부산 사상구에 출마하는 문재인 노무현 재단 이사장의 맞상대로 무려 스물일곱 살의 손수조 후보를 아예 당 차원에서 띄워주고 있다."

고 문대성을 언급한다.


게다가

그는 문대성의 논문 표절 시비가 본격적으로 문제가 되기 전

"금메달보다 국회입성이 더 어렵다?" 라는 기사에

http://weekly.khan.co.kr/khnm.html?mode=view&dept=113&art_id=201203211118131

“운동선수들이 계속 정치에 도전해야 한다”라고 친절하게 멘트까지 따주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문대성의 논문 표절 논란이 있은 후

그는 철저하게 침묵했다...

정희준의 칼럼과 인터뷰에는

신기하게도 문대성은 무시되거나 아주 간단하게 다루어 진다.


[정희준의 '어퍼컷'] PK 혈투의 마지노선

http://www.pressian.com/article/article.asp?article_num=50120409152939&Section=01

부산 판세를 정밀하게 분석한 4월 9일의 칼럼에서

부산의 총선을 이야기하는데 문대성은

"사하(갑)의 최인호는 문대성의 논문 표절 문제가 호재가 되는 듯 했으나 열세를 뒤집기엔 시간이 너무 없어 보인다."

이 한문장에서만 언급된다.

다른 지역구가 아주 자세하게 한 단락 이상으로 언급되는 것에 비해 이게 전부다.


그건 유독 나의 생각만은 아니었던 것 같다.

http://mlbpark.donga.com/mbs/articleV.php?mbsC=bullpen&mbsIdx=727335


총선 다음 날 국제신문과의 총선 관련 인터뷰에서

그는 드디어

문당선자에 대한 이야기를 꺼냈다.

http://www.kookje.co.kr/news2011/asp/newsbody.asp?code=0100&key=20120413.22008215305

"문 당선자는 이번에 기회를 잃었다"



좀 부담스러웠겠지...그래도...총선 끝나니까 이야기 하네..

그러나 이번에도 문대성에 관한 이야기가 아니었다.

문당선자는 문재인 당선자를 이야기하는 것이었고,

문대성에 대한 이야기는 역시 한 단어도 찾아볼 수 없었다.

(혹시 인터뷰 때 강조에 강조를 했는데 신문사에 의해 편집되었다면 알려줬으면 한다.)


그리고 총선이 끝난지 20일이 지난 후

김이 다 빠진 상태에서

정희준 교수는 경향신문 4월 30일자에

"표절만 문제가 아니라..."라는 두리뭉실한 제목에

두리뭉실한 내용의

칼럼을 하나 썼을 뿐이다.

http://opinionx.khan.kr/782


경향신문이 첨부한 문대성에 관한 사진 하나가

이 글이 관련이 있겠구나라는 힌트를 줄 뿐,


그 곳에도 문대성에 대한 직접적인 비판은 찾아 볼 수 없었다.

이건 내가 그토록 기다리던

문대성에 대한 독설가 정희준의 "그 칼럼"이 아니었다.


독설가 정희준은 평소에 어떤 시스템에도 불구하고

공인의 자격을 강요하던 평상시의 그가 아니였다.


그리고

오늘 그는 또하나의 칼럼을 썼다.

[정희준의 '어퍼컷'] 운동은 아마추어, 돈벌이는 프로

http://news.naver.com/sports/index.nhn?category=general&ctg=news&mod=read&office_id=002&article_id=0001983196


"국제올림픽위원회(IOC) 위원으로 보는 사람들이 많다. 본인도 그런 영광을 바랄 것이다.

또 그것 말고도 꿈꾸는 미래가 있을 것이다. 그렇다면 젊은 지금부터 일 하나라도 똑바로 하는 버릇을 들이기 바란다.

여기저기 양다리 걸치고 주변의 배려나 편법으로 일 하는 버릇 들이지 말고. 더 이상 말 안 해도 무슨 말인지 알 것이다"


아 드디어 독설가 정희준으로 돌아왔구나,

모두가 떠들때 침묵했던 것은 모두가 침묵할 때 이야기하고 싶어서였구나

이제 드디어 문대성에 대해서 이야기를 시작 하는구나...


하지만 아니었다.

난데없는 김연아의 하이트 광고와 대학교 생활에 대한 비판이었다.


이 이야기는 김연아가 아니라

한달전 문대성 현 국회의원이 아직 국회의원이 되기전

정희준이 문대성에게 해줬어야 할 이야기이다.


그의 꾸준한 관심사였던

스포츠 문화, 정치 그리고 부산을 아우르는

문대성을 제쳐놓고

김연아 선수 부터 비판하고 싶다면


설득력이라도 있어야 한다.


너무 빤히 보이는 한가지 팩트에 대해서만 이야기해 보자


정희준은 박지성은 맥주 광고를 해도 된다는 의견을

그렇기 때문에 김연아는 안된다는 근거로 사용했다.

나 역시 박지성 선수는 당연 맥주 광고를 해도 된다고 생각한다.

아니 내가 뭔데 하라 마라 하나....


그런데 김연아 선수의 광고 출연 반대의 근거로 쓰기 위해 그는 많이 무리를 했다.


"같은 스포츠 스타인 박지성도 맥주 광고에 등장한 적이 있다.

그러나 박지성은 나이 서른둘의 프로 선수다. 박지성은 국가 대표에서도 은퇴한 상태다."


이것은 과연 무슨 뜻을 가진 문장들인가 한참 봤다.

그럴 듯 해보인다.


박지성 선수가 하이트 맥주 광고를 처음 찍고 방영된 것은

2005년, 그가 스물 다섯의 나이로

국가대표 선수로 한참 활약하던 때이다.


즉 첫번째 문장

"박지성은 맥주광고에 등장한 적이 있다"와

"나이 서른 둘"이라는 두번째 문장, "국가대표에서 은퇴한 상태다"라는 세번째 문장은 상관 관계가 없다.


스포츠 평론 전문가이데 이러한 팩트를 확인 안하고

공적인 인터넷 매체에 교수 직함을 달고 썼다면,

컬럼리스트로서의 최소한의 성의가 없는 것이고,

알고도 썼다면 그건 컬럼리스트의 양심에 관한 문제다.


아니면 정희준이 말하고자 한 것은

한 때 맥주 광고에 등장해도 은퇴하면 상관없다는 "은퇴 사면권"이거나

혹은 적어도 서른 둘이 되면 스물여섯에 현역으로 뛰며 맥주 광고 찍은 것에 대해 책임사유가 없다는

"서른 두살 사면권"

이런 주장을 하고자 한건가?


어떤 이야기라도 김연아 선수의 맥주 광고 출연에 대한

반박의 근거로 사용하기에는 웃기기는 마찬가지.


그 때 갑자기 그의 칼럼 중에 한 문장이 이상하게 눈에 들어온다.

"논란에 의견 표명을 하지 않고 묵묵부답으로 일관해왔다."


김연아 선수가 국가대표 은퇴에 관해 밝히지 않는 것에 대한 그의 의견이다.


피겨의 경우 시즌 중에 겹치지만 않으면 아이스 쇼를 참가할 수 있고,

프로와 아마의 경계가 없어져,

언제든 컴피에 복귀할 수 있는 피겨 판의

은퇴에 대한 배경지식에 대해서까지

그리고 그 이야기를 하기 위해

릴리함메르 올림픽에서의 프로 선수의 복귀 등등에 대해서

이야기 해야 겠지만,


박지성의 광고 출연 연도 조차 확인 안한 분이

이 이야기를 들으려 할 것 같지도 않다.

그냥 나는 정희준 자신이 쓴 그 문장을 3월 말부터 지금까지 보여준

그의 태도에 그대로 돌려주고 싶다.


"논란에 의견 표명을 하지 않고 묵묵부답으로 일관해왔다."


그제서야 또 한번 칼럼에 떠있는 그의 직함을 들여다봤다.

"아...그랬지"

동아대 교수

그것도 문대성이 재직했던 태권도 학과의 이웃학과인 생활체육과

 

씩 웃으며, 인터넷 브라우저를 꺼버렸다.


왠만하면 피겨 스케이팅 블로그에 이런 글 안 쓸려고 했는데..


아무리 생각해도 독설가는 독설가로서의 더 막중한 책임이 있다.

그래야 사람들이 말을 함부로 여기지 않게 되기 때문이다.


자기 반성이 없는 독설은 욕설에 불과하다.

그리고 사람들이 그것을 독설로 여기게 되면

진정한 독설가들이 너무 안되어 보인다.

 

오늘 따라 갑자기 예전의 그 후배의 페이스북에

오늘은 어떤 상쾌한 독설이 써있는지 매우 궁금해졌다.


정희준 교수에게 한 때 붙여주었던

독설가라는 말이 아깝다.


정신 건강을 위해 맥주 한잔 마셔야겠다.

이 포스팅을 읽는 청소년들은 읽고 따라하지 마시기를...

 

 

스파이럴

"피겨는 언어다"

spiral9509.tistory.com

twitter.com/spiral9509

http://opencast.naver.com/FS656/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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