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위터를 시작하면서
많은 스케이터들을 following 하고 있는데요.
가끔 소개해주고 싶은 twit 들이 있습니다.
가슴 아픈 트윗들도 많습니다...
부상 그리고 그로인해 원하지 않는 은퇴를 하게된
선수들의 나즈막하게 읊조리는 트윗들은
언제나 가슴을 아프게 합니다.
그리고 동료 선수들을 격려하는 트윗들은
항상 저를 푸근하게 만듭니다.
오늘도 그런 트윗을 접하게 되었는데
그 트윗을 보다가
스케이터, 트위터 Skater, Twitter 라는 코너를 만들어
피겨 스케이터 트위터리안을
소개하면 어떨까 하는 생각이 들었어요.
그 첫번째 주인공은 그레이시 골드 Gracie Gold 입니다. @GraceEgold
특별한 이유는 없구요.
그냥 오늘 눈에 띄였기 때문이라고 하면...좀 그런가?
사실 그레이시 골드는
제가 이번 시즌 시작전 야심차게 준비했으나,
엘리자베타 뚝따미세바 편을 처음이자 마지막으로 끝내버린
제 게으름의 증거
"과연 뜰까?" 시리즈의 두번째 주인공으로 생각하고 있었습니다.
하지만 "과연 뜰까?"는 흐지부지 "과연 쓸까?"로 바뀌었고,
대신 (또 한번 하고 사라질지도 모르는 시리즈) "스케이터, 트위터"의
첫번째 주인공이 되었네요.
그레이시 골드는
재치 넘치는 트윗이나 사진으로
트위터리안들을 즐겁게 해주는데요.
내셔널 연습을 마치고 주니어 페어 선수 매튜 블렉머 Matthew Blackmer 와 한컷
이번에는 미국 내셔널에서 첫번째 연습을 마치고
동료 선수들을 멘션하며 트윗을 날렸습니다.
그 동료선수 중 한명은 이번 내셔널 노비스 부문에 출전한
모건 플러드 Morgan Flood @morganflood 입니다.
간단한 영어지만 해석하자면 대략
그레이시 골드
축하해!!! 오늘 멋졌어. 나 역시 노비스에서 4위를 했었어 ^^;
모간 플러드
고마워요. 그레이시. 그리고 목요일 시니어 경기에서 행운을 빌어요.
모간 플러드는 제가 지부예선 (sectional)에서 부터 유심히 지켜보던 선수인데요.
사실 처음에는 애슐리 신 선수의 경기를 보려고 봤던
미드 웨스턴 지부예선 노비스 경기를
인터넷 중계로 보다가 발견했던 선수입니다.
경쾌한 쇼트 프로그램을 보여주며 강한 인상을 남겼고.
지부예선에서 120점이 넘는 점수로
이번 내셔널 노비스 경기의 가장 강력한 우승후보이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플러드는 내셔널에서 쇼트 경기를
완전히 망쳐버리며 중간 순위 10위를 기록했습니다.
이후 프리에서 놀랍게 회복하는 저력을 보이며 3위를 기록,
결국 총점 4위를 기록했습니다.
2013 미국 내셔널 노비스 프리 경기에서의 모간 플러드
(출처: http://web.icenetwork.com/photos/gallery.jsp?content_id=41066416 )
사실 지역예선과 지부예선의 4위는
꽤 만족할 만한 등수 입니다.
4위까지 바로 다음 단계의 대회에 진출하는 자격을 얻기 때문이죠.
하지만 미국 내셔널에서 4위라는 등수는 참 애매한데요.
미국 내셔널은 4위에게도 백랍 (pewter) 메달을 주고 포디움에 섭니다.
하지만 같은 pewter 메달이라도 예선때의 4위와는 기분이 좀 다릅니다.
특히 우승후보였던 선수에게는 실패한 것은 아니지만 아쉬운 등수죠.
4위를 한 모건 플러드를 보며,
그레이시는 아마도 내셔널 노비스 경기에서 4위를 했던
몇 년전의 자신이 떠올랐던 것 같습니다.
같은 스케이팅 클럽 소속도 아닌데도,
굳이 플러드에게 트윗을 날렸으니까요.
사실 그레이시 골드는
노비스에서 내셔널 4위를 하고
주니어로 데뷔한 그 다음 해에는 아예 내셔널에 진출하지도 못했습니다.
그리고 동료들이 내셔널 무대에 가있는 동안
자신은 고향의 링크에서 3+3을 완성시킵니다.
그리고 그 다음 내셔널에서 주니어 챔피언이 되고, 주니어 월드 은메달리스트가 되죠.
이러한 골드의 이야기를 알고 있을
어린 노비스 선수에게
골드의 트윗은 큰 용기가 되었을 것입니다.
골드는 조금 있다가 또 다른 트윗을 날립니다.
트윗에 등장한 다른 한명의 스케이터는
바로 자신의 쌍동이 자매
칼리 골드 Carly Gold @CarlyCGold 입니다.
간단한 영어지만 역시 해석하자면
그레이시 골드
오마하 내셔널에서의 첫 공식연습!! 순서 추첨 전에 칼리와 함께 놀다가 한 컷 !!
이란성 쌍동이인 이들 자매는
같은 스케이팅 클럽에서 같이 피겨 스케이팅을 배웁니다.
쌍동이 자매이지만 너무 다른 이들은
머리색깔도 다르고, 좋아하는 취향도 다르고, 스케이팅 스타일도 다르지만,
한가지, 서로를 아끼는 마음 만큼은 같습니다.
항상 서로를 격려하며 같이 연습하고 트윗을 날리지요.
그레이시의 경기에는 항상 칼리가 링크 사이드에 있고,
칼리의 경기에는 그레이시가 항상 링크 사이드에 있습니다.
미내셔널 전 1월11일,
그레이시 골드가 NBC 투데이쇼에 출연해서
뉴욕 맨하튼 록펠러 센터 아이스 링크에서 시범공연을 할 때도
칼리가 함께 했죠.
"투데이 쇼"는
우리에게는 싸이의 출연으로 잘 알려진
미국 전국 방송 NBC의 아침뉴스쇼 인데요.
뉴욕 맨하탄의 록펠러 센터 링크에서 라이브로 공연하는
투데이쇼 출연의 의미는
미국의 피겨 스케이터들에게는 각별합니다.
싸이도 여기에 출연하며 유튜브 스타에서 일약 미국 전역에서 알아보는 가수가 되었듯이
투데이쇼 공연은 단지 피겨 스케이팅계가 아닌
전국에서 주목하는 스케이터가 되었다는 의미이니까요.
그레이시가 이번 시즌 미국 피겨계의 대대적인 스포트라이트를 받는 동안
칼리 역시 실력이 부쩍늘어
지난 11월, 미드 웨스턴 여자 시니어 예선에서도
124.28의 점수를 받으며 훌륭한 경기를 보여주었습니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5위를 기록하며,
내셔널에 탈락했죠.
경쟁이 심했던 미드웨스턴이 아니라 퍼시픽 코스트 지부에 출전했다면
칼리 골드는 아마도 첫 시니어 시즌에
내셔널 진출에 성공했을 것입니다.
칼리 본인 외에 누구보다 아쉬웠던 사람은
바로 내셔널 시니어 첫무대에 쌍둥이 자매와 같이 서고 싶었던
그레이시일 것입니다.
이들은 서로가 링크에 서 있을 때 서로를 격려하며
각자가 더욱 좋은 모습을 보여주었기 때문입니다.
그레이시가 주니어 내셔널에서 우승하기전
그녀의 트리플 악셀 연습을 찍어 유튜브에 소개한 것도
바로 칼리였습니다.
디트로이트에서 봤던 두 자매의 모습 역시 그러했습니다.
저는 경기장에 가면
왠지는 모르겠지만 스케이팅은 물론
오프링크에서의 선수들의 태도나 모습들에
눈이 가더군요.
그 스케이터들의 경기 내용만큼이나 아니 혹은 그보다도
그들의 오프링크에서의 한장면 한장면은
이후에도 오래오래 남더군요.
여하튼 저는 피겨 관계자도 아니고
단지 피겨를 좋아하는 팬이기 때문에
솔직히
대회에서의 성적만 좋고,
다른 스케이터들이나 팬에 대한 배려는 없는
그런 선수들을 응원하고 싶은 마음은 없습니다.
그런 스케이터들은 저 같이 하찮은 팬의 응원이 없어도 본인들이 알아서 계속 잘 하겠죠...
제가 스케이터들을 좋아하는 이유는
그들의 스케이팅이 주는 순간의 아름다움과
어떨때는 이에 상반되어 보이지만
다시 생각해보면 자연스러운
그들의 운동선수로서의 성실함과 솔직함 그리고 건강함 때문입니다.
사실 스케이트 디트로이트에서 보았던
그레이시 골드의 모습은
참 건강하고 올바르게 컸구나 하는 생각을 하게 했습니다.
특히 급작스럽게 집중된 관심에도 마음이 들떠있거나
사람들을 의식하면서 꾸미는 듯한 모습이 전혀 없었고,
예의 바르면서도 친절한 모습이었습니다.
그리고 한나 밀러에게 박빙의 차이로
패배하여 오랜만에 국내 대회에서
1위 자리를 내어 주었지만,
따뜻하게 축하해주는 모습을 보여주었습니다.
2012년 8월 초 스케이트 디트로이트 시상식 사진, 왼쪽에서부터 그레이시 골드(2위), 한나 밀러(1위), 케이틀린 오스몬드(3위)
단, 부담감을 많이 느끼는 듯한 모습이 보였습니다.
이런 스케이터들은 항상 잘해야겠다는,
즉 자신을 성원해주는 주변 사람들을 위해서라도
좋은 성적을 내야한다는 부담감을 느끼는 경우를 많이 봣습니다.
사실 패트릭 챈이 이러한 범주의 스케이터라고 할 수 있는데요.
이른바 "모범생 스케이터"들입니다.
안타깝게도 그리고 어쩌면 당연하게도
저는 이른바 신동 혹은 앙팡 테러블 보다는
이러한 범주의 스케이터들의 스케이팅이 더 좋고
더 응원하고 싶어지더군요.
국내의 스케이터들 중에서도 이러한 스케이터들이 있는데...여하간...먼산...
그런데 이러한 스케이터들을 응원하는 것은 팬 입장에서도 상당히 쉽지는 않습니다.
왜냐하면 이들을 응원한다는 것은 어쩌면 더한 부담감을 주는 것일수도 있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더욱 조심스럽습니다.
하지만 이러한 스케이터들이 주변의 기대라는 부담감을 떨쳐버리고,
그것을 넘어서며 자신의 잠재력을 발견하고 자유로와질 때
이들은 정말 화려하게 비상합니다.
김연아 선수가
밴쿠버 올림픽 전 인터뷰에서
왜 피겨가 좋냐는 질문에
"예술이면서도 스포츠"이기 때문이라고 답했는데요.
스포츠가 가진 땀과 성실성은 언젠가는 보답을 받는다는 속성과
예술은 본인의 인성이 묻어나오는 진정성이 없이는 감동을 줄수 없다는 점이
피겨 스케이팅에는 고스란히 증명되는 것 같습니다.
그리고 피겨 팬들은 이러한 스케이터들을 그 어떤 선전과 헛소문에도 불구하고
항상 뚜렷이 알아냈었구요.
동료 선수들을 피눈물 나게 하면서 얻은 부당한 승리에 부끄러워 하지 않는 스케이터들은
편하게 얻은 만큼 시간이 흐름에 따라 겉으로 치장된 화려함마저 빠르게 잃어버리게 되는 것을
많이 보았습니다.
그리고 안타깝게도 그렇지 않던 스케이터들 마저
차츰 편리한 도움에 익숙해지면 뻔뻔한 스케이터로 변해가는 것도 많이 보았습니다.
상대적으로
이러한 불합리한 패배에도 의연한 태도를
잃지 않는 스케이터들을 볼 때 어떻게 그들을 응원하지 않을 수 있겠습니까?
저는 스케이터의 진정한 모습은
자신의 실패와 패배를 받아들이는 태도에서 나온다고 생각합니다.
그것이 어떨때는 불합리한 판정일지라도...
사실 제가 이른바 피겨 강대국 내셔널의
열정적이고 우호적인 분위기가 부러우면서도
인플레이션 된 점수가 좋지 않게 보이는 이유는
대부분 학생인 스케이터들에게 이것은 장기적으로 독이 될 것이라는 생각을 하기 때문입니다.
저는 그레이시 골드 선수가
앞으로 점수 폭풍을 받게 될 때,
아쉬웠던 그해 겨울을 기억하며 자신을 돌아봤으면 하는 기대가 있습니다.
디트로이트에서 그랬던 것처럼 집중되는 관심에 변하지 않고,
지금처럼 좋은 태도를 그대로 간직한스케이터가 되었으면 합니다.
그래서 오늘 제가 본 이 두 컷의
트윗이
더 기억에 남는 것 같습니다.
오마하의 내셔널에서 그레이시 골드 선수의 스케이팅에
행운이 함께하기를
그리고 그녀가 앞으로도
오늘 트윗을 보냈던
그러한 성품의 스케이터로 남게 되기를 기원합니다.
그리고 히루에도 수십번 씩 얼음위에 몸을 던지는
스케이터들의 노력과 땀 그리고 그들의 우정을
무너뜨리는 엉터리 판정이 없어지기를...
그리고 내년 미국 내셔널에서는
더욱 성장한 모건 플러드 선수의 주니어 경기와
시니어 무대에 같이 선 골드 자매의 경기를 볼수 있기를 진심으로 기대합니다.
보너스 트윗
(출처: http://instagram.com/p/Uwa-Gbm39m/)
"우정 그리고 피겨 스케이팅"
미국 내셔널 노비스 프리 경기전 같은 클럽 소속의
타일러 피어스 Tyler Pierce 와 엘리자베스 은구엔 Elizabeth Nguyen 선수가 다정스럽게 어깨동무를 하고 있습니다.
쇼트 등수는 피어스가 1위, 은구엔이 5위. 두 선수의 점수차이는 3점에 불과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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